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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독애(毒愛)
작가 : 묵연
작품등록일 : 2019.9.29

[GL]

"오랜만이네요."

5년간 감감 무소식이던 소꿈동생 겸 친구인 백우진이 돌아왔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문하에게 다가오는 우진과, 그런 우진에게 문하는 남다른 느낌을 받는다. 둘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독같은 사랑으로.

 
기억해줘요.
작성일 : 19-10-01 21:59     조회 : 161     추천 : 0     분량 : 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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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문하를 깨웠다. 늘 그랬듯, 침대에는 문하 혼자였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허전함을 느낀 문하였다. 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언뜻 자신을 침대까지 옮겨주던 온기가 옮았다는 걸 느꼈다. 문하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상냥하게 이름을 불러주던 이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상대는 몰랐다. 어쩌면 문하가 그리던 그 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문하는 기억나는 순간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보기로 했다.

  문하가 일을 끝낸 뒤부터가 시작이었다. 과거 애인이자, 몸만 욕구하는 관계인 신우가 문하를 찾아왔었다. 신우의 입버릇은 문하에게 다시 만나자고 하는 것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말을 꺼냈다. 그런 신우에게서 빠져나온 문하는 원망했다. 신우가 아니라 자신을. 그저 자신을 말 잘 듣고 예쁘장한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는 신우에게 여전히 미련이 남은 자신이 싫었다. 흔들렸다.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신우를 받아들일 것 같았다. 문하는 위로가 필요했다.

  술에서 위안을 얻으려 집에 쟁여놨던 술들을 꺼내 마셨다. 그 뒤로 중간중간 필름이 사라졌다. 누군가를 집에 불렀었고, 장난을 치며 즐겁게 놀았었다. 그 누군가가 중요했다. 떠올리려 했으나 술기운으로 인해 두뇌가 아려온 문하는 물을 찾았다.

  “일어났어요?”

  “아.”

  우진이 반갑게 문하를 맞이하는 동시에 사라졌던 기억이 돌아왔다. 우진은 제 안부에 엉뚱한 응답을 한 문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하가 원하는 것을 주었다. 시원한 물이 찰랑거리며 문하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우진의 너머로 구석에만 썩혀두던 냄비를 발견했다. 문하의 시선을 따라간 우진은 멋대로 식재료와 냄비를 썼다며 사과했다. 냄비 안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해장국이 담겨 있었다.

  “네가 만든 거야?”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인 우진은 문하를 식탁에 앉혔다. 옛날엔 내가 챙겨줬는데. 우진이 식탁을 차리는 동안 문하는 우진을 지켜보았다. 몇 번 도와주려 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듬직하게 널따란 어깨와 고르진 근육. 그 누구도 탐낼만했다. 팀장이 왜 그와 계약했는지 다시 한번 이해가 갔다.

  “맛있게 먹어요.”

  먹음직스러운 진미들이 눈앞에 가득했다. 이 집으로 이사 온 뒤로 식탁이 이렇게 가득 찬 적이 있던가. 문하 쪽에는 식기와 수저가 가지런히 놓였으나, 우진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너는 안 먹어?”

  “네. 배가 안 고프네요.”

  잠깐 낯빛이 어두워진 것 같았던 건 착각인가.

  “배가 안 고프기는. 먹여줘?”

  흔히 친한 사이에 하는 가벼운 장난이었으나, 그에도 탐스럽게 익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토마토처럼 새빨개진 우진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어제 일을 잊으려 해도 영 지워지지 않았다. 그에 비해 우진은 평소와 같았다. 그저 술주정이라 치부한 건가. 어제의 내 태도는 그리 좋지 않았을 텐데. 우진에게도, 문하에게도. 순간 제 머리칼에 키스하던 우진이 떠올랐다. 마치 귀중한 보석을 대하듯 세심한 손길과 저를 얽맬 것 같던 시선이 강렬했다. 그러나 지금 평범하게 제 식사를 보는 우진을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잘 먹었어.”

  서로가 치우겠다며 투다기다가 결국 우진의 억센 고집에 문하가 패배했다. 모두 말끔히 정리되자, 우진은 현관으로 향했다.

  “잘 가.”

  우진은 배웅하는 문하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마치 안부를 묻듯.

  “어제 일, 기억해요?”

  묻지 않고 이대로 넘길 줄 알았던 질문이 나오자 심장이 철렁했다. 파도가 심장을 철썩였다. 심장 소리가 우진에게 들린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진정해. 사과하고 끝내자. 그리 결심한 문하였으나 정작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말도 마찬가지다. 이미 대답해버린 문하는 잠자코 우진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래요?”

  예상외로 별다른 감응이 없어 보이는 우진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었따.

  “혹시 무슨 실수 했어?”

  “아뇨. 아무것도요.”

  어라? 안심하라는 듯 밝게 웃어주자 의문이 들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문하였다.

  “이만 갈게요.”

  숙취 때문에 힘들면 연락하고요. 문하가 인사하자 우진은 시원한 웃음을 짓곤 떠났다. 문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에 머금은 것처럼.

 

  “나 왔어.”

  이상하게 기운이 없는 우진을 보고 태성은 빈정거리려다가 말았다. 무슨 일 있었던 건가. 물어도 될까 싶어 우진을 기웃거리는 태성이었다. 정작 본인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데 남의 연애사엔 관심을 가지는 제가 우스웠다.

  “너는 짝사랑이랑 키스랑 그 외에 이것저것 할 수 있냐?”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했냐?”

  “아니.”

  “그럼, 사귀어?”

  “사귀겠냐?”

  날카롭게 내뱉고 엎어진 우진은 꺼진 핸드폰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 마치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처럼.

  영문을 모르는 태성은 우진이 밤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시나리오를 썼다.

  “직전까지 갔어. 직전까지.”

  직전까지 갔다는 말을 재차 반복하며 잠을 청한 우진을 태성이 흔들어 깨웠다.

  “뭐.”

  자세히 보니 우진은 잠을 못 잤는지 퀭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눈은 태성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무슨 일인데.”

  “취한 사람을 건드리면 안 되잖아.”

  “그건 인간말종이고.”

  제가 아는 우진이라면 허튼짓하지 않았을 거라 전제하고 말을 이었다.

  “무슨 말 하디?”

  우진이 그리 순정을 지키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와 몸을 섞진 않았다. 그게 짝사랑이라면 더더욱. 아니, 짝사랑이라면 가능한가?

  “잠깐이었지만 날 원했어.”

  그리 말하는 우진의 말은 흐렸고, 우진에게 동생 이상의 감정 없는 사람이 우진을 원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널 다른 누군가로 착각한 건 아니고? 이를테면 구 애인이라던가.”

  나쁜 예였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설마 맞는 건가 싶어 입을 다물었다.

  “대체품. 딱 그거였어.”

  다른 이를 저에게 투영했다. 깨우지 말라며 신신당부한 우진은 그대로 잠들었다.

 

  내가 왜 그렇게 말했지. 뒤늦게 자책하기 시작한 문하는 여러 번 우진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문자는 읽지도 않고, 전화도 대부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기일 수였다. 다행히도, 한 번 통화가 됐던 적이 있었으나, 통화 상대는 우진이 아니었다. 본인은 우진의 룸메이트라 소개했고, 할 말이 있다면 그가 대신 전해준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전할 말이 쉽게 남에게 전할 수 없는 말이었기에, 나중에 일어나면 연락하게 해달라고 부탁으로 마무리한 뒤 대화는 종료되었다.

  문하는 헛발길질만 하는 제가 한심했다. 한탄하는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먼저 자책하는 버릇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런 문하의 곁에는 항상 북돋아 주는 우진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진이 커갈수록 챙김을 많이 받은 쪽은 문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문하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였다.

  특이하게 우진과 문하의 모교들은 같이 이어져 있었다. 한 지부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원을 그렸다. 그래서 건물이 다른 것을 제외하곤 문하와 우진은 곁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각자의 친구들과 어울렸지만, 서로의 가족이 친했고, 자주 문하를 찾아오는 우진 덕분에 둘의 사이는 여전히 돈독했다.

  쭉 이렇게 대학교도 나오고, 사회에 나와서도 지낼 것 같았던 둘에게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우진이 문하에게 고백한 것이었다. 문하는 그때 꽉 굳은 채로 삐걱거리며 제게 고백하던 우진을 기억했다.

  그때야 단순한 동생이었지만, 만약 지금 다시 고백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짐작 가지 않았다. 못했다. 문하는 최근 들어 우진이 남달라 보이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도 그럴 게, 웬만한 모델을 뺨칠 만한 얼굴에 남 부럽지 않은 비율에다 그렇게 다정한 성격이라면 흔들릴 만했다. 게다가 저를 좋아하는 티를 그리 내는데 모를 리가 있을까. 모르는 척도 한계에 다가왔다.

  지금의 문하는 불안정했다. 신우의 영향이 컸다. 우진과 있을 때는 그의 생각이 잘 나지 않았지만, 그래서는 우진이 대체품 같았다. 이미 무례를 저질렀는데, 또다시 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하는 우진을 도구처럼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욕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문하는 욕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알았다. 이를 제어할 수 없는 것도. 문하에게는 우진이 필요했다.

  문하는 우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거짓 없는 꾸밈을 담아.

 

  잠이 깬 우진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여러 통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수두룩했다. 시영일까 싶어 떨린 손을 붙잡고 알림을 봤다. 그러나 발신인은 문하였다. 우진은 알 수 없는 기대에 차올랐다. 어쩌면. 아니야. 그래도. 혹시. 갈구하는 이의 연락을 본 우진은 그대로 뛰쳐나갔다.

  [보고 싶어.]

  몇 번이고 반복하며 읽었지만, 우진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다른 내용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문하는 우진을 원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면 족했다.

 

  문이 열리고, 문하가 나왔다. 우진의 손을 감싼 문하는 그대로 소파로 향했다. 문하가 앉자, 그 밑에 우진이 자리 잡았다.

  “선배.”

  우진의 시야가 뿌옇게 차올랐다. 그를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문하를 끌어안았다. 우진의 품에 문하가 완전히 가려졌다.

  “우진아.”

  문하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저를 껴안은 우진의 등을 어루만지다, 제 품에 들였다. 우진은 사랑하는 이를 풀고 싶지 않았다. 놓치기 싫었다.

  문하가 제 것이 될 수 없다면, 우진이 문하의 소유가 되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진은 본심을 드러내야 했다. 독을 삼켜야 했다. 정확히는, 삼키고 싶었다.

  “저를 이용해줘요.”

  우진의 눈은 오롯이 문하만을 담았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제는 선배라 칭할 수 없었다. 그런 관계가 되었다.

  “우진아.”

  상냥한 독이 우진을 향했다. 우진의 몸에 점차 독이 스며들었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이 서로를 머금었다. 우진은 더 깊은 것을 원했다. 문하도 마찬가지였다.

  우진의 손에 문하의 손이 올라갔다. 가늘고 여린 손과 굳은살이 배긴 손이 대조되었다. 하얀 손길을 따른 입맞춤이 점점 문하를 갈구했다. 그 간절함은 헤아릴 수 없었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둘 사이에는 새로운 선 하나가 그어졌다. 우진은 서서히 중독되었다.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는 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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