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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길을 찾는 사람들
작가 : 고비사리
작품등록일 : 2019.9.4

신화와 괴물들, 패권다툼이 만연한 흉악한 세상
사연있는 사람들이 세상속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모든 인연은 기묘한 데가 있다. (9)
작성일 : 19-10-01 16:14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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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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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골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가 말을 끝맺자 마자 동굴에 강렬한 빛이 드리웠다. 한 낮이 된 것처럼 내부가 환하게 밝아지고 사방에서 형형색색 불빛들이 물감처럼 번졌다.

 “종류는 알 수 없지만 비전술입니다! 조심해요 대장!”

 “그런건 보면 알아!”

  점점 죄어오는 빛무리들은 보기에 아름다웠다. 하지만 멜리의 피부는 찌릿찌릿 전기가 흘렀다. 동물 같은 감각이 시끄럽게 경고음을 울렸다.

  붉은색 빛무리가 멜리와 일행 사이를 가로막았다. 멜리는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음을 깨닫고 칼자루를 굳게 쥐었다. 해골은 일찍이 빛 속에 몸을 맡기고 안심하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한 믿음이 표정없는 두개골에서 느껴졌다. 아마 내가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멜리는 예상했다. 분하지만 사실이다. 멜리는 인정했지만 패배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부대장, 나 약속 하나만 어겨도 될까요?”

 “이 상황에 말할 여유가 있으면 움직여라.”

  멜리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을 걸었지만, 타리하는 입술을 짓씹으며 쌀쌀맞게 말했다. 멜리는 그의 대답에 오히려 흥을 내며 대답했다.

 “그럼 허락한 걸로 알게요?”

  멜리가 방패를 버리고 칼을 양손으로 쥐었다. 조금 짧은 칼이었지만 양손으로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검을 고쳐쥐자 칼날에 새겨진 문양이 하늘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강해지더니 종래에 불길처럼 타올랐다. 푸른 화염이 칼을 휘감으며 치솟자 멜리의 눈동자에 불빛이 비추어 파랗게 빛나 보였다.

 “이제부턴 2페이즈야 해골바가지.”

  승리를 확신했던 해골은 멜리의 칼을 보고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해골 역시 신중한 태도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주변에 가득 퍼진 빛무리가 넘실대며 멜리에게 다가갔다. 멜리는 검을 천천히 늘어뜨렸다가 단숨에 올려쳤다. 검은 허공을 갈랐지만, 검에서 흘러나온 불길이 사방팔방 펼쳐졌다.

 “내가 시간이 많이 없다? 단숨에 뼛가루로 만들어줄게!”

  검에서 흘러나온 불길은 단숨에 빛무리를 태워버렸다. 멜리는 그 틈으로 몸을 날려 해골에게 접근했다. 해골은 주변에 바람을 일으켜 불꽃이 몸에 닿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너 같은 애송이가 뭘 해도 결과는 똑같을 거다.”

  그가 홀을 치켜들자 커다란 늑대가 땅밑에서 귀신처럼 솟아올랐다. 늑대가 입을 크게 벌리며 멜리를 물어뜯으려 하자 멜리는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늑대의 입 안을 찔러버렸다. 늑대가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지자 그 사이로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왔다. 멜리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검을 찌르는 기세를 살려 불덩이를 맞받았다.

  거대한 폭음과 먼지, 돌조각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한껏 몸을 웅크려 위기를 모면한 라쿠가 실눈을 뜨고 사방을 살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대장이 또 한 건 저지르네요, 무사해야 할 텐데.”

 “무사하다.”

  타리하가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라쿠는 ‘그러길 바라는게 아니고요?’ 묻고 싶었으나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하찮은 주술은 식상한데? 새로운 거 없어?”

  먼지 속에서 멜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비치는 파란 불빛은 그녀가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라쿠와 타리하는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다. 타리하가 작은 목소리로 라쿠에게 속삭였다.

 “지금 화살을 쏘면 저 녀석한테 통할까?”

 “방금 폭발에 주술이 풀렸습니다. 먹힐거예요.”

 “그러면 빨리 지원사격 준비해라.”

  멜리와 해골의 공방은 치열했다. 해골은 온갖 종류의 다양한 주술로 멜리의 공격을 어지럽혔고, 멜리는 꿋꿋하게 공세를 살리고 있었다. 겉보기로는 멜리가 압도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골은 웃음을 터뜨렸다.

 “제 몸을 망치는 힘이구나, 네가 아직 어설픈 병아리라는 증거지.”

 “헛소리할 여유도 없어질 테니 실컷 떠들어!”

  먼지가 어느정도 가라앉자 멜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피부엔 푸른빛 핏줄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고 눈동자는 실핏줄이 터진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확실히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다. 계속 검을 휘두르던 그녀는 한순간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었다. 해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밤부름!”

  해골이 외치자 사위가 검게 물들었다. 시야를 빼앗긴 라쿠가 탄식했다.

 “이런! 눈치 챘나!”

  은밀하게 원거리 지원을 준비하던 라쿠가 준비하던 주술을 풀었다. 하지만 타리하는 묵묵히석궁을 겨눴다.

 “크흑!”

  어둠 속에서 멜리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타리하는 일말의 동요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은 조준없이 쏘아졌고, 해골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화살은 해골의 목뼈에 틀어박혔고, 목뼈는 근육도 피부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나뭇가지처럼 부러졌다. 그 순간, 뼛조각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며 어둠이 걷혔다.

 “역시 우리 부대장밖에 없어, 난 결국 이 꼴인데.”

 “……. 네 덕분이다, 정말 잘 싸웠어.”

  타리하는 곧바로 멜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살폈다. 어둠이 휩싸였을 때 공격당한 듯, 그녀의 정강이에 꿰뚫린 상처가 보였다.

 “부대장 표정이 왜 그래요? 누가 보면 초상 난 줄 알겠네?”

 “입 다물어라, 상처 벌어진다.”

  애써 표정을 다잡았지만 멜리는 웃으며 타리하를 놀렸다. 신발까지 벗겨지며 달려온 라쿠가 멜리의 허벅지를 옷가지로 묶었다. 밑빠진 술통처럼 흐르던 피가 잠시 멎었다.

 “바로 치료하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라쿠가 경건한 표정으로 성물을 쥐고 주문을 외웠다. 하얀 안개가 멜리의 상처에 모여들자, 어느정도 살이 재생되며 피가 완전히 멎었다. 하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고, 라쿠는 안타까워하며 약품과 붕대로 응급처치를 마쳤다.

  한편 타리하는 머리만 대굴대굴 굴러다니는 해골을 잡아들고 이를 들어내며 말했다.

 “어딜 도망가나? 칼 아이거에 대해 아는 대로 불어라 해골.”

 “내가 답해줄 의무는 없다. 병사여, 무언가 묻고 싶다면 고귀한 이 몸에게 좀더 예의바를 필요가 있겠구나.”

  해골은 여전히 상황파악을 못하는지 이죽거렸다. 어쩌면 어차피 패배했으니 막 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타리하는 해골에게 되물었다.

 “아는 걸, 말해라.”

 “이런, 너는 이해력이 부족하구나, 천한 태생이니 그럴 수 있지.”

  심문이 계속 제자리걸음이자 도움을 준건 라쿠였다.

 “말하는 걸 보면 원래 귀족이었던 것 같고, 불사자의 비술을 써서 그 모습이 된 거 같은데 당신, 수도원에 넘겨지고 싶나요?”

 “수도원에 날 보낸다고 뭐가 바뀔 것 같으냐 사제.”

 “주교님의 이적은 당신의 생전 이력을 소상히 알아낼 수 있죠. 당신 가문은 신께서 약속하신 순리를 거부하고, 수많은 죽은 자들을 모욕한 당신의 죄를 평생 떠안게 될 겁니다.”

 “…...!”

  해골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말한다면, 조용히 이 자리에서 끝내 주겠습니다. 어떤가요?”

  해골은 여전히 무관심한 태도를 고수했다. 무언의 긍정이라고 여긴 타리하가 다시 물었다.

 “칼 아이거, 갈드 왕실 비원(Hidden Garden)의 수장이었던 그에 대해 알고 있나?”

  해골은 턱뼈를 딱딱거리며 말을 꺼냈다.

 “당연히 알고 있지, 나는 명예로운 갈드의 귀족이다. 비원의 충실한 후원자……. 였지.”

 “그렇다면 어서 말해라,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너희들에게 말해줄 이유는 없다. 너희는 어차피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다. 주교들의 하찮은 술수도 소용없지.”

 라쿠의 협박이 효과를 거둔 듯했으나, 해골은 다시 강경한 태도로 돌아가 있었다. 라쿠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히브리스 공작.”

 “…!”

 “이렇게 숨어서 보물을 모으는 악취미는 네놈밖에 없지, 정체를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라쿠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항상 사제다운 태도를 고집했던 그가 혐오감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해골을 보고 누구인지 어찌 알까, 서투르구나 사제.”

 “어떻게 아냐고? 모를 수가 있을까? 우리 수도회를 후원한 게 네놈인데.”

  해골은 라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타리하의 손아귀에서 떨어졌다. 해골은 데구르르 굴러가 라쿠의 발 앞에서 멈췄다. 해골은 라쿠의 옷을 유심히 쳐다봤다.

 “하, 정말이군, 기사단의 종자였나.”

 “수도 기사였다.”

 “나를 꽤 많이 봤었나 보군? 얼굴가죽 없는 나를 알아보긴 쉽지 않을텐데.”

 “그 싸가지없는 말투나 행동거지는 익숙하지. 보물 사냥꾼 히브리스.”

 “비전 연구가 라고 말해라 예의없는 천 것.”

  라쿠와 해골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해골은 땅바닥을 몇 바퀴 굴러다니다가 우뚝 멈췄다.

 “뭐 좋아, 기사단의 종자라면 더 이상 숨길 것은 없겠군, 가는길에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말해주도록 하지.”

  해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사제 네놈은 모르겠지만, 내 가문은 진작 멸망했다. 그것도 모르고 가문 운운하는 네놈 꼴이 얼마나 우습던지.”

 “사설은 집어 치워라, 칼 아이거에 대해 무엇을 아나?”

 “무엇을 안다고 해야할까, 내가 그의 충실한 사냥개였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그가 아직도 살아서 암약한다는 얘기를 해야할까.”

 “역시 칼 아이거는 살아있나보군.”

 “너희도 예상하지 않았나? 그는 죽여도 죽지 않을 남자다.”

 “그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미안하지만 나는 진작에 토사구팽 당한 몸이라 그런 건 모르겠군.”

  해골은 이빨을 딱딱거렸다. 아마 웃는 소리일 것이다. 그를 향해 멜리가 물었다.

 “아까부터 나를 변경백의 딸이니, 샤리안의 생존자니 묻는데, 넌 대체 날 어떻게 아는 거지?”

 “흠, 그건 말해주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병사?”

  해골이 타리하에게 말했다. 갑자기 화살이 돌아온 타리하는 우물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침묵한 일행들 사이에서, 해골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별거 없다, 네 집안을 불태운 게 이 몸이기 떄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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