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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4. 탐욕의 산(8)
작성일 : 19-10-01 14:59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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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째서 탐욕과에 시선을 두지 않고……?”

 

  겨우살이의 물음은 탈루 역시도 궁금해 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 그 의문을 풀 시간은 없을 듯했다. 놈이 천천히 다리를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공격직전의 자세였다.

 

  탈루는 급히 몸을 피할 곳을 물색했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줄 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대로 늑대의 간식거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녀석이 어디까지 쫓아올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멀리는 아닐 것이다. 탐욕과를 포기하면서까지 쫓아오진 않을 테니까. 적당히 먼 위치에, 자신은 들어갈 수 있으나 몸집이 큰 늑대는 출입할 수 없는 그런 동굴 같은 곳…….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몸을 피신할 만한 곳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원래 목표로 하던 저 좁다란 오솔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늑대가 그 너머까지 자신을 추격해올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주위 경관에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저곳을 경계로 또 다른 탐욕지대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저곳까지만 가면…….”

 

  오솔길 입구까지는 불과 스무 걸음 정도밖엔 떨어져 있지 않았다. 어떻게든 늑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히 몸을 뺄 수만 있다면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리라.

 

  그러나,

 

  “크르르…….”

 

  탈루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순간 늑대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탈루, 피해!

 

  슈욱, 쾅!

 

  “으헉!”

 

  탈루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날아간 거대한 바윗덩어리에 놀라 신음을 삼켰다. 늑대의 발길질 한 번에 수십 걸음 밖으로 날아간 바위는 탈루의 몸통만한 것이었다. 녀석의 힘은 감히 자신이 가늠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고, 움직임은 그보다 더했다. 눈이 아예 따라가질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도 겨우살이의 경고에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이지 않았더라면 첫 번째 습격에 곧바로 명을 달리했을 것이다.

 

  -정면, 이번엔 직접 온다!

 

  탈루에게 믿을 건 메 보호막뿐이었다.

 

  ‘버틸 수 있을까?’

 

  의미 없는 물음이다. 버텨야 한다. 버틸 수밖에 없다.

 

  ‘너덜너덜한 시체가 되기 싫다면 말이지…….’

 

  순식간에 초록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기다란 형체하나가 탈루의 눈앞에 생성되었다. 이미 두 차례나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보호막이었다.

 

  하지만,

 

  슈욱, 펑!

 

  “크헉!”

 

  벼락처럼 내리꽂힌 늑대의 일격에 탈루는 마치 거인에게 채인 개구리마냥 훌훌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타, 탈루! 괜찮아? 살아있어!?

 

  탈루는 자칫 끊어질 것만 같은 의식의 끈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아으.”

 

  애당초 대적이 불가능한 상대였다. 저만한 덩치의 늑대를, 그것도 ‘탐욕’에 의해 공격성이 증폭된 야수를 상대할 수 있는 건 고도로 숙련된 사냥꾼들뿐이다. 이제 막 신을 받은 열 살짜리 꼬맹이가 대적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크르르…….”

 

  -탈루, 일어서! 피해야 돼! 곧 다시 공격이 시작될 거야!!

 

  겨우살이의 다급한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나도…… 알아!”

 

  탈루 역시도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큭…….”

 

  이번에야말로 정말 심상치가 않았다. 다행히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잃은 것이나 매한가지인 상황이었다. 메 보호막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고, 온몸이 다 부서진 듯 아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이 탈루에겐 더 이상 늑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단이 없었다.

 

  탈루는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붉은 눈의 늑대를 바라보았다. 놈은 숨통을 끊기에 앞서 먹잇감의 좌절과 공포를 충분히 즐기려는 듯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끝…… 인가?’

 

  탈루가 최후의 순간 느낀 감정은 허탈함이었다.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다. 딱히 누가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기이할 정도의 허무함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올 뿐이었다.

 

  허무의 끝에서 탈루가 떠올린 건 자신의 옛 고향이었다.

 

  버림받은 자들의 땅.

 

  어째서 그곳이 생각난 건지는 탈루 자신도 알지 못했다. 태어난 곳이라곤 하나, 탈루에겐 그곳에서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당연지사 정(情)도, 추억할 거리도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어릴 적부터 질타어린 시선의 원인이 되었던 곳이다. 한 땐 증오의 대상으로까지 여겼던 곳이 이제와 갑작스레 생각난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문득,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남겼다는 유언이 떠올랐다.

 

  북쪽에서 길을 찾거라.

 

  어머니가 탈루에게 남긴 건 그 말 한 마디뿐이었다. 어쩌면 어머니란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그리고 그 말을 받들지 못한데서 온 자괴감이 최후의 순간 그에게 ‘북쪽’을 떠올리게 했던 건 아닐까.

 

  아니, 아니다.

 

  끝이 다가왔을 때 처음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운 것일 뿐이야.’

 

  별 것도 아닌 게 떠오른 거다. 어쩌면 으레 그런 걸지도 모르지. 누구나 죽기 전엔 가장 먼저 허무함이, 그리고 그 다음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별 쓸데없는 것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일지도. 만약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추억이나 ‘잠든 신’에서의 느꼈던 평화로움이 떠올랐다면 아마도 눈물이 났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이 편이 더 나았다. 탈루는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죽음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안녕, 모두들…….’

 

  -아, 아악! 탈루 안 돼, 안 돼!!

 

  코앞까지 다가온 늑대의 거대한 발톱을 보며 탈루가 눈을 질끈 감았을 때였다.

 

 

  스스슥, 팟!

 

 

  …….

 

  -어!?

 

  “크르…… 크르르.”

 

  눈을 감은 상태였음에도 탈루는 갑작스런 상황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즈음 들려온 괴괴한 바람소리 이후, 눈꺼풀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대폭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엄습해오던 늑대의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녀석의 으르렁거림 또한 이제까지와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마치 새로운 적이 나타나기라도 한 듯 경계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탈루는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엇!?”

 

  순간 탈루의 입에서 자연스레 탄성이 새어나왔다. 대체 언제 어디서 나타난 건지, 새로운 늑대 한 마리가 처음의 늑대를 막아서고 있었다. 새로운 늑대는 하양과 적갈색의 털들이 묘하게 섞여있었는데, 상대인 회색 늑대보다 크기는 훨씬 더 작았으나 놀랍게도 그를 넘어서는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설마 저 거대한 녀석이 움츠러든 건가……? 근데 저 늑대는 무슨 종이지? 아깐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아냐…… 늑대가 아냐. 저건…… 이리야. 잠깐, 설마…… 신수(神獸)?

 

  “뭐, 신수?”

 

  탈루가 놀라 되물었다.

 

  -신의 힘이…… 느껴져.

 

  “설마…… 자연의!?”

 

  -글쎄…… 잘은 모르겠어.

 

  본래 신수(神獸)란 신의 힘이 깃든 동물들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 종류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첫째, 신들의 자녀로 불리며 받드는 이들과의 계약을 통해 지상에 내려온 존재들.

  둘째, 지상에서 태어나 스스로 메를 발현시켜 신의 가호를 입은 동물들.

 

  첫째의 경우, 보기도 그리 어렵지 않을뿐더러 그 계약자가 자신을 적대하는 것만 아니라면 마주치더라도 별 문제될 게 없었으나 두 번째는 달랐다. 자연 상태의 신수와 맞닥뜨리는 것은 굉장히 희귀한 일임과 동시에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메가 발현되었다는 것은 창조신으로부터 수행해야할 운명을 부여받았다는 의미와 같다.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이 정확히 무얼 뜻하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나 대개의 경우,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단체에 유리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해석하곤 한다.

 

  이는 동물들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의 입장에선 끊임없이 땅과 숲을 자신의 영토로 삼으려드는 인간을 적대하는 것이 본인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인간과 신수들은 서로가 서로를 없애야 할 적으로서 간주하게 되었고, 존중해마지 않아야 할 관계가 오랜 세월 피로 점철되어왔던 것이다,

 

  -일단…… 조금씩 물러나고 있자.

 

  겨우살이의 말마따나, 탈루는 갑작스런 신수의 등장이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와 계약된 신수라면 혹 자신을 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이리가 자연의 신수라면?

 

  ‘잠깐 목숨이 연장된 것일 뿐이겠지…….’

 

  물론 모든 자연의 신수들이 인간에게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소수이긴 하나 개중엔 인간과 깊고 친밀한 교류를 맺어온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결코 경계를 늦춰선 안 되는 존재들이 바로 저 신수들이었다. 인간과 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지성을 갖춘 이들은 모두가 다 여우의 꾀와 원숭이의 교활함, 그리고 늑대의 포악함을 지니고 있었으며, 대다수가 인간을 경멸하고 증오했다. 더군다나 탐욕의 영역 안이 아니던가. 제아무리 신이 깃든 동물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살코기를 탐내지 말란 법은 없었다.

 

  탈루는 조심스레 전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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