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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22
작성일 : 19-10-01 09:26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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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아침나절에는 공기가 싸늘해서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다. 가을인가 싶었는데 금방 겨울이고 또 어느새 봄이 오겠지. 점점 봄과 가을이 짧아지듯 느껴져 아쉽다. 지내기 힘든 여름과 겨울보단 적당한 기온을 유지하는 봄과 가을이 최대한 길었으면 좋겠는데 날씨가 원하는 대로 바뀔 리 없다. 다가오는 올해 겨울은 작년만큼 춥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남들 앞에서 대놓고 말하긴 그렇지만 이 순간이 믿겨지지 않는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왜 자꾸 불안해지는지 모르겠다. 행복하면 그저 그걸 즐기면 되는데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자문하기를 반복한다. 행복해도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나서서 도와주는 착한 어린이는 아니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왜 그렇게 마음에 여유가 없었는지 그저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었다. 자칫하면 뒤로 밀려난다는 걱정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썼다. 친구들 앞에서는 웃더라도 보이지 않는 내면에선 현실에 압도되어 허둥거리고 있었고 그걸 또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땀을 뺐다. 학창시절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을 많이 봤지만 내겐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악몽 같은 기간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떠나고 나니까 숨이 트였고 조금씩 앞이 보였다. 그렇더라도 불안한 마음은 항상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혼자 지탱해온 가정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집에서 오빠가 항상 우선이었던 게 억울하진 않았다. 그만큼 어머니의 기대에 짓눌리는 오빠의 부담감도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 남들 다하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게 여유가 없어서 그랬는지 타고난 내 천성이 연애를 맞지 않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조급하진 않았다. 때 되면 내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만 했다. 다 늦은 첫 연애를 지금 한다니 자꾸 감추고 싶다. 쑥스러운 것도 같고. 하나한테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지만 미루게 된다. 내 얘길 듣고 흥분해서 속사포처럼 쏘아댈 질문을 받을 상상만으로도 어지럽다. 조금 늦는다고 서운해 하진 않겠지.

 대략 점심시간을 예상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식사를 하진 않았다. 곧 먹을 거라고 했다. 송성태 콘서트의 공연 날짜와 시간을 알렸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손목이 시큰거려 반대편 손으로 바꾸는데 그만 아얏, 하고 탄성이 흘러나왔다.

 “은정 씨,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아뇨, 별 일 아니에요. 이게 워낙 팔과 어깨 근육을 많이 쓰는 일이라 어깨가 뭉칠 때가 자주 있거든요. 갑자기 어깨에 통증이 와서요. 괜찮아요. 주물러주면 나아질 거예요.”

 왼쪽 어깨가 얼얼하다. 종종 그러니까 어깨가 뭉치는 건 대수롭지 않은데 생각지 못하게 통증이 와서 그만 소리를 냈다. 괜히 진우 씨를 걱정하게 할까 그게 더 마음이 쓰였다.

 “방금 전 들었던 소리로는 별 일이 아닌 게 아닌데요. 그렇게 아플 정도면 병원 가서 진찰을 받아야죠.”

 “아니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에요. 여기 일하는 사람들 자주 겪는 문제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보다 진우 씨. 토요일 어디서 만날까요? 콘서트장 근처는 많이 붐빌 텐데요.”

 진우 씨를 괜히 걱정하게 만드는 것 같아 얼른 얘기 주제를 바꾸었다. 그가 말을 덧붙이려다 잠깐 멈추더니 교통편을 어떻게 할지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실제로 어깨와 팔 근육통은 마시자사들이 자주 겪는 질환이다. 진통제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치료제라고 할 만한 것은 따로 없다. 그저 쉬어주는 게 최선이지만 어디 그럴 수가 있나. 그러면 누가 돈 벌어다 주지 않으니까. 참고 견디다 심해지면 가끔씩 물리치료를 받기도 하고 정말로 힘들면 사정을 얘기하고 며칠 쉬다가 온다. 같은 일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그런 사정은 서로 잘 아니까 휴가 내는 이유를 이해시키기 수월하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쉬어도 주변에 피해를 주니까 각자 적당히 자제하며 조절하는 편이다.

 토요일 아침엔 일찍 눈이 떠졌다. 보통은 금요일까지 일하고 난 후 피곤에 푹 절어서 토요일은 거의 방바닥 위를 기어 다니는데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 설레는지 알람 소리도 듣지 않고 깼다. 평소에도 이렇게 잘 일어나면 얼마나 좋아. 역시 옷은 입을 게 없다. 도대체 옷장은 이렇게 붐비는데 입을 게 없다니 한심하다. 당장 시간 날 때 안 입는 옷부터 정리해야겠다. 격식을 차려야 할 장소에 가는 건 아니니 최대한 캐주얼하고 심플하게 입으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또 너무 후줄근해 보일까 만족스럽지 않다. 옷 고르는 데만 한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마음이 조급해진다. 화장은 시작도 못했는데. 그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상상 속에서 이런 저런 코디를 해보는데 시계가 불쑥 눈에 들어왔다. 이러다 늦겠다. 본인이나 잘하지 머릿속에서 진우 씨 옷을 골라주다니 오지랖만 주책없이 넓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를 말리면서 문득 공연 후에는 뭘 하지, 라고 궁금해졌다. 오후 공연이니까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적당하겠지.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거나 술을 한 잔 해도 좋겠고. 약간 쌀쌀하겠지만 공원을 걸어보자고 해볼까? 집에 가기 싫어요, 라고 하면 이상한 여자로 볼지도. 으윽, 자신이 한심해진다. 언제부터 이렇게 대놓고 들이대는 인간이 되었지. 공연 볼 생각에 흥분해서 그렇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원래 이렇지 않은데 유독 오늘 그런다고 정상참작을 했다. 한심하다. 다 큰 성인이라고 여겼는데 속은 아직 크려면 까마득한 어린애다. 이런 나에 비하면 진우 씨는 참 어른스럽다. 그런 그와 연애를 하려면 나도 같이 성장해야 할 텐데. 이은정, 빨리 크라고.

 집을 나서다 진우 씨와의 관계를 하나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 혹여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된다면 얼마나 서운해 하고 나를 못살게 굴지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본인도 연애를 하는 중이니까. 훗, 그 생각에 미소가 떠오른다. 둘이서 서로 조언해주고 고민도 나누면서 응원해주는 거다. 이럴 땐 정말 하나의 존재만으로 감사하다. 내 얘기를 듣고 동시 연애를 하는 베스트 프렌드라 멋지네, 라며 호탕하게 웃어대겠지. 미란 언니에게도 말해야 하나? 당장은 아니고. 미란 언니가 알게 되면 금방 주변 모두에게 말이 전해질 거다. 우리 둘 사이를 주변에 알릴 생각을 하니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정말 현실처럼 다가온다. 그 전까지는 이게 정확히 선이 그어진 것이 아니어서 연애를 한다고 말하기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머, 벌써 이렇게 되었어? 휴대폰 위로 떠오르는 시각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다. 정신 차리자. 그저 부산스럽게만 움직이다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시간만 다 흘렀다. 이러다 늦겠다. 진우 씨 앞에 땀에 흠뻑 젖어 나타나고 싶진 않았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오르고 지하철 정지선 앞에 서자 여유가 생긴다. 이제 지하철이 들어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그 사람과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제 내 머릿속에는 연애하는 장면만 가득하다. 통제가 안 된다. 문제다, 문제. 누구를 더 닮았을까? 진우 씨? 나? 어릴 때 오빠는 개구리 왕자를 빗대서 개구리 공주라고 나를 놀렸다. 지금은 개구리 같이 못생겼지만 언젠가 왕자를 만나고 공주처럼 예쁘게 바뀔 희망을 가지라고. 개구리 같이 생겼다고 믿은 적은 없지만 스스로 공주처럼 예쁘다고 할 만한 자신감도 없다. 개구리 공주라면 지금은 개구리라도 출신은 공주잖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만 개구리 공주도 공주는 공주니까 오빠도 날 공주로 인정한 거다. 우습다. 별 시답잖은 생각이라니. 다만 다들 연애를 하면 예뻐진다고 하니까 나도 진우 씨와 연애를 하면서 예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진우 씨가 왕자님처럼 키스로 내 안에 잠재하던 예쁜 나를 깨워주고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얼굴 위로 막 피어오르게 된다는 결말. 참 오글거리는 상상인데 싫진 않다. 이런 개구리 공주라도 나만의 멋진 동화 속 명장면이니까. 아, 콘서트에 대한 기대가 가슴 밑에서부터 올라온다. 오늘 정말 행복한 하루가 되겠지. 진우 씨와 만날 때는 만나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지하철이 들어온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호박 마차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번쩍거리는 신형 지하철이다. 이걸 타게 되면 내 옷도 드레스로 바뀔까? 그런 일은 없겠지만 이미 만족한다. 비록 개구리라도 이미 난 공주 대접을 받고 있고 지하철 저편에서 왕자님이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세요, 왕자님. 개구리가 아니, 공주가 갑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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