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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27장. 그들과 그녀들이 함께한,」
작성일 : 19-10-01 05:34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17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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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장. 그들과 그녀들이 함께한,」

 “낭랑 18세의 마지막 여행.”

 

 그들의 여행은, 두 번째 날로 넘어왔다. 모두들 일어나지를 못한다. 새벽 3시 30분에 자버렸던 그들은 오후 1시를 넘기고, 2시를 한참 넘긴, 4시가 되어서야 꿈틀꿈틀 깨어나기 시작했다. 푹 자고도 피곤한지, 몽롱한 상태로 일어난 준혁은 옆에 아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눈을 떴을 땐 세민이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삐뚤어진 아침을 맞이해야했다. “야, 세민아 발 치워 좀 ”, “아… 자는데 좀 깨우지 마;” “내가 눈을 떴다? 근데… 네 그 무거운 다리가 왜 내 배에 올라가 있는 건데? 어?!” “어?… 야 좀 그럴 수도 있지.” “아니…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주면 안 될까? 내 배가 안마기야? 꿀렁꿀렁 거리니까 느낌 좋아서 이러냐?” “아오. 알았어! 좀 자자 어?! 원래 시험 끝난 다음 날은 오후 6시까지는 기본적으로 자는 날이다. 자는 날!!” 그런데 이런 상황은… 아리와 정혜, 효진이네 방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남자 친구와 행복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꿈을 꾸고 있었나본데, 아리가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땐, 행복함이 아닌 정혜의 머리가 자신의 다리에 올려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아리는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뺐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정혜가 일어나면서 말한다.

 “아 누가 내 머리 때렸어?! 나와! 누구야?!” 아리는 한심한 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년아, 네 머리가 내 다리에 올라와 있었어. 안 그래도 아, 왜 이렇게 다리가 아픈 가 했네… 무쇠머리 같은 년아. 머리 운동이나 좀 하고 내 머리를 베고 눕던가.” “야. 다리 좀 베고 누울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무쇠머리 같은 년? 참나. 배신이냐?” “배신?! 네가 네 머리 무게를 저울대에 대봐 이년아. 얼마나 무거운지 네 스스로가 깨닫게 될 거야.” 정혜는 할 말이 없었던지, 자신의 허벅지를 쳐다보는데 자신에게도 효진이의 머리가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그래서 정혜도 그대로 다리를 빼버린다. “악!” 효진이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그래서 이번엔 정혜와 효진이가 틱틱대며 싸운다. “야!! 내 머리는 생각도 안 해주면서 다리를 그리 무지막지하게 빼냐, 이년아?!” “내가 네 머리까지 신경을 써 가면서 조용히 다리를 빼면 네가 충격을 받고 깨어날 수 있었겠냐?” “아… 간만에 꿈에서 우진이가 나와서 기분 좋은 꿈 좀 꾸고 있었더니 내 아름다운 꿈을 깨운 답례 내놔 빨리! 어?!”

 “참. 어처구니가 없다. 어처구니가. 그리 공부 잘하는 두뇌로 네 머리의 무게를 구해봐 한번 내 허벅지가 안 아프게 생겼는지.” 정혜가 아리에게 이길 수 없듯, 효진이도 자신이 정혜의 다리를 베고 잤던 것만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거실로 나가서 오렌지 주스 한잔을 따른다. 그때다. “우리 여보찡~ 내 주스도 한잔 부어주세요!!" 세민이었다. 효진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정혜인줄로 착각한 세민이에게 한 마디 말로 간단히 제압한다. “야! 난 효진이다. 네 여자 친구인 정혜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여자 친구가 거실로 나왔을 때 시키란 말이다!” 세민이는 고개만 끄덕인 채 대답이 없었다. 그들의 아침은… 아니 오후 늦은 ‘Afternoon’은 이렇게 찰지도록 시작된다.

 그들은 차례로 씻고 나왔다. 다들 멍하니 거실로 모여 앉았다. 배는 출출한데, 저녁을 먹기에는 어중간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오늘 저녁에도 고기파티 할 것을 생각하며, 먹다 남은 과자 몇 봉지를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워간다. 배고픔을 가장 덜 느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상주도 경치 되게 좋네. 야. 우리 바닷가라도 보러 한번 나가야 하는 거 아닐까? 여기까지 왔는데!" "좋지. 좀 있다가 나갔다오자." "뭐? 좀 있다가?? 조금 있으면 해질 시간이다. 인마;"

 "아? 그러네? 야. 그럼 우리 나가서 바람이라도 쐴까 지금? 정혜야, 자기야, 효진아 다들 어때?" 그녀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좋지~!! 나가자~ 사진도 찍고 좀 그러자~" 펜션 주인아저씨께 이유를 말씀드리고, 구경 좀 하고 오겠다고 말씀드리자 오히려 진작 갔다 오지 않았냐며, 상주 해수욕장 주변은 여름에도 피서객들이 많이 오는데, 겨울에도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많이 찾을 정도라며 웃으시며 어서 갔다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준혁이가 챙겨온 DSLR 사진기를 들고, 한참을 걸어 해변으로 들어선다. 은빛 바다가 한없이 펼쳐진, 그래서 차가웠던 마음마저 따뜻하게 바꾸어주는 바다 경치가 정말 예술이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뱃고동 소리와 잔잔히 흐르는 바다의 물결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더욱 맑게 해주는 것만 같이, 시원함으로 그들에게 전해졌다. 겨울이라서 여름보다 관광객들은 적었지만, 그래도 바닷길을 걷고 싶은 아름다운 연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런 바다를 구경하고 있자니 그 파도 소리에 그만 마음이 녹아버린 정혜가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 시원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야! 우리 집 앞에서도 이런 바다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자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세민이가 정혜와 대화를 이어나간다. "여보야! 나중에 우리가 대학교도 졸업하고, 결혼할 때가 되면 신혼집을 바다주변으로 얻을까?" "응! 그것도 좋지~ 난 항상 바라는 일이 있었어. 내가 나중에 혼자 살 때가 되면, 꼭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거. 나 그거 꼭 바라던 일이었거든." 세민이는 정혜의 한 가지 바람을 더 알게 되면서, 정혜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느낌이 들었다. "아…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몰랐네. 이제 알았으니까 꼭 염두에 둘게!!" 아리와 준혁이도 대화에 끼어든다. "정혜야~ 우리 사진 찍자. 이렇게 바다에 놀러 와서 찍었던 사진은 없었잖아~ 효진이도 같이 찍자." 효진이가 고마운 듯이 아리를 바라본다.

 "그래~ 효진이랑 같이 셋이서 찍자. 준혁아. 우리 좀 찍어줘!", "엉? 엉! 찍어줄게. 서봐! 찍는다?! 하나 두울~ 셋!! 찰칵~" 시원하게 들이치는 바닷바람 사이로 그녀들은 추억을 찍었다. 학창시절에 이제 언제 또 기회가 닿아 다시 한 번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사진만이 추억을 남기는 일이라 생각했던지 열심히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바닷바람에 치맛자락이 펄럭이기도 하고, 차가운 바람에 얼굴이 얼어붙는 듯이 아려오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두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바닷가에서 무려 1시간 30분 동안을 구경했다. 겨울이라 날이 빨리 어둑어둑해지고, 갈길 잃은 배들이 생기지 않게 새하얀 불빛으로 배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등대에 불이 켜졌다. 어둑어둑해지자 파도 소리는 더욱 그들의 마음을 한없이 사로잡는다. 그들의 표정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밝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곁들어진 것도 같다. 아마 이제부터 시작될 진정한 수험생이라는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가야하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오후 6시 반이 되어서야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펜션 입구에서는 주인아저씨께서 감사하게도 바비큐 파티를 준비해주시고 계셨고, 그들만의 캠프파이어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으셨던지, 장작들을 한곳에 모아두셨다. 바비큐 판에 열이 어느 정도 활활 타오를 때쯤이 되어서야, 주인아저씨께서는 그들에게 이러한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가… 벌써 30년 전이었구나. 너희들을 보니 내 학창시절 추억이 떠올라서 꼭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인생에 한번 뿐인 뜻 깊은 시기인 만큼, 보다 많은 추억이 너희의 머릿속에 기억되어지기를 부탁하고 싶구나. 너희들 머릿속에 내가 운영하는 이 펜션이 추억으로 남아준다면, 그것보다 뿌듯한 일이 어디 있겠누. 허허허… 내가 말이 길었구나. 맛있게 먹고, 활활 타오르게 즐기다 내일 후회 없이 올라갈 수 있게 하거라. 난 이만 들어가 보련다." 주인아저씨의 가슴 따뜻한 배려에 그들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아저씨께서 들어가시는 모습을 지켜봐드린다. 이제 파티가 시작되었다. 장작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니 기름을 묻혀두셨던 듯 순식간에 활활 타올랐다. 불판 위에서는 고기가 윤기 있는 모습으로 지글지글이라는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정혜랑 아리, 효진이는 수저랑 밥그릇, 일회용 접시와 상추 등을 준비하며 파티분위기를 속속 이루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세민이가 고기를 굽는 틈을 타 몰래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들고 나온다.

 그것은 소주였다. 1병도 아니고, 2병도 아닌 3병을 들고 왔던 것이다. 다들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지만, 술을 싫어하거나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저녁식사는 비록 학생신분이라 마시면 안 되지만, 그래도 준혁이가 들고 왔는데 맛을 안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맛있게 마시며 시작했다. 준혁이조차도 처음 마셔보는 소주였기 때문에, 그들은 금세 알딸딸한 기분으로 더욱 분위기를 뜨겁게 끌어올렸다. 술 게임까지 진행한다. 갑자기 준혁이가 외쳤다. "눈치게임 1!!", "2!!" 정혜가 외쳤다. "3!" 효진이가 외쳤다. "4!… 아 걸렸네.…" 아리와 세민이가 동시에 걸렸다. 효진이는 짓궂은 벌칙을 시켰다. "러브 샷!~ 러브 샷! 러… 빡!" 효진이는 아픈지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 빡의 주인공은 준혁이었다. 세민이보다는 절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에, 효진이는 인상만 찌푸린 채 준혁이를 쳐다본다.

 "이년아… 감히 내 앞에서 세민이랑 내 여자 친구의 러브 샷이 웬 말인가." "나만 애인 없어서 그런다 왜!" "네 애인은 교과서잖아. 이년아." "그걸 개그라고 지금… 참나" "좋아. 정 러브 샷을 시키겠다?! 그럼 다음 판은 세민이의 빡 샷을 걸고 게임해." 그런데 그들은 술에 취해서인지, 준혁이의 말에 동의를 해버린다… 그리곤 둘의 러브 샷이 이어진다. 이제 곧 닥쳐올 공포는 두렵지 않은지, 준혁의 마음은 오로지 그녀와의 첫 러브 샷을 세민이에게 빼앗기고 말았다는 쓰라림에 속이 타들어갈 뿐이었다. 이제 시작된다. "구구단을 외자!"라는 게임이다. 게임규칙은 토너먼트 식으로 붙어서 끝까지 못맞히는 사람 1명이 세민이의 파워땡콩 정통으로 맞기였다. 긴장감이 흘렀다. 그에게 한대를 맞는다는 것. 그것은 곧, 파티를 더는 즐기지 못하고 쓰러진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민이의 입에서 무섭도록 소름 돋는 말이 흘러나왔다. "한번… 걸려봐… 모두들 식은땀까지 흘려야만 했다. 먼저, 준혁과 아리가 1라운드를 펼친다. 선제공격은 아리다.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7×8!" "56!!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6×4!" "24!!!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5×9!" "35!!! 구… 응?" 이럴 수가… 아리가 이겼다. 준혁이는 게임을 제시했던 당사자인데, [하자 한 사람이 걸린다] 법칙을 준혁이도 비켜나갈 수는 없는가 보다. 이제 뒤를 이어 효진이와 정혜의 대결이다. 에이스들 간의 대결이라 더욱 흥미진진할 듯한데…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9×4!" "28!!!!…" 허탈하게도 정혜가 단번에 승리한다. 그래서 이제는 효진이와 준혁이의 대결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피 튀기는 접전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단판 게임이다. 둘 다 지면 끝장이라는 각오와 함께 드디어 게임에 돌입한다. 선제공격은 준혁이가 남자라는 이유로, 효진이에게 주어졌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후훗!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8×7!" "5…56!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9×6!" "54!!!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3×9!" "27!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6×3!" "18!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5×9!" "45!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9×8!" "72!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6×4!" "24!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4×8!" "32!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7×8!" "56!!" 이때였다. 너무도 불꽃 튀기는 접전이라, 흥미진진한 가운데 물 한 모금씩을 마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리고는 다시 시작하는데, 준혁의 공격차례다.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4×9!!" "3...34!!…" 순간 정적이 흘렀다. 효진이가 져버린 것이다. 효진이는 좌절했다. 그 모습이 안됐던지 정혜가 반전을 일으키려 한다.

 "흑기사! 흑기사!" 그러자 아리가 정혜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이년아. 나 벌써부터 과부 만들게?!" "우씨. 과부는 얼어 죽을. 너네 결혼이라도 했냐?!…" "할 꺼다! 왜!!!! 내 남자 친구를 골로 보내버리려 하다니… 니가 흑기녀 해라!" 그러자 정혜는 꼬리를 내린다. 이제 타작의 시간이었다. 게임 앞에서는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세민이의 손가락 앞에 이마를 들이밀자니 용기가 없었던 그녀는, 친구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너네…ㅠ_ㅠ 오늘 밤 꼭 즐길 수 있기를… 흑흑. 나 먼저 갈게…" 그리곤 용기 내어 이마를 들이밀었다. 친구들은 아들을 먼 길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심정이라도 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빠악!!!" 아주 둔탁하고 묵직한 소리가 펜션 전체에 울려 퍼졌다. 준혁이랑 아리, 정혜는 타이어가 터질 때 나는 소리에, 또 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곤 일제히 시선은 효진이에게로 향했다. 효진이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서 정혜와 아리가 뛰어가 몸을 부축하고, 방에 데려가 눕힌다. 세민이는 역시 위대했다. 세민이는 자신의 손가락에 느껴지는 그 감칠맛이 일품이라며 오히려 한방으로 적을 쓰러트렸다는 듯, 뿌듯해하고 있었다.

 아리와 정혜, 그리고 준혁이는 세민이를 무찌르기 위해 이번에는 출전할 것을 원했다. 이제는 왕중왕전 형식이었다. 공정함을 위해 준혁과 정혜가 대결하고, 세민과 아리가 대결한 후, 이긴 사람들끼리 한판 더 붙어 최종으로 승리한 1인자가 때릴 사람을 선택해 파워 땡콩을 날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준혁과 정혜부터 시작했다. 선 공격은 준혁이다.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3×8!" "27! 아악!!" 허무하게도 준혁이의 손쉬운 승리로 끝이 났다. 그래서 이젠 세민이와 아리가 대결을 펼친다. 효진이를 쓰러트렸다는 이유로 아리는 스스로 우선권을 가졌다.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4×8!" "32!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5×6!!" "30!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7×9!" "63!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9×9!!" "81!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7×6!" "42!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6×8!!" "38!!……" 세민이의 승리였다. 아리는 세민이를 막지 못했음에 더욱 죄인이 된 것 같았다. 이제 준혁이랑 세민이의 대결이 펼쳐졌다. 물 한잔 마시고, 땀까지 흘려가며, 눈빛싸움으로 기선제압이 시작된다. 결승전답게 선제공격은 가위 바위 보로 결정했다. 아뿔싸, 세민이가 이겼다. 준혁의 동공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세민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로 게임을 시작해버린다.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6×6!!" "36!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8×9!" "72!!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6×9!" "64… 아니!! 54!!…" 어이없는 준혁의 실수였다. 그리하여 결승치고는 허무하게 세민이에게로 승리가 넘어가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세민이가 자신의 빡 샷을 받을 자를 선택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세민이는 신중히 고려했다. 그리고는 준혁이로 결정했다. 차마, 아리랑 정혜는 남자가 때리기엔 너무 연약한 여자였기 때문에 자비를 베푼 것이다. 준혁은 모든 일을 예상했다는 듯, 사극에서 주인공이 할법한 이야기를 재밌게 응용해 아리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내 죽음에 슬퍼하지 말거라."

 그리고는 조용히 손가락 앞에 이마를 대었다. 그 순간, "빠아악!!!" 이번에는 맑고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준혁은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점차 눈이 풀려져 갔다. 그래도 효진이처럼 부축당해 가지는 않았다. 스스로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몸을 뉘였다. 아리는 그 모습을 보고 슬퍼하다가, 이왕 이리 된 거라면 '세민이에게 멋지게 복수해주리라.'라고 생각을 먹은 듯, 세민이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임 종목은 노래 점수내기로 바꾸었다. 펜션에 노래방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던 터라, 선택한 종목이었다. 노래를 잘 부르진 않아도 자신은 있었던 자신이었기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래 선곡이 중요해졌다. 아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인 가수 린의 [사랑.. 다 거짓말]이라는 노래를 예약했고, 세민이는 정혜도 옆에 있었기 때문에 정혜도 좋아하면서도, 자신도 잘 불러대던 가수 [M. C THE MAX]의 ‘그 남잔 말야’라는 노래로 예약을 끝마쳤다. 이제 노래가 시작된다. 아리는 약간 긴장한 것 같았다. 마이크를 쥔 아리의 손에 땀이 묻어난다. “우리가 함께 걷던 길에 너무도 다정했던 그대가~ 아직 그대로 미소 지으며 서 있을 것만 같아요. 둘이 발 맞춰 걷던 길 위엔 어느새 내 쓸쓸한 걸음만 혼자 비처럼 내리는 눈물을 맞고 있죠!~ 이제 우린 끝인가요.” 아리의 고운 음색이 은은하게 펜션 전체로 퍼져 나갔다. 예상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세민이도, 정혜도 빠져 들고 있었다. 아리는 잠들어버린 준혁이에게 바치는 사랑의 세레나데와 같이 불렀다. 아리의 노래가 끝이 난다. 정혜는 감탄하며 물개박수를 쳤다. 점수는! 98점이었다. 세민이는 긴장했다. 그런데 세민이는 그동안 노래연습도 많이 해왔었다. 정혜에게 들려주기 위해 집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해도 노래연습은 꼭 하루에 1시간 씩 해왔기에 그래서 자연스러운 포즈로 노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바람 부는 이런 날엔 넌 어디서 뭘 하는지~ 오늘 따라 오늘 따라 궁금해~ 너무 쉽게 잊혀 지면 흩날리는 저 꽃잎처럼 그 거리에 널 부르며 서 있어 미치도록 널 사랑한 남자가 있었어.… 그 남잔 말야~ 아직도 네 추억에 살아.” 정혜도, 아리도 깜짝 놀랐다. 얼마나 노래 연습을 했던지, 세민이의 노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 있었다. 고음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었고, 바이브레이션도 자연스럽게 주무를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아리는 조용히 생각했다. ‘아… 이번에는 내가 방으로 들어가 잘 차례구나.’라고 말이다. 그 생각보다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왜… 세민이에게 덤볐을까.’하는 후회스러움이었다. 이윽고 세민이의 노래가 끝이 나고, 아리는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제발… 98점 아래로 나오게 해주세요.…“ 두근거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세민이 편이었다. 공부라는 면에 있어서는 하늘이 효진이와 정혜편이라면, 게임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하늘은 열정적으로 세민이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는 100점이었다. 정혜도, 아리도, 그리고 노래를 부른 당사자인 세민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리는 말없이 조용히 세민이에게 다가가 이마를 갖다 대었다. 이번에도 자비를 베풀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더 이상의 자비는 베풀지 않았다. 세민이의 손가락은 정확히 아리의 이마를 강타했다. “빠아악!!!” 아무리 연습해도 나오지 않을 강한 손가락 스윙이 신기한 듯이 쳐다보던 정혜도, ‘빠아악’하는 소리에 아리를 쳐다보았다. 아리는 그대로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듯했다. 이로써 정혜는 본의 아니게 세민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얻었다. 아리마저 방으로 데려가 안전하게 눕혀놓고, 정혜는 밖으로 나왔다. 세민이는 정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녀와 대화를 나눈다. “여보야~ 내 손가락 쓰담쓰담 해줘.” 정혜는 헛웃음이 났다. 다른 이들이 모두 쓰러져 누워있는 마당에, 쓰담쓰담이라고 표현하는 세민이가 너무하다 싶기도 했지만, 사랑은 콩깍지가 쓰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빛을 발휘했다. 정혜는 한편으로는 세민이가 귀여워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하하. 뭐 쓰담?! 여보야. 지금 다 쓰러진 상황에 쓰담이라니!” "그래두~~ 해줘. 빨리~" "으이긍 알았어~ 아이 우리 세민이 착하댜~ 쓰담쓰담~" "고마워~ 나 쓰담쓰담하면서 머리 쓰다듬는 거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 기분 좋네? 근데 우리 잠시 밖에 나갈까?" "응? 어디? 여기 길도 모르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아~ 아직 8시밖에 안됐는데 뭘. 나가자!" "응! 나 우리 여보만 믿는다! 나가쟈" "응!! 나만 믿고 따라와." 모두가 순순히 잠든(?)… 아니 잠들게 된 틈을 타 세민이랑 정혜는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는 걸 세민이도, 정혜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빠져나온 둘은 상주의 이모저모를 구경해보고, 눈앞에 펼쳐진 밤바다를 구경도 해보았으며, 지나가다가 길거리음식을 보면서 먹기도 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여보야~ 아~해봐~ 내가 맛있는 거 넣어줄게." "응? 뭔데? 무슨 음식이야?" "번데기~ 하나씩 콕콕 찍어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단 말이야. 아~ 해봐." "으악! 나 번데기 완전 싫어해; 맛없어. 번데기" 그러자 정혜는 토라진다. 줄곧 자신이 주는 음식은 잘 먹어왔던 세민이에게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뾰로통해지며 말했다. "치… 나 펜션으로 들어갈 거야." "왜 그래 여보야 나 진짜 저 번데기 못 먹겠어서 그래… 날 살리는 셈치고 봐주면 안 될까? 대신 내가 선물 줄게~" "응? 선물? 무슨 선물인데?" "음~ 일단 봐준다고 나랑 약속해~ 흥~" "응응!! 약속할게~ 알려주세요. 우리 여보씽" "그럼 나 따라와~ 좀 있다가 도착하면 알려줄게." 정혜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세민이다. 정혜는 의아했다. 여기는 처음 와 본 지역인데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세민이가 낮부터 계획했던 것이었다. 때는 사진 찍으러 바닷가에 가자는 말이 나와서 바닷가로 갔을 저녁때였다. 그때 바닷가에서 경치가 좋은 곳을 봐두었고, 거기에 벤치도 설치되어져 있다는 것 또한 확인했다.

 그래서 세민이는 그때부터 정혜와의 단독 데이트를 펼칠 순간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당시 날이 그리 어둡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민이가 봐둔 그 포인트에서는 밤바다 풍경도 바라볼 수 있었고, 등대가 좋은 위치에 세워져 있어서 사진을 찍기에도 괜찮은 곳이었다. 그래서 어떡하면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 계획을 세우던 도중에, 우연하게도 준혁이가 파워 땡콩을 걸고 게임을 하자고 추진해주는 바람에 이 모든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참을 걸어, 둘은 그 벤치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슬며시 앉아서 야경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와~ 경치 좋다. 여보야, 이런 곳은 또 언제 봐뒀데? 난 못 봤었는데~" "내가 여보랑 데이트하고 싶어서 물색하던 도중에 발견한 곳이었어~ 경치 좋지?" "웅!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야겠어. 등대도 되게 예쁘고, 바닷가 풍경도 예쁘다." 정혜가 말을 하던 도중에 세민이는 슬며시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선물 준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던지 정혜가 다시 물으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여보야~ 그나저나 선물은 어떤 선물이얌?" 세민이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선물을 공개했다. O. S. T에서 그녀를 위해 이니셜을 새긴 커플 시계였다. 비록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세민이가 시계 선물을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제 수능 날까지 시간 아껴가며 열심히 공부하자.'라는 뜻도 있었고, '나랑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우리 지금처럼 함께하자.'는 뜻도 포함 되어 있었다. 세민이는 정혜의 손목에 시계를 채워주었다. 정혜는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여보야… 고마워 … 정말. 난 여보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지 몰랐어. 안 그래도 시계가 필요해서 엄마한테 말씀드리려 했었거든… 그리고 커플로 뭔가 하고 싶었는데… 정말 고마워 흑…" 정혜의 눈에서는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민이도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 세민이는 정혜를 꼬옥 안아준다. 그러면서 감동스러운 말을 전한다.

 "여보야… 이렇게 좋은 날 울고 그래 왜~ 울지 마… 그리고 나도 여보랑 사귀기로 했던 그날 이후로 여보가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도 보고, 날 좋아해주는 모습들도 느껴보면서 꼭 시계 선물해 주고 싶었어. 그리고 내가 그동안 사랑한다는 애정표현도 잘 못했어… 그래서 앞으로는 자주 표현할 테니까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사랑해. 진심으로…" 정혜는 많은 감정이 복받쳐 오르고, 남자 친구인 세민이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겹쳐지면서 더 펑펑 울었다. 세민이에게 뭐라도 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세민이의 품에 안겨 눈물만 흘렸다.

 한편, 효진이와 준혁이가 깨어났다. 준혁은 일어나자마자 아리가 보고 싶었던지, 그녀들이 자고 있는 방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아리가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던 터라, 자는 모습조차 설레도록 예뻐 보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분한 준혁. 그래서 세민이에게 복수를 펼치고자 계획을 세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내일 아침 다시 버스 타기 전에 다시 한 번 바닷가에 들려 그대로 물에 빠트릴 계획을 세운다. 겨울인데… 아리까지 당한 것이 더욱 분했기 때문에, 아리를 위해서라도 결단코 복수하겠다고 생각하며 칼을 갈기 시작한다. 그런 생각 중에 아리가 깨어나, 준혁이에게로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아리의 이마는 퉁퉁 부어 준혁의 마음을 아프게 함과 동시에 복수의 칼날을 더욱 세차게 갈게 되는 비극을 불러 온다.

 "자기야~~ 나 이마 아파" 아리의 이마를 보자니 자기가 더 마음이 아팠던지 준혁은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많이 아팠겠다.… 어떡해… 감히 세민이 이 시키가 내 자기를 후려?" 이렇게 말밖에 해줄 수 없는 준혁이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아리는 괜찮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근데 진짜 세민이 걔 손가락 힘 장난 아니게 세… 나 맞자마자 그대로 다리까지 힘이 풀렸었어…" "난 참 세민이가 신기해. 손가락에 말뚝이라도 박았는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정말 수를 썼다면… 전쟁일지어다. " "그… 그러지마. 그러다가 또 맞으면 어떡해; 손가락 하나로 벽돌도 부실 것 같은데?" "아냐. 난 지지 않아. 이 생키의 비밀을 밝혀내겠어. 호…혹시 그 손가락만 의족은 아니겠지?!" 그 말에 아리는 웃다가 뒤로 벌렁 넘어져버린다. 아프다기보다 쪽팔리단 것이 더 컸던 아리는 일어나기가 싫었다. 차라리 그대로 다시 기절하기를 바랐다. 준혁이가 귀여운 듯이 바라보더니 손을 내밀어준다. 그리고는 귓속말로 이렇게 말한다.

 "자기는… 넘어질 때도 왜 그렇게 예뻐?" 어련하실까… 콩깍지가 씌어도, 씌어도 깊게 씌어버린 너희들을 누가 말릴 수 있으랴. 같은 시각, 준혁과 아리가 깨어나 복수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여전히 그 벤치에 앉아 서로의 품에 안겨 있는 세민과 정혜이다. 한참을 안겨있으면서 울음을 겨우 멈출 수 있었던 정혜는, 이제 그의 품이 너무나도 포근해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안겨 있다가 더 깊은 밤이 찾아오고 나서야 품에서 떨어져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세민이는 정혜에게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 으이그. 많이도 운다~ 그 예쁜 얼굴 퉁퉁 붓게…" 그러자 민망한 듯이 웃으며 대답한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해~ 여보야, 시계 고마워~ 시계만 보면 여보 얼굴 떠오르겠당" 그에 씨익 웃어넘기는 세민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밤바다의 경치와 등대의 조화를 보며 감상에 젖었다. 이대로 오늘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던지 내일 버스가 일시 중단되어주기를 등대를 보며 생각하기도 했다. 점점 더 깊어져만 가는 상주에서의 밤 자락에 위험할까봐 벤치에서 일어서는 세민이랑 정혜. 다시 펜션으로 돌아가던 길에 정혜는 아까 하려다 하지 못했던 말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보야~ 나한테 선물하려고 시계를 꺼냈을 때… 나 그거 보고 정말 나는 운이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어. 나를 이렇게 아껴주는 여보한테 항상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고 그래… 잘하는 것도 많이 없고, 요리 잘하는 여자들처럼 요리로 여보의 입을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정말 더 사랑할게. 갑자기 내가… 잠시 한눈팔았을 때, 그때도 그냥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넘어갔었어. 그런 나를 다시 받아준 여보한테 정말 고마웠고,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그런 일로 여보한테 상처를 주는 그런 내가 되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우리에게 이제껏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항상 내가 기분 나빠할 때나 뾰로통하게 있을 때나, 슬퍼할 때나 기뻐할 때나 여보는 항상 내 옆에서 항상 나를 위로해주고, 슬퍼할 때 같이 슬퍼해주고, 기쁠 때는 나 더 기쁘라고 축하해주고 그랬었어. 나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어도 여보랑 결혼까지 해서 평생 함께 사랑하고 싶어.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사랑해.”

 “난 오히려 항상 여보한테 미안했어. 내가 항상 잘해주지 못하고 놓쳤던 부분은 없었는지 최대한 생각하려고 했었거든. 그런데 내가 조금 전에 선물했던 커플 시계가 마음에 든다고 해줘서 다행이야. 사실 내가 예뻐 보이는 것으로 샀던 거라서… 나도 지금 너무 떨려서 무슨 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어. 평생 함께 사랑하자는 말 들으니까 나 너무 행복하다. 사실, 저번에 여보가 다른 남자한테 잠시 눈길을 줬을 때, 나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여보한테 화낼까봐 그때도 그 남자애만 때려주고 그냥 말없이 지나쳐갔던 거야. 난 내 여자 친구한테 화내는 거 못하겠더라고… 우리가 처음 사귀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정말 여보만 바라봤어. 앞으로도 여보만 바라볼 거니까… 우리 평생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자” 길을 걸으면서도 사뭇 진지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세민이랑 정혜다. 둘은 더 이상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고, 사랑하고 있는데 그 어떤 말이 필요하랴. 이제 앞으로는 정말 아무런 아픔 없이 잘 사귀어서 예쁜 사랑만 해주기를 바라는 바다. 둘은 그렇게 또 다시 한참을 걸었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펜션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펜션에 있는 준혁과 아리는 점점 늦어지는 세민이랑 정혜가 서서히 걱정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들어서는 세민이랑 정혜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복수하겠다는 계획은 싹 잊어버린 채 이렇게 외친다.

 “오~ 너희 어디 갔다 와~?” 그러자 세민이랑 정혜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좋은데 갔다 왔는데? 어딘지 너희는 모를 거야. 그치 여보야~” 그러자 “웅!”이라고 대답을 하며 대화를 끝내려 하는데… 그때였다. 이제야 정신이 좀 차려지는지 효진이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아… 내가 진짜 그래도 18년째 살면서 있잖아. 세민이 너처럼 땡콩으로 사람을 픽픽 쓰러지게 만드는 녀석도 처음 봐 -0- 솔직히 말해봐. 야, 손가락에 뭐 철심이라도 박았어? 아 아직도 아려; 으;” 그 말에 모든 시선은 세민에게로 쏠린다. “철심은 무슨 ㅋㅋ; 손가락 힘이 타고난 거겠지. 앞으로 까불면 손가락으로 응징할 줄 알아. 이년아.” 대화를 마치고 피곤했던지 펜션으로 들어가 씻고 자려하는 세민과 정혜. 하긴 피곤할 법도 하다. 정혜는 어찌나 눈물이 그렇게 많은지 펑펑 울었고, 세민이 역시나, 선물을 멋지게 전해줘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긴장감과 로맨스 정신에 전해주고 나니까 긴장이 풀렸으니 잠이 오는 거야 뭐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아쉬운 것은 세민이의 손가락 한방에 쓰러졌던 준혁과 아리, 효진이는 이제 일어나서 활발히 놀려고 하는데, 세민이랑 정혜는 들어가서 자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놀자고 꼭 자야겠느냐고 앙탈부리듯이 준혁이가 이야기하지만, 세민이가 손가락을 이마에 가져다대자 찍소리도 못하고 다시 밖으로 도망치듯 나오는 준혁이었다.

 그래서 이제 잠 좀 자볼까 하고 그들이 자려는 찰나, 정혜의 폰으로 톡 한통이 날아온다. 밤늦은 시간에 톡이 날아올 곳이라고는 아리, 세민, 부모님뿐이었으므로 잘 자라는 톡이겠지 싶어 확인하지 않으려는데, 또 한통 더 날아온다. 그래서 정혜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졸린 눈으로 톡을 확인하는데, 바로 담임선생님이셨다. 그렇다면 그 톡은… 역시나 성적에 관련된 톡이었다. 그래서 순식간에 정혜는 잠이 달아났다. 그러나 도저히 심장이 떨려서 톡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옆에서는 그 사실을 모르는 세민이가 눕자마자 많이 피곤했던 듯이 코까지 곯아대며 잠들어 있었다. 정혜는 여행을 출발할 때… 효진이가 웃고 넘기기 위해 했던 말이었지만, 그래도 진심인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부산에 갔을 때처럼 성적을 알려주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노라.”라고 했던 말을… 그래서 정혜는 선생님으로부터 톡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여러모로 상황 상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자신의 이번 기말고사 성적을 보기 위해 여러 번의 심호흡을 했다. ‘후우… 후우…’ 그리고는 눈을 찔끔 감은 채 톡을 클릭하고는 버튼을 눌러 폰 액정화면을 꺼버렸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시험이 끝나서 나온 성적표라고 하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의 내신 성적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쳐다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또 한 번 심호흡으로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마음을 굳게 먹었던지 정혜는 휴대폰을 켜서 톡을 들여다보았다. 한줄 성적표로 나온 것을 찍어 보내주신 듯했다.

 성적표를 볼 때 무엇보다 떨리는 것은 자신의 등수를 볼 때가 가장 떨린다. 그래서 정혜는 천천히 과목별 점수를 보더니, 이윽고 반 등수를 보았다. 정혜의 눈에서는 또 다시 붉은 기운이 맴돌더니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1등을 해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일까 아니면, 생각보다 성적이 저조하게 나와서 실망한 실망의 눈물일까. 정혜의 성적은 아래와 같았다. 그랬다. 정혜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도 오죽 기쁘셨으면 밤늦은 시간에 정혜에게 성적을 톡으로 보내 주었겠는가. 정혜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오로지 노력하는 자세로 이루어낸 인간승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법한 성적으로 쾌거를 이루어내었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얼마나 기뻐하셨던지 장문의 톡을 보내주셨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정혜를 울렸던 것은 성적도 한몫했겠지만, 그것보다도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진심이 가슴을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기에 그 감사함에 뜨거운 눈물로 답을 대신 보내듯 했다. 그러나 정혜는 울면서도 다시 효진이랑 사이가 안 좋아질까 봐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성적을 잘 받고 못 받고는 내가 이 사람을 싫어한다고 해서 성적을 싫어한다는 사람보다 잘 받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평소 수업태도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도 정혜는 효진이랑 다시 어색해지는 것이 싫었고, 그 이유가 특히나 성적으로 인한 것이라면 더욱 더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밤을 샐 것처럼 웃고 떠들며,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효진이를 비롯한 세민이와 정혜에게는 이 사실을 숨기고, 나중에 자연스레 성적이 나왔을 때, 자신도 그때 본 척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남자 친구 세민이라고 할지라도 완전한 비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숨겨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로써 정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자신이 원했던 것을 하나하나 일루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혜는 오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정혜는 방에서 조용히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추억에 젖어 들어갔다. 수학을 어려워했던 그때, ‘지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는 과연, 수학시험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을까?’ 또 ‘효진이랑 내가 다시 친해지지 않았더라면… 국어와 문학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등 많은 추억에 젖어들었다. 오늘 정혜는 한 가지를 더 깨닫게 된다. [어떤 것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교훈을 말이다. 이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점점 상주에서의 2박 3일도 마지막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밤을 샐 것만 같았던 밖의 그들도 어느 순간 조용해진 것을 보아 하니 자는 것 같았다. 그제야 정혜는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달빛이 은은하게 땅을 비추고 있었다. 정혜에게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달빛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둠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 밝은 빛을 내며, 정혜를 감싸 안으려고 하는 것만 같다. 정혜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부모님이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달을 통해 비춰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끝내 그녀는 오늘 잠을 이루지 못했다. 험난한 내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것일까?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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