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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20장.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그곳에서」
작성일 : 19-10-01 05:30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1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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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장.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그곳에서」

 

 그들이 한참을 걸어 향한 곳은 카페도, 하늘 병원도, 아이스크림 가게도 아니었다. 풋풋한 학생 커플이라는 것을 인증이라도 하듯, 그들이 찾은 첫 번째 데이트 장소는 스티커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자세로 커플 포즈를 취했다. 키스를 하는 자세도 취했고, 함께 껴안은 자세도 취했다. 이 모든 추억을 5,000원이라는 돈을 내며 사진으로 얻어갈 수 있었다. 정혜는 세민이 몰래 그 사진 뒤편에다 “세민과 정혜, 17살 동갑내기의 예쁜 사랑을 위해…”라고 적어두었다. 그리고는 그 사진을 세민이의 교복 주머니 속으로 넣고는 그를 쳐다본다.

 세민이에게도 여자 친구와 함께 스티커사진 가게에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여자 친구를 사귄 것 자체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정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여보야, 나 여보가 첫사랑이다.”라고. 그것은 정혜 역시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정혜도 세민이의 귀에다 속삭였다. “나도 여보가 첫사랑이야.” 세민이는 괜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정혜에게 앙증맞게 말한다. “정말이야? 정말이지?! 나 첫사랑인 거 맞지?” 그러자 정혜도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리고 곧, 둘은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누가 볼세라 윙크를 날린다. 그러면서 장소를 옮긴다.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어디로 갈 것인지를 말이다. 그들이 또 다시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동전 노래방이었다. 정혜는 얼마 전 세민이에게 따로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난 남자 친구 노래 듣고 싶은데.”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세민이는 그 이야기를 잊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노래 연습장으로 들어갔다. 정혜는 웃으면서 물어본다. “여보야~ 자신 있어?”라고. 그러자 세민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자신은 없어~ 그런데 여보한테 불러줄 노래라면 자신 없어도 자신 있게 불러주고 싶었어!”

 역시나 세민이도 멋진 놈이다. 여자 친구에게 선뜻 자신의 노래를 불러준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민이는 정혜를 향해 용기를 내었다. 그래서 정혜는 표는 내지 않았지만, 세민이의 용기에 내심 감동을 깊게 받았다. 세민이는 발라드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발라드를 찾더니 예약을 누른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 목이 타들어 가는지 긴장한 자세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목을 정리한다. 그리고는 시작을 누른다. 노래는 가수 [M. C THE MAX]의 ‘그 남잔 말야’라는 노래다. 결코 쉽지 않은 곡이다. 선곡을 잘못한 듯하다.… 그러나 아직 세민의 실력을 모르니까 잘 할 것이라 생각하고, 침착하기로 한다. 음이 흘러나오고, 감정을 몰입하던 세민은 드디어 노래 가사를 읊조린다. “바람 부는 이런 날엔 넌 어디서 뭘 하는지~♪♬” 정혜도 긴장한 투로 듣는데, 어라? 잘 부른다. 고음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정혜도 세민이가 더 멋져 보이기 시작한다.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혜 입장에서는 노래 부르는 모습마저도 멋진 세민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세민이는 1절을 끝마치고 부끄러운 듯, 심호흡을 다시 정리했다. 정혜는 마치 사랑 표라도 그릴 것 같은 눈망울로, 세민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다음은 자신이 불러야 하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가보다. 2절이 시작되고, 다시 감정을 실어 노래하는 세민. 애절함만은 가수를 뺨친다. “혼자 걷는 밤거리가 이렇게나 쓸쓸한지~♪♬” 애절함만은 1절보다 더 하다.

 1절보다 더 높은 고음이 있었지만, 세민이는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잘 끝냈다. 정혜는 물개박수를 쳤다. 세민이는 자신의 노래가 끝난 후, 자연스레 정혜에게로 노래방 예약하는 기계를 넘겨주었다. 불러달라는 세민이의 간곡한 청이 담긴 손짓에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혜는 고심하다가 [아이유]의 ‘너의 의미 (Feat. 김창완)’라는 노래를 예약했다. 그리고는 세민이랑 마찬가지로 막상 부르려니 속이 타들어 가는지 물을 한잔 마시더니 곧 시작했다. 반주가 시작되고 음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정혜.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나릇한 정혜의 목소리가 아이유와 잘 어울리는 목소리이다.

 정혜의 노래를 천천히 음미하던 세민이는 가사의 의미도 생각했다. 자신은 정혜에게 모든 부분이 큰 의미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곡이었기 때문에, 세민이 역시나 정혜를 쳐다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노래 부르는 정혜의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미소를 띠지 않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1절을 마친 정혜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목이 많이 타들어 가는가 보다. 정혜는 최대한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샤랄라’하게 노래를 부른다고 불렀는데 세민이는 그런 모습마저 귀여운지, 계속 정혜를 주시했다. 사실 정혜는 동전 노래방이 처음이었다. 첫 사랑과 함께 첫 노래방에 태어나서 처음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러 가본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더 떨렸다. 얼굴의 양쪽 볼이 연지곤지라도 바른 것처럼 붉어졌다. 2절의 반주가 시작되었다. 정혜는 마치 가사로서 세민이에게 무슨 뜻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정혜는 노래를 부른다. "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목소리가 예쁘다. 세민이는 그런 매력적인 목소리에 또 한 번 반한 것 같았다. 노래가 절정을 지나 끝으로 가면 갈수록 정혜의 목소리는 더욱 떨렸다. 왜일까? 이유는 단순했다. 세민이가 정혜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정혜는 계속 심장이 끝없이 요동쳤다.

 노래가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세민이가 곧 그 정적을 깨고, 정혜에게 말을 걸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여보야. 노래 잘하네~? 우리 여보 목소리도 좋고~ 나 반했어.", "응? 부끄러워~ 그러지마. 나 처음 노래 불러보는데…?", "응! 처음 부른 건데 그 정도면 잘하는 건데?…", "고마워. 여보도 되게 잘했어. 나 여보 목소리도 좋았어. 그리고 나, 가수 [MC THE MAX] 노래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았어?", "응? 나도 [MC THE MAX] 좋아해서 그냥 부른 건데?", "아 정말? 이 가수 노래 힘든데, 그래도 잘 소화해냈다. 잘했어.", "응! 고마워 사랑해." 1,000원에 네 곡을 부를 수 있던 터라 1곡씩을 더 부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혜부터 도전했다. 신곡보다 예전 노래를 좋아하는 정혜는, 고전 노래(?)를 많이 들었나 보다. [화요비]라는 가수의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라는 노래를 예약했다. 이 곡은 2004년 07월에 가수 화요비가 4집 Soul Saver이라는 앨범에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곡이었다. 당시 인기가 굉장했던 곡이다. 높은 듯 하면서도, 애절한 화요비의 구슬픈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곡이다. 처음 부른 곡에서 칭찬을 받은 정혜는, 자신감이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래서 더욱 용기를 내어 노래를 불렀다. "어지러워진 마루 위에 웅크린 채로 내 몸을 감싸고~ 지킬 수 없는 약속들만이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어요~ 이별이 올 줄 알았다면 좀 더 그대의 가슴 깊이 안길 텐데~ Missing you!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 보아요~ 하나하나 그 때를~ 가만히~ 떠올려~"

 처음 불렀던 노래보다 더 실력이 늘어있었다. 자신감이 생긴 덕인가 보다. 그래서 세민이는 정혜가 부르는 노래에 흠뻑 빠졌다. 설상가상 화요비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내기까지 하는 정혜를 바라보는 세민이의 가슴도 점점 떨려오고 있었다. 서로가 부르는 진심이 담긴 노래를 듣고 있으니, 더욱 감동스러운가 보다. 정혜는 노래를 부르면서 세민이를 슬며시 쳐다본다. 세민이를 정말 좋아하고 이제 정말 그가 없이는 살 수가 없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더 발전되어 간다. 정혜의 노래가 끝나고, 답례로 세민이도 노래를 한다. 세민이는 인기곡을 좋아했다. 그래서 기계로 [Best 인기곡]이라는 항목을 클릭했다. 그리고는 [izi]라는 가수가 부른 "응급실"이라는 곡을 예약하더니 또 다시 목이 타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시작 버튼을 누른다. 낯익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감정을 몰입하는 세민이다. "후회~ 하고 있어요. 우리~ 다투던 그날~ 괜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자고 말을 해버린 거야~ 금방 볼 줄 알았어. 날 찾길 바래왔어~ 허나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식조차 없어~♬♪" 정혜가 화요비의 목소리와 닮았다면, izi의 목소리와 닮은 세민이는 구구절절하게 노래를 불러가기 시작했다. 마치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분위기로 노래를 불렀다. 세민이 역시 처음 부른 노래를 정혜의 칭찬 덕분에, 자신감이 충만해졌던지 점차 발전되어 갔다. 물론, 연우신이라 불리는 가수 [김연우씨] 정도는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첫 곡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세민이의 노래도 끝이 났다. 동전 노래방은 특성상 공간이 좁아서, 커플이 같이 있으면 서로를 향한 마음 때문에 후끈거린다는 장점이 있었다. 정혜와 세민이도 마찬가지였다. 정혜는 마이크를 제자리에 꽂으려 하다가 발을 헛디뎠는데, 세민이랑 밀착했다. 더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그 심장 소리가 세민이에게 들릴까봐 너무 떨렸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세민이도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서로 너무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정혜가 자신도 모르게 세민이에게 키스를 했다. 반면, 갑작스러운 정혜의 키스를 받은 세민이는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런데 자신도 정혜와 키스를 하고 싶어 했었기 때문에, 이내 자세를 바꿔서 정혜의 허리를 끌어안고, 더 진한 키스로 세민이가 리드해나갔다. 노래방 창문 밖으로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수군거릴 수도 있지만, 그런 시선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가 당장 지금 활활 타오르는 감정을 느껴서 참지를 못하는 상황에서, 시선 따위가 중요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노래가 끝났으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나가달라고 말씀하실까봐, 동전 500원 짜리 2개를 몰래 동전 투입구에 넣고, 네 곡을 연장하는 세민이었다.

 그들의 키스는 10분이 넘어가도록 계속 되었다. 마치 화요비의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라는 노래를 키스를 하기 위해 불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정혜의 열기가 뜨거웠다. 물론 세민의 열기도 뜨거웠지만, 정혜의 열기가 훨씬 압도적이었다. 특히나 교복을 입고 키스를 하던 터라, 그들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생겨났지만, 정혜와 세민은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슬며시 입술을 떼는 정혜다. 그리고는 세민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야… 미안해… 나 여보랑 너무 키스가 하고 싶었어."라고. 그러자 세민이가 부끄러워하면서 대답했다. "뭘~ 나도 사실… 정말 하고 싶었는데?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정혜는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것을 느꼈던 것인지 잠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약간 어색해졌다. 세민이는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준혁이가 평소 끊임없이 혼잣말로 불러대던 [Bobby Kim]이라는 가수가 부른 '사랑 그 놈'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은 준혁이가 18번곡처럼 부르는 곡인데, 하도 중얼거리며 많이 불러서, 세민이도 익숙해졌던 노래였기 때문에 곧잘 불렀다.

 이윽고 세민이의 노래가 끝났지만, 정혜는 노래를 할 수가 없었다. 점점 더 떨렸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꼭 오늘 큰일을 치룰 것만 같았다. 여기서 큰일이라 함은, 세민이랑 놀다가 통금시간을 어기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린다. 그래서 더는 동전노래방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세민이에게 말했다. "저기… 여보야~ 나 나가고 싶은데… 너무 떨려서 도저히 노래방에 못 있겠어.…" 그러자 세민이도 동감한다는 듯, 정혜에게 공감하며 말했다. "응. 그럼 나갈까? 나도 사실 마찬가지야… 심장이 너무 많이 뛰어서… 그리고 뛰는 이유가 여보 때문인데… 아. 씨… 오늘따라 왜 더 예쁜 건데… 일단 여기서 나가자."라고. 그러면서 정혜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이끈다. 정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따라 나선다. 그리고는 또 다시 길을 걷는다. 서로의 더 뜨거워져만 가는 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말없이 걸어도 너무 행복했다. 그런 그들을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어두운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아름답게 빛을 낸다. 그리고 어두울 때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해 빛을 비추어주는 가로등도, 그들의 행복한 데이트를 축하하는 것처럼, 더욱 더 밝고 선명하게 그들을 비추었다. 그때 시간은 오후 8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혜는 까먹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교실에 책가방과 교과서들을 모두 두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효진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효진이도 양반은 못 되는가보다.

 때마침 정혜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정혜는 폰을 열어 확인해보니 효진이었다. 그래서 지체 없이 받았다. 효진이는 걱정하는 투로 물었다. "정혜야, 어딘데? 아까 저녁 먹으러 나갔던 애가 왜 지금까지 학교에 안 오면 어떡해."라고. 그때서야 까먹고 있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 맞아! 내 가방!! 그리고 너도 나 기다리고 있었지?! 깜빡 잊고 있었어.… 나 어떡하지?… 미안해 정말."라고. 효진이는 사실 너무나도 화가 났다. 물론, 기다릴 때는 공부를 하면서 기다렸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지만, 어딜 가면 어디 간다고 연락이라도 해줬다면,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걱정을 하게끔 한 정혜의 태도에 더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효진이는 짜증났던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혜는 정말 효진이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다시 효진이랑 어색해지는 사이가 될까봐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그리하여 세민이에게 말했다. "여보야, 내 가방이랑 교과서도 학교에 있고, 효진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내가 정말 깜빡해서 그런데, 학교에 가서 가방부터 가지고 나오면 안 될까? 효진이한테 사과도 할 겸.…" 그렇게 말하면서도 깜빡한 자신이 한없이 미워진다.

 그러자 세민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어. 그런 일 가지고 왜 속상해하고 그래~ 괜찮아~ 너무 속상해하지마. 효진이도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던 거일거야. 그럼 다시 학교로 가자. 내가 택시 잡아볼게." 다행히 근처에 택시들이 많이 서 있었다. 그래서 택시에게로 달려가는 세민과 정혜. 사실 세민의 책가방도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같이 가야만 했다. 택시를 탄 세민이와 정혜는 기사님께 말씀드린다.

 "기사님, 저희 용일고등학교로 빨리 좀 가주세요. 죄송합니다. 급하게 가야 되어 가지구요. 부탁드릴게요." 그러자 기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부탁은 무슨~ 택시로서 손님이 빨리 가자 그러는데 빨리 가줘야지. 대신 안전띠부터 착용해." 그 말씀에 바로 안전띠를 착용한다. 뒷좌석에 타지만 빨리 가야 해서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님의 생각이셨다.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하신 기사님께서는, 규정 속도를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름길을 이용해서 용일고등학교로 달려가 주셨다. 그랬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학교로 들어설 수 있었다. 1학년 반들 중에는 정혜네 반만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래서 더 미안함을 느꼈던 세민이랑 정혜는, 전력질주를 해서 반으로 들어섰다. 효진이는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래서 표정도 싸늘했다. 정혜는 슬그머니 효진이 옆으로 다가가서, 옆구리를 쿡 찌르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효진아… 화… 많이 났어?"라고.

 그때서야 효진이는 정혜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건데? 저녁 먹으러 나갔던 네가 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톡을 해도 답도 없고, 전화도 없는데, 그럼 걱정도 안하고, 화도 안 나겠어?" 그 말을 듣고 더 미안해지는 정혜다. 반에는 효진이 말고도 국사트리오가 함께 남아 국사 공부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정혜는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1분 정도 그렇게 있었을까… 효진이는 정혜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사실 나도 너무 화가 나고, 걱정도 돼서 그런 거야. 이번이 마지막이다! 앞으로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절교할 줄 알아라! 어디 갈 때는 친구가 기다리겠다 싶으면 말을 하고 가는 게 맞는 것이잖아!"라고. 그러면서 옅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효진이다. 그래서 정혜도 조금이나마 미안함이 덜어진다. 그리고 효진이에게 말했다. "웅 ㅠ_ㅠ 정말 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할게! 사과 받아줘서 고마워." 이로써 국사트리오, 정혜, 세민, 효진이는 다 같이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늦은 시간이라 집에 가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효진이,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정혜와 세민이, 오로지 국사 공부할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국사트리오. 그들은 같이 걸어가다가, 각자 집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에 어느 지점이 되어서는 각자의 집 방향으로 흩어진다. 그래서 다시 세민이랑 정혜만이 함께 느티나무 숲속으로 가기 위해 울타리를 함께 지나친다. 그리고 점점 정혜의 집 앞에 도착해간다. 먼저, 아리네 집이 보인다. 그런데 아리는 병원에 있다. 다시금 그런 아리에게 빨리 낫길 바란다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드리며, 지나친다. 이윽고, 정혜의 집 앞에 도착했다. 세민이는 아쉬웠다. 그리고 오늘 함께 있어줘서 고맙기도 했지만, 강력한 땡콩으로 말미암아 쓰러지게 했던 점이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오늘 함께 있어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야."라고. 정혜는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대답한다.

 "뭐가~ 아니야! 그리고 학교에서 땡콩을 맞은 이유는 우리가 게임을 시작해서 그 룰이 그랬는데 뭘~ 그리고! 난 오늘 여보랑 했던 것들 중에 '키스'가 가장 행복했어. 나도 사랑해! 헤헷~"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그녀였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연인관계를 끝내고 헤어지지 않는 한, 단지 하루가 지나감에 있어서 찾아오는 헤어짐 정도는 괜찮다. 정혜는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창문으로 세민이에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외쳤다. 세민이는 그제야 집으로 향한다. 세민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그녀 '정혜'와의 키스가 계속 떠오른다. 노래를 부르러 들어갔던 동전 노래방에서 그녀와 뜨겁게 키스를 나누다니.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운치 아닌 운치가 있었던 것만 같기도 하다.

 그가 집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미소를 띠우며, 정혜네 집 방향으로 한 번 더 쳐다본다. 달빛이 아름답게 비치고, 가로등이 마치 그 달빛을 향해 내리쬐는 것과 같은 낭만적인 그 곳에, 아리의 남자 준혁이가 서 있었던 것처럼, 정혜의 남자인 세민이도. 멋진 포즈를 잡고, 그녀가 사는 방향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쳐 흐르는 그 곳에 서 있었다.

 시간은 흘렀다. 준혁이랑 아리는, 재활치료가 끝나고 무사히 퇴원했고, 밤낮으로(?) 공부에 몰두하던 정혜와 세민(?), 그리고 효진이와 지수는 기말고사를 치른다. 노력했던 만큼, 성적은 나오는 법이다. 오늘은 바로 그 대망의 기말고사 시험 성적이 나오는 날이다. 1등은 평균 [98.16점]으로 그대로 효진이가 지켜냈다. 그런데 2등부터가 확연히 뒤바뀌었다. 2등은 평균 [97.35점]으로, 놀랍게도 정혜가 차지했다. 그리고 1등인 효진이와의 평균 성적 차이는 불과 1점도 채 벌어지지 않았다. 반에서 또 다시 1등을 했다는 효진이는 전교에서도 드디어 1등을 거머쥐었고, 그 뒤를 이어 반에서 단번에 2등으로 뛰어올라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한 정혜는 전교에서 2등을 하는 쾌거를 이룬다. 그리고 그 소식은 아리와 준혁이에게도 전해지고, 전교생들에게 전해졌으며, 정혜의 부모님에게도 담임선생님을 통해 전해졌다. 정혜네 부모님께서는 너무나도 높은 성적에 입이 떡 벌어지신 채로 한참동안을 담임선생님 말씀을 듣기만 하셨다. 이것이 바로 노력에 대한 결과였다.

 분명, 노력하면 그 결과는 아름다운 법이다. 그런데 노력을 하지 않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령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한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뒤이어 발표되었다. 시험 친 총 13과목의 과목들 중에 기술가정, 수학, 윤리, 도덕, 세계사 이렇게 5과목은 효진이가 과목별 1등을 해서 성적 우수상을 받는 반면, 국어, 문학, 사회, 국사, 영어 이렇게 5과목은 정혜가 과목별 1등을 거머쥐어 성적 우수상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곧, 효진이와 정혜의 평균 성적 차이가 정말 '1점미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이 발표된 다음 날, 준혁과 아리는 학교로 다시 등교한다. 아리네 반에서는 아리를, 준혁이네 반에서는 준혁이를 환영하며, 그동안 입원했던 일들을 잊을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모두들 그렇게 성장해간다.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더욱 더 깊이 성장할 것이다. 시간은 수없이 빨리 흘러갔다. 계절이 바뀌고, 등굣길을 밝혀주는 새들의 종류가 바뀌었으며, 그들이 듣는 수업을 통해 배운 진도가 책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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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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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장. 사랑과 공부의 공통점」 2019 / 10 / 1 232 0 10533   
24 「24장. 사랑은 다시 되돌아오는 거야.」 2019 / 10 / 1 273 0 14189   
23 「23장. 사랑하는 마음은 쉽게 변치 않는다.」 2019 / 10 / 1 243 0 5953   
22 「22장.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 남는 것은…?」 2019 / 10 / 1 241 0 10031   
21 「21장. 새로운 시작과 만남.」 2019 / 10 / 1 248 0 11753   
20 「20장.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그곳에… 2019 / 10 / 1 272 0 10374   
19 「19장. 아픈 만큼 더 깊어져 가는 사랑.」 2019 / 10 / 1 264 0 13362   
18 「18장. 그와 그녀가 함께해서 행복한.」 2019 / 10 / 1 251 0 10272   
17 「17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와 그녀」 2019 / 10 / 1 250 0 9846   
16 「16장. 시험기간의 달달한 사랑이란 이런 걸… 2019 / 10 / 1 267 0 17651   
15 「15장. 그들에게 찾아온 힘든 시련.」 2019 / 10 / 1 276 0 8138   
14 「14장. 노력은 사랑도, 공부도 쟁취한다.」 2019 / 10 / 1 242 0 9389   
13 「13장. 틈틈이 키워가는 두 커플의 사랑」 2019 / 10 / 1 235 0 16632   
12 「12장. 서로를 믿을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 2019 / 10 / 1 271 0 7323   
11 「11장. 서로에 대한 믿음이 주는 행복」 2019 / 10 / 1 252 0 6773   
10 「10장,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2019 / 10 / 1 268 0 10935   
9 「9장.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음」 2019 / 10 / 1 252 0 17539   
8 「8장.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2019 / 10 / 1 269 0 3842   
7 「7장. 조금은 가까워진 그들」 2019 / 10 / 1 250 0 13379   
6 「6장. 그들의 사랑도 이루어질까요?」 2019 / 10 / 1 265 0 11079   
5 「5장. 꽃은 기분을 좋게 한다.」 2019 / 10 / 1 259 0 9926   
4 「4장. 서로를 향한 믿음이란 이런 것일까.」 2019 / 10 / 1 246 0 4591   
3 「3장, 그녀와의 첫 데이트는?」 2019 / 10 / 1 242 0 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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