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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18장. 그와 그녀가 함께해서 행복한.」
작성일 : 19-10-01 05:29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1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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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장. 그와 그녀가 함께해서 행복한.」

 

 세민이는 새벽 2시가 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짐했던 것과 같이 정혜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일명 "Photo Love Story"라는 것을 만들고 있었다. 자신이 정혜를 처음 만나던 날부터 시작해서, 만나서 처음 대화했던 순간, 사귀기 시작했던 날에 이어 지금 이렇게 포토 러브 스토리를 만드는 순간까지 가졌던 모든 감정과 정혜를 생각했던 마음을 책자에 싣고 있었다. 수작업으로 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컴퓨터로 전문 사이트에 들어가 포토 북으로 만들어질 표지스타일부터 책 종이까지 다 꼼꼼하게 파악하고, 선택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세민이는 캐리커처를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정혜가 자신의 폰으로 찍은 사진들 중에 가장 예쁜 사진으로, 한 장을 골라서 정성껏 스케치북에 밑그림을 그렸다. 세민이는 이제껏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잘하는 점들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부끄러운 성격 때문이었다. 열심히 그렸다. 그려놓고도 좀 아니다 싶으면 찢고 다시 그리기도 했다. 그 결과 예쁘게 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떼어내서 끝을 정리한 후 둘둘 말고 노란색 리본으로 나비모양 매듭을 지었다. 포토 스케치북도 평소 한글 문서로, 정혜를 만났을 때마다 자신의 느낌과 기분을 표현해놓고 저장해두었기 때문에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가격은 25,000원이었다. 결제를 했다. 내일 만들 작업이 들어가면 만드는 건 금방 만드니까, 내일 바로 택배를 통해 출발시키겠다고 사이트상에 떠있었다. 그 문구를 확인하고서야, 세민이도 침대에 누웠다. 그때 시각이 바로 새벽 2시였다. 침대에 누운 세민이는 정혜가 감동을 받고, 행복해할 생각에 너무나도 심장이 뛰었다. 커플 티셔츠까지 선물해준 고마운 그녀에게 이 정도 쯤의 이벤트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행복한 세민의 모습은 곧, 잠에 든 세민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세민이도, 정혜도 무슨 꿈을 꾸는지 활짝 웃고 있었다. 서로의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깊어가던 어둠도 끝없이 어두워질 줄로만 알았는데, 새벽으로 바뀌면서 온 세상이 다시 환해져 가고 있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새벽을 깨우고, 곤히 잠든 태양을 쓰다듬을 때쯤이 되어서야, 완전히 세상은 밝아졌다. 잠에 취해있던 새들이 아침을 알리는 듯, 느티나무 숲속에서 지저귄다. 정혜가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전에 느티나무 숲속을 걸으며, 정기를 받았던 그녀였기 때문에, 또 다시 그 정기를 받고 싶었던 정혜는 느티나무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까치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정혜는 자신에게 무엇인가 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듯,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날씨가 변덕을 부리지 않아서 포근한 날씨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기상이 시시각각 변한다. 그래서 그 영향을 정혜가 사는 동네에서도 받는다. 느티나무 숲을 돌아다니던 정혜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씻고 교복을 챙겨 입었다. 보통 교복을 입을 때쯤 세민에게서 모닝콜이 오기 마련인데, 오늘따라 오지 않아서 정혜는 걱정한다. 세민이는 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 2시에 잤던 것 때문인지 곤히 자고 있었다. 그래서 정혜는 오늘은 자신이 세민이를 깨워서 데려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랬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빨리 준비를 마쳤다. 책가방을 들고, 부모님께 학교 갔다 오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대문 밖으로 나선 정혜는 바로 세민이네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전화도 5통씩이나 했다. 1번만 더 해보고 그래도 받지 않으면 세민이네 집으로 전화를 걸겠다고 다짐한 정혜는, 한 번 더 세민이에게 전화를 건다.

 그때였다. 받았다. "여보…세…요." 잠에 많이 취해 있었던지, 목소리도 잠에 절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마저 귀여웠던지, 정혜는 이렇게 대답한다. "여보야~~ 일어나, 일어나~" 그러자 그때서야 정혜가 전화했다는 걸 안 세민이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응~ 일어날게 이제."라고 대답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정혜는 놀래켜 주기 위해, 지금 데리러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빨리 씻구 학교로 와."라고. 그 말을 듣고, 세민이는 "알았어! 금방 갈게. 기다려줘."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세민이는, 빠른 속도로 준비했다. 양치질을 하면서 한손으로는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다 감고 나서 양치질도 끝내고, 세수를 하면서 한손으로는 수건을 집어 들었다. 늦잠을 많이 자봤다는 고수만이 가능할법한 스킬을 세민이도 척척해내었다. 그러더니 교복도 순식간에 입는다. 책가방이야 전날 다 준비해두었기 때문에, 교복을 다 입고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교복을 다 입은 세민이는 이제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앞에는 정혜가 서 있었다. 세민이는 정혜를 발견하고, 어제보다 더 예쁘게 꾸미고 온 정혜를 보며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정혜는 세민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여보의 선물이야." 그 말 너무나도 달달했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자신의 여자 친구라는 사실에 뭔가 모를 자신감도 생기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예쁜 선물 잘 받을게." 둘은 학교를 향해 걸어간다. 한편, 준혁이랑 아리도 일어났다. 오늘은 의사 선생님께 현재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앞으로 얼마간의 입원이 더 필요할 것 같은지에 대해 설명을 듣는 날이었기 때문에, 긴장해서였는지 저절로 눈이 떠졌던 둘이였다. 9시에 설명을 듣기로 했던지라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께서도 일찍부터 병원으로 출발하셨다. 그때였다. 사고를 냈던 우석도 기사님도 아리와 준혁이의 병문안을 왔다. 준혁이랑 아리가 좋아할 법한 맛있는 빵들과 우유 2개를 사서 들르셨다. 그리고는 준혁이랑 아리를 보며 말씀하셨다.

 "준혁아, 아리야. 몸은 좀 어떠니?" 그러자 준혁과 아리는 "아,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아저씨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기사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냐. 감사하기는. 항상 너희들한테 미안해… 내가 앞만 잘 봤어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을 텐데…" 정말 미안하신 듯 표정이 어두워지셨다. 기사님께서는 출근시간이 다가와서 오래계시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회사로 가셨다. "꼭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아저씨가 출근시간이 다가와서, 출근했다가 저녁에 한 번 더 들를게." 그렇게 회사로 가시고, 준혁이와 아리는 빵을 먹으며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줄여나가고 있었다. 정혜와 세민이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쯤, 준혁이랑 아리네 부모님께서도 병원에 도착하셨고, 양측 부모님께서는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시간이 흘러 9시가 되었다. 준혁이와 아리, 그리고 부모님들께서 의사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인사를 주고받은 후,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먼저 상태를 말씀하시기 전에 의사선생님께서는 준혁이랑 아리에게 웃음을 띠시며 말씀하셨다. “의사 선생님이 너희도 함께 부르니까 놀랐지? 긴장될 거야. 그치?” 그러자 준혁과 아리도 찔렸던지 이렇게 말씀드렸다. “네. 걱정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의사선생님께서는 그제야 상태 진찰 결과를 말씀해주셨다. “준혁이네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릴게요. 좌측 어깨뼈랑 다리뼈에 금이 갔던 준혁이의 모습은 최근에 X-Ray를 다시 찍은 걸로 봤을 때 다행히 많이 좋아졌네요. 1주일 정도 더 시간을 두고, 그 이후에는 재활 치료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네요. 이제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준혁이네 부모님과 준혁이는 의사선생님께 연거푸 고맙다는 말씀을 전달했다. 다음으로는 아리네 부모님을 쳐다보시며 말씀하셨다. “아리는 좌측 팔 인대가 손상되어서 봉합하는 수술을 했었죠? 아리도 마찬가지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네요. 대신, 뼈를 다친 것보다 인대는 그 치료기간을 오히려 더 오래 잡아야 되거든요? 그래서 2주에서 3주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준혁이처럼 재활치료를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리네 부모님께서는 기뻐하시며, 그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다. 의사선생님께서도 준혁이와 아리에게 “너희들이 치료를 잘 받고, 그래서 다른 환자들에 비해 더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고, 치료에 집중해서 퇴원도 하고 학교도 다시 가야지. 그치?”

 그 말씀을 듣고 준혁이랑 아리도 의사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감사합니다. 의사선생님. 오늘따라 선생님이 더 잘 생겨 보여요. 걱정 많이 했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치료에 좀 더 집중하고 노력할게요.”라고. 그러자 의사선생님께서도 고맙다고 말씀하시고는 양측 부모님께 이제 다시 병실로 가보셔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다시 병실로 돌아가는 준혁이네와 아리네. 오늘처럼 기쁜 날이 또 있을까. 준혁이랑 아리는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피곤하실 텐데 집으로 돌아가셨다가 저녁에 오셔도 되요.”라고. 그 말씀을 듣고 양측 부모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준혁아, 아리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그리고 이제 너희도 다 컸네. 의젓하게 그런 말도 다 할 줄도 알고. 그래, 그럼 아빠랑 엄마는 집에 갔다가 저녁에 올 테니까 푹 쉬고 있어라.” 그렇게 댁으로 돌아가셨다. 준혁이는 아리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아리에게 말했다. “축하해, 자기야. 인대 많이 나았잖아.” 그러자 아리의 대답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응~ 고마워. 자기도 많이 좋아졌다던데 축하해. 오늘 굉장히 기분이 좋은 날이야. 우리 잠시 매점갈래?”, “응? 빵도 많이 남았잖아. 매점은 왜?”, “아~ 갑자기 초코 우유가 먹고 싶어서 그래~”. “알았어. 초코우유 하니까 갑자기 나도 먹고 싶다. 매점 가자.”, “웅! 초코우유사서 야외휴게실 가자.”, “응!!” 아리와 준혁은 매점으로 가는 중에 이 기쁜 사실을 세민이랑 정혜에게도 알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던지 조용히 톡을 보낸다.

 1교시 수업을 받고 있던 세민과 정혜는 그 톡을 보지 못했다. 정혜는 휴대폰을 꺼두고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세민이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정혜의 집중력은 가히 최강이었다. 요약도 하면서 필기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시험기간에 돌입한 후 180도로 태도가 변한 정혜에게 선생님들께서도 기대를 하셨다. 계기가 생긴 아이들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정혜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중에는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목적으로 바뀌겠지만 우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일념 하나만 해도 충분히 성적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정혜는 정말 미친 듯이 공부에 집중했다. 그런 정혜를 보며 친구지만 1등자리를 뺏길까봐 염려하기도 하는 효진이가 생길 정도로 정혜는 열심히 했다. 사랑하는 세민이랑 데이트를 할 때의 정혜와는 또 다른 냉정한 모습이었다. 정혜는 아직 2주 정도의 시험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국어랑 수학, 영어 세과목을 거의 완벽히 마스터했을 정도로, 떠오르는 차기의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었다. 설명을 들었다고 해서 ‘천천히 보더라도 알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것을 정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설명을 듣고 알게 되자마자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던 정혜였다.

 1교시가 끝나고, 2교시가 되고, 2교시가 끝나고, 또 3교시가 되고, 4교시에 이르기까지 정혜는 쉬는 시간도 쉬지 않고 무려 4시간을 공부에 쏟아 부었다. 오히려 그런 정혜가 지칠까봐 걱정해주시는 담임선생님이었다. 정혜가 잠시 숨을 돌리며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되어서였다. 오전 9시 20분 쯤, 아리로부터 온 톡을 이제야 확인했다. 내용은 이랬다. “정혜야~ 나 의사선생님한테 진찰 받으러 갔는데 많이 좋아져서 이제 2주정도 더 경과를 지켜보고 재활치료를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말도 들었지렁~ 그래서 기분 날아갈 것 같아서 너한테도 말해주는 거야.” 정혜도 그 톡을 보고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었던 터라, 바로 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리가 전화를 받자 말을 쏟아 부었다. “아리야! 축하해~ 정말 축하해. 이제 2주 동안 몸 관리 잘해서 빨리 재활치료 받고 학교로 다시 와!” 그러자 아리도 말했다. “응!! 꼭 그럴게. 병원에 오래 있으니까 너무 갑갑해서 안 되겠어.” 아리와 정혜는 마치 옆에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조곤조곤하게 통화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서는 이 사실을 담임선생님께도 알려드렸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준혁이도 세민이에게 톡을 했었던 터라, 준혁이네 담임선생님께서도 특히 기뻐하셨다. 오히려 준혁이네 담임선생님보다도 국어와 문학 담당 선생님들께서 더욱 “정말 다행이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다. 진지하게 국어에 접근하는 준혁이의 모습을 다시 볼 생각에 더 기쁘신 것 같았다. 정혜는 점심시간에는 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세민이네 반으로 향한다. 세민이는 피곤했던지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정혜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반장이 세민이를 깨우며 이렇게 말했다. “야. 네꺼 또 왔다. 아… 또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인가. 이런 젠장…” 그래서 정혜를 보는 세민이는 이내 활짝 웃으며 정혜에게 말했다.

 “여보야~ 오늘 또 왔네? 요즘 자주 온다? 나 행복하게~”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세민이네 반 친구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세민이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혜는 세민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보고 싶은데 어떡해, 그럼…” 그래서 세민이도 말한다. "나랑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네?" 어쩜 한마디 한마디가 저토록 닭살스러울 수 있는지… 그래서 더 참고 듣다가는 쓰러질 것 같은지 세민이네 반 친구들은, 자신들의 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반으로, 화장실로, 쫓겨나가듯 옮겨가야만 했다. 정혜는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둘만의 시간을 위해 오히려 더 애교수위를 높였다. "여보야~ 우리 뽀뽀할까?" 그러자 행동파인 세민이의 입술이 먼저 정혜의 볼에 다가갔고, 쪽 소리를 냄으로써 꿋꿋이 남아있던 세민이네 반 반장마저 다른 자리로 피해 도망갔다. 작전성공이었다. 세민이네 반에서 단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세민이와 정혜는 오늘따라 더욱 로맨틱하게 대화를 나눈다. 아마 어제의 감동이 채 사라지지 않아서였나 보다. "여보야, 나 여보가 선물로 준 커플 티, 교복 안에 입고 왔다? 보여줄까?", "아 정말? 신기하네. 우리 텔레파시 통했나봐. 나도 입고 왔는데?", "오. 그래? 아무도 없는데 교복 상의 벗고 커플 티 입은 거, 인증 샷 찍을까, 그럼?", "응! 빨리 벗어 여보야." 상의를 벗었더니 알록달록한 커플 티가 드러난다. 그래서 누가 오기 전에, 빨리 인증 샷을 찍는다. 뽀뽀하는 인증 샷도 찍는데, 이때 세민이가 "화보가 따로 없네."라며, 쓸데없는 자화자찬을 내뱉는다. 그러고 나서는 교복을 빨리 다시 입는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5분전까지도 정혜는 세민이네 반에서 세민이에게 안겨있다.

 준혁이와 아리보다… 닭살이 더 많다. 아리는 이 둘을 이어주면서, 호랑이 새끼를 키워낸 격이다. 세민이는 정혜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랑해. 우리 여보야.", "내가 그 광고에나 나오는 사랑받는 여자인거네? 나 행복해.", "앞으로 더 사랑받을 텐데? 벌써 행복하면 어떡해.", "음~ 그땐 더 행복하지 뭐." 점심시간이여, 빨리 지나가버려라… 오늘따라 로맨스 수위가 더 강한 터라 시간도 더 빠르게 흘러간다. 자신들의 반을 강제로 점령당한 아이들이 점심시간이 끝나가자, 정혜를 끌어내기 위해 한꺼번에 반으로 들어선다. 이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세민이는, 정혜가 안전할 수 있도록 정혜네 반까지 데려다 준다. 정혜는 반으로 돌아온 후, 5교시 준비를 한다. 5교시는 국어다. 이제 정혜도 나름 자신감이 붙었다. 준혁이보다는 못하겠지만 문장과, 문단의 이해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국어선생님께서는 정혜에게 질문하셨다. "정혜야, 이번 문단의 뜻으로 알맞은 말이 뭐라고 생각하니?" 그러자, 정혜는 자신 있게 말했다. 정확한 뜻을 집어내었다. "예. 선생님. 춘향이에 대한 이몽룡의 애절함을 뜻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박수를 쳐주시며 맞는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 했던 특별훈련 이후로 큰 성과를 낸 정혜가 선생님께서는 예뻐 보이셨다. 그래서 정혜에게 말씀하셨다.

 "오. 많이 늘었네?" 라고. 그 말씀에 기분이 더욱 업그레이드되는 정혜다. 5교시 수업이 끝나도록 끊임없이 질문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알 때까지 질문하는 스타일이 정혜인지라 한번 질문하기 시작하면 선생님들께서도 긴장하셔야 할 정도로 여러 각도를 통해 물어보기에 진땀을 빼는 경우가 많았다. 5교시가 끝나고, 6교시에도 정혜는 계속 집중했다. 계속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혜는 완전히 공부에 맛들린 것 같았다. 공부할 때는 세민이조차 말걸 수 없을 정도다. 6교시는 세계사 시간이다. 역시나 국사트리오는 국어시간까지도 졸더니 세계사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일어난다. 그런 모습이 웃겼던지 정혜는 웃어보였다. 국사트리오는, 자신들을 보며 웃는 정혜에게 조그마한 지우개를 던졌다. 끊임없이 집중하는 정혜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얄미운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일으킨 작은 난동이었다.

 세계사 시간에는 다소 특별한 수행평가가 진행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공책을 꺼내서 세계지도를 그린다.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경계선을 정확히 긋고 어디가 어딘지를 표시하고, 다 그린 사람은 공책을 들고 선생님에게로 와서 조용히 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기다릴 수 있도록. 단! 점수는 20점 만점으로 내일 반장을 통해 공개하도록 하겠다. 컨닝을 하거나 짝지랑 잡담하면 무조건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0점 처리한다. 휴대폰과 세계사 책은 모두 앞으로 낼 수 있도록!" 엄격하게 진행되었다. 제한 시간은 25분이었다. 생각치도 못한 수행평가 내용에 당황스러워 했고, 그것은 효진이랑 정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 틈에, 효진이랑 정혜도 최선을 다한다. 과연 이번에도 정혜는 단연 만점을 받을 것인가 아닌가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것은 정혜는 평소, 세계 지도를 많이 봐왔고, 시험범위에도 포함되던 페이지라 유심하게 봐왔다는 점이었다. 효진이도 정혜도 세계지도는 98% 정확하게 그렸다. 단지, 둘다 그림 실력이 좀 부족했던 터라 예쁘게 못 그린 것에 2%가 깎인 것이다. 정혜는 신중히 생각했다.

 그리고는 어디까지가 아시아이며, 아프리카인지, 그리고 5대양 6대주는 어디인지, 표시해나갔다. 20분쯤 흘렀을 때, 효진이와 정혜는 동시에 선생님께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둘 다 동시에 공책을 제출하고, 번호와 이름을 말씀드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점수도 혹여나 보이지 않게끔 공책검사가 끝나고 공책을 다시 각자에게 전달한 후 들어가라고 한 이후에야 표시했다. 세계사도 수능시험에서 사회탐구를 응시할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보고 넘길 과목이 아니었다. 정혜랑 효진이의 검사가 끝나고, 25분 째가 되자 학생들이 너도 나도 검사를 받으러 선생님에게로 다가갔고, 선생님께서는 꼼꼼히 검사하시며, 모두의 점수를 체크 판에 체크하시고는 수행평가를 끝내셨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건 효진이와 정혜, 국사트리오 중에 만점이 존재할 것이라는 친구들의 수군거림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는 이제 내일 나올 것이니, 다시 수업에 집중하는 효진과 아리는 친구이지만 팽팽한 신경전이 느껴질 정도였다.

 급속도로 에이스로 급부상한 정혜의 승리냐, 줄곧 1등이라는 왕좌를 지켜낸 효진이의 승리냐에, 모든 아이들의 관심도 쏠려있는 듯했다. 세계사 수업이 끝이 나고, 정혜는 효진이랑 약속한 대로 같이 공부하기 위해 효진의 옆자리로 이동했다. 수업시간 내내 집중한 정혜를 위해 효진이는 "잠시 운동장에 가서 바깥 공기를 마시고 올래?"라고 제안했고, 정혜는 "응! 매점에 가서 빵 하나 먹고 오자."라고 하며 매점으로 향했다. 싱그러웠던 아침의 향기는 온데간데없고, 점점 저녁이 되어가는 붉은 노을만이 세상을 노르스름하게 비추고 있었다. 가는 길에 세민이에게 톡하는 정혜. "여보야. 내일 아침에 봐~ 조심해서 집에 가고, 공부 열심히 해! 사랑해." 그러자 세민이에게 답장이 날아온다. "응!! 여보도 너무 늦게까지 하진 말고, 적당히 하다가 어둡다싶으면 집에 가서 해."라고. 그렇게 톡을 끝낸 후, 빵을 사서 먹으며 생각하는 정혜. '오늘은 국사랑 기술ㆍ가정 공부하면 되겠다.'라고. 노을이 붉게 물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까맣게 변해갔다. 그러나 정혜는 지치지 않았다. 단지, 좀 더 좋은 성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일 뿐이며, 이러한 희생이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완전히 지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자신만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다. 밤이 깊어져 가면 깊어져 갈수록, 효진이랑 아리는 생각했던 대로 공부에 전념했다.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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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장. 사랑은 다시 되돌아오는 거야.」 2019 / 10 / 1 273 0 14189   
23 「23장. 사랑하는 마음은 쉽게 변치 않는다.」 2019 / 10 / 1 243 0 5953   
22 「22장.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 남는 것은…?」 2019 / 10 / 1 241 0 10031   
21 「21장. 새로운 시작과 만남.」 2019 / 10 / 1 248 0 11753   
20 「20장.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그곳에… 2019 / 10 / 1 271 0 10374   
19 「19장. 아픈 만큼 더 깊어져 가는 사랑.」 2019 / 10 / 1 264 0 13362   
18 「18장. 그와 그녀가 함께해서 행복한.」 2019 / 10 / 1 251 0 10272   
17 「17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와 그녀」 2019 / 10 / 1 250 0 9846   
16 「16장. 시험기간의 달달한 사랑이란 이런 걸… 2019 / 10 / 1 267 0 17651   
15 「15장. 그들에게 찾아온 힘든 시련.」 2019 / 10 / 1 276 0 8138   
14 「14장. 노력은 사랑도, 공부도 쟁취한다.」 2019 / 10 / 1 242 0 9389   
13 「13장. 틈틈이 키워가는 두 커플의 사랑」 2019 / 10 / 1 235 0 16632   
12 「12장. 서로를 믿을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 2019 / 10 / 1 271 0 7323   
11 「11장. 서로에 대한 믿음이 주는 행복」 2019 / 10 / 1 252 0 6773   
10 「10장,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2019 / 10 / 1 267 0 10935   
9 「9장.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음」 2019 / 10 / 1 252 0 17539   
8 「8장.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2019 / 10 / 1 268 0 3842   
7 「7장. 조금은 가까워진 그들」 2019 / 10 / 1 250 0 13379   
6 「6장. 그들의 사랑도 이루어질까요?」 2019 / 10 / 1 265 0 11079   
5 「5장. 꽃은 기분을 좋게 한다.」 2019 / 10 / 1 259 0 9926   
4 「4장. 서로를 향한 믿음이란 이런 것일까.」 2019 / 10 / 1 246 0 4591   
3 「3장, 그녀와의 첫 데이트는?」 2019 / 10 / 1 240 0 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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