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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13장. 틈틈이 키워가는 두 커플의 사랑」
작성일 : 19-10-01 05:25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16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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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장. 틈틈이 키워가는 두 커플의 사랑」

 

 뭉게구름이 유난히 하늘을 뒤덮듯 피어오른 아침이다. 아리가 사는 집 주변의 느티나무 숲에서는 곤충들이 줄지어 노래라도 부르는 듯, 숲에서만 들을 수 있는 신비하면서도 장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빠르게 일어나 맑은 공기를 쐬는 정혜. 그녀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침울하고,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어두운 표정이다.

 정혜의 집도 아리네 집이랑 가까웠으므로 느티나무 숲은, 정혜네 집 근처로도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숲속으로 들어섰다. 만화영화에 비유해보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누워서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는 것 같은 분위기의 숲속이다. 그녀가 숲속으로 들어서자, 새들이 반겨주듯 지저귄다. 고요한 숲속에 그녀가 발을 딛자, 모든 관심이 그녀에게로 쏠리듯, 작은 소리 하나마저도 메아리치듯 숲속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녀는 그런 울림의 소리가 왠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뇌가 맑아지는 것만 같은 느티나무 숲속의 공기를, 깊숙히 들여 마셔본다. 사실 정혜의 고민은 시험공부에 대한 불안함이 가장 지배적인 고민이었다. 이번 시험을 잘 쳐야 된다고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더욱 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평소에 받던 성적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받으려면, 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정혜는 시험공부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아니다.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져서 '시험에 나올 문제들만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것이 정혜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에야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정혜의 고민은, 어떻게 보면 스스로가 헤쳐 나가고 이겨나가야 할 학생의 근본에 해당하는 내용인 것이다. [포기하느냐, 열심히 노력하느냐]처럼 2가지 중에 1가지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실정이니 정혜도, 순간적이지만 지쳐 있어서 숲속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심으로서,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한참을 숲속에서 거닐던 정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학교에 갈 시간도 다 되어 가고, 오늘 수업시간 이외에 공부할 부분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책가방을 들쳐 메고 학교로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서는데 앞에 누군가 서 있다. 흠칫 놀라 얼굴을 쳐다봤다. 세민이었다. 세민이는 정혜를 보며 가까이 다가온다. 갑자기 두근두근 거리는 정혜였다. 입술 앞까지 다가오더니 세민이는 말했다. "안녕~ 우리 여보. 잘 잤어?"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지만 애써 참아내려고 했지만, 볼이 발그레해지는 것은 없애고 싶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세민이에게 자신이 떨리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정혜는 그런 세민이가 싫지 않았다. 달달한 기운이 감도는 멋진 남자 친구의 얼굴이 코앞에 있는데, 어찌 싫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정혜는 본능적으로 세민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세민이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슬며시 감는다. 아름다운 정혜와 세민의 가벼운 입맞춤을 축하라도 하는 듯,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로가 눈을 떴을 땐 서로의 얼굴이 눈부시기라도 했던지, 그런 서로를 바라보며 수줍게 웃었다. 이때 정혜가 입을 열었다. "여보야. 오늘도 우리 집 앞으로 와줘서 고마워~" 그러자 세민이가 대답한다. "고마울 것도 많네. 우리 여보는~ 으이그, 이런 걸로 고마워 안 해도 되. 어차피 학교 가는 길 여보랑 같이 가고 싶은데 어떡해. 같이 가는 수밖에." 말도 참 달달하게 한다. 정혜는 그런 세민이에게 소소한 감동을 받았는지 윙크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한다.

 오늘은 학교 가는 아침부터 애정을 표출해댄다. 그러더니 정혜와 세민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학교로 향했다. 전날 밤, 시험공부의 효율성을 위해 6과목의 요점 정리를 끝내고 새벽 2시에 잠들어서 그런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서 약간 지쳐 보이는 정혜에게 세민이는 따뜻한 말을 건넨다. "우리 여보~ 공부하느라 힘들지~? 나보고 힘내!" 그 말을 듣고 화사한 웃음으로 대답해주던 정혜는 이렇게 말했다. "응! 나도 힘낼 테니까 여보도 힘낼 수 있지?" 그러자 세민이는 오히려 자신이 격려 받는 듯 대답했다. "응. 여보가 내 볼에 뽀뽀 한 번 더 해준다면 더 힘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볼에 뽀뽀를 한다. 그 뽀뽀 한 번에 기뻐하는 세민을 보니 소년이기 이전에 쟤도 어쩔 수 없는 남자로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구보다 달달하게 학교에 도착한 정혜와 세민이는 약속대로 점심시간 이외에는 시험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혜도, 세민이도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네 반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 중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다들 열심이다. 걔 중에는 만화책을 보며 키득키득 거리며 웃는 친구도 있지만, 그런 친구에게는 어김없이 반장이 살벌한 말투와 눈빛으로 그만하라는 경고를 보낸다.

 정혜가 들어서자 효진이는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정혜는 효진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감과 그저 현재보다 성적을 높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효진이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엄청난 학구파의 열정을 띄는 정혜가 또 하나의 새로운 라이벌로 느껴지는가 보다. 이렇게 보면 참 1위 자리 지켜내기도 힘든가 보다. 정혜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공부할 과목 교과서를 펼쳐내고, 어제 열심히 간추렸던 요점 정리한 A4용지를 같이 꺼내서 암기하기 시작한다.

 오늘도 정혜는 어제에 이어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이번 시험 성적은 정혜에게로, 모든 관심이 쏠려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정혜는 모르는 부분을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그리고는 몇 개가 되었을 때, 그 동그라미 친 부분들만 따로 적어 누군가에게 물어보러 간다. 선생님께 가는가 보다 했는데 놀라웠던 것은, 정혜는 선생님께 질문하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효진이였다. 효진이는 당혹스러웠다. 정혜도 분명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텐데도 불구하고, 자기에게로 당당히 다가와 질문하는 모습에 가리켜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효진이는 이상했다. 정혜가 나에게로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터였고, 평소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오는 것을 보면서, 정혜에게 친구로서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경쟁심도 있었지만 말이다. 반면 정혜는 효진이가 자신에게 그런 반응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공부에 전념했다. 시험기간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정혜의 모습은 반 친구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정혜는 항상 자신이 공부를 잘한다는 친구들에 비해 뭔가 모자라게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똑같은 과목 시간에 필기를 해도, 공부 잘하는 친구가 한 필기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그런 시선 말이다. 그래서 정혜는 효진이가 내심 많이 부러웠다. 1교시가 시작되었다. 1교시는 문학 시간이었다. 문학은 내용을 잘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용만 잘 이해해도 80%는 먹고 들어간다. 나머지 그 20%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에이스들의 세계에서는 승부가 결정 난다. 정혜의 눈빛은 악에 받친 사람처럼 변했다. 정혜는 문학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해가 될 때까지 읽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수업 하시는 선생님께 손을 들어 질문도 했다. 선생님은 갑자기 정혜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학생의 본분을 다하려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답을 알려주셨다. 1교시에는 시험 치는 범위를 상세히 알려주시고, 시험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 잘 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시험일까지 3주라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시험 전에 또 만나 뵙는 시간이 몇 번 더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조금 더 지식을 쌓고 시험을 다 잘 치길 바란다는 뜻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 말씀을 끝으로 길다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1교시가 끝이 났다. 반장의 인사를 끝으로 쉬는 시간이 되었다. 화장실을 가려하는 정혜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 누군가는 바로 효진이다. 효진이는 정혜에게 말했다. "정혜야, 이야기 좀 할래?" 그러자 정혜는 대답했다. "응응~ 무슨 일인데?" 효진이는 "잠시 바람 쐬러 나가자. 나가서 이야기 해." 그렇게 말하며, 복도로 나서는 효진이. 그녀를 따라 정혜도 나선다. 그리고 걸으면서 둘은 자연스레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슨 일이야, 효진아.", "사실 너한테 사과하고 싶어서…", "응? 무슨 말이야 그게? 사과라니? 나한테 뭐 잘못한 게 있었어?". "아니, 그런 건 없지만 그동안 사실 내가 널 좀 안 좋게 봤었어.", "왜? 뭐 때문에 그랬는데?", "사실은… 이 말 듣고 네가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할게. 세민이랑 너랑 사귀지?… 그런데 나 세민이 좋아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너랑 세민이랑 사귄다는 소리를 듣고, 솔직히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어.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정혜는 그런 효진의 말을 가만히 귀담아 들었다.

 정혜가 아무 말이 없자 효진이는 이어 말했다. "미안해. 괜히 널 싫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문은 금방 전해지니까, 내가 세민이를 좋아한다는 것도 어떤 방면으로든 너도 들어서 알고 있을 줄 알았어.… 그래서 '정혜도 날 싫어하겠구나.' 했는데 나한테 스스럼없이 찾아와서 물어봐주는 네가 고마웠어. 그래서 이렇게 사과하는 거야."라고. 정혜는 효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나 그런 걸로 너 미워해본 적도 없고, 항상 우등생으로서 잘하는 모습이 부럽게만 보였는데?" 이번에는 효진이가 조용했다. 그래서 정혜도 이어 말했다. "난 효진이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오히려 먼저 다가와 주니까 나는 정말 고맙던데?"라고. 효진이는 정혜의 말을 다 듣고 정혜에게 정말 고마워했다. "고마워 정혜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내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기도 하면서 친하게 지내자."라고 정혜에게 말도 전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가서 다시 교실로 들어왔지만, 정혜는 효진이가, 효진이는 정혜가 고마웠다. 정혜는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자기 남자 친구를 좋아하는 친구를 포용하고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혜는 남자 친구인 세민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효진이에게 빼앗길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줌으로서 효진이에게 당당하게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이로써 정혜는 자칫 적이 될 뻔했던 효진이를 자기편으로 만들기도 한 셈이다. 만약 효진이가 다가왔을 때, 그리고 용기 내어 사과하고, 친하게 지내자고 제안했던 것을 정혜가 거절했다면 과연, 정혜와 효진이의 사이는 더 악화되고 그로 인해 편이 갈리고 더 크게 싸우다 절교까지 하게 되는 극단적인 일로 커져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효진이는 정혜가 고마운지 정혜를 향해 쳐다보며 많이 도와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훈훈했던 1교시는 이렇게 끝이 났다. 2교시는 도덕 시간인데 도덕 선생님께서 연수를 받으러 가셨기 때문에, 다른 과목 선생님이 대신 들어오셨고, 자율학습을 시키셨다. 정혜는 부리나케 도덕책과 요점 정리한 공책을 꺼내어 공부를 했다. 처음부터 끌까지 3번 이상 정독을 하고, 반복했다. 효진이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거대한 두 양대 산맥처럼 공부에 집중했다. 효진이는 역시 기술가정 공부를 했다.

 효진이의 공부 스타일은, 자신에게 어려운 과목들부터 해결하고, 쉬운 과목들은 전광석화처럼 외우는 스타일이었고, 정혜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과목들을 먼저 공부해놓고, 어려운 과목들로 차차 넘어가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효진이는 평소부터 예습, 복습을 철저하게 해온 우등생답게 수학, 영어, 국사와 같은 어려워하는 과목들을 먼저 거의 다 복습을 마친 상태였다.

 문제집도 풀지 않았고, 따로 학원에 다니지도 않았다. 오로지 독학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스타일이었다. 학교에 선생님이 계시는데 굳이 왜 학원에 가야 하냐는 스타일의 전형적 공부벌레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반면 정혜는, 교과서도 많이 보지만 혹시 몰라서 예상 문제집도 사서 풀어보기를 끝없이 지속하는 열심히 일해서 겨울을 대비하는 개미와 같은 스타일이었다. 2교시 내내 숨 쉬는 소리와 공책에 써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펜 소리만 교실에 울려 퍼졌다. 그 중에 유난히 돋보이는 정리를 자랑하는 효진이와 정혜는, 마치 시험범위에 대한 모든 내용을 머리에 넣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집중했다. 한편, 세민이네 반은 어떠할까. 세민이네 반은 2교시가 과학 시간이었다. 성 염색체부터 여러 가지 과학 공식들과 내용들은 과학을 싫어하는 문과의 학생들에게는 쥐가 날만큼의 지루한 과목으로 통했고,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이과의 학생들마저도 과학 수업을 듣다보면 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세민이는 그 속에서 졸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여자 친구인 정혜에게 쪽팔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 이유가 전부였다. 대학교 진학을 미리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던 세민이었기에, 당장 할 수 있고, 당장 열심히 해놓는 것에 열중했다. 그러다 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수시나 정시모집을 할 때 자연히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대학교의 폭이 넓게 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민이었다. 열심히 필기했다. 비록 글씨체는 예쁘지 않아도, 자기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세민이도 정혜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 세민이의 공부스타일은 정혜, 효진과 또 달랐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하는 부분도 있었고, 세민이 부모님 중 어머니께서 학원 강사이셨기 때문에, 그래도 모르는 부분들은 어머니께 여쭤보기도 했다. 부디 세민이도 세민이 본인 스스로가 원하는 시험성적이 나오기를 바랄 따름이다. 한편, 시험공부에 열중하는 셋과 달리 준혁과 아리는 다친 상태에도, 서로가 그렇게 좋은지 아침부터 내내 같이 붙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기야, 팔은 좀 어때? 괜찮아?”, “응! 괜찮아. 통 기부수를 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조금 무거워서 그렇지, 괜찮은데? 그나저나 자기는 좀 어때? 어깨랑 다리 많이 아파?”, “아니~ 자기랑 같이 있어서 그런지 하나도 안 아픈 것 같아. 만약 혼자 여기서 이러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아팠을 것 같아. 그만큼 같이 있다는 게 행복하네?”, “치~ 뻥치고 있네! 금이 두 곳이나 갔다는데 안 아프면 그게 사람이야? 신이지~”, “헐… 그럼 자기는 내가 지금 아팠으면 좋겠다는 거야?”, “응?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지. 나도 지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얼마나 행복한 줄 알아?”, “헤헤. 사랑해~ 부모님도 안 계시는데 뽀뽀할까 우리?”, “아이~ 부끄럽게 왜 그래~”, “빨리~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단 말이야.…”, “알았어! 눈 감아봐~” 아리는 주위를 살폈다. 병원이기 때문에 보는 눈이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소문은 급속도로 병원 뿐 아니라, 부모님 귀에도 들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심히 살피던 아리는, 준혁의 얼굴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볼을 습격할 것만 같았는데, 입술을 습격하는 아리의 돌발 키스에 준혁은 놀라서 잠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데 준혁도, 남자다. 그대로 아리와 입술을 더 깊숙이 맞추었다. 마치 달달한 솜사탕을 떼어 먹는 것과 같이 부드럽고, 달콤하며, 황홀한 키스다. 특히나, 부모님 몰래 병원에서 하는 키스라서 그런지 그 전율은 온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사실을 준혁이랑 아리만 알았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약을 지급할 시간이 되어 간호사가 준혁과 아리의 병실로 들어섰다.

 노크를 하고 들어서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대로 돌진하듯 들어섰고, 준혁과 아리가 키스를 하는 모습을 그대로 발견했다. 준혁과 아리는 간호사와 눈이 마주치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이 간호사가 만약 남자 친구라도 있었다면 이해라도 해줄 터였거늘… 모태솔로인데다 혼전 순결주의였다. 그래서 도무지 용서할 수 없다는 냉랭한 분위기로 준혁과 아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준혁과 아리는 슬그머니 잡고 있던 두 손을 놓고 각자의 침대 위로 다소곳이 몸을 뉘였다. 준혁과 아리는 부디 간호사가 부모님들께 말씀드리지만 않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간호사는 약봉지를 놓아두며 이렇게 말했다. 표정은 아주 싸늘해져 있었다. “나 백수미 간호사는, 조금 전 만19세가 넘지 않은 준혁과 아리, 너희 둘의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야 말았어. 어떻게 성인도 되기 전에 그렇게 볼썽사납게…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 그래서 난 그 사실을 너희 부모님께 반드시 말씀 드릴거야. 알겠니?”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더 얼어붙은 준혁과 아리를 보며 덧붙여 말했다. “아 참! 점심밥 꼭 먹고 약을 먹고 있을 수 있도록!” 마치 녹화 음과 같은 전달을 마치고 노려보듯 준혁과 아리를 한 번 더 쳐다보더니 이내 다른 환자들이 있는 병실로 이동했다.

 간호사가 나가고 난 이후에도 준혁과 아리는 한동안 긴장된 상태로 넋을 놓은 것처럼 앞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 긴장된 침묵을 깨버리고 준혁이가 아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제 어쩌면 좋을까?” 아리는 대답이 없었다. 고등학생인 그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 “부모님께 말씀드리겠다.”가 아니겠는가. 아리도 부모님 귀에 그 사실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어떤 끔찍한 형벌(?)에 처해질지 몰라 말문이 막혔나보다. 준혁이는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간호사가 각 환자들에게 약을 전달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10여 분 정도 지났을까. 그 간호사가 병실 앞으로 지나쳐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갑자기 준혁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악!” 간호사는 그 자리에 멈춰 준혁이를 바라보았다. 평소 연기파로 통했던 준혁이기 때문에,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간호사에게 가까이 와주기를 간청하듯 말했다. 그러자 백수미 간호사는 준혁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준혁이에게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였다. 준혁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걱정 되는 일이 있어요. 그게 무엇이냐면, 아까 저희 뽀뽀한 거예요. 부디… 비밀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말을 하는 준혁이를 쏘아보던 백수미 간호사께서는 이내 표정을 온화하게 바꾸며 말했다. “응~ 안 돼.” 그리고는 다시 자기네 자리로 홀연히 사라진다. 준혁이는 절망했다. 그래서 아리도 그 큰 두 눈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준혁이는 그러한 아리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아리에게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하필 걸려도 꼭 저런 못생긴 간호사한테 걸렸네.…” 아리도 말했다. “그러게… 우리 이제 각자 다른 병실로 배치당하는 건 아니겠지?… 난 자기가 옆에 없으면 인대도 더 늦게 나을 것 같단 말이야.”라고. 그렇게 말하는 아리를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짓는 준혁이었다.

 분명 점심밥 먹을 때가 되면, 부모님이 오실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건이 부모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할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 있다면 못생긴 백수미 간호사에게 각종 아부의 말로 생각을 바꾸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서 준혁은 남자답게 다시 한 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리를 위해서, 백수미 간호사 마음을 바꿔보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화장실로 가는 척하며 휴지를 빌리기 위해 백수미 간호사에게로 다가갔다.

 인기척이 느껴졌던 백수미 간호사는 다가오는 준혁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눈초리로 물어보았다. “여긴 웬일이니?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그 말에 준혁이는 대답한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백수미 간호사누나~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부탁드릴게요. 비밀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아픈 몸을 이끌고도 그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자신에게 찾아온 준혁을 보면서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안 돼.” 이렇게 애걸하는 자신의 부탁을 두 번씩이나 거절한 백수미 간호사에게 이젠 악만 남았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만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준혁이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간호사 같으니라고. 그렇게 성격이 나쁘니까 이때까지 남자 친구 한번 못 사귀어본 것이겠지!” 그렇다.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을 전쟁이 강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듯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 말을 듣고 지나가던 간호사들마저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준혁의 얼굴만 쳐다봤다. 준혁은 곧 후회했지만, 이미 쏟아져버린 물을 담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자신의 병실로 다시 돌아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백수미 간호사는 그런 준혁을 향해 소름끼치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앞으로 당분간… 저 녀석의 병실은 내가 관리한다. 아무도 저 병실에 발을 들이지 않도록.” 그 말을 다 들은 이후에야 준혁은 자신의 병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상황을 바꿔보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또 한 번의 거절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야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리에게도 미안했다. 쫓기듯 병실로 들어오는 준혁의 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왜 그러냐고 묻는 아리의 물음에 차마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백수미 간호사는 그런 준혁의 난감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준혁이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단숨에 설명해버렸다. 그럴 리가 없다며 말씀을 하시는 수화기 너머의 준혁이 어머니 목소리는 점점 무섭게 변하고 있었다.

 준혁의 어머니께서는 백수미 간호사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갈게요.” 준혁이 어머니 스타일은 누구보다 보수적인 스타일로, 사실 아리와 사귀는 것조차 ‘성인도 아닌데 어떻게 사귈 수가 있느냐“라고 생각하시며 반대의 입장을 가지는 분이셨다. 그런 어머니께서 백수미 간호사의 설명을 들으셨으니, 분노하심은 물론이요, 사실 확인을 위해 바로 달려오신다고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였다. 백수미 간호사는 준혁이 어머니와의 통화를 끝내고, 준혁이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는 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태풍이 몰려오기 직전에는 무척 평화스럽다. 준혁과 아리는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괜찮을 것이라며 서로를 애써 위로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닥칠 시련은 앞으로가 시작인데 말이다. 그들은 그런 상황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어 보인다. 한없이 공부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붓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어보였다. 정혜는 정혜대로, 세민이는 세민이대로 각자의 방법에 따라 공부만 했다. 특히나 정혜는 필기의 신이라도 된 것만 같이 순식간에 한 과목씩 요점정리를 끝마쳐 갔다. 정혜는 꼭 무슨 일을 낼 것만 같다. 갑자기 180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공부에만 집중하던 정혜는 어느 정도 다 외웠는지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본다. 머리를 식히고 싶나보다. 학교 운동장 너머로 푸른빛이 감도는 산을 본다.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록색 빛은, 눈을 안정시켜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정혜는 눈이 많이 피로하나 보다.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공부에 집중하던 집중력을 산으로 옮겼다. 그렇게 2교시가 끝났다. 쉬는 시간이 되자 효진이가 정혜에게 다가와 슬며시 말을 건넨다.

 “정혜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걱정이라도 있어?” 그러자 정혜가 말했다. “응? 아니야~ 너무 집중했더니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녹색이 눈에 좋다고 그랬던 것 같아서 그냥 쳐다보고 있었어.”라고. 그랬더니 효진이가 말했다. “과한 집중력은 자기 전에 해야 되는 거야~ 그래야 집중하더라도 바로 잘 수 있잖아.” 자신을 걱정해주는 효진이가 고마운 정혜는 이렇게 말한다. “아~ 알았어! 고마워~ 꼭 기억할게.” 말을 끝마치고 나서 볼일이 급했던 것인지 화장실로 뛰어간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교실로 들어갔더니 그새 3교시가 시작되는 종소리가 울린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교실로 들어갔더니 그새 3교시가 시작되는 종소리가 울린다. 정혜의 눈빛은 또 다시 변한다. 시험기간이 아니었다면, 세민이를 보러 갔을법한 그녀이지만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한다. 수업을 위해 선생님께서 들어오신다. 국어 시간이다. 국어는 수학, 과학처럼 공식이 없다는 점에서 쉬워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문장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으로 가장 어려운 과목이 될 수도 있다. 국어는 준혁이가 정말 잘한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정혜도 세민이도 속 시원히 물어볼 상대가 없었다. 특히나, 이야기 속에서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는 부분이 취약한 정혜는 국어가 시험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더욱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칠판에 필기를 하시는 그 틈을 타 효진이가 정혜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효진이 짝지와 정혜 짝지가 서로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순간적인 눈빛 교환으로 손쉽게 자리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효진이를 두고 칭하길, '선생님의 숨소리마저 필기하고 외우는 모범생.'이라고 불리었으니, 그만큼 효진이가 수업시간 도중 자리를 몰래 옮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효진이가 모두의 상상을 깼다. 그리곤 정혜의 옆에 앉아서 정혜가 헷갈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지켜보며 파악하더니, "점심시간에 최대한 정확히 가르쳐줄게."라고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섭게 수업에 집중하는 자세로 되돌아간다. 정혜는 비로소 안심이 되었고, 자신을 도와주려는 효진이가 고마웠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약소하지만 빵과 우유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혜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수업에 집중하는 효진이랑 달리 창밖으로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잠시 햇살과 마주보고 있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라는 글귀는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나 국어를 알려주겠다는 것도 고마웠지만, 반에서 공부로 1등이며, 전교에서도 3등 안에 드는 효진이가 자신의 든든한 우군이 되었으니, 정혜에게 그것보다 고마운 일은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정혜가 한참 창밖을 보며, 세상을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있을 때, 조그마한 분필이 공기 속을 가르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혜의 볼 한가운데 꽂혔다. 따가움에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데, 국어선생님의 매서운 눈빛과 마주하고야 말았다. 국어선생님께서는 조용히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하셨고, 정혜는 두려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갔다. 선생님께서는 정혜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정혜야,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두커니 창문 밖만 쳐다보고 있을 겨를이 있냐?!" 정혜는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손바닥 10대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국어선생님도 최근 정혜가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서 정혜를 좀 더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정혜가 창밖을 쳐다보고 있으니 다시 집중하도록 해보라는 선생님의 교육 방법이었던 것이다. 국어선생님께서는 평소 차별 없기로 소문이 난 분이셨기 때문에, 남달리 정혜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시지는 않았다. 단지, 수업 내용을 질문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질문을 정혜에게 평소 보다 많이 하셨다는 것뿐이었다.

 어떤 질문에는 대답을 척척했지만, 유난히도 "한 문단의 뜻을 파악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어선생님께서도 정혜가 그 부분이 취약하다는 것을 아셨다. 수업 분위기는 열띤 분위기로 흘러갔고, 시험기간 전과 시험기간 중의 수업 분위기는 정말 많이 바뀐다는 것을 선생님께서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50분간의 국어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효진이는 다시 말을 걸었다. "정혜야, 공부하기 힘들지? 우리 잠시 운동장에 가서 바람 좀 쐬자."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그러고 싶었던 정혜는, 흔쾌히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야 좋지~"라고 말이다. 효진이와 정혜는 운동장으로 나와 잠시 걸으며, 좋은 공기를 마시며 머릿속을 상쾌하게 한다. 그러면서, 효진이랑 아리는 조용히 대화했다. "정혜야,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과목이 뭐야?", "난 수학이랑 국어가 힘들어. 특히나 국어는 잘 이해가 안돼서…", "그래? 그렇구나. 난 기술ㆍ가정이랑 세계사가 어렵던데…", "아 그래? 세계사 시간에 대답도 잘하고 그래서 하나도 어려워하지 않는 줄 알았네.", "아냐 아냐… 특히나 세계사의 꽃인 연도랑 일어난 일 외우는 부분은 다 외우고 나면,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야.", "그랬구나. 휴… 나도 국어, 수학 때문에 큰일이야.", "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 점심시간에 나도 최선을 다해서 가르쳐줄게.", "효진아, 고마워 정말…", "에이, 고맙긴 뭐가. 그러면서 나도 복습하는 거지 뭘~" 이로써 대화를 끝내는 정혜는 효진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10분간의 달콤한 쉬는 시간은 어찌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정혜와 효진이도 반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교시는 국사 시간이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국사 트리오' 친구들도 자연스레 일어났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께서는 숙제를 하나 내주신다. 신라가 건국 이후 통일 신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 식으로 A4용지에 5번씩 써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수행평가에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하시니 반 아이들의 원성은 높아져갔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도 그런 숙제를 내신 이유가 있었다. 신라가 통일신라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시험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5번씩 써보면서 자연스레 외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셨다. 그러한 선생님의 깊은 속뜻을 나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이제 풋풋한 고등학생들이 어찌 깨닫기를 바라랴. 그 숙제를 시작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신라를 통일신라로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인물이 김춘추이며…] 나도 그랬듯이 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한 내용은 정말 수없이 들어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내용이다. 그와 같은 과정을 똑같이 배우는 아이들은 그 과정을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괴로울지 충분히 나는 이해한다. 아니나 다를까, 국사트리오와 효진, 정혜까지 이렇게 4명을 제외하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정혜라고 피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적을 위해 이 악물고 참고 또 참는다.

 선생님께서는 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자신의 학창시절 때가 떠올라 안쓰러운지 10분 동안 수업을 잠시 멈추시고, 책상에 엎드려 잘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 틈에 정혜도 풀썩 쓰러지듯 엎드려 잠에 빠져들었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칠판을 쳐다보는 학생들은 역시 국사트리오와 우등생 효진이가 전부였다. 오히려 국사트리오는 3교시 때까지 자기네들이 졸았던 것은 생각도 안하고, 반 친구들이 자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모습이 효진이는 우스운지 조용히 웃는다. 피곤할 때 자는 10분간의 잠은 어떤 보약보다 좋은 법이다. 세상모르게 다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자고 있다.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말이다. 국사 선생님께서는 창밖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신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선생님의 배려를 칭찬이라도 하듯, 더욱 푸르른 빛을 내어보인다. 선생님께서는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들으며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언제나 그랬듯 빨리 흘러가는 쉬는 시간과 같이 10분이 지나간다. 아이들을 깨우고 기지개를 펴도록 한다. 많이 졸려보였던 아이들의 눈동자는 10분 동안의 잠으로 인해 조금은 생기 있게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수업을 재개하시고, 수업을 열심히 듣는 정혜다. 정혜에게 국사는 나름 자신 있는 과목이었다. 단순 암기과목이었기 때문이다. 연도별로 일어났던 일들을 외우는 것은 힘이 들지 몰라도 그래도 수학보다는 훨씬 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으며 수업이 끝나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했다. 김유신 장군에 대한 내용도 나오고, 고구려의 패망에 대한 내용도 나왔다.

 국사선생님의 설명 능력도 좋으셨기 때문에 더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렇게 계속된 수업은 50분이 되자 반장의 인사와 함께 끝이 났다. 아리는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는 창밖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시고, 내쉬더니 국어 책을 들고 효진이에게 향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자신의 반 입구에 세민이가 서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래서 효진이에게 10분 뒤에 가겠다고 전달하고, 활짝 웃으며 세민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그의 품에 풀썩 안기는 정혜. 그러면서 고개를 들어 세민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세민이는 말을 건넨다.

 "여보야~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그러자 정혜가 말했다. "응! 당연하지~ 많이많이 보고 싶었어!" 세민이는 활짝 웃는다. 그리고는 가볍게 볼에 뽀뽀한다. 학교에선 비밀연애를 하는 준혁과 아리와 다르게 세민이와 정혜는 이미 공개를 표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잠시 매점에 가자고 하는 세민이를 따라 매점으로 간다. 정혜도 효진이에게 빵과 우유를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었기 때문이다. 매점에 도착한 세민이랑 정혜는 밥 대신 빵을 먹기로 하고, 세민이는 카스테라 빵과 바나나 우유를 정혜에게 선물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여보야,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이거 맛있게 먹고, 힘내! 그리고 아까 보니까, 효진이랑 공부하기로 한 것 같던데 나의 넓은 마음으로 너그러이 이해해줄게.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봐." 이런 세민이가 정혜는 너무 좋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모여 있는 매점에서 세민이에게 뽀뽀를 하고는, 이렇게 말하며 반으로 올라간다. "여보야 사랑해"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른 학생들은 부럽다는 듯, 세민이를 쳐다보았다. 정혜는 효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반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효진이 옆에 조용히 앉아, 같이 공부한다. 효진이를 위해 산 빵과 우유는 조금 있다 선물하기로 했다.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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