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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10장,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작성일 : 19-10-01 05:23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1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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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장,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사고를 냈던 버스기사는 날이 바뀐 오늘 아침, 버스 회사로 향했다. 그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한 기사께서는 출근 도장을 찍으려는데 경리가 잠시 사무실로 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들어가더니 그 자리에는 경리와 기사 분들을 관리하는 관리팀장님이 같이 계셨다. 그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이에 무슨 일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버스기사님께서는 경리와 팀장님을 보며 물었다. "네.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그 물음에 관리팀장님께서는 호통이라도 치듯 엄하게 말씀하셨다. "우석도 기사, 어제 무슨 일이 있었다던데… 무슨 일이었는지 있는 대로 말해보게." 그래서 그 물음에 대답했다.

 "예. 먼저 상황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그 상황은, 순간적으로 벌어진 돌발적인 사고였다는 것부터 말씀드립니다. 신호등을 지나면 바로 우회전을 할 수 있는 도로의 상황에서 일어났는데, 제가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뀐 것을 보지 못해서, 횡단보도를 지나던 두 학생들을 들이받게 된 사고였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저는 버스에서 급히 내려 그들의 상태를 살폈고, 응급실로 따라가서 그들의 부모님을 뵈었습니다. 그리고 보험회사를 불러 사고를 처리하도록 해 드렸고, 경찰서에 가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오늘 이렇게 출근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관리팀장의 얼굴은 생각에 잠긴다. ‘우석도 기사는 평소 근무태도도 평균 이상으로 좋은데다, 성실한 것도 두말하면 잔소린데…’ 그런데 무엇보다 승객들을 생각하고,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10번 중에 9번을 잘하고 1번만 잘못해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번 사고로 우석도 기사를 징계하라는 본사의 명령도 있었기 때문에, 어떤 징계처분을 내려야 할지 아주 많이 고민스러웠다.

 그러다 생각을 끝내고, 우석도 기사님에게 징계를 해야 한다는 사실부터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우 기사. 사실 자네에게 징계를 주라는 본사의 명령이 내려왔다네. 그래서 말인데… 자네에게 어쩔 수 없이 징계를 줘야 될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우석도 기사님은 관리팀장에게 말했다. “예. 본사에서 그리하라했다면 해야지요. 제가 실수했고, 제 판단 부주의였으니, 어떤 징계를 주시던 달게 받겠습니다.” 우석도 기사의 태도마저 마음에 들었던 관리팀장은, 징계를 준다면 최저 수위의 징계를 주거나, 다시 한 번 징계명령을 거두어달라는 요청을 본사에 해봐야겠다고 굳건히 마음먹고는, 우석도 기사님에게 말했다. “우 기사. 나도 평소에 자네의 성실함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야. 그런데 사고 한 번 났다고 해서 자네를 내가 어찌 징계를 하고자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다시 한 번 본사에 징계 명령을 거두어 달라고 말해볼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게나.” 그 말씀을 듣고, 우 기사님은 관리팀장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사고내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이렇게 당분간 우 기사님도 한숨 돌리게 되었다. 만일 기사님께서 퇴사로 처리당하거나 혹은 중징계를 받아 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 측에서는 과연, 마음이 편하실까. 그것도 의문이다. 기사님께서는 관리팀장과의 대화를 마치자마자, 곧장 준혁이와 아리가 입원해있는 하늘 병원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께 먼저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다. “다시 한 번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부주의하지만 않았더라도…”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께서는, 운전자의 과실로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다친 것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용서해주지 않고 싶지만,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그에게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기사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랑하는 저희 아들 준혁이와 딸 아리가 이렇게 병원에 누워 있는 것만 생각하면요… 가슴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용서하기로 했어요. 고의도 아니고, 기사님의 태도를 보니 사고를 내실 분이 아닌데 운이 좀 없었다고 생각해서 용서해드리는 겁니다.”라고. 그러나 그 말씀을 듣고도 기사님은 아니라며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저는 적어도 준혁이랑 아리가 다 회복해서 웃으며 학교에 등교하는 그날까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자주 들러 준혁이와 아리가 괜찮은지 지켜보기도 하고, 몇 번이 되었든 몇 십 번이 되었든, 계속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비록 사고를 낸 당사자이지만, 예의가 몸에 배어 있으시다. 정도 많고, 사람이 가져야 될 덕목을 갖춘 분이셨다. 한편,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준혁과 아리의 출결사항 정리를 위해, 준혁이네 부모님께서는 준혁이네 반 담임선생님에게, 아리네 부모님께서는 아리네 반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교통사고로 인해 당분간 학교에 등교가 힘든 상황임을 알리셨고, 두 담임선생님께서도 놀라셨다. 그러면서 두 담임선생님은, 각각 준혁과 아리네 부모님께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 “부모님, 걱정 많이 되시겠어요. 저희도 월요일에 수업이 끝나고 퇴근하면, 꼭 준혁이랑 아리의 병문안을 가도록 할게요.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꼭 빠르게 좋아질 것이에요.”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내고 각반 담임선생님들께서는 자기네 반으로 가서 출석체크와 조례를 한다. 준혁이네 반 담임선생님과 아리네 반 선생님께서도 물론 조례를 하시는데, 준혁과 아리의 빈자리가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슬픔으로 저며 왔다. 평소 정혜가 아리와 친하게 지내던 것을 알고 계셨던 아리네 담임선생님께서는, 조례가 끝난 후 잠시 교무실로 부르셨고, 그것은 준혁의 친구 세민이도 마찬가지로 부르셔서 잠시 둘은 교무실로 갔다. 그리고는 교무실에서 상담실로 이동했다. 양반 담임선생님들께서는 세민이와 정혜에게 물어보셨다. “혹시 준혁이랑 아리가 교통사고 났다던데… 알고 있어?” 친구들이 사고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미리 알고 있었던 세민과 준혁은 괜찮다는 표정으로 말씀드렸다. “네. 저흰 어제 알고 병원에 갔다 왔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버스를 몰던 버스기사님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서 생긴 교통사고래요.” 그러자 선생님들께서 물어보셨다. “아~ 그렇게 된 것이구나. 준혁이랑 아리 많이 다쳤어?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에 준혁이네 부모님, 아리네 부모님과 통화를 했는데, 갑작스럽기도 하고, 사고가 났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놀라서, 정신이 없어져서 여쭤보질 못했거든…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이번엔 정혜가 대답을 했다. “준혁이는 왼쪽 어깨뼈랑 다리뼈에 금이 갔고, 아리는 왼 쪽팔 인대가 파열되어서 둘 다 수술을 하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요. 특히나 아리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는지 정신을 잃고 넘어진 이후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데요.” 생각보다 더 심한 상황에 선생님들께서도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일단 1교시 수업을 위해 상담을 끝내고, 다시 교실로 돌아간 정혜와 세민이는 수업을 놓치는 것보다 준혁과 아리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책을 봐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서로는 서로에게 필요한 친구였고, 소중한 친구였던 것이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특별히 4교시만 하고 마치는 날이다. 5, 6교시는 해당 선생님들께서 모두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인해 진행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치자마자 병원으로 가서 상태를 지켜보기로 하고 수업에 최대한 집중했다. 1교시 수업은 도덕이다. [일상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덕목]부터 [실천해야 바람직하고 옳은 예와 윤리]까지가 수업 내용이다. 도덕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으로, 계량 한복을 입고 수업을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출석부를 부르다말고 아리를 불렀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자 반장학생에게 이유를 물어보셨다. "어제 사고가 났었는데, 많이 다쳐 병원에 입원해서 학교에 오지 못한 거예요."라고 반장은 대답했다. 평소 아리를 좋게 보시던 선생님께서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파하셨다. 그래도 다른 학생들을 위해 수업은 해야 했기 때문에 수업을 시작하셨다. 이 선생님의 특징은 필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로, 공책 필기검사를 수행평가 20점으로 지정하고, 다른 과목 선생님들보다 10점을 더 추가하신 일명 '필기 여장부'라는 별명을 갖고 계신 분이시다. 그에 따라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일부 아이들은 손목을 푸는 모습을 하기도 하고, 샤프심을 아예 한통 다 꺼내놓는 일부 아이들도 있었다. 역시나 오늘도 수업 시작과 동시에 신들린 듯 필기를 하시기 시작했다. 분필가루가 결코 몸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들의 염려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집에 가면 가습기와 제습기가 있고, 기관지 상태를 좋게 하려고 그에 맞는 과일을 즐겨먹으니까."라고 하시며 굳건히 버티셨다. 필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칠판을 가득 채우시고도, 설명을 하시다가 한 면을 지워버리시고, 또 빽빽하게 추가 필기를 하셨다. 도중에 한 면을 지우시고 다시 필기를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그만큼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셨다. 필기한다고 50분 수업 중에 30분을 쏟아 부으시고, 20분 동안 열심히 수업 진도를 빼셨다. 그리고 오늘은 4교시만 한다는 것을 아셨던 것인지, 숙제도 내어주셨다. "오늘 배운 내용 중에 [일상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덕목] 20가지 있지? 그 내용 A4용지 한 장당 1번씩 총 10번 써서 다음 주 월요일까지 반장이 걷어서 제출할 수 있도록 해라. 아참! 이거 수행평가고, 글씨 날려 적는 사람 태도에서 감점한다. 그리 알 수 있도록!"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이구동성으로 "아…"라는 속상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마치고 PC방에 가서 게임 한판 즐기기로 했던 일부 아이들은, 미리 숙제부터 해놓고 7시까지 만나기로 약속을 변경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로써 1교시가 끝났다. 쉬는 시간이 되었지만 정혜는 아리가, 세민이는 준혁이가 계속 걱정되었다. 그래서 마치고 같이 병문안 갈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반장들도 가겠다고 했고 꽤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그 중에는 예전에 아리의 공책을 찢으며 괴롭히던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리한테 미안해서 그 일 있었던 이후로 아리를 쳐다보는 것조차 미안했어. 그래서 오늘이라도 가서 꼭 사과하고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

 그 친구의 진심이 느껴졌던지, 그제야 친구들은 같이 가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 이윽고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고, 2교시가 시작되었는데 아리네 반은 수학, 준혁이네 반은 국어시간이었다. 아리는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내셨던 문제들을 잘 맞히기도 했고, 특히 필기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수학 선생님께서는 은근히 아리를 눈여겨보고 계셨다. 그런데 아리가 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선생님들로부터 들으셨던 지라 안색이 어두우셨다. 그런 상황은 국어 시간인 준혁이네 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준혁이를 국어 교육학과나 국어 국문학과로 진학하면 어떨까 하고 내심 뿌듯한 마음으로 준혁이를 쳐다보시던 선생님은 준혁이의 불미스러운 사고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마음이 너무 아프셨던 것이다. 그래서 국어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시작되던 시점에 의미 있는 숙제부터 내어주셨다. "오늘부터 준혁이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에 병문안을 가서 준혁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준혁이를 보고 나서 준혁이가 빨리 낫길 바란다는 편지 한통씩 문법에 맞게 쓴 후에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까지 부반장이 걷어서 내게 제출하도록 해라. 그리고 수행평가인 것은 다들 짐작하겠지? 성의가 없다거나 억지로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 0점 줄줄 알아!"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준혁이랑 친하지 않아서 병문안가기가 좀 그랬는데 갈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선생님께 전해드리는 친구도 있었다. 선생님도 의외의 반응에 갑자기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지셨다. 그래서 수업은 진도를 조금만 빼고, 자유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까지 해주셨다.

 그 약속에 아이들은 기뻐했다. 지루하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 국어 과목인데 아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바뀌고, 심지어 평소에는 잠만 자던 일부 아이들까지도 수업에 집중을 했다. 그랬던지 수업 열기와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했고, 수업 시간도 여느 때보다 빨리 흘러가는 듯했다. 반면 수학시간인 아리네 반에서는 오늘따라 유난스레 더 지루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평소보다 조는 아이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졸지 않는 학생은 1등 한다는 효진이를 비롯해서 몇몇 뿐이었다. 정혜도 졸렸던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다행이(?) 수학시간에는 숙제가 없었다. 이렇게 2교시도 흘러간다. 신기한 것은 물론 나도 그랬지만, 수업시간에는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그렇게 잠이 온다. 그런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마치고 집에 가거나 하면 이상하리만치 잠은 오질 않고, 오히려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이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그 이유가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듯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만큼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인 것이다. 2교시가 끝나자 언제 졸았냐는 듯 아이들은 초롱초롱해졌고, 10분밖에 안 되는 시간동안 매점에 뛰어 내려가 빵과 우유를 먹고, 쏜살같이 교실로 뛰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3교시 수업은 아리네 반이 국어, 준혁이네 반이 수학이다. 뒤로는 4교시가 남은 상황 즉, 가장 잠이 많이 오는 시간 중에 한 시간으로 손꼽히는 시간대의 수업이라 선생님들께서도 특별히 신경을 써서 재미있게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시는 시간이었다.

 3교시가 되었다. 준혁이네 반에 편지쓰기 숙제를 내줬다는 정보는 아이들의 입과 귀를 타고 아리네 반에도 전달되었기에 아리네 반은 도덕시간의 숙제에 이어 또 한 가지의 숙제가 있겠다는 생각에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어 선생님께서는 아리도 준혁이랑 같이 입원해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준혁이에게 쓸 편지를 아리에게 쓰라는 말만 바꾼 채 같은 숙제를 내주셨다. 편지 쓰는 것을 즐겨하거나 글짓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쉽게 느껴지는 숙제일지라도, 나머지 아이들에겐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숙제였다. 준혁이네 반과 달리 오히려 지루해하는 것을 직감으로 느끼신 선생님께서는 50분 가득 채워 수업을 하셨다. 그랬기에 준혁이네 반의 진도에 비해 10페이지나 앞설 수 있었다. 국사를 좋아하는 두 명의 그녀들은 국어도 같이 좋아했다. 국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국사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던 그녀들이었기 때문이다. 국사를 잘하면 국어도 잘한다는 법은 없지만, 국사의 문맥을 이해할 수 있는 친구들이면 국어의 문맥 이해도 그만큼 쉬워지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그녀들은 국어 점수도 상당히 높았다. 항상 90점 이상을 받아 높은 등급을 받았다. 고등학교는 문과와 이과로 나뉜다. 이제 문과와 이과의 차별을 두지 않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스타일을 보면 대게 문과에 관한 과목을 잘하는 부류와 이과에 관한 과목을 잘하는 부류로 나뉜다. 전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각 학과 별로 나뉘듯이 말이다.

 다른 시간대에 비해 지루하던 3교시도 끝이 나고, 이제 마지막 4교시만을 남겨둔 아이들은 급히 기분이 좋아졌다. 3교시까지 수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던 그래서 별명이 '밤 알바'였던 녀석까지 일어나 오늘의 마지막 과목을 교과서를 꺼내두는 등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없이 잠만 자던 그 밤 알바도 시험 성적은 평균 65점 정도로 꼴찌는 하지 않았기에 그 보다 더 수업은 잘 들으면서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친구들이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아리네 반은 4교시로 영어, 준혁이네 반은 과학시간이다. 과학시간인 준혁이네 반 친구들은 외울 공식이 많아서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과학 선생님께서도 필기를 많이 하시는 편이라 오히려 필기로 20분 정도는 잡아먹기 때문에 실제 수업하는 시간은 30분정도였다. 그래서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친구들은 오히려 아직 필기 다 못했다고 하며 5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알면서도 속아준다는 것을 이제 고등학생인 아이들은 알 턱이 없기에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곤 하신다. 그러한 모습은 영어시간인 아리네 반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영어는 단어를 외워야 시작할 수 있는 전형적 암기과목으로 외워야 할 단어의 개수도 많고, 문법의 개수 역시나 많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복습부터 시키셨다. 영어선생님은 따로 숙제를 내지 않아도 매번 수업시간이 끝나면 오늘 배운 것들을 정리해서 자동으로 제출해야 점수로 인정받기 때문에 아이들은 최대한 수업 시간에 설명을 잘 듣고, 깔끔하게 정리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선생님께서도 추억에 젖은 듯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이로써 4교시도 끝이 났다. 4교시가 끝나고 종례시간이 되자 조용하던 반 아이들은 다시 활기를 띄었고, 시끌시끌해졌다. 아리네 반 담임선생님과 준혁이네 반 담임선생님께서는 종례시간에 아리와 준혁이가 다쳤으니 병문안 가서 부모님들도 위로해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씀도 전하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폰 보며 걷지 말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이 녹색이라 하더라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집으로 갈 것을 꼭 명심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오늘 하루의 학교 수업도 마친다. 아침의 공기를 마시며 학교로 등교했는데 마치고 보니 해는 중천에 떠있고, 아늑한 햇살이 운동장에 슬며시 빛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자마자 세민과 정혜는 같이 가기러 했던 친구들과 병원으로 향했다. 양 반의 담임선생님들께서도 병문안을 위해 옷을 정리하고 동네 마트로 가서 음료수 한 상자를 산 후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셨다. 한편, 아리네 부모님과 준혁의 부모님들께서는 병실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 말씀은 릴레이식으로 계속되었다. "준혁이 아버님, 어머님.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 저희도 아리가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지경인데… 많이 속상하시지요.", "솔직히 많이 속상합니다. 병원 한번 가지 않던 준혁이인데 사고가 나서 응급실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였지요. 그나저나 아리도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걱정이 많으시겠군요.", "예… 자식이 저렇게 누워있으니 제가 대신 아파주지 못하는 것이 원망스럽군요." 그런데 그때였다. 말씀을 나누시던 도중에 아리는 또 한 번 손을 움직이더니 이내 정신을 찾았는지 눈을 떴다. 그 모습을 본 아리네 부모님은 곧장 아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아리의 얼굴을 쳐다보셨다. 준혁이네 부모님도 아리에게로 달려가셨다. 그리고는 "아리야! 괜찮으냐. 옆에 너희 부모님 계신단다. 알아볼 수 있겠거든 힘들겠지만 고개를 끄덕여보렴." 눈 뜬 아리의 모습을 보며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리시며 목이 메여 차마 말씀을 꺼내지 못하시는 아리네 부모님. 그런 부모님을 보며 아리는 작은 목소리로 "엄마… 아빠…"를 불렀다. 그러자 자신들을 알아봐준 아리가 너무 고마운 부모님은 아리에게 "그래. 아리야! 괜찮다. 이제 됐다. 금방 나을 거야. 간호사 부를게. 조금만 참아다오." 그리곤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도 아리에게 달려오더니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 같아 보인다며 의사선생님을 불러 드리겠다고 하고는 의사에게로 달려갔다. 그렇게 의사도 아리에게 다가와 진찰을 하더니 아리네 부모님께 말씀하신다.

 "아리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이제는 정신이 돌아왔으니 회복도 점차 빨라질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리네 부모님은 "다행이다."를 몇 번이고 외치며 기뻐하셨고, 준혁이네 부모님도 축하한다며 함께 기뻐해주셨다. 아리는 점차 의식을 회복해갔고, 그런 아리와 준혁을 보기 위해 병원으로 출발했던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입구에서 만나 함께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양측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며, 각자 자신을 소개했다. 양측 부모님께서는 너무나도 고마워하셨다. 그래서 음료수도 건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혜는 아리가 의식을 차린 것을 보고, 빨리 나으라며 병원에서 뭐하냐고 같이 수업 듣자고 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슬프던지 보는 친구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세민이는 옆에 나란히 누워있는 준혁이를 보며 말했다. "준혁아. 많이 아프냐." 기부수를 한 준혁이는 이렇게 말했다. "움직이면 아프긴 한데 금방 나을 것 같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세민이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금방 나을 텐데 뭐"라며 준혁이를 위해 힘이 되는 말을 전했다. 그런 세민이가 고마웠던 준혁은 이렇게 말한다. "세민아. 빨리 나을게. 다시 같이 놀이공원 가자." 그 말을 들은 세민이는 준혁이를 보며 씩 웃더니 짧게 대답했다. "그래. 낫기만 해라. 어디든 못 가겠냐." 그렇게 그들의 대화는 끝이 났다. 선생님들께서도 준혁과 아리를 많이 위로해주셨다. 그리고 꼭 빨리 나아서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 와줄 것을 덧붙여 말씀하셨다. 선생님들께서는 바쁘셨는지 다음에 또 들리겠다고 하시고는 서둘러 가셨고, 이제 중환자실에는 양측 부모님과 세민과 정혜를 포함한 반 친구들, 그리고 준혁과 아리, 그리고 타 환자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친구들도 준혁과 아리가 쉬어야 한다며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병원 문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갔다.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은 세민이와 정혜의 따뜻한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에 세민이와 정혜는 이렇게 말씀드리며, 집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아니에요. 준혁이랑 아리의 친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했을 뿐인데요 뭐. 오히려 아리가 깨어난 것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비록 몸을 많이 다쳐서 당분간 병원에 있어야겠지만 자주자주 올게요. 그리고 준혁이랑 아리 꼭 금방 나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준혁아, 아리야 내일도 올게! 좀 더 나은 모습 보여줘야 해!" 이렇게 병문안을 마치고 세민이와 정혜도 오늘은 곧장 집으로 가자는 눈빛을 서로에게 보내며 말없이 집으로 향했다. 말없이 걷는 세민과 정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늑한 햇살이 운동장이랑 밖만 비추지 말고, 준혁이랑 아리의 다친 상처부위도 비춰서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라고. 이렇게 또 하루가 흘러간다.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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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학창시절 사랑을 섬세하게, 때로는 순… 2019 / 10 / 1 486 0 -
32 [번외 편] - 완결 2019 / 10 / 1 301 0 2307   
31 「31장. 대망의 그날이 그들에게 남긴 것은?…… 2019 / 10 / 1 256 0 5328   
30 「30장. 슬퍼하지 마… 우리는 끝이 아니야.」 2019 / 10 / 1 264 0 9149   
29 「29장. 공부보다 사랑이 중요한 것일까요?」 2019 / 10 / 1 278 0 19319   
28 「28장. 끝나가는 여행 속에서 더 타오르는…… 2019 / 10 / 1 259 0 15914   
27 「27장. 그들과 그녀들이 함께한,」 2019 / 10 / 1 271 0 17927   
26 「26장. 사랑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2019 / 10 / 1 288 0 12915   
25 「25장. 사랑과 공부의 공통점」 2019 / 10 / 1 232 0 10533   
24 「24장. 사랑은 다시 되돌아오는 거야.」 2019 / 10 / 1 273 0 14189   
23 「23장. 사랑하는 마음은 쉽게 변치 않는다.」 2019 / 10 / 1 243 0 5953   
22 「22장.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 남는 것은…?」 2019 / 10 / 1 241 0 10031   
21 「21장. 새로운 시작과 만남.」 2019 / 10 / 1 248 0 11753   
20 「20장. 가로수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그곳에… 2019 / 10 / 1 271 0 10374   
19 「19장. 아픈 만큼 더 깊어져 가는 사랑.」 2019 / 10 / 1 264 0 13362   
18 「18장. 그와 그녀가 함께해서 행복한.」 2019 / 10 / 1 251 0 10272   
17 「17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와 그녀」 2019 / 10 / 1 250 0 9846   
16 「16장. 시험기간의 달달한 사랑이란 이런 걸… 2019 / 10 / 1 267 0 17651   
15 「15장. 그들에게 찾아온 힘든 시련.」 2019 / 10 / 1 276 0 8138   
14 「14장. 노력은 사랑도, 공부도 쟁취한다.」 2019 / 10 / 1 242 0 9389   
13 「13장. 틈틈이 키워가는 두 커플의 사랑」 2019 / 10 / 1 235 0 16632   
12 「12장. 서로를 믿을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 2019 / 10 / 1 271 0 7323   
11 「11장. 서로에 대한 믿음이 주는 행복」 2019 / 10 / 1 252 0 6773   
10 「10장,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2019 / 10 / 1 268 0 10935   
9 「9장.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음」 2019 / 10 / 1 252 0 17539   
8 「8장.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2019 / 10 / 1 268 0 3842   
7 「7장. 조금은 가까워진 그들」 2019 / 10 / 1 250 0 13379   
6 「6장. 그들의 사랑도 이루어질까요?」 2019 / 10 / 1 265 0 11079   
5 「5장. 꽃은 기분을 좋게 한다.」 2019 / 10 / 1 259 0 9926   
4 「4장. 서로를 향한 믿음이란 이런 것일까.」 2019 / 10 / 1 246 0 4591   
3 「3장, 그녀와의 첫 데이트는?」 2019 / 10 / 1 240 0 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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