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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남녀의 향기
작가 : 청초
작품등록일 : 2019.10.1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9장.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음」
작성일 : 19-10-01 05:22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1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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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장.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음」

 

 하루가 가고 또 하루의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울창한 숲에 밝게 비치는 한줄기 빛들은 오늘 하루도 행복할 것이라는 징조로 들린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리에게는 일요일이 어떤 의미일까. 우리의 추측과 관계없이 아리에게 일요일은 잠을 오래 잘 수 있는 날이었다. 해가 중천에 떠도, 일어날 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아리를 보며, 아리네 부모님께서는 공부하라며 호통을 치신다. 그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깨어난 아리는, 일어나기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밤늦게 먹은 치킨으로 인해 아리의 눈은 퉁퉁 부었다. 그래서인지 아리의 인상 찌푸린 모습은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같은 시각, 아리의 남자 친구인 준혁은 오랜만에 게임을 한판하고 있었다. 게임도 별로 즐기지 않는 준혁이었지만, 한 번씩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게임에 몰두했다. 주로 총으로 싸우는 게임을 좋아하는 준혁은, 게임을 할 때면 표정이 변한다. 싹 쓸어버리겠다는 표정으로 집중한다. 그런 그의 눈에서는 무서움마저 느껴지도록 만든다. ‘설마 어제 아리가 먹었다는 치킨을 떠올리며 그 복수심으로 총 게임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겠지.’

 세민이는 아침부터 자기네 집 주변에서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고민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없이 조용히 걷는 세민이었기에, 꼭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세민은 평소에도 혼자 걷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인 준혁과 함께 걸을 때도, 정혜와 같이 걸을 때도 느낄 수 없는 조용함으로부터 얻는 느낌은 세민이의 기분을 맑게 해주기 때문에 세민이는 혼자 걷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걸으면서 세민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정혜와 있었던 어젯밤의 일이라도 떠올리는 것일까. 그것은 세민이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정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정혜는 아리와 마찬가지로 자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세민이의 꿈을 꾸는지 계속 행복해 한다. 입 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세민이에게 안겼나 보다.’라고 짐작했고, 눈이 반달 모양이 되었을 때, ‘세민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줬구나.’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정혜가 눈을 떴다. 할 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정혜는 옷을 고르고 어디엔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민이랑 약속이라도 있는 것일까.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무언가를 집어 든다. 무엇인가 하니 목욕가방이었다. 그렇다. 정혜는 목욕탕에 가기 위해 준비를 했던 것이다. 반면, 세민이는 홀로 걷는 시간이 조금은 길어졌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를 향하고 있었다. 세민이도 무엇인가 하고자 했던 일이 있었나 보다. 그것이 무엇일까. 세민이는 놀란 표정으로 늦었다는 듯이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고 냉장고를 열어 우유 한잔과 식빵과 포도잼을 준비하더니 쟁반에 담아 거실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의아했다.

 급하다는 표정과 행동으로 집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우유를 붓고 빵과 잼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세민이가 배가 고파서 그랬던가.'라고. 그래서 빵이랑 우유라도 챙겨먹고 집을 나서려는 것인가 했지만, 오히려 거실 쇼파에 앉더니 TV를 틀었다. 그리고는 빠른 손놀림으로 버튼을 누르더니, 이내 세민의 표정은 조급한 표정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랬다. 세민이도 자신이 항상 본방을 사수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혹시라도 그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라도 했을까봐 조급히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아직 그 프로그램은 시작하지 않았고, 세민이는 온화한 표정이 되어 잼을 바른 빵과 우유를 손에 쥐더니, 한 마리의 하이에나처럼 먹기 시작했다. 정혜의 목욕탕 가기에 이어 난 또 한 번의 허탈함을 가져야만 했다. 일요일이라 무언가 특별한 그들만의 데이트라도 있길 바랐던 내가 오히려 한심스럽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된 일, 아리와 준혁이는 지금 무엇을 할지 살펴봐야겠다. 먼저, 아리는 어제 밤에 먹었던 치킨의 역공격으로 인해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이 상쾌한 일요일의 아침을 맞이하여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아리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퉁퉁 부어 버린 눈을 한없이 넋 놓은 채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오늘 해야 할 일들 중에 잊어버린 일들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메모장을 보며 체크해나갔다. 아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남자 친구에게 전화하기]였다. 그래서 폰으로 남자 친구인 준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그래서 아리는 콧소리 가득한 투로 "자기야~"를 외쳤다. 준혁이는 그런 애교가 좋은지 웃으며 말했다. "응? 아침부터 웬일이야?" 그러자 아리는 시계를 보는데 11시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아침 아니야~ 그리고 당연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지~" 준혁은 그런 아리가 고마웠다. 그래서 "아 정말? 그럼 나 지금 자기 보러 집 앞으로 갈까?"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필 눈이 퉁퉁 부어 있다는 생각을 하며,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모습은 곧, 준혁이에게 실망감을 줄 것 같다고 느꼈던지 아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나 지금은 몰골이 좀 그래서 안 돼…" 그렇게 말하는 아리의 목소리 속에는 너무 보고 싶은데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준혁은 이렇게 말했다. "응? 왜~ 몰골이 어때서~ 난 우리 자기 크고 예쁜 두 눈이 보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면 될 줄 알았던 준혁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더욱 자신이 없어진 아리는, 부은 두 눈이 나아지기 전까지는 절대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아악! 안 돼… 지금은 절대 안 돼…! 음, 그럼 오후 2시 쯤 데이트할래?" 그때쯤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준혁은 말했다. "응! 2시에는 꼭 봐!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보고 싶은데 참는 거야~"라고. 그러자 "응! 그땐 꼭 볼게! 울타리 앞으로 와!"라고 아리가 대답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아리는 분주해졌다. 갑작스레 2시에 데이트 약속이 생겨 버린 아리였기 때문에 초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지금부터 눈의 붓기를 뺄 수 있는 모든 방법에만 신경을 쏟아 붓기로 작정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검색을 한다.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 세 가지를 정하기로 했다. 첫 번째, 찬물에 적신 수건을 눈 위에 올려두기. 두 번째, 눈가 주변 마사지 계속 하기. 세 번째, 눈 주변 얼음찜질하기로 정했다. 그리고는 즉각 실행에 옮겼다. 세민이랑 정혜도 자신의 치밀한 계획으로 커플을 만든 장본인이 아리인 만큼 아리 역시나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그래서 냉동실에 있는 얼음을 봉투에 담아 묶고, 그 위에 두 세장의 봉투를 덧 씌워 눈에다 갖다 대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시원했지만, 아리는 준혁이를 생각하며 참아내었다. 15분 정도 찜질을 하고 나니 얼음이 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리는 얼음을 새로이 꺼내어 갈아준 다음 다시 15분 간 얼음찜질을 시작했다. 마치 실전 상황으로 훈련에 임하는 군인처럼 체계적으로 찜질을 하는 아리였다. 그렇게 15분 간 찜질을 더 하고, 아리는 먼저 찬물로 눈가 주변을 중점으로 여러 번 세수를 했다.

 눈 주변이 얼얼한 느낌이 들어 몇 초정도 여유를 주고, 또 다시 세수를 했다. 그러더니 얼굴을 깨끗하게 닦은 후, 이번에는 물수건을 만들어 눈 위에 올려두었다. 처음에는 색다르고 차가운 느낌에 신기했지만, 점차 익숙해져갔다. 열심히 눈 주변을 관리하다가 11시 50분쯤 다시금 거울에 눈을 비춰보니, 조금 나아져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아리는 더욱 전투적으로 눈 붓기 낮추기에 전력을 다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번의 반복 끝에 드디어 눈의 붓기를 거의 제거할 수 있었다. 아마 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세포들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 무슨 놈의 찜질을 쉬지도 않고 계속 할 수가 있지;'라고. 그때 시간은 12시 30분이었다.

 아리에게 12시 30분은, 점심밥을 먹는 시간이었지만 2시에 남자 친구와 만나면 점심을 먹을 것이라 계획을 세웠기에 먹지 않았다. 아리는 눈의 붓기도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임에도, 남자 친구인 준혁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굉장히 예쁜 그런 소녀였다. 2시에 볼 생각에 행복해지는 그런 사랑스러운 소녀 말이다. 아리가 이렇게 준혁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그 시각, 준혁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 준혁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인 만큼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자 친구인 아리에게 정성껏 편지를 쓰고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편지를 쓰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To. 사랑하는 여자 친구 '아리'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려고 하니까, 어떤 말부터 써야 할지 몰라서 아무렇게나 쓸게.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쓰는 내 마음은 네게 항상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자기랑 특별한 기억을 만드는 것도 물론 좋은데… 그냥 아무 것도 안하더라도 같이 이야기를 하고 볼 수 있기만 하더라도 정말 좋은 것 같아. 자기 입장에서는 나와 여러 가지 추억도 많이 만들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자기랑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추억이고, 행복한 기억들이야. 꼭 어딘가 멀리 가서 추억을 쌓는 것보다도 가까운 것들로부터 소소한 추억을 쌓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우리 앞으로도 더 사랑하고, 매일 봐도 보고 싶은, 그래서 어떤 누군가가 보더라도 따라하고 싶은 그런 커플이 될 수 있게 노력하자. 그럼 이만 줄일게. 사랑해 자기야.

 

  FROM. 세상에 하나뿐인 남자 친구가.

 

 길진 않지만, 많은 생각과 진지함이 담겨 있는 내용이었다. 준혁도 아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았다. 아직 고등학생인 준혁과 아리, 세민과 정혜이기 때문에 사랑을 논하기가 힘들다 할 수도 있지만, 준혁과 아리는 그만큼 천생연분처럼 서로를 아끼고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편지를 다 쓴 준혁은 아리에게 카톡을 했다. "자기야~"라고. 아리는 대답했다. "응?" 그러자 준혁은 말했다. "점심은 먹지 마~ 내가 맛있는 걸로 사줄 거야."라고. 그럴 줄 알고 점심을 먹지 않았던 아리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응! 안 그래도 안 먹었지~" 준혁은 이렇게 대답하며, 답을 끝마쳤다. "응~ 알았어. 2시에 봐." 오늘도 준혁과 아리는 만난다. 서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데 어느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한편, 목욕 갔던 정혜가 나왔다. 탕 속에 오래 앉아 있었는지 손가락 끝이 쭈글쭈글 해져있고, 양쪽 볼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스킨과 로션만 바른 정혜는 곧장 집으로 갔다. 그리고는 목욕하러 간다고 꺼두었던 휴대폰을 켰다. 세민이에게 톡을 하기 위해서. 휴대폰이 켜지고, 톡을 하려던 찰나 세민이에게서 6통의 톡이 와있었다. "여보야~ 뭐해?"라는 똑같은 톡만 5통… 그래서 정혜는 늦게나마 답장을 보냈다. "응~ 나 목욕 갔다 왔어~ 많이 기다렸지?" 세민이도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프로그램이 끝이 나자 심심하기도 했고, 정혜에게서 답장이 없자 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터라, 목욕 갔었다는 답장을 해주는 정혜가 그보다 고마울 수 없었다. 그래서 세민이는 바로 답장을 했다. "응~ 많이 기다렸어. 톡 안 와서 걱정도 됐고."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치는 것이렷다. 그래서 정혜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쭈쭈~ 우리 여보야 밖에 없네?" 그래서 세민이가 답했다. "응! 그렇지? 그런데 오늘 일요일인데 뭐할 거야?" 사실 목욕 말고는 다른 자신만의 계획은 없었던 정혜라서 이렇게 대답했다. "응? 오늘 별 다른 약속 없는데~ 여보는?" 좋아하면 서로 닮아간다 했던가. 세민이도 딱히 약속도 없었고, 준혁에게 놀자고 톡을 보냈지만 "ㄴㄴ"라는 답장만이 세민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세민이는 "나도~ 딱히… 아니면 오늘 볼까? 그리고 어제 아리랑 준혁이가 우리한테 커플사진으로 공격했잖아. 오늘 우리가 데이트 하면서 공격하는 거지! 어때?" 세민이의 생각이 짧았던 순간이었다. 준혁이랑 아리라고 해서, 오늘 같은 일요일에 가만히 집에서 톡이나 주고받을 리가 있겠는가. 약속만 하더라도 먼저 잡은 준혁과 아리였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정혜도 답장했다. "응! 그러자. 그런데 대신 점심때는 오늘 덥다 그랬으니까 쉬다가 저녁에 만나면 안 될까?"라고. 그리고 그 톡을 본 세민은 아쉬웠지만, 자신도 더운 것은 딱 질색이라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톡을 보냈다. "응~ 그렇게 해~ 6시에 내가 여보네 집 앞으로 갈게!" 이렇게 세민이와 정혜도 약속을 정했다.

 준혁은 울타리 앞으로 서서히 출발했다. 뭉게구름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뿐한 마음으로, 아리를 만나러 가는 준혁은 문득, 아리를 처음 알게 되어 사귀자고 하기 전까지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이 시작된 고등학교에서의 학창시절 중에 많은 시간들을 함께 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 스스로를 감상에 젖도록 했다. 만약 '내가 아리에게 고백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어떤 사이로 지내고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준혁은, 자신의 고백을 받아준 아리에게 다시금 고맙다고 되뇌였다. 준혁은 이윽고 울타리 앞에 도착했다. 울타리 앞에 도착해서도 준혁은 아리네 방이 있는 위치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아리가 또 다시 고맙게 느껴진다.

 한편, 아리는 준혁은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준혁과 만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울타리 쪽을 바라보는데, 역시 그가 서있다. 흰색 셔츠를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은 역시나 멋있다. 대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준혁 역시나 예쁘게 꾸민 아리의 모습을 보며 밝게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점심밥을 먹기 위해 시내로 걸어간다. 준혁과 커플은 점심을 뭐먹을지 고민하는 듯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떡볶이가 먹고 싶었던 아리였지만, 준혁이가 괜히 싫어할까봐 말은 못하고, 멀리에서나마 간판에 그려져 있는 새빨간 떡볶이를 보고 입맛을 다질 뿐이었다. 그러나 자꾸 시선이 어딘가로 향한다는 것을 눈치 챈 준혁은 아리가 바라보는 쪽을 유심히 보니 떡볶이 그림이 보였다. 그래서 아리의 눈을 쳐다보니 확실히 떡볶이 쪽을 향하는 느낌을 받았다. 준혁은 그런 아리가 귀엽게만 느껴졌는지 그 떡볶이 가게로 가려고 반대편으로 건너가고자 횡단보도에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 가게는 맞은편에 있었고, 2차선 도로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이었으며, 번화가라고는 하지만, 지하도가 없는 동네였기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시내버스가 달려온다. 보통 신호등 앞에 우회전하는 도로가 있을 때면 적색등이라 해도 그냥 지나가곤 하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버스는 속력을 줄이지 않고 횡단보도로 다가왔다. 그리곤 버스가 횡단보도를 지나가려고 하는 찰나에 횡단보도 신호등의 불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고, 지나가려 하는 준혁과 아리를 들이 받아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교통사고였다. 적색 신호라 할지라도 전방을 살피지 않고 운전한, 시내버스 기사가 명백히 잘못해서 생긴 사고였다. "쾅!" 순간 버스도 급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섰지만, 이미 사고는 발생한 후였다. 준혁과 아리는 그 자리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놀라던 시민들은 준혁과 아리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는 너나 할 것 없이 119와 112에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준혁… 완전히 의식을 잃은 듯했다. 일요일에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났던 그와 그녀에게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한편 사고를 낸 버스기사는 바로 버스에서 내려 준혁과 아리에게 달려왔고,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미안하다고 연거푸 울부짖었다.

 신고 접수를 받고 경찰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구급대원들도 도착했다. 신속하게 움직였다. 우선 그들의 숨통을 조이는 옷의 제일 위 단추를 풀고, 산소 호흡기를 씌운 상태로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옮겨졌다. 가해자인 기사도 함께 구급차에 타고 준혁과 아리가 무사한지를 살폈다. 기사는 정말 미안해했다. 그래서 속으로도 이렇게 생각했다. '아… 내가 전방만 잘 살폈더라면…'이라고 말이다. 얼핏 봐도 어린 중,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인데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구급대원들도 응급처치에 만전을 기했다. 구급차는 전속력으로 달려 인근 병원에 도착했고, 바퀴달린 침대에 옮겨 실은 뒤 응급실로 달려갔다. 사고가 나던 당시 준혁이가 왼쪽, 아리가 오른쪽에 서 있었다. 차는 왼쪽 편으로 달려왔으니 준혁이가 더 크게 다친 것이라는 원리에 중점을 두었다. 준혁이 사고가 나기 직전, 아리를 향해 몸을 틀었던지 아리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보였지만, 아리 역시 사고를 당한 당사자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니 함께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사고를 낸 가해자도 부디 그들이 무사하길 진심으로 하늘에 빌었다. 한편, 그 소식을 모르던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께서는 각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아리네에서는 아리가 저녁에 집으로 귀가하면, 외식을 할까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의 휴대폰으로 한통의 전화가 울렸다. 물론, 사고가 났다는 병원 측의 전화였다. 그 전화를 받고, 너무 놀란 양측의 부모님들은 바로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가는 내내 아들과 딸이 별일 없어야 한다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셨다. 부모님들께서 병원에 도착하시고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사고를 낸 버스 기사는 양측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전했다. 그리고 지금 준혁이랑 아리가 수술실로 들어갔다는 사실까지 모두 알렸다. 준혁이네 아버님께서는 고혈압으로 쓰러지신 적이 2번 있었던 터라 최대한 안정을 취하며 살아오셨는데, 아들이 사고가 났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으셨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셨다. 그런 상황은 아리네 어머니도 마찬가지셨다. 너무 많은 걱정을 하시다 정신을 잃으셨기 때문이다. 과연, 준혁과 아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크게 다친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그렇게 모두가 초조해하며 수술실로부터 무사하다는 연락이 오기만을 바라던 그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수술실로부터 관계자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버스 기사는 그 관계자에게로 달려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괜찮은 거지요?!" 관계자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준혁이네 보호자님, 준혁군은 좌측 어깨뼈와 다리뼈에 금이 간 상태입니다. 의식을 잃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왔고,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한 상황입니다. 빨리 의식은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리네 보호자님, 아리 양은 현재 다행이도 뼈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이지만, 사고로 인한 충격을 많이 받아 의식을 잃은 상태이며, 차와 부딪힐 당시 머리와 좌측 팔에 충격을 받아서 팔의 인대가 파열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부분 마취로 팔의 인대를 수술하였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준혁이네 부모님과 아리네 부모님께서는 속상함에 그만 눈물을 흘리시고 말았다. 기사는 응급실로 도착하자마자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말해둔 상황이었다. 기사는 너무나도 죄스러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준혁과 아리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계속해서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발만 동동 구르던 양측 부모님께서는 며칠이 지나 병문안이 가능하다는 병원 측의 통보를 받고, 그때서야 준혁과 아리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간호할 수 있었다.

 한편, 사고 난 사실을 모르는 세민과 정혜는 데이트를 할 생각에 한없이 부풀어있었다. 그러면서 세민은 준혁과 아리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통쾌해했다. 더구나 정혜는 아리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랑 세민이 오늘 만나지렁~”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아리였기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사고가 나면서도 폰을 꼭 쥐고 있던 준혁과 아리였기 때문에, 그 폰을 자연스레 부모님께서 갖고 계시게 되었고, 정혜로부터 날라 온 문자가 더욱 아리의 부모님 속을 아프게 할 따름이었다. 정혜는 아리가 답이 없자 걱정이 되었나 보다. 평소, 자신의 톡이나 전화는 한 번도 답을 안 해주거나 늦게 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0분 쯤 더 기다린 후에, 정혜 자신도 세민이를 만나러 출발하면서 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리네 폰에서 전화벨이 울려왔다. 그러나 슬픈 마음에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던 아리 어머니이셨지만,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 정혜]라고 저장되어 있던 터라, 정혜의 전화를 힘겹게 받아주셨다. 정혜는 아리네 어머니인줄 꿈에도 모른 채 웃음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아리야~ 나 지금 세민이 만나러 가는데~ 좋겠지?~”라고. 아리네 어머니께서는 슬픈 웃음을 지으신 채 정혜에게 말씀하셨다.

 “정혜로구나. 난 아리 엄마다. 아리랑 준혁이 교통사고가 나서 지금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단다.” 그 말씀을 듣고 정혜는 놀랐는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 안녕하세요. 아리 어머니, 아리 어쩌다가… 사고가 난거에요?…”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아직 아리가 의식이 없어서 거기까지는 알 수가 없네. 좀 전에 사고 냈던 버스 기사가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고 있을 테니까 곧 무슨 소식이 있을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정혜는 “네. 알겠습니다. 저도 지금 그 병원으로 갈게요. 병원 이름이 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씀드렸다. 괜찮다고 다음에 일반실로 옮기면 와보라고 하시는 어머니셨지만, 친한 친구라는 자신이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며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어머니께서는 그런 정혜에게 고마워하시며 알려주셨다. “병원 이름은 하늘병원이야. 응급실 앞으로 와서 보면 중환자실이 보일 테니까 기기로 들어오면 돼.” 이로써 전화를 끊었다. 세민이를 만나기 위해 한없이 예쁘게 꾸민 정혜였지만, 세민이랑 만나서 아리랑 준혁이부터 보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곤 발걸음을 서둘러 세민이와의 약속 장소인 자신의 집 근처 아주 큰 느티나무 앞으로 갔다.

 세민이도 약속 장소로 도착했다. 보통은 먼저 안겨야 되는 둘이었지만, 정혜는 세민의 손을 잡고 택시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하는 세민은 정혜의 눈에 흐를 듯 말듯 고인 눈물을 발견하며, 직감 상으로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보며 택시를 찾는다. 그러다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탔고, 정혜는 하늘 병원으로 빨리 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택시 안에서 세민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던 세민이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정혜를 꼬옥 안아준다. 그리곤 그녀에게 말한다. “너무 걱정 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라고. 그러면서 정혜를 위로한다. 그렇게 말하는 세민이도 준혁이와 아리가 많이 걱정되었지만, 정혜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기에 그랬던 것이다. 이윽고 택시가 병원에 도착하자 세민과 정혜는 응급실로 뛰어간다. 그리고는 중환자실로 들어가 통기부수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준혁과 아리를 바라본다. 그런 세민이와 정혜를 보며 인사를 건네시는 아리 어머니이시다. “네가 정혜로구나. 와줘서 고맙다.” 그러자 정혜는 “아, 안녕하세요. 어머니,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었어요. 어머니께 인사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그리고 옆에 있는 남자애는 세민이에요. 다 같은 학교 친구고, 세민이는 제 남자친구이기도 해서 같이 왔어요.”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구나. 이리 와서 앉아라. 음료수 하나 마실래? 저녁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저녁 사줄게. 밥 먹으러 가자.” 정혜와 세민이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아리 어머니께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니에요. 아리도 저렇게 누워있는데… 저희는 나가서 따로 먹을게요. 정말 괜찮아요.” 그러나 아리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답변을 해주셨다. “아리 입원했다는 소리 듣고 바로 달려와 준 것만 하더라도 엄마로서 고마워서 그래. 거절하지 말고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밥 먹으러 가자.” 그래서 더는 거절할 수 없었던 세민이와 정혜는 아리 어머니를 따라 인근에 있는 샤브샤브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분위기도 괜찮고, 그럴싸해 보이는 식당 구조에 맛있겠다는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주문을 끝내고 이어지는 아리 어머니와 세미, 정혜의 대화다. "세민아, 정혜야. 아리도 내 딸이지만, 내 딸과 친구인 너희들이 꼭 내 자식들 같다. 우리 아리랑은 어떻게 친해지게 된 거야?", "아~ 아리랑은 같은 반이고, 뭔가에 항상 집중하는 모습을 계속 멀리서만 보게 되었는데, 걔랑 눈이 마주쳐서 그래서 한번 말을 걸어보게 된 거에요. 그 때 이후로 친하게 지냈어요. 제가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공부도 같이 하고 그러다 보니 더 친해지게 된 거고요. 사실 아리가 저희 둘 사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어요. 그래서 조금 더 고마운 친구에요.", "아~ 그랬구나. 세민이 너는 아리랑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저는 아리랑 사귀는 남자 친구 준혁이랑 친한 친구에요. 그러다 보니 아리랑 자주 만나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말도 걸게 되고, 그랬던 거예요.", "그랬었구나. 엄마인 나도 어제 아리 방에 청소해주러 들어갔다가 사진을 보고 준혁이랑 사귀는지 알게 된 거야. 그럼 준혁이는 어떤 친구인데? 갑자기 궁금해지네." "음. 준혁이는, 되게 다른 애들한테는 시크한데 여자 친구인 아리한테는 되게 따뜻하고, 그리고 국어를 잘해요. 국어교육학과나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선생님들께 추천을 받았을 정도에요. 글 쓰는 게 취미더라고요.", “오… 그래? 내 딸도 보기보다 보는 눈이 있나 보네. 생긴 얼굴도 잘 생겼던데.” 어머님의 말씀이 끝나자 곧바로 샤브샤브 음식이 나왔다. 그래서 밥을 먹으며 또 한 차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아리 어머니께서는 딸 친구인 정혜와 세민이를 통해 딸이 다쳐서 힘든 심정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추스르시려 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 어머니를 뵙고 있으니 그 마음이 느껴지는 정혜는 또 다시 눈물이 고였다. 세민이도 준혁이와 아리에게 미안했다. 사고 난 줄도 모르고 커플 사진을 찍어서 복수를 하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말씀을 시작하시고, 계속 이야기가 이어졌다. “엄마인 나는 아리가 혹시나 이상한 애들이랑 어울리고 다니면 어떡하나 싶어서 걱정을 했던 부분도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너희를 보니까 내 생각이 틀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아리는 정혜가 봤을 때, 장점이 뭔 것 같아?”, “아리는 장점이 많은 친구에 속해요. 무언가를 이루려고 추진하는 추진력도 좋은 것 같고, 메모를 잘하는 점도 좋은 것 같고요.

 그리고 무엇엔가 집중을 하면 그걸 끝까지 해내지 않으면 끝을 안 내는 그런 집요함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반장 감으로도 아리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 정말? 그렇게 장점이 많았었구나. 엄마가 되어 가지고 몰랐네. 나는 아리가 잠만 자서 ‘쟤가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 싶었었어. 그럼 ‘아리가 좀 고쳤으면 좋겠다.’하는 단점은 뭐가 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음… 아리는요. 집중을 할 때는 또 잘하는데, 집중을 해야 될 때라도 자기가 집중을 못하면 그냥 넘겨 버리는 점이 있어요. 그것 말고는 딱히 아직 단점을 못 찾았네요.”, “아… 그런 부분이 있었구나. 정혜가 엄마인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아리에 대해 궁금할 때는 정혜를 통해서 물어봐야겠는데?”, “하하. 아니에요. 저도 최근에 안거에요.”

 한창 이야기가 계속 되다가 밥을 다 먹었을 때쯤 되어서야 이야기가 끝이 났다. 계산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 어머니께서는 세민이랑 정혜를 보며 물어보셨다. “아리 한 번 더 보고 갈래? 아니면, 너희 둘도 데이트해야 하니까 그대로 가도 되고.” 세민이와 정혜는 어머니께서 혼자 계시고 싶어 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아~ 아니에요. 저희 바로 가볼게요. 아리도 쉬고, 깨어나면 일반 병실로 병문안 자주 갈게요.” 그렇게 해서 세민이랑 정혜는 데이트를 하러 나왔다. 정혜는 세민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휴… 아리 부모님께서도, 준혁이 부모님께서도 걱정 되게 많으시겠다.… 준혁이랑 아리도 아프겠지만…” 세민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세민이는 그래서 말없이 길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문득 야경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세민이는 정혜에게 말한다. “여보야~ 우리 야경 보러 갈래?” 그러자 정혜는 세민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응? 어디로? 야경 좋은 곳 있어?” 세민이는 말했다. “응! 당연하지. 내 손 잡고 따라와”라고.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혜는 세민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한 벽화 마을이었다. 특히나 야경이 예뻐서 연인들이 자주 구경하러 오는 그런 벽화 마을이었다. 촘촘히 세워진 아리따운 벽화들 사이로 헤집고 올라가보니, 도시전체가 다 보이는 것 같은 장관이 펼쳐지는 그런 야경이었다. 곳곳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둔 것도 좋았지만, 그것보다도 눈이 녹아내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 야경을 바라보며 세민의 어깨에도 기대어 있으니 정혜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세민이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행복했다. 단지, 말로 표현을 할 방법을 못 찾은 것뿐이다. 그렇게 기댄 채 한참을 있으니 밤도 그만큼 깊어져만 갔다. 오늘 같은 밤은 두 번 다시 잊히지 않을 그런 호수 같은 밤이 될 것만 같다. 호수는 보고나면 그 시원함이 가슴 속에서 쉽게 잊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야경만 바라보았다.

 준혁과 아리 커플은 애교도 많고, 쾌활하게 돌아다니는 스타일의 커플이라면, 세민과 정혜 커플은 서로를 진지하게 품어주고 안아주는 보금자리 같은 교제를 나누는 커플이다. 야경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망울에는 슬픔도 가득해 보이고, 서로를 향한 애정도 가득해 보인다. 그런 것으로 봐서 이 커플은 진지한 커플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한편, 그렇게 병원으로 돌아가신 아리 어머니께서는 의식이 없는 아리의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곤 이런 생각을 하신다. '딸… 언제쯤 일어나서 엄마 웃게 해줄래?…' 아리는 정신적 충격이 심했던지 쉽사리 깨어나지 못했다.

 그때 준혁의 손이 움직였다. 그 모습을 준혁이 부모님께서도 보시고는 놀라워하셨다. 그리고는 이내 마취에서 풀려나고 눈을 떴다. 준혁이 부모님은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셨고, 아리네 어머니께서도 같이 크게 기뻐해주셨다. 산소 호흡기를 꽂고 있는 준혁이라서 다른 말은 못해도 준혁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고통스러운 것인지는 몰라도 부모님께 대한 죄송스러움도 같이 눈물이 되어 흘러나왔으리라. 그렇게 믿고 싶다. 준혁이는 아리가 생각났는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그대로 누워있는 아리를 보며 준혁이는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준혁의 부모님과, 아리의 부모님, 그리고 다친 준혁이도 아리가 깨어나기만을 두 손 모아 바라는 듯했다.

 반면, 사고를 냈던 버스 기사도 보험처리를 위해 보험사를 불러 처리하고, 경찰서로 찾아가 조사를 받았다. 직업이 시내버스 기사였기에 합의만으로 끝날 수 없었다. 안전거리 미확보, 운전자 부주의로 인해 가중처벌 되는 듯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버스 회사에서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물론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제 세민이와 정혜에게로 시선을 옮겨본다. 야경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세민과 정혜는 시간이 더 깊어졌음을 알고, 내일의 시작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고 벽화 마을에서 내려왔다. 세민이는 정혜의 집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가려고 생각을 했고, 곧이어 그 생각은 실천으로 옮겨졌다. 택시를 타고 학교 근처로 다시 돌아와 내렸다. 세민이는 학교를 지나 정혜네 집 근처로 걸어가면서 정혜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보야~", "응?", "웃어봐~ 왜 이리 울적한 표정이야. 우리 여보는 웃어야 예쁜데.", "오늘따라 아리도, 준혁이도 저렇게 다친 모습을 보고 하니까 마음이 무거워서 그런가봐…", "그랬구나. 그런데 준혁이랑 아리는 우리가 이렇게 시무룩하게 생활하는 것을 좋아할까? 어차피 일은 이렇게 됐는데, 웃으면서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정혜는 세민이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속상해 해봐야 다시 돌이킬 수도 없는데 굳이 이렇게 안 슬퍼 할래.", "잘 생각했어. 난 그래도 저만 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해. 상대는 큰 시내버스였는데 그래도 급브레이크를 밟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1분이라도 더 빨리 응급실로 옮겨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거든. 항상 모든 일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좋게 풀린다는 말도 있잖아." 정혜는 그리 넓고 깊게 생각하는 세민이가 더 멋져 보이고, 가슴 따뜻해 보였다.

 그래서 정혜는 이렇게 말한다. "와… 우리 여보야 철 많이 들었네? 감동이야 감동. 갑자기 슬프게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지기까지 했어~ 난 내 남자 친구가 이렇게 속이 깊고 따뜻한 남자인 걸 오늘 새롭게 알게 됐네. 그런 의미로 내가 선물 하나 줄까?" 그러자 세민이가 답했다. "응? 무슨 선물?"이라고. 정혜는 세민이에게 "눈감아 봐~"라고 말한다. 세민이는 그런 정혜를 게슴츠레한 얼굴로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정혜는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세민이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그대로 키스를 했다. 놀라서 얼떨결에 눈을 뜬 세민이지만,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을 거부할 수가 없고, 콩닥거리는 심장을 향해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세민이와 정혜의 키스는 식을 줄을 몰랐다. 그러다 몇 분이 더 흐르고 슬며시 입술을 떼는 정혜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손으로 감싼다. 세민이도 부끄러워서 얼굴이 홍당무가 됐지만,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정혜에게 물었다. "여보야. 괜찮아?"라고.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는지, 정혜는 세민이를 쳐다보며 웃는다. 또 그 모습을 보며 그 모습이 귀여운지 꼭 안아주는 세민. 이렇게 유난히 슬프고 험난했던 오늘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별빛들이 수놓은 듯 반짝거리는 하늘 아래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 세민이와 정혜는 벌써 정혜네 집 앞까지 도착했다. 연인들의 특징은 헤어지기가 싫고 계속 보고 싶다는 것에 있듯이, 정혜와 세민이도 마찬가지였다. 정혜네 집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한없이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정혜가 말했다. "늦었는데, 빨리 집으로 가~ 딴 데로 세면 죽는다! 알지? 집에 가서 바로 카톡으로 인증사진 남겨!" 그렇게 말하는 정혜가 사랑스러운지 "알았어. 자기도 씻고 예쁜 표정으로 사진 찍어서 나한테 보내주기다! 그래야 행복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답을 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출발한다. 그 모습을 보는 정혜는 어느 정도 세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또 하루가 흘러간다. 아직 아리는 깨어나지 않았지만, 잠든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일이면 깨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아쉽게 주말이 흘러갔지만 그래도 세민이는 정혜와 함께 라서 행복했고, 정혜는 세민이랑 함께 라서 행복했다. 앞으로 정혜와 세민 뿐 아니라 다시금 모두가 행복해 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까? 하늘이 걱정으로 점차 물들어가고 있었다.

 

 
작가의 말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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