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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4 역천 : 힘없는 왕과 힘있는 오랑캐.
작성일 : 19-09-30 23:40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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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왕국의 천년고도 사안성에 위치한 왕궁은 천년의 역사 동안 수없이 많은 국왕들이 태어나 생을 마감했던 곳이었다.

 

  국왕의 권위는 만인지상이었으며 그에 따라 왕궁에서 일하는 이들 또한 일인지하의 권위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귀족도 아닌 그저 시종들, 내시나 환관들이 일인지하의 권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국왕의 권위가 막강해서지만 동시에 국왕의 권위가 한없이 낮기 때문이기도 했다. 왕권이 낮으면 왕궁의 사용인들은 모두 새로운 주인을 찾아 왕을 감시하는 간자가 되어 새 주인에게서 받은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하아.”

 

  신 왕국의 어린 왕, 해을은 한숨을 쉬었다. 왕후에게 휘둘리던 할바마마가 돌아가시고 그 다음에는 환관과 내시에게 휘둘리던 부왕이 가고 또 그 다음에는 군벌들에게 휘둘리던 형님 전하가 가고 이번에는 수도의 문벌 귀족들에게 휘둘리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한심한 것이다.

 

  “······하아.”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밖에선 내관이 물어온다.

 

  “전하, 어디가 편찮으시옵니까?”

 

  “괜찮다. 물러가라.”

 

  “······명, 받드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떠한 내관도 왕의 침전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왕명임에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찌 하리. 해을, 그에게는 왕명을 받들 변변찮은 장수 하나도 없는데.

 

  신 왕국은 이미 내전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도를 제쳐두고 동서남북의 대제후로 떠오른 네 명의 군벌들은 철저한 전쟁 준비를 시작했으며 이미 접경 지역에서는 소모적인 국지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몇 십 명 단위지만 이것이 몇 천, 몇 만 단위로 커져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백성들만 죽어나가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해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성들은 이미 죽어나가고 있었다. 선대가 국정을 포기한 순간부터 이리 될 것은 예견된 일. 그저 눈앞의 즐거움을 쫓으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해을은 뼛속 깊이 침투하는 무력함에 잠시 몸을 떨었다.

 

  ‘수도라고 다를 것은 없다. 백성들이 죽어가는 것은 이곳이나 저곳이나 매한가지.’

 

  수도 사안성은 지난 천년 동안 한 단 순간도 변하지 않고 왕국의 머리이자 척추이자 뿌리가 되었던 곳이다. 또한 해씨 왕조는 천년이 지난 지금, 백성들 사이에는 새로운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수도를 치는 것은 해씨 왕조의 정통성에 반역을 하는 것이고 이는 곧 민심을 적으로 돌리는 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반역자로 낙인 찍혀 왕국의 모든 제후들의 협공을 받아야 했다. 우스운 일이지만 힘없는 왕가의 정통성이 수도를 군벌들의 파도에서 구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도가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다.

 

  태양이 땅에 떨어졌으니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만이 가득해 세상을 어둡게 하지 않겠는가.

 

  수도는 이미 몇몇 문벌 귀족들에게 장악된 지 오래였다. 그들은 해을이 가진 정통성을 가지고 수도를 지켰으며 권력을 찬탈했다. 수도 치안대, 내금위, 내관, 궁녀, 심지어 수도 방위군까지 이미 문벌 귀족들의 사병화가 된 지 오래였다.

 

  천년을 이어져 온 왕조의 군왕이지만 그 왕의 목소리는 문벌 귀족의 노예의 목소리보다 작았다.

 

  해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래선 안 된다. 날 따르는 충의지사들을 찾아야 한다! 그들을 찾아 하나하나 본래 내 것이었던 것, 이 나라를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밖에 있는 내관들이 들을까, 그 무엇 하나 자유롭게 소리 내지 못하는 그는 침전의 한쪽 벽면의 장식을 잡아 당겼다. 무언가 도르래가 들려가는 소리가 해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나더니 벽이 문처럼 열려 복도가 나타났다.

 

  대대로 국왕을 위해 존재해왔던 비밀 공간이었다. 해을이 그곳으로 사라진 이후 벽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잠시 후, 지나치게 조용해진 침전을 확인하기 위해 내관 하나가 조심스레 들어왔다. 왕이 잠든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왕은 어디에도 없었다. 침전의 불은 여전히 방 안을 밝히고 있었으나 그 불을 써야할 주인은 온데간데 없었다.

 

  “전하!”

 

  내관이 소리치며 방 안을 뒤졌다. 다른 내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란을 들은 내금위가 도착했다. 첩보를 접한 문벌 귀족들이 하나둘씩 입궁했고 그들은 간자들을 벌했으며 내금위를 움직여 왕궁을 봉쇄하고 수도 전역에 수색령을 내렸다.

 

  “전하를 찾아라! 너희는 이쪽, 너희는 저쪽으로 간다! 나머지는 날 따른다!”

 

  내금위장의 명령에 따라 수도방위군과 치안대까지 동원되었으나 주인을 잃은 궁궐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으며 수도는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잔뜩 몸을 사려야 했다.

 

 ***

 

  소란스러운 왕궁을 뒤로 하고 해을은 수도의 빈민가 구역으로 향했다.

 

  빈민가, 사람인지 가축인지 모를 정도로 이성을 상실하고 뱃가죽이 등에 붙은 불쌍한 자들이 가득한 그곳. 치안대도 수도방위군도 하다못해 동네 똥개도 피해가는 이곳이라면 왕궁의 추적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큭큭.”

 

  해을은 웃었다. 주변에서는 미친놈을 보듯이 하고 있었다. 이 빈민가에서 웃는 놈이라고는 배부른 놈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웃겼다. 해을은 웃음을 참는 것이 고역이었다. 일국의 군왕이, 왕궁의 주인이 왕궁을 피해 도망치다시피 하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란 말인가!

 

  ‘선대왕 전하들을 대체 어찌 봐야 한단 말인가.’

 

  자연스레 탄식이 이어졌다. 천년 역사상 그 어떤 군왕도 왕궁을 버리고 왕궁을 피해 도망친 적은 없었다. 전쟁 때도, 반란 때도, 그 어느 때도.

 

  해을의 상념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내금위를 비롯한 병사들의 군홧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빈민가의 깊은 곳으로 발을 들였다.

 

 ***

 

  신아 일행은 드디어 사안성에 도착했다. 국경을 넘은 순간부터 천 제국의 병사들은 다시 돌아갔고 그 이후부터는 신아와 노이아, 그리고 초란이 함께하는 여정이 계속되었다.

 

  그동안 초란은 신아를 감시하고 노이아는 초란을 감시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신아는 정말로 놀러온 듯 해서 감시자인 초란만 지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신아는 아무 말도,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저 그것을 즐겼다. 이 또한 하나의 놀이로써 말이다.

 

  사안성에 그나마 잘 나가는 객잔에 짐을 풀고 일층 식당에서 신아가 말했다.

 

  “난 혼자 움직일 테니까, 너희 둘이 같이 움직여.”

 

  “네?”

 

  “······전 당신 명령을 들을 이유가 없습니다.”

 

  “들어야 할 걸. 너희 황제 귀에 네 욕이 들어가기 전에.”

 

  “그렇다 해도 들을 이유는 없습니다.”

 

  “안 들으면? 어쩔 건데?”

 

  신아는 살기를 개방했다. 일순간 식당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사람들이 모두 정신을 놓고 본능에 따라 가장 위험한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벽에 달라붙었다.

 

  노이아는 평온한 기색으로 고기에만 집중했다. 반면 초란은 안색이 파래저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지금 당장 기절할 것만 같았다.

 

  “허억!”

 

  하아 하아, 초란은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자각했다. 살기는 어느 새 사라졌고 신아는 초란의 뺨에 끈적이는 땀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말했다.

 

  “안 들으면 날 죽일 거야? 죽일 능력은 있고?”

 

  “······.”

 

  “이 기회에 둘이 좀 친해져. 매일 밤마다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는 걸 봐주는 것도 오늘까지야. 앞으로 같이 다닐 일이 많아질 텐데, 좀 친해져야지.”

 

  “······.”

 

  “나는 나대로 움직일 테니까, 너희 둘은 너희대로 정보 좀 수집하고. 알겠어?”

 

  "······."

 

  "대답."

 

  “······네, 네!”

 

  초란은 잔뜩 기합이 들어가서 대답했다. 신아가 초란을 놓아주자 초란은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신아는 그런 초란을 두고 노이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쓸데없는 거 주워오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신아는 식당을 나섰다. 뭐라 대답도 못한 노이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초란만을 쳐다봤다. 초란도 지쳤으나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노이아에게 자기 몫의 고기까지 주고 말했다.

 

  “잠시 기다려라. 몸을 씻고 오겠다.”

 

  우물우물, 노이아는 고기를 입안에 넣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올라간 초란은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손으로 벽을 짚고 그녀는 축 늘어졌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극한의 공포는 그녀의 몸에 감각을 앗았다. 살기를 정면으로 받았을 때, 그녀는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정신이 주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살기가 주변을 변화시키는데도 감각이 마비된 정신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인간은 넘볼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 비록 고차원에 속해있는 절대적인 존재는 아닐지언정 그에 버금가는 초월적 존재의 힘이 살짝만 개방된 것임에도 객잔에 있던 이들은 물론이고 그 주변의 인간들은 죽음의 문턱은 한 번 넘고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후우······, 후우······.”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 그녀는 따뜻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고 활동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래 식당으로 내려가니 어느 새 고기를 다 먹은 노이아가 새 고기를 시켜서 더 먹고 있었다.

 

  “준비 끝났다. 출발하자.”

 

  끄덕끄덕. 노이아는 고기를 입안에 욱여넣고 밖으로 나서는 초란을 따라갔다.

 

  밖으로 나와 그저 걷기만 한 초란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제국이었다면 정보를 얻기 위해 암위부 지부나 정보부 지부, 그도 아니면 정보 판매소에 가면 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 왕국은 머리 따로, 몸 따로, 팔다리는 또 따로 노는 상황이었다. 암위부 지부는 당연히 없고 정보부 지부는 이미 선선대 왕후, 환관, 군벌들이 차례대로 털고 지나갔다. 정보 판매소도 간자로 몰려 다 쓸려간 지 오래였다.

 

  ‘이럴 땐 어디로 가야하는지. 하아. 답답하네.’

 

  신아, 그 정체불명의 사내가 요구하는 것은 정보였다. 왕국 북부의 대제후, 정마공 진차경의 정보.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해씨 왕조보다는 세력이 강력한 대제후의 정보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정보는 다양하게 수집되었다. 대부분이 술집에서 떠드는 이야기이었으나 그것은 천 제국에 망명한 신 왕국민이 말해준 내용과 일치했다.

 

  다만 정마공의 쿠데타 이전의 정보는 굉장히 생생했으나 쿠데타 이후의 정보는 굉장히 모호했다. 가령 쿠데타 이전에는 그가 병사들에게 무슨 말을 했고 뭘 했고 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으나 쿠데타 이후에는 어디서 몇 명을 죽였고 어디서 이기고 어디서 졌으며 등 그의 업적만을 이야기했다.

 

  초란은 이 부분에서 의심을 가졌다. 하지만 의심을 가졌다한들,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것은 그저 가설로 남을 뿐이었다. 그것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신아도 정보를 요구한 것이고.

 

  ‘응?’

 

  정신을 차리고 보니 초란은 번화가의 외곽에 와있었고 노이아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왜 그러지?”

 

  노이아는 번화가의 너머, 빈민가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노이아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건장한 사내 셋에게 맞고 있었다. 퍽. 여기까지 들리는 타격음에 초란은 그 소년이 제대로 맞은 것임을 알았다. 소년은 여태껏 먹은 것을 토하며 배를 구부리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내 하나가 소년의 머리카락을 잡아 그의 얼굴에 단도를 들이대며 비열하게 웃었다.

 

  “도와주자는 것인가?”

 

  끄덕끄덕.

 

  “시간 없다. 그리고 어차피 네가 저 아이를 도와준다한들 저들은 다른 곳으로 가서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하겠지.”

 

  끄덕끄덕.

 

  초란은 그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노이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소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야, 야!”

 

  초란이 소리치자 사내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고정되었다. 그들의 눈에 웬 꼬맹이가 휘두르기도 힘든 칼을 들고 달려오는 것을 보고 웃었다.

 

  “킬킬! 저거 들고 휘두를 수나 있나!”

 

  “대장, 저놈도 얼굴 좀 반반한데, 이놈이랑 같이 팔면 돈 좀 되겠는데요?”

 

  “새끼! 역시 머리 좋은 놈! 애들아, 적당히 상대해줘라. 얼굴은 상하게 하지 말고.”

 

  노이아는 그런 사내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노이아의 신경은 소년에게 향해 있었다. 소년은 노이아에게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노이아는 입모양을 보고 그것을 유추했다.

 

  ‘도망쳐······인가?’

 

  그 사이, 사내들이 다가왔다. 노이아는 검 손잡이를 잡고 눈을 빛냈다.

 

  ‘우선 하나!’

 

  콰득! 노이아는 그냥 검을 검집에 잠긴 채로 휘둘렀다. 사내의 얼굴이 망가지고 목뼈가 부서지며 머리와 목이 분리되었다. 작게 하늘을 난 머리는 대장이라는 사내와 소년 사이로 굴러 떨어졌다. 힘으로 강제로 때어낸 것을 보여주듯 절단면은 깔끔하지 못했다.

 

  “뭐······!”

 

  ‘둘!’

 

  땅으로 내려온 노이아는 검을 휘둘러 다른 사내의 왼쪽 무릎을 부쉈다.

 

  “아, 아아악!”

 

  그리고 사내의 오른쪽 어깨를 부수고 명치에 검집을 찔러 넣었다.

 

  “아, 으, 아아······!”

 

  사내가 피를 토했다. 검집은 명치를 뚫고 장기와 갈비뼈를 부수고 척추마저 부수어 등을 꿰뚫고 나왔다. 노이아는 검을 휘둘러 사내의 목을 깔끔하게 배었다.

 

  머리는 또 대장 사내에게 굴러갔다. 대장의 경악으로 가득 찬 눈초리가 노이아에게 향했다. 소년의 눈에 담긴 감정 또한 다를 바 없었다.

 

  푸욱. 뒤에서 날아온 단도가 대장 사내의 미간에 박혔다. 비명을 들을 틈도 없이 절명했다. 노이아는 단검을 뽑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초란은 ‘나, 짜증났어요.’라고 티를 팍팍 내면서 다가왔다.

 

  “제정신이냐? 여기서 이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이자면 어쩌자는 거야?”

 

  “다 죽이면 돼.”

 

  “죽이면? 그 다음은 왕궁에 나온 병력이 조사를 시작하겠지. 그럼 우리 짓이란 것이 밝혀질 테고! 결국은 네 주인은 종놈 교육을 잘못 시킨 죄를 받게 되겠지!”

 

  사실 마지막은 그다지 현실로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다. 종이 죄를 지으면 주인이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종이 주인의 몫까지 가중되어 받아야 했다. 하지만 법에 무지한 노이아는 신아에게 피해를 간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콜록! 소협,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허니 걱정하지 마시오.”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소년이 가래가 섞인 피를 한 번 뱉어내고 말했다. 초란의 사나운 기세의 눈동자와 노이아의 무감한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으나 차분히 말했다.

 

  “치안대와 같은 병력을 거느린 문벌 귀족들은 이런 빈민가에서 살인이 일어나든 마약이 돌아다니든 신경 쓰지 않는다오. 그리고 여기서 살인이야 일상적인 일이라 들었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오.”

 

  “······초란이라 합니다. 여기 이 아이는 노이아고요. 공께선 말투나 복장으로 보아 상당히 귀한 신분이신 것 같은 여기서 무얼 하고 계신가요?”

 

  노이아도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을 촉구했다. 소년, 빈민가로 도망쳤다 질 나쁜 왈패들에게 걸린 왕 해을은 말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괴력을 가진 소년과 암기를 다루는 여인. 누가 봐도 이상한 이들이었다.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지도 몰랐다.

 

  “말하지 않으시겠단 건가요? 좋습니다. 허면 성함은 알 수 있겠죠? 설마 생명의 은인에게 이 정도도 못해주시지는 않겠지요?”

 

  “······을. 을이라 하오.”

 

  “이름은 을. 허면 성은요? 성은 말 안 합니까?”

 

  “······제을이오.”

 

  마지못해 가짜 이름을 댄 해을이 시선을 슬쩍 피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초란과 노이아의 시선을 이기지 못해 험험 하고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 해을은 맞은 부위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격통에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크흑!”

 

  비록 힘없는 왕이라도 평생을 궐 안에서 맞은 적 한 번 없이 곱게 자란 왕이 그 고통을 어떻게 이겨낼까? 여태까지 빈민가에서 안 뜯기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노이아는 그를 부축했다. 노이아의 어깨에 기댄 해을은 힘겨운 표정으로 배를 감쌌다. 노이아는 초란을 바라봤다. 여태까지의 적대적인 눈빛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강아지 같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이었다. 하지만 초란의 표정은 느끼한 것을 보는 듯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죽인다. 당장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라. 진짜 쳐 죽인다. 어디서 어울리지도 않는 짓거리야?”

 

  싸늘한 초란을 보며 노이아는 쳇이라고 혀를 차며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재 방금 혀 찬 거야? 쳇이라고 한 거야? 하! 이런 싸가지 없는······.’

 

  “소저, 날 도와줄 수는 없겠소? 잠시면 되오. 이 상처만 치료하고 나서는 내 더는 귀찮게 하지 않으리다. 물론 사례 또한 하겠소.”

 

  노이아의 가장된 가식 표정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간절한 표정에 그녀는 한 마리의 강아지를 보는 것만 같았다. 결국 버티지 못한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그를 업었다. 객잔으로 가는 동안 규칙적인 걸음걸이와 그 박자는 해을에게 수마를 찾아오게 만들었다.

 

  ‘아, 아직 잠들면 안 되는데.’

 

  초란에 업혀있는 지금, 왠지 모르게 해을은 어머니가 떠올랐다. 국왕의 후궁이었지만 권력에는 관심이 없던 어머니, 그녀는 해을을 자주 업었으며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어머니와의 남아있는 추억이었다. 해을의 눈이 붉게 물들고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업혀있는 주제에 그녀의 옷을 적시면 안 된다는 자각이 있었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 닦았다.

 

  그러는 동안 수마는 착실하게 찾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오래간만에 평안한 기분으로 잠을 청한 해을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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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hapter 4 역천 : 망가져가는 왕국. 2019 / 9 / 30 215 0 6840   
21 Chapter 3 체이테 성의 악녀 : 피의 백작부인(3). 2019 / 9 / 30 228 0 10174   
20 Chapter 3 체이테 성의 악녀 : 피의 백작부인(2). 2019 / 9 / 30 204 0 5545   
19 Chapter 3 체이테 성의 악녀 : 피의 백작부인. 2019 / 9 / 30 227 0 6157   
18 Chapter 2 서초패왕 : 패왕 항우(5). 2019 / 9 / 30 206 0 3877   
17 Chapter 2 서초패왕 : 패왕 항우(4). 2019 / 9 / 30 199 0 6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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