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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독애(毒愛)
작가 : 묵연
작품등록일 : 2019.9.29

[GL]

"오랜만이네요."

5년간 감감 무소식이던 소꿈동생 겸 친구인 백우진이 돌아왔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문하에게 다가오는 우진과, 그런 우진에게 문하는 남다른 느낌을 받는다. 둘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독같은 사랑으로.

 
아는 동생, 친한 동생?
작성일 : 19-09-30 21:02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5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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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하 씨,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번진 것도 모른 채 일에 열중하고 있던 문하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동료를 쳐다봤다. 동료가 두 검지로 입꼬리를 잡고 올려 보이자 그제서야 이를 깨달은 문하는 차분하게 부인했다.

  “아니에요. 아는 동생이 온대요.”

  그러자 문하를 살피며 몰래 대화를 엿듣던 동료들 모두 의자를 끌고 문하를 에워 쌓았다. 언제 오는지, 얼굴은 어떤지, 신체 비율은 어떤지 등 여러 질문이 수두룩이 쌓였다.

  “애인이에요?”

  “저번에 온 그분이 애인 아니었어요?”

  애인 얘기가 나오자 시원찮게 보던 팀장도 어느새 문하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저 애인 없어요. 곧 올 테니까 자세한 건 직접 보세요.”

  이게 그리 관심 가질 일인가 손사래를 치며 모두 자리로 돌려보내려 했으나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우진이었다. 동료들은 앞다투어 인터폰 너머로 요요한 웃음을 머금은 우진을 보기만 했다.

  “들어 와.”

  대신 문을 열어준 문하는 반갑게 우진을 맞이했다. 뒤통수를 우진과 저를 향한 시선이 찔렀다.

  “안녕하세요?”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우진에게 집중했다. 반반한 얼굴과, 다부진 근육에 눈길이 절로 가기에 십상이었다.

  “백우진이라 합니다.”

  그런 시선이 익숙한지 태연하게 사무실을 갈채한 우진은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했다.

  “제 얼굴에 뭐 묻어있나요?”

  동료들은 우진의 비율에 황홀한 나머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해 고개만 좌우로 내저었다. 그러다 한 명이 문하와 우진을 번갈아 가며 살피다가 비밀을 말하듯 입 모양을 숨기고 물었다.

  “둘이 무슨 사이예요?”

  그제야 궁금증이 풀린 우진은 문하를 바라보다가 뭘 뜸 들이느냐며 재촉하는 눈빛에 염교 하게 웃었다. 썩 매력적이었다.

  “그냥 아는 선후배예요.”

  문하는 제 말이 맞다며 이제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자고 했다.

  “손님이 왔는데 일은.”

  우진의 몸을 눈여겨보던 팀장은 그가 미완 작들의 모델이 되는 건 어떠냐며 제안했다. 당연히도, 전원 찬성했다.

  탈의실을 들락거리는 우진의 모습은 횟수마다 새로워졌다. 옷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제빛을 뽐냈다. 그중에서도 포인트가 있는 스타일과 지성적이고 차가운 스타일이 극찬받았다. 문하는 전자가 마음에 들었으나, 다른 예술가들이 말하길 반전매력이 연출되는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물론, 본판이 좋아야 나오는 말들이었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가, 지칠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을 비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우진이 대단했다. 벌써 사원들과 친해져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 어쩐지 묘했다.

  “선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사라졌던 초점이 돌아왔다. 휘적거리는 손과 반반한 얼굴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왜?”

  “갑자기 말을 안 하시길래.”

  제가 일 방해한 건 아니죠? 애처로운 눈망울로 물어보자 차마 아니라고 답할 수 없었다. 실제로도 방해가 된 건 아니었다. 방해는커녕 효율이 높아졌다면 높아진 쪽이었다. 착의하는 모델을 구하는 건 어려웠고, 구하더라도 영 시원찮은 사람밖에 없었다. 동료들이 할 수도 있었지만 아는 얼굴이라 쉽게 품평할 수 없는 크나큰 단점이 있었다.

  “아니야. 구세주지.”

  “그래요?”

  요놈 봐라. 다른 사람들이 추어올릴 땐 언제고, 제가 칭찬을 하자 쑥스러워하는 우진이 아연했다. 우진은 머뭇거리다 잘 어울리냐며 물었다.

  “어리광도 여전하네.”

  매끄럽게 휜 눈에는 우진이 담겼고, 손에는 보드라운 머리칼이 스쳤다.

  “어리광 아닌데요.”

  입을 비죽거리며 조그마하게 중얼거린 말을 차마 듣지 못한 우진은 다시 말해달라고 청했다. 이 부끄러운 말을 우진이 재차 말할까. 모른다며 제 혼자 골내곤 처음 옷으로 돌아온 우진이었다.

  과열된 분위기는 서서히 돌아왔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우진은 회의실에서 팀장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문하는 유리 벽 너머로 그를 관람했다.

  유해서 쓰다듬고 싶은 곱슬거리는 연갈색 머리칼에, 보면 볼수록 빠져들 듯한 흑색 홍채는 우진과 부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웃으면 또 다른 분위기를 표출해냈다. 무슨 옷을 입어도 괜찮을 우진이 잘생긴 건 아는 문하였지만, 여전히 귀여운 동생으로만 보였다.

  대화가 끝났는지 회의실에서 나온 우진은 팀장과 다른 직원들에게 차례로 인사하곤 마지막으로 문하를 찾아왔다.

  “저 갈게요.”

  바래다주려 일어서려고 했으나 우진의 손길에 다시 의자에 착석한 문하는 제 손 위에 올려진 우진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진은 화들짝 놀라며 급히 인사하곤 달아났다.

  ‘별다른 뜻은 없었는데.’

  아마 사라진 동생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곤 또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깜짝이야. 우진도 자연스레 올라간 손에 당황했다. 그런 나머지 문하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뛰쳐나와 탄식했다.

  ‘기분 나빴으면 어떡하지.’

  나는 문하의 친한 동생이다. 친한 동생이다. 이를 되뇌며 괜찮을 거라 암시를 걸었으나 더 비참해졌다. 기분 탓이라 여기고 쉬이 진정하지 못한 심장을 달랬다.

  저녁 먹을 시간을 하 넘기고 돌아온 우진은 이미 제 몫까지 먹은 태성을 발견했다.

  “의리 없게 내 몫까지 다 먹냐?”

  “의리는 무슨.”

  우진이 욕을 하든가 말든가 가볍게 무시한 태성은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뒤에야 말을 꺼냈다.

  “아까 시영이한테 연락 왔어.”

  난로를 향락하며 휴대폰을 보던 우진은 아연실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우시영?”

  다시 말을 해야겠냐며 꾸지람을 들은 우진은 창백한 얼굴로 목을 쓸어내렸다. 그를 본 태성은 괜찮냐며 우진의 안색을 살폈다.

  “걔가 너하고 연락 안 된다고 하던데.”

  태성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선을 내리깔며 손목을 어루만지는 우진을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흐리터분한 눈동자가 심연처럼 보였다.

  “전화번호 알려 줬어? 내가 있는 곳은?”

  태성은 고개를 내저으며 시영과의 대화록을 보여주었다. 시영이 정말 전화번호도 모르냐며 추궁하는 내용이었다.

  “했을 리가.”

  “...고맙다.”

  다시 돌아누운 우진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문하의 연락처를 띄워놓고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문하에게 몇 번이고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그럴 용기조차 없는 우진이었지만, 괜한 행동하는 게 아닐까, 핑계를 대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실수로 우울을 떠맡겨 버리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있었다. 애초에 맡아주지도 않겠지만. 일말의 여지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진의 경우는 더 혼자 기대했다가 상처받는 건 괴로워했다.

  우진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구하는 것뿐이었다. 서영이 찾아오지 않길. 오늘 같은 날만 계속되길.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우진의 걱정과 다르게 무탈한 날들을 보냈다. 문하와 연락하는 것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바로 우진이 문하의 회사에서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고, 주당 이 만원이라 소소한 돈벌이가 되었다. 일하러 간다는 명분으로 문하를 만날 수 있게 된 우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때로는 문하와 식사도 하고, 휴식 시간 동안 즐겁게 잡담했다. 뒤에 그 둘을 바라보든 시선도 몇 있었다. 자주 대면하니 문자로 연락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다. 정말로 순탄했다.

  하루를 끝마칠 부렵, 문하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우리 집 올래?]

  우진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문자를 보곤 휴대폰을 얼굴에 떨어뜨렸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답장을 보낸 우진은 달음박질했다.

  “어서 와.”

  우진을 맞이하는 문하는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였고, 술 냄새를 풍겼다. 손에도 술이 한 잔 들려있었다. 나머지 손으론 우진의 손을 감싸쥐었다.

  “선배.”

  문하가 이끄는 대로 앉은 식탁에는 소주병이 가득했다. 이걸 혼자 다 마신 건가.

  “무슨 일 있었어요?”

  “없어~”

  교태를 부리며 우진의 볼을 눌렀다가 때길 반복하는 문하 때문에 순간 이성을 놓을 뻔한 우진이었다. 하지만 문하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더래도 제가 이럴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 제 뺨에 올려진 손을 제 손으로 덮었다.

  “저 누군지 알겠어요?”

  “알다마다. 우진, 백우진. 내 귀여운 동생이잖아?”

  귀여운. 술김에 하는 말임에도 저절로 얼굴이 붉혀진 우진은 저를 알아본다는 것에 안심했다.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지 않았구나.

  “취했어요. 들어가서 쉬어요.”

  간신히 이성을 붙잡은 우진을 농락하듯, 미호한 얼굴로 문하는 계속해서 우진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답하며 우진은 제 눈과 꼭 닮은 검은 머리칼을 귀로 넘겨주었다. 시원하다며 문하는 우진의 손바닥에 입맞춤을 했다.

  “선배?”

  화들짝 놀랐으나 여전히 손은 문하에게 가 있었다. 저를 찬찬히 훑어보는 시선이 이상하리만치 좋았다. 선배가 날 보고 있다.

  “우진아.”

  우진의 손을 내려놓으며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맞대자 또다시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나 좋아해?”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 우진은 그대로 잠식당했다. 늪에 빠지듯. 이상하게도 언제서부터, 어떻게 알았는지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문하라면 알아도 되었다. 좋았다. 하지만 제 마음을 전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우진은 대답 대신 향기로운 머리칼에 입을 맞추었다.

  “있잖아.”

  문하의 양손이 우진의 두 뺨을 감쌌다.

  “키스해줘.”

  우진은 지금의 응어리를 풀 도구로 여기는 눈을 바라보았다. 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끝에는 우진이 아니었지만. 비록 도구라도 자신을 원할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던 우진은 눈을 감았다. 내가 선배의 도구가 되어도 좋을까. 답은 바로 나왔다. 우진은 문하의 도구여도 만족했다.

  우진의 팔이 문하를 감싸 안아 올렸다. 혹여나 아프지 않을까 싶어 세세한 손길이 문하를 어루만졌다. 그대로 침대로 향하던 우진의 목에는 문하의 팔이 감싸졌다. 사랑스러운 그의 숨결이 뒷가를 간지럽혔다. 숨결은 우진이 아닌 다른 이를 불렀다.

  신우. 애처로우며 달콤하게 찾은 이름이었다.

  누구예요? 의문을 삼킨 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문하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뒤척이며 누군갈 찾는 문하의 옆에 우진도 누웠다. 웅얼거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리던 이름임이 틀림없었다. 우진은 문하가 찾는 이가 제가 아님을 아는 데도 말을 이었다.

  “전 여기에 있어요.”

  우진의 목소리를 들은 걸까. 잠꼬대마저 잠들어버린 문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불을 움켜쥔 손이 아파왔다.

  ‘그 사람이 누군가요?’

  슬픔을 억누르며 눈을 닫았다.

  ‘제가 당신을 알아도 될까요?’

  슬픔보다는 비통에 가까웠겠다.

  ‘제가 당신을 좋아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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