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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10.
작성일 : 19-09-30 20:25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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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형균은 된장찌게를 마시듯이 들이키더니 이인분 값을 계산했다.

  [내꺼까지 낼 필요 없어]

  [그래도 돈 버는 사람이 내야지. 넌 아직 학생이잖아. 그리고 빛진 것도 있고]

  [...그래. 고맙다]

  [여기까지 그냥 온 건 아닐테고. 나 보러 온 거야?]

  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형균은 뭔가를 생각하는양 시선을 바깥으로 향한 채 대꾸없이 먼저 가게를 나섰다. 호연 역시 그 뒤를 따라 나섰다.

 

  [교대 시간이 아직 몇 시간 남았는데...]

  [이 근처에 여관 같은데 있을게]

  [여관? ...그럴거면 그냥 우리 집에 가 있어. 데려다 줄게]

  [아냐. 시간도 늦었는데 그럴 필요 없어]

  [괜히 신경쓸 필요 없어.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어]

 

  형균은 호연을 결국 자신의 집까지 택시로 데려다줬다. 형균은 호연이 택시비를 내겠다는것도 한사코 받지 않고 어두컴컴한 집에 덩그러니 호연을 놓고 사라졌다. 호연은 별 수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 벽을 더듬어 불을 켜고는 한동안 덩그러니 마루에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가족과 같이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신발도 삼선 스레빠 하나 뿐으로 단촐하기 그지없었고 마루에 있는 거라고는 처마에 넣어 놓은 추리닝 바지 하나 뿐이었다.

  호연은 바로 보이는 문을 열고 안을 살폈다. 역시나 벽을 더듬더듬해 스위치를 올리니 형광등이 아니라 알전구가 방을 밝혔다. 이부자리는 일어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채였고 구석에 치워놓은 앉은뱅이 상에는 먹다남은 소주병과 과자 봉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 뒤로 뒹굴고 있는 빈 병들이 방청소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지 않았을 거란 상상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호연은 피로감을 느꼈다. 이부자리에 그대로 누워 멍청히 천정을 올려다봤다. 왜 자신의 환각 속에 형균이 그렇게

 등장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의 그에게 다짜고짜 자신의 환각을 이실직고 하는 건 어려울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난 건 이미 아침해가 뜨고 난 뒤였다. 형균은 맨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호연이 벌떡 일어나자 형균 잠에서 깼다.

  [아. 미안...]

  [아하하항. 뭐가 미안해]

  형균은 퉁퉁부은 얼굴로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쨔샤. 꺠우지 그랬어!]

  호연은 민망해 괜히 언성을 높였다.

  [오늘은 쉬기로 했으니까. 더 자고 싶으면 더 자. 이야기는 이따 하자]

  형균은 말을 하면서 호연이 일어난 이부자리로 기어 들어갔다.

  [너 어제 몇시에 온 거야?]

  [새벽 4시]

  [아...]

  [부엌에 가면 냉장고있어. 거기서 뭐든 먹고 싶은 거 먹어]

  [그래. 푹자]

  호연은 조용히 방을 나왔다.

 

  어제와 같은 풍경이었지만 해가 뜬 광경은 더할나위 없는 시골풍경이었다. 호연의 갑갑한 기분도 한 순간에 날아가는 거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호연은 마루에서 삼선 스레바를 신고 느릿느릿 마당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 부엌으로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역시나 부엌은 맞긴 했지만 생활 흔적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아궁이는 형태만 남아

 있었고 솥이 있었던 자리는 휑하니 아궁이 구멍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작은 냉장고가 여기가 아직 부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유통기한 지난 식빵이 뒹굴고 있고 영문을 모르겠지만

 인스턴트컵라면이 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행히 휴대용 가스곤로가 아궁이 옆에 놓여 있는 게 바로 보였다. 호연은 찬장을 뒤져 주전자를 찾아냈지만 수도가 도무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수도물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니다 결국 마당까지 나와 한켠에 있는 수도가를 찾아내 물을 채웠다.

 

  호연이 어렵사리 컵라면을 하나 끊여 먹고 동네 산책도 가볍게 다녀온 사이 형균은 일어나 마당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일어났어?]

  형균이 얼굴을 닦으며 호연에게 말했다.

  [어. 배 고프지?]

  [그러게. 여기 마트나 가게는 멀어?]

  [가깝지는 않지]

  형균은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였다.

  [오토바이 있으니까. 타고 나가면 돼]

  [너무 멀리 가진 말자. 그냥 간단하게 먹어도 돼]

  [그래. 간단하게? 좋아. 그래도 오토바이 타고 갔다와야해]

 

  형균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길을 십 오분여를 달리니 작은 시장이 하나 나왔다.

  [마침 오늘 장이 열리는 날이야]

  입구부터 호연은 입 안에 군침이 돌았다. 형균이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앞장섰다. 시장은 한참 점심거리를 파는 상인들의 움직임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냄세로 가득했다. 호연은 정신없이 고개가 돌아갔다.

  그 가운데 형균이 슥하고 어떤 가게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호연이 간판을 보니 [언니네 족발]이라고 씌어 있었다. 역시나 입구에 거대한 양은 솥에서 돼지 고기 삶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형균은 들어가자마자 [이모! 나왔어]라고 인사를 하며 바로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와 자리에 앉았다. 이모라 불린 중년의 여자가 소주잔과 고추와 양파를 들고 왔다.

  [알아서 줘]

  형균의 말에 이모는 별 말도 없이 순대와 내장을 한 그릇 가져와 놓고 갔다. 양이 많은 것도 놀랐지만 맛이 정말 기가 막혔다. 형균은 호연의 앞 잔에 소주를 채우더니 제 잔에도 빠르게 한 잔을 채우자마자 바로 건배를 하고 한 번에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두번째도 세번째도 그렇게 마시는 사이 이모가 족발을 다시 또 한 그릇 썰어 오고 형균이 가져온 소주가 이번에는 두병이었다.

 

  호연은 네 병까지는 기억을 하고 있었지만 다 섯 병은 마신 건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고 형균과 아주 화기애애하게 뭔가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게 전부였다.

 

  눈을 떴을 때 형균의 방이었고 형균은 구석에 앉아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었다.

  [...]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말 대신 엄청난 구역감이 밀려왔다. 호연은 엉거주춤 일어나 밖으로 튀어 나가 마당에 그대로 오바이트를 쏟아내고 말았다. 형균은 뒤따라 나와 별 불평없이 호연이 어지럽힌 곳을 치우기 시작했다. 호연은 미안하고 민망해 도와주려고 했지만 형균은 그냥 밀어내기만 할 뿐이었다.

  [들어가]

  [...]

  [그렇게 보고 있는 게 더 부담되거든. 안에 물 있으니까 마셔]

  [...응]

  호연은 더 말하지 않고 얌전히 방으로 돌아와 방에 있는 주전자를 주둥이째 입에 물고 벌컵벌컥 들이켰다.

 

  조금 있으려니 형균이 들어왔다. 형균은 좀 전에 있던 자리에 다시 자리잡고 앉았다.

  호연은 반대편 벽에 기댄 채 앉아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어제 무슨 실수를 한 거 같긴 한데 그게 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너...]

  [어?...]

  [어제 말야...]

  [아! 내가 좀 헛소리를 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술이 취하면 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하더라고. 원래 안 그랬는데.

 요즘 좀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헛소리? 뭔 헛소리?]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신경 안 써도 되는 그냥 헛소리]

  [너 어제 별 말 안했어. 근데 하나 좀 이상한 짓을 하던데]

  [뭐? 무슨 짓?]

  [나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설마 나 좋아하냐?]

  호연은 할 말을 잃고 형균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고 이건 무슨 소린가 싶었다.

  [자꾸 내 손목을 잡고 늘어지고. 아. 그러고보니 진짜 사랑이 어쩌고 저쩌고 했었다]

  [아...]

  호연은 그제서야 상황이 짐작이 갔다.

  [그건 오해야. 나 알잖아]

  [...너 여기 왜 온 거야?]

  [그게...]

  [말 잘해라. 아구창 날아갈 수가 있으니까]

  형균의 목소리는 감정없이 낮았다.

  [아...]

  호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 속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 더이상 말을 둘러대거나 꾸미는건 통하지 않을 거란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해서 형균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확인을 하고 싶어서 왔어]

  [뭘?]

  [어떤 여자가 있어. 그 여자가 너하고 인연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어]

  [다짜고짜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날 믿거나 말거나 그건 네 맘이야. 신경이 쓰인다면 나하고 서울로 같이 가]

  [너 나한테 왜 그래? 이렇게까지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호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이상의 어떤 말도 형균에게 도움은 커녕 혼란만 될 뿐이라 생각했다. 이것이

 자신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 이상의 이야기는 자신을 위해서도 더이상 입을 열고 싶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어?]

  [난 더 이야기 할 수 없어. 선택은 네 자유야]

  [...]

  [난 이제 돌아가야겠다]

  [가다려. 역까지 데려다 줄게]

 

  형균의 오토바이를 타고 역에 도착하자 호연은 여러가지로 기분이 복잡했다.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형균에게

 큰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욕심에 지나지 않지 만은 아닐 거란 생각 역시 강하게 들었다.

  [좋아. 까짓거 가보지 뭐]

  호연은 형균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뭐?]

  [회사는 당분간 쉰다고 하면 돼]

  형균은 제 팔목 부근을 물끄러미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이제 나 혼자야. 어딜가든 이것보다 더 나빠지진 않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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