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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2
작성일 : 19-09-30 19:24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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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어안은 무릎 사이로 턱을 대고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를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난 마음에도 없는 사람한테 혹시 모르니 괜히 여지주면서 희망 고문하는 거. 용기 내서 나 좋다고 고백한 사람한테 할 짓은 아니라고 봐.”

 

  희망 고문. 너무 사랑해서 잠시 그 희망 고문이라도 바라고, 제 풀에 지쳐 쓰러지길 바란 마음을 알까? 아랑은 그에게 고백해서 차인 건 제가 아닌데 꼭 제 일처럼 답을 들은 것 같았다. 그렇게 너는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는 사람인 거지. 슬펐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그녀를 대신해 서글프게 울어대고 있었다.

 

 “그거라도... 바라고 한 고백이었을 수도 있잖아.”

 “흠...”

 

  도현이 고민하다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난 그런 거 못해. 애매한 거, 딱 질색이야.”

 

  그녀가 어둠에 가려져 도현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현도현은 그런 애매한 거 싫어하는 사람이지. 아랑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틔웠던 작은 싹을 서둘러 뽑아냈다.

 

 “그래서 말인데.”

 

  아랑이 그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가 무척이나 망설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천천히 그녀와 눈을 맞췄다.

 

 “우리도 애매한 거 마무리 지어야지.”

 “우리?”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한테 할 말 있어.”

 

  아랑의 심장이 놀란 듯 크게 뛰기 시작했다. 끌어안은 무릎까지 박동이 전해지니. 그녀가 얼마나 긴장한 상태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간절하게 바랐다. 어떻게 좁힌 거리인데. 이 마저도 그가 다시 달아나면 어쩌지. 그렇게 된다면 아랑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도현이 그런 아랑의 마음도 모른 채 여전히 굳은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열아홉 그때...”

 “내가 잘못했어. 그땐.”

 

  초조함에 먼저 선수를 친 아랑이 뒤늦게 후회했다.

 

 “뭘?”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냥... 다. 네가 날 그렇게 대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텐데. 끝끝내 따라 다니고, 신경 쓰이게 했으니까. 그때는 미처 몰랐어.”

 

  도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그때도 너랑 잘 지내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정식으로 사과할게. 많이 늦었지만 열아홉 그때, 너 괴롭힌 거... 많이 미안해.”

 

  도현은 말이 없었다. 아랑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지금에서야 우리가 좀 친해져서 이런 말도 오갈 수...”

 “오해했어.”

 

  도현이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

 

 “어?”

 

  도현이 한 손으로 마른 얼굴을 쓸어냈다. 피할 수 없었다. 운을 띄웠으니 이제 차근차근 풀어 가면 되었다.

 

 “너희 가족이 우리 집 지하방에 오고 얼마 안돼서 우리 아버지가 다른 여자한테 갔잖아.”

 

  도현은 조심스레 옛 기억을 들추었다. 정확히 10년. 단 한 번도 스스로 들춰본 적 없는, 제 입으로 꺼내 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제 입으로 하면 정말 모든 걸 인정하는 꼴이 될까 피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뭐가 그리 무서워서 피했을까. 그는 한 번 입이 열리자 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삼일 째였나. 그때까지 난 아버지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랬는데... 점심 먹고 체육 준비 때문에 락커룸에 있었는데 박종수가 다가오더라. 비죽 웃으면서 ‘너희 아버지 바람나서 집 나갔다며?’하는데 한 마디도 못했어. 옆에서 혁준이 녀석이 뭔 소리냐고 하는데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 녀석이 설명을 하는 거야. 어떻게 나갔는지, 누구랑 갔는지... 다 알 고 있더라고. 그 걸 듣고도 내가 한다는 말이 고작 어떻게 알았냐는 거였어.”

 

  도현은 그 날의 종수의 비웃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다 들었으니까 알지... 그 말을 듣자마자 네가 떠오른 거야.”

 

  무릎을 끌어안은 아랑의 팔에 힘이 빠져 느슨해졌다.

 

 “아버지 나가시던 날 뒤쫓아서 현관문을 열었을 때 네가, 겁먹은 얼굴로 아버지 뒤를 쫓는 게 떠올랐어.”

 

  아랑은 머릿속에서도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들켜 죽일 듯이 자신을 보던 열아홉 어린 도현의 눈이 떠올랐다.

 

 “설마...”

 “아버진 그 날 새벽에 나가셨고, 엄마는 아버지 나가시자마자 열흘을 앓아 누우셨어. 우리 집은 마을에서 떨어져 있었으니까... 흉보기 좋아하는 아주머니들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은 일을 그 자식이 아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아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네가 그런 거라 오해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랑이 충격을 받은 듯 말했다.

 

 “내가 너한테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

 “오해였어.”

 

  아랑이 그의 말을 듣고 가진 궁금증 하나가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으며 물었다.

 

 “그 오해... 언제 풀린 거니?”

 

  질문의 답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오해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면 도현은 자신과 이 같이 가깝게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 도현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그때 알았어. 열아홉, 그때.”

 

  아랑이 벌떡 일어나 달아났다. 열아홉. 그 시절 그렇게 못 되게 군 이유가 없었다는 것. 자신이 그에게 잘못한 이유도 없었고, 그리 모진 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금세 그녀를 따라잡은 그가 그녀를 붙잡았다. 아랑은 손목이 붙잡히는 바람에 몸이 홱 돌아섰지만 시선을 내려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윽고 그가 낮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미안해.”

 

  그 사과에 아랑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 왜 말해주지 않았어? 아니, 나 아니란 걸 알았으면서. 오해였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그랬어?”

 

  침묵이 길어지자 아랑이 다소 날카롭게 물었다.

 

 “왜 그랬냐니까?”

 “힘들어서. 우리 집에 처한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그 와중에 바보 같이 실수까지 해버리니까. 삐뚤어진 마음에 그냥 네 문제를 외면했어.”

 “난...!”

 

  아랑이 감정이 북받치는지 울먹거렸다. 이내 울음을 삼켜내고 그녀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너의 열아홉도 힘들었겠지만. 네 덕에 나의 열아홉도 무척이나 아팠어. 자꾸만 피하고, 외면하고, 뿌리치고, 눈길조차 안 주는 너 때문에 미쳐버릴 뻔했다고. 분명 네가 내게 화가 나서 그러는 것 같은데. 내가 잘못을 한 것 같은데. 그 날 괜한 걱정으로 지하에서 올라간 것이 잘못이었을까, 주제도 모르고 너희 아버지를 붙잡았던 게 잘못이었을까, 애써 모른 척 한 게 잘못이었을까, 뭘 잘못했을까. 그것도 모르냐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내 잘못을 듣고 사과하고 싶어서 다가가면 그렇게 무안을 주고, 창피를 주더니. 결국 네 잘못이었다는 거잖아.”

 “맞아. 내 잘못이었어.”

 “왜 말 안 했니?”

 

  아랑이 그에게 잡힌 손을 비틀어 빼곤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전과는 달리 단호했다.

 

 “우연히 출판사에서 만났을 때, 친구 먹기로 했을 때, 단둘이 속 깊은 이야기 나눌 때도 많았잖아. 충분히 얘기 해줄 수 있었잖아. 잠깐 덮어두고 싶었던 이유가 네 잘못에 정당한 이유를 찾고 싶어서였니?”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데!”

 

  도현이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너무 늦어서. 너무 늦은 사과라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어.”

 

  아랑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출판사 카페에서 만났을 때... 넌 할 수 있었어. 내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고, 그 때 그런 오해를 해서 불편하게 대했다 이렇게라도 만나서 사과할 수 있어 좋다. 어른스럽게 잘 할 수 있었어. 그렇게 했다면 나도 그냥 웃어넘겼을 거야. 그럼 우린 오늘 이러고 있진 않았겠지.”

 

  그래. 그럴 수도 있었다. 왜 그러지 못 했냐 묻는다면 자신이 어른스럽지 못했고, 비겁했음이 이유였다. 도현이 자꾸만 제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필요했어. 잘못한 거 아니까.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서...”

 “아니, 넌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니야. 이번에도 내가 안중에 없었던 거지. 다른 문제들에 또 미뤄둔 거잖아.”

 

  말문이 막힌 도현이 다시 입을 벙긋 거렸지만 아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어떨지 몰라도 나한테 이 문제는 중요한 문제였어.”“나한테도 중요했어. 너랑 만날 때마다 되 뇌이면서 생각했어.”

 “거짓말, 그랬다면 일찌감치 말했겠지.”

 

  다 괜찮았다. 그에게 자신이 친구의 약점을 소문내는 가벼운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도, 그가 그 해 넘겨짚었던 일이 자신의 실수라는 걸 알았음에도 제게 죄책감을 심어줬을 때도, 때 늦은 사과도 전부 다, 이해하라면 할 수 있었다. 미뤄졌다는 것. 그에게서 여전히 미뤄진다는 것. 그에겐 여전히 자신의 존재가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 사실에 슬펐다. 그걸 알고 있었다는데 기어이 눈물이 터졌다. 진짜 뭐 이렇게 찌질해. 그에게 서운하고, 상처 받은 유일한 이유가 그것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홱 돌아서 터지려는 눈물을 주워 담았다. 잘 되지 않아 서둘러 걸음을 옮기려는 그녀를 그가 다시 붙잡았다. 아랑이 그의 힘에 끌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버텼다.

 

 “놔줘.”

 “신아랑.”

 “지금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나 안 볼 거야?”

 “... 지금은.”

 

  그녀를 붙잡았던 그의 손이 느슨하게 풀어지자 아랑이 서둘러 손을 뿌리치고 펜션으로 돌아갔다. 뒤늦게 펜션으로 들어선 도현은 굳게 닫힌 방 문 앞으로 갔다가 이내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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