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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6. 화자의 비밀 - 2
작성일 : 16-10-04 10:14     조회 : 460     추천 : 0     분량 : 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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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비3은 총리의 관사로 향하면서 가슴이 설렜다. 자신이 모집한 야구단원들을 직접보고 돌아가는 길이었기에 그랬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에서 뭔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느꼈기에 그랬다. 22세기가 되면서 처음 가져보는 들뜬 마음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예정된 날이 아닌데 자신을 부르는 총리 때문에 마음 한 쪽이 편하지 않았다.

  그는 현관문을 지나 동백나무가 그늘을 만든 계단 앞에서 잠시 떨어진 꽃잎을 바라봤다. 피어나기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리던 꽃잎이 피어난 후 떨어져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꽃잎은 자신의 삶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도 뭔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기다리다가 그 열매를 맺은 후, 혹은 열매가 맺어지기 전 사라져갈 뿐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생이 문을 닫는 때는 쓸쓸함이 밀려 올 것이다. 그의 의지와 욕망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삶에 대한 계획과 소망이 줄이 끊긴 연처럼 멀어져 갈 것이다. 육체와 영혼이 힘을 합해 그를 연약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다른 쪽 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 쪽 문에서 저 쪽 문으로 옮겨가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그는 믿고 있다.

 

  다비3이 자신의 관사로 들어오자마자 총리는 그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도 주지 않고 질문을 퍼부었다.

 “너, 지난번에 나한테 내 아버지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지?”

 “네, 있습니다.”

 “그럼 이번엔 내가 물어보겠다. 너희 아버진 어떤 사람이었어? 아니, 질문을 바꾸겠다. 너는 어떤 아버지인가?”

 “네? 어떤 아버지냐고요?”

 “그래, 너는 너의 딸에게 어떤 아버지냐고 묻고 있는 거야?”

 “못난 아비인 것 같습니다.”

 “왜?”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을 먹이지 못했고 하고 싶다는 것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왜? 왜, 그렇게 했어?”

 “가난했고 멍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멍청해서 딸에게 딸이 원하는 삶이 옳다는 말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자꾸 안 된다고만 했습니다. 자꾸 하지 말라고만 했습니다. 딸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무시했습니다.”

 “그 일이 뭔데? 네 딸이 하고 싶은 일이 뭔데?”

 “정의를 세우는 것입니다.”

 “정의?”

 “딸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정의를 세우기위해서라면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정의를 세운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정의에 굴복당할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딸은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제 말이 틀리고 제 딸의 결심이 맞을 지도 모르는데 저는 제 말을 듣지 않는 제 딸을 마음 깊은 곳에서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총리는 머리끝을 채웠던 분노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서 다비3의 멱살을 잡든 주먹으로 다비3의 배를 치든 해야 하는데, 어서 다비3에게 네 딸을 데리고 와서 내 앞에 무릎을 꿇기라고 말해야 하는데, 총리는 말없이 몇 걸음 다비3에게 떨어져 창밖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뭔가를 결심한 듯 뒤를 돌아 다비3의 코앞까지 빠르게 이동해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비3은 그의 눈에 들어있는 질문들이 그의 입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정의가 무엇인가?”

  다비3은 총리의 질문이 귀로 들어온 후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고 대답했다.

 “정의란 힘이 아닙니다. 정의란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정의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총리는 다비3의 눈을 더 똑바로 쳐다봤다. 눈 속에 자신이 찾고 있던 것이 있는 것처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질문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정의라면 네 딸은 왜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 않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딸을 알고계십니까?”

 “네 딸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어. 미련하고 멍청한 짓을 하고 있지. 국가에 해를 끼치고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정부를 불신하게 하는 일, 너는 그 일이 정의라고 생각하는가?”

 “딸은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일을 멈추는 것은 네 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거야. 잘 알아둬. 알겠어?”

 “네…. 그런데 멈춘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죽인다는 말입니까?”

 “나한테 질문하지 마! 네가 뭔데 나한테 질문을 해.”

 “살려주십시오! 제가 딸을 말리겠습니다. 그런 일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살려주십시오! 총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딸이 그런 일을 하도록 내버려둔 이 못난 아비가 죄입니다. 총리님 용서해 주십시오.”

  총리는 건조한 눈 주위가 점점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울면 안 돼. 눈물아 나오면 안 돼.’ 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물은 이성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곧 총리는 울었다. 다비3을 불러 뼈에 멍이 들도록 패려다가 패지는 않고 지는 말싸움을 한 후 울었다. 총리는 알고 있다. 왜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지. 자신의 아버지와 다비3을 비교하며 딸을 살려달라고 자신에게 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을 저주하며 때리던 자신의 아버지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슬픔을 느꼈고 그 슬픔이 눈물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총리는 알고 있다. 나도 저런 아버지를 가지고 싶었다고 총리는 마음속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나도 나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포기하는 아버지를 가지고 싶었다고, 나도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아니, 나만이라도 사랑해주는 아버지를 가지고 싶었다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다.

  총리는 그치지 않는 눈물을 다비3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침대에 엎드렸고 다비3은 자신이 총리의 관사로 온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주고 총리의 근육을 누르기 시작했다. 훌쩍이는 총리의 몸을 보며 다비3은 총리가 울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른척하며 그의 뭉쳐있는 근육 곳곳을 충분히 문질렀다.

 

 

 26

 

  우찬8이 집 안 구석에 처박아놓았던 배트를 다시 들고 하루에 몇 시간씩 스윙 연습을 하고 두 달쯤 후 다비3이 만들고 야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여럿이 모인 야구단, 단원들의 의견을 모아 이름을 ‘22세기 야구단’이라고 지은 그 야구단은 2부 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승리도 상대의 실수로 생긴 부끄러운 승리가 아닌 선수들의 놀라운 타격과 안정된 수비, 감독의 적절한 작전과 그 작전을 착실히 수행하는 선수들 때문에 이기는 것이 당연한 승리였다. 그 당연한 승리는 계속 늘어갔고 아무리 아마추어리그라도 힘든 한 시즌 전 경기 승리라는 기록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 주변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야구단의 승리가 다음 시즌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어느새 22세기 야구단은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 입에서 거의 매일 거론됐고 감독과 선수들은 지역신문과 방송사, 케이블 채널의 야구 전문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됐다. 다비3의 작전은 프로팀의 감독들에게 자극을 줄만했고 실제로 프로팀 감독들이 다비3의 경기운용을 따라 하기까지 했다. 우찬8은 타율이 5할 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기간이 점점 늘어가자 프로구단들에게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그 구단들 중 우찬8의 연봉을 삭감시키고 자진해서 나가기를 바랐던 구단도 있었다. 우찬8은 그 구단의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을 때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달라진 현실에 기분이 좋아 오래도록 그 매니저의 제안을 들었다. 그리고 구단주하고도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구단 매니저는 그것쯤이야 어렵지 않다, 구단주님도 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주의 목소리를 듣게 해줬다. 구단주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너, 우리나라 총리 알지? 그 사람이 너를 빨리 복귀시키래. 너 언제 다시 올 수 있어?”

 “총리가 왜 나를 복귀시키라고 하는 거죠?”

 “응, 총리가 우리 형인데, 그 사람이 우리 구단의 실제적인 주인이야. 형은 야구를 겁나 좋아했어. 옛날에는 잘하기도 했고.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야. 돈은 네가 달라는 것보다 더 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기만 하면 돼.”

  우찬8은 프로구단과 지금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22세기 야구단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자신은 결코 프로구단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오직 승리만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여기서 깨달았습니다. 져도 괜찮은데 왜 그렇게 이기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야구를 사랑하니까 지는 일 없이 이기게 됐습니다. 이제껏 이렇게 숭고한 승리를 위해 야구를 해 본적 없는 사람이 과거를 잊고 입에 발린 말이나 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저는 돈 때문에, 내 이름 때문에 야구를 하기는 싫습니다. 나와 야구를 하는 상대를 위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같이 걷는 동료들을 위해, 우리들의 게임을 보면서 뭔가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 팬들을 위해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기서 야구를 하다 죽는 것이 소원입니다.”

  우찬8이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마리3은 옆에서 자신의 글러브를 가죽전용왁스로 닦고 있었다. 마리3이 왜 우찬8 옆에서 글러브 손질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그녀가 22세기 야구단의 제 3선발 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7개 밖에 없는 여자가 선발투수가 된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 팀의 감독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녀는 공을 던지는 실력과 야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뛰어나기 때문에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빠른 공을 던질 수는 없다. 손가락이 두 개만 남은 왼 손으로 던지지 않고 손가락 다섯 개가 다 있는 오른 손으로 던지지만 남자 투수보다 약 10km정도 구속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난 시즌 9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변화구의 제구력 때문이다. 그녀가 던지는 슬라이더는 던질 때의 위치와 포수의 글러브로 들어갈 때의 위치가 확연히 다르다. 타자는 느리게 날아오는 공이 당연히 볼이겠지 생각하며 아예 타격할 마음을 먹지 않고 있다가 스트라이크존으로 정확하게 박히는 공을 보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슬라이더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포크볼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녀의 직구구속이 느리다보니 변화구와 직구의 구속차이를 타자들은 잘 알 수 없는데 그래서 그녀의 포크볼은 직구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가 큰 낙차를 가지고 타자 앞에서 떨어진다.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지만 공이 배트에 걸리는 적은 별로 없다. 있어도 내야를 벗어나는 타구는 없다. 그녀의 투구는 지금까지 말한 것보다 더 칭찬할 것이 많다. 사사구가 거의 없는 점, 피홈런도 거의 없는 점, 루상에 있는 주자를 견제하는 깔끔하고 빠르고 정확한 동작, 상대 타자들에 대한 배려…. 어쨌든 그녀의 이야기만 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 그만한다. 아 참, 우찬8과 마리3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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