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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에게 행운을
작가 : 로기
작품등록일 : 2019.9.19

 
다르네
작성일 : 19-09-30 10:44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18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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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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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대회의 첫 날을 마무리했지만 너무 싱거운 나머지 나는 곧장 도장으로 향해서 운동을 했다. 평소보다도 격하게 말이다.

  "운아 오늘은 좀 많이 격하다?"

  드물게 내가 눈을 찡그리며 몸을 풀고 있는 것을 보고 우진이 형이 내 곁에 와서 똑같은 자세를 잡고는 같은 행동을 하며 말을 걸어왔다. 형은 방금 와서 몸을 푸는 것이고 나는 몸을 달궈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었다.

  "그게……."

  나는 체육대회를 기대하고 임했으며 마지막이었던 장애물 달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들어서 정말로 크게 기대를 했는데 너무 쉬워서 김이 새버렸다는 얘기를 했더니 우진이 형이 자세를 잡은 상태에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렇지? 나도 거기 다닐 무렵에는 그랬다니까. 이게 능력으로 빨라지는 애들도 막상 달리다보면 생각보다 느리더라고."

  형의 말로는 형도 우리 학교를 다녔고 체육대회를 할 때마다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너무 쉬워서 나처럼 도장에 와서 이렇게 몸을 풀었다고. 도장에 다니면서 체육대회를 한다고하면 확실히 형은 쉬웠을 것이다.

  "선생님들께서 적당히 해주시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난이도를 너무 낮춰서 쉬웠단 말이지."

  우리는 자신들이 체육대회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서로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칭을 마쳤다.

  "오랜만에 해볼래?"

  우진이형이 링을 가리키며 내게 권했고 나는 조금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명색이 체육대회인데 몸은 망치면 안된다고 생각한 나는 거절하기로 했다.

  "다음에 할게요."

  "그래? 아쉽네. 그럼 다음에보자."

  나는 그대로 도장을 나와 집으로 향했고 시원하게 목욕을 마친 뒤 잠을 자기로 청했다. 도장에서 워낙에 열심히 해서 잠은 생각보다 훨씬 달콤했다.

  이튿날 아침이 왔다.

  "아버지, 어머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오냐~."

  "네~."

  나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동네를 돌기 전에 먼저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고 하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배웅해 드렸다. 두 분은 어김없이 멋있는 미소와 함께 집을 나가셨다. 이젠 나밖에 없는 집이 조금 쓸쓸해질지도 모르지만 친구들이 또 자주 놀러올테니 괜찮을 것이다.

  그 후 밖으로 나와 천천히 뛰고 있었는데 꾸며진 거리 때문인가 왠지 평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이 많이 보인다고 할까 왠지 아무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네를 돌고 집에 들어가려고 하니 선생님이 문을 열고 나오셨다.

  "운동 마친거니?"

  "네. 오늘은 일찍 출근하시네요."

  최근 들어서 선생님은 우리와 함께 등교하는 일이 잦아졌다.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선생님들이 자꾸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한다며 내게 한탄하는 일도 많아지셨지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고 그것을 알고계신 선생님은 그걸로도 좋다고 하셨다.

  "그럼 먼저 가볼게~."

  돌아올때쯤에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운아! 어서 가자!"

  유아는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부르며 소리치고 있었고 수연이는 내가 타준 커피를 자연스럽게 마시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녀석들 이럴 시간이 있으면 먼저 학교에 갈 것이지 왜 기다리고 있는거야. 같이 등교하는 것은 나도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렇게나 오래 기다릴거라면 그냥 먼저 가도 되지 않을까.

  내가 준비를 마치고 방에서 나오자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빠르게 학교로 가고 싶었는지 서둘러 집을 나서는 유아를 보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까지 학교를 가고 싶을까 했지만 체육대회이고 축제이니까 그럴만했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축제가 아니라면 체육계 동아리를 하는 학생들만 있는 시간에도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여러 사람들이 기대하는 축제라는 것을 이걸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

  나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중간에 만난 수혜와 함께 반으로 향했다. 굳이 반으로 가지 않아도 되지만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위함이었는데 이건 우리 반을 탈의실로 지정되어서 그런 것이었다. 1층에는 없는 교실이 교사 문에서 가장 가까운 중앙 계단의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인데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수혜를 데리고 자연스럽게 문 옆에 적혀 있는 문구를 읽지 않고 바로 문을 열고 만 것이다.

  "꺄아아악!"

  "으아아아악!"

  수혜와 우리 반 남학생들의 뒤섞인 비명이 복도에서 울려퍼졌고 그대로 수혜는 복도를 달려나갔다. 나는 수혜가 달려나간 곳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문의 옆에 있는 문구를 보았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탈의실 시간대로 지정해둔 것이었다. 어제는 내가 이미 화장실에서 갈아입었고 이런 문구는 없이 아이들은 각자 반에서 갈아입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수혜에게 잘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운아, 빨리 문 좀 닫아줄래?"

  지태가 내게 이때까지 없을정도로 냉정한 목소리로 부탁을 해왔다.

  "미안해. 나 잠시만 갔다올게."

  나는 문을 닫으며 간단하게 사과를 하고 수혜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일단 사과를 해야하니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렇게 가고 있자니 앞에서 아린이를 만났다.

  "선배~!"

  가볍게 점프하며 내게 달려드는 아린이를 달리는 상태에서 가볍게 받아안아 그대로 달렸다.

  "선배! 이제야 제 마음을 받아주시는건가요?"

  눈을 빛내면서 내게 묻는 아린이를 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게 아니야. 수혜 봤어?"

  무시 당한 것을 알겠지만 내가 급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안색을 바꾸고 대답해주는 아린이였다. 정말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보면 마냥 예쁜 아이인데 말이다.

  "방금 저랑 스쳐지나갔어요. 손으로 붉힌 얼굴을 가린채로요."

  좋은 정보 고맙다.

  아린이가 말해준대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있자 교사의 끝에 도착했고 그곳에 있는 문 앞에서 아린이를 내려 놓았다. 아쉬워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밖에 있는 계단으로 가자 수혜가 난간에 몸을 기대어 하늘을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무시한다는게 조금 미안했지만 지금은 안된다.

  "나는 이제 시집가기엔 글렀어."

  수혜는 내가 따라왔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렇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미안해.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어."

  "아니야. 괜찮아. 나도 아무생각 없었고 어차피 언젠가는 어떤 남성의 몸을 봐야하니까 예행연습을 했다고 생각하지 뭐."

  난간에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는 수혜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돌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언젠가는 수혜도 남자친구가 생기고 그렇고 그런일이 생길테니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한다면 괜찮겠지만 그걸 말한 사람의 모습이 제정신이 아닌데 어떻게 수긍할까.

  "정말로 미안해."

  나는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아린이는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 고개만 갸웃하고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는거겠지."

  이제는 단념한 듯한 표정을 짓는 수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렇게나 힘들어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니 미안해 죽겠다.

  "근데 선배 무슨 얘기하시는 거예요?"

  "내가 실수로 남자탈의실이 되어버린 교실을 수혜가 있는데도 그냥 열어버렸어."

  아린이는 꽤나 궁금했는지 대화에 끼지 않고 참았던 것을 내게 귓속말로 풀어헤쳤고 나는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수혜의 얼굴을 본 순간 우리는 서로 크게 웃었다.

  "내가 이런걸로 충격 먹을리가 없잖아. 애초에 남동생도 있는데 남자의 알몸을 봤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

  사실 수혜가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은 계단에 도착했을때 표정으로 알았다. 눈빛까지 속이는 것을 보면 대단한 연기였다. 순순히 속아줄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것은 맞으니 그대로 받아주었다.

  "결국 장난이었던 거죠?"

  아린이는 우리 장난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아린이가 무슨 장난을 칠 것인지 매우 불안했지만 아직까지는 알지 못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리는 다시 반으로 향했고 아직 남학생이 이용하는 시간이라 나는 우리 반에서 갈아입었고 수혜는 또 다른 탈의실이 된 반에서 가서 갈아입었다. 애초에 옷을 갈아입고 있었던 아린이는 어째서인지 나를 따라오려고 해서 수혜에게 맡겼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탈의실에 여성이 따라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선배. 오늘 경기는 어떤거 하시나요?"

  "오늘은 다 나갈 예정이기는 해. 구기종목이니까 사람도 많이 필요하고. 친구들 체력도 생각해야하니 가장 체력이 좋은 내가 다 나가는게 맞으니까."

  사실 내가 정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럼 오늘은 바쁘게 응원해야겠네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나가는 경기가 없는건가?

  "너 계속 나하고 있어도 돼? 친구들은?"

  "이미 허락을 맡아서 괜찮아요!"

  괜찮은거냐 아린이네 반 친구들아?

  "이런 애가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너는 반응이 왜 그러냐."

  우리 반 아이들이 모여있는 천막 아래에서 아린이와 대화를 하고 있으니 듣고 있던 무한이가 내게 와서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야 나도 마냥 좋아하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켕긴단 말이야.

  "그렇죠?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아린이는 드디어 자신의 아군을 만났다는 듯이 무한이에게 그렇게 물었다.

  "나 같았으면 바로 사귀었을텐데 말이야."

  무한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린이의 말에 동의하며 자신의 경우를 이야기했다. 그러고보니 무한이도 꽤 괜찮은데 왜 여자애가 없을까. 내가 아무리 생각한다 한들 갑자기 생기지는 않을테고 혹시 멀리서 지켜볼 수도 있다. 아무도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거니까.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면서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렸고 이내 교내방송과 울려퍼지는 종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오늘과 내일은 구기종목만 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 것 같지는 않지만 친구들의 체력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힘든 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첫 경기는 축구였다. 축구도 여학생과 남학생으로 나뉘어서 진행되는데 우리 반은 두 경기 모두 최소 결승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우리 반은 대체로 운동신경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아 우승을 노릴만 했다. 남자 축구의 대진표를 보니 우리 반은 부전승으로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시간이 남아 다른 반 아이들의 경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학생들의 경우는 알아서 한다고 하며 자신들의 경기가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이겨야 해!"

  여자 아이들이 우리를 향해서 그렇게 소리쳤고 우리도

  "너희도 이기고 와!"

  라며 주고 받았다. 우리 반 애들은 정말로 친하게 지내서 다행이다. 다른 반을 지켜보니 싸우고 있는 반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밝다는 것은 매우 좋았다.

  "자, 그럼 우리는 다른 반 애들을 염탐해볼까?"

  지태의 얼굴에는 이미 아까 탈의실에서 있었던 해프닝에 대해서는 잊은 것처럼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일단 제대로 설명을 해주었고 지태를 포함해 옷을 갈아입고 있던 친구들에게서도 용서를 받았다. 그래도 나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수혜는 그렇다고 쳐도 보여진 아이들의 기분은 매우 나빴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신경쓰고 있어? 괜찮다니까."

  아이들을 이끌고 앞서가던 지태는 한 번 뒤를 돌아보고 맨 뒤에 있던 내게 다가와 다시 괜찮다며 등을 두드려 주었지만 나는 너무나 미안해서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우리 반의 최종병기가 이렇게 주눅들어 있으면 곤란해. 너는 전세를 뒤바꿀 수 있는 무기니까 항상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한다고."

  그래도 내 표정이 나아지지 않자 잠깐 고민하던 지태는 내 배에 가볍게 주먹을 댔다.

  "이러면 되겠어?"

  "응. 고마워."

  "뭔가 변태 같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안해준다."

  지태는 장난스럽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시 친구들의 앞에 서서 이끌고 나갔다. 역시 지태는 정말 좋은 녀석이다. 기분은 나아졌지만 미안하다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빨리 떨쳐내야지 아이들의 분위기도 떨어지지 않을텐데 말이다.

  "선배. 자꾸 그렇게 계시면 뽀뽀할거예요?"

  "미안해. 그것만은 봐줘. 나 누군가한테 살해당할거야."

  아린이가 옆에서 자초지종을 지켜보다가 지태에게 위로를 받고도 아직 풀이 죽어 있자 그런식으로 얘기를 했다. 이 애가 이렇게 말하면 정말로 할 것 같아서 나는 억지로라도 내 기분을 바꿨다. 그녀에게 속절없이 당해버린다면 아마 박민기 그녀석이 나를 말한대로 죽이려고 안달할 것이다.

  "그래요. 선배는 그런 얼굴이 더 어울려요."

  아무리 그래도 후배에게 위로를 받는 것은 선배로서 어떨까 싶다. 아직도 나는 많이 어린 모양이다.

  우리 반 남자애들과 함께 우리가 경기를 진행하는 운동장으로 왔고 그곳을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잡초들이 자라있었다. 아마 과학선생님께서 하신 일이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 넓은 곳까지 하셨다면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쉬고 계시지 않을까. 그리고 천막도 반만큼 준비가 되어있었고 양호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서 또다시 다친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 마련된 천막 아래에서 이야기하고 계셨다.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발견하신 두분께서는 또 손을 흔들며 인사하시길래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어제도 그랬지만 도착하자마자 어떻게 아시는거지.

  우리가 도착하자 시작된 축구는 내가 알고 있던 축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수의 수는 똑같은데 선수 모두가 있는 능력을 쓰면서 진행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패스를 받은 아이가 엄청난 스피드로 상대편 골대 앞으로 도착하더니 볼을 찼고 골키퍼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막아냈다.

  "이게 축구야?"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생각을 입밖으로 내었다.

  "아, 운이 너는 처음이라고 했지? 맞아. 우리 학교 축구는 이런식으로 진행이 돼. 체육시간에는 능력 사용이 금지되어있지만 체육대회는 밖에서도 구경을 오기 때문에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 이런식으로 학교에서 허락하는거야. 그래서 경기를 능력이 있는 반들과 없는 반들로 나눠서 하는 거겠지?"

  공지나 대진표를 보지 않은 내가 알기에는 어려운 내용을 설명해주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반에서 성적이 나 다음으로 높은 아이인 가람이가 테가 굵은 안경을 중지로 끌어올리며 내게 설명해주었다.

  "그래? 그래도 다치지 않아?"

  나는 능력 사용이 간단하기 때문에 다칠 염려가 없지만 다른 아이들은 중학생때보다는 나아졌어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던 듯하다.

  "괜찮아. 그래서 외부에서도 치유 능력이 있으신 분들을 모시니까."

  그러고보니 선생님들의 옆에 못보던 여성분이 계셨다. 그게 그런 이유였구나. 요즘 이런걸 생각하는데 머리가 굳은 것 같다. 너무 풀어진건가 싶었다.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바로 경기에 집중했다. 학생들이기 때문에 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 선수 교체는 마음껏 해도 좋고 경기의 시간도 전 후반 30분이어서 나에게는 꽤 여유로웠다.

  "이야~, 3반 애들 엄청 잘하네. 선수 교체도 정확하고 전략도 제대로 세워온 모양이야."

  무한이가 그렇게 감탄을 했다. 운동에 대해서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칭찬을 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녀석이 다른 반 아이들의 경기를 보며 칭찬을 했다는 것은 정말 잘한다는 얘기였다. 나는 능력을 사용하고 있어서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축구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능력의 사용에 매우 능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우리 학교 아이들의 능력을 꽤나 과소평가한 모양이었다.

  "뭐야 이게."

  지태는 다른 반 아이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꺼낸 말이었다.

  "다른 반 녀석들 준비 너무 많이한거 아니야?"

  "그러게. 나는 처음 경기를 치룬 3반이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녀석들도 엄청 준비를 잘했잖아?"

  무한이도 지태의 말에 동의하면서 눈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다른 반 아이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월등히 뛰어났던 것 같다.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심각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아이들의 분위기를 읽고 꽤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고등부 남학생의 경기가 생각보다도 재미있는 경기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운이를 빠르게 꺼내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아니야. 잠깐 기다려봐 반장."

  지태의 결정에 한솔이가 나서서 반대를 했다. 지태는 웬일로 한솔이가 이런 대화에 의견을 제시하는지 궁금해졌는지 진지하게 들을 준비를 했다.

  "다른 반 녀석들이 우리 생각보다 잘한다면 우리는 반대로 가야해."

  "왜?"

  "운이를 제외하고 우리는 체력의 한계가 있잖아? 그걸 역으로 이용하는거야."

  "그렇군."

  한솔이의 의견을 듣고 지태는 생각에 빠졌고 금새 결론을 냈다.

  "오케이. 알겠어. 그렇게 가자. 그럼 우리는 주전을 5명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운동에 자신없는 애들로 가자. 버티기만 해도 좋아. 2골이든 3골이든 점수를 많이 넘기지 않고만 있으면 운이가 해결해줄거야."

  잠시만 친구들 그렇게 맹목적인 믿음을 주어도 나는 축구라고는 해본적이 없다니까?

  "잘 부탁해!"

  아이들이 일제히 나에게 기대한다며 외쳤다. 뒤에 있는 박민기는 아직 불만이 많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아, 알겠어. 나만 믿어!"

  나는 아이들의 기대를 내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아이들과 떨어졌다.

  "야, 뭘 그렇게 긴장해. 축구라고는 한 번도 안해본 녀석처럼."

  무한이가 내 식은땀을 봤는지 그렇게 장난을 치며 내게 다가왔다. 내가 정말로 긴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표정이었는데 미안하지만

  "안해봤는데?"

  "뭐?"

  녀석은 내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듯 말도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해본적이 없단 말이지.

  "그러고보니까 체육시간에 축구를 할 때쯤만 되면 안보였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하는 무한이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친해져서 다들 잊고 있을테지만 나는 얼마전까지 친구라고는 없었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해야하는 구기라고는 하나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선생님들께서 나를 누군가와 같이 시키려고 하시지 않았고 남은 학생은 자신과 같이 했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하기에는 무리였다. 작년에서야 선생님들께선 눈치를 채시고 웬만해서 나와 함께해주셨지만 역시 나 한사람에게만 시간을 할애하실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거절해서 나는 구기라고는 한 번도 해본적도 없었고 어제 잠깐 영상을 본게 전부였다.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대에 부흥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니야. 너만큼 센스가 있는 녀석이라면 불가능할 건 없어."

  무한이의 긍정적인 마인드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공에 익숙해지면 돼."

  그렇게 말하고는 무한이는 다시 아이들에게 가서 내 이야기를 한 모양인지 천막에서는 "뭐?", "진짜로?"라는 등의 소리가 들려왔고 우리 반 아이들은 머리가 좋은 몇몇을 제외하고 전부 뛰쳐나와 내게 와서는

  "지금부터 연습하자."

  라면서 교사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데려가 공이란 공에 모두 익숙해지라며 연습을 시켜주었다. 나는 너무 착한 녀석들에게 고마워서 눈물이 차올랐지만 여기서 가만히 울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있는 힘껏 공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실전만이 있을뿐이야."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지태를 보고 나도 각오를 다졌다. 아이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필요하다면 능력을 쓸 생각까지하며 나는 임전태세로 전환해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일단 감독을 맡고 있는 가람이가 불러야지 나가기 때문에 천막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각오를 다진 기념으로 바로 내보내줄까 생각해봤지만 역시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내 친구들이 냉정해서 기쁘다…….

  그런 나와 반대로 운동장에 서 있는 친구들은 매우 긴장한 상태로 선생님께서 호루라기를 불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로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의 모습과 흡사해 보였다. 사실 그런거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이윽고 선생님의 입에 물려있던 호루라기가 울리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수비로 나서는 것을 선택해서 모두 소극적으로 움직였고 볼을 돌리는 것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이 축구는 능력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돌리던 공의 궤도에 다른 반 아이가 끼어들어 빼앗았고 우리는 그것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점수를 내어주게 되었다. 시작 5분밖에 지나지 않아 넘겨준 점수였다.

  점수를 빼앗기고 분해하는 아이들과 미안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다 화가 났다. 그리고 지금 바로 나가지 못하는 내가 미안할 정도였지만 아직 가람이의 부름이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반의 투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전반 30분을 모두 막는데에 전념했고 아이들의 분투로 인해서 처음에 먹혔던 점수를 포함해 3점밖에 넘겨주지 않았다. 내가 보아도 매우 불리한 싸움이었음에도 우리 반 친구들은 전력을 다해 막았다고 할 수 있었다.

  "잘했어. 우리는 이 정도면 매우 잘 막은거야."

  지태는 가쁜 숨을 내쉬며 같이 뛴 아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지태도 의외로 운동을 잘하지 못해 매우 힘들었을텐데 아이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었다.

  "가람아 어때?"

  "쟤들도 정말 칼을 제대로 갈고 나왔어. 한솔이 의견을 듣지 않고 주전애들만 내보냈다면 이기기는 했겠지만 체력이 문제였겠지."

  "정말로."

  무한이도 직접 뛰어서 흘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가람이의 말에 동의했다. 나는 우리 반이 얼마나 잘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순순히 듣고 있었다.

  "자, 운아 준비해. 네 차례야."

  "알겠어."

  가람이의 부름에 나는 응하며 가벼운 긴장과 함께 도장에서 형들과 제대로 대련을 할 때만큼 집중했다. 지금이라면 상대의 어떤 움직이더라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운아, 다른건 다 필요없어 애들이 주는 패스를 받고 너는 공이 오면 그대로 골대 앞까지 가져가서 넣으면 돼. 네 말도 안되는 운동신경이라면 어떤거라도 다 피할 수 있을거야."

  시작하기 전에 가람이가 나에게 해준 말이었다. 가람이가 그렇게 보았다면 아마 맞을테니 자신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기로 했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호루라기가 울리며 경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전반에 보았던 5분 골을 생각하고 공을 가지고 있는 무한이에게 외쳤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이 바꼈다.

  "멀리 차줘!"

  그리고 지금 여기서 가장 행운이 낮은 심판을 봐주시는 생물선생님에게 20의 행운을 넘겨드리고 44에서 64가 되는 것을 확인한 후 그대로 냅다 앞으로 뛰었다. 내 외침을 듣고 전반부터 뛰고 있던 무한이는 잘 알아들었는지 바로 골대쪽으로 멀리 차주었다. 상대 반 아이들은 공이 오는 쪽으로 수비들이 움직였고 나는 잡초들이 무성한 운동장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에 있는 공을 받고 그대로 내려와 골대 앞까지 다가갔다. 수비수인 애들은 이미 굳은 채로 서 있었고 내 앞에는 골키퍼를 맡은 아이였다. 아까부터 봤는데 몸이 늘어나는 것이 능력인지 어떤 곳에 차더라도 막았던게 매우 골치가 아팠지만 나는 그대로 달려가 그 아이와 1대1을 시작했다. 상대 골키퍼인 아이는 너무 당황했는지 손부터 늘려서 뻗어왔고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피하고 앞으로 나아가 골을 넣었다.

  그 순간 우리 반 아이들에게서 환호성이 내질러졌다. 나는 그것을 듣고 한시름 놓았다. 전반에 먹혔던 5분 골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족쇄가 되어있었을 것이라 나는 무조건 빠르게 골을 넣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행히도 성공한 셈이었다.

  "어때?"

  "재미있어."

  우리 반 진형으로 돌아오니 아이들과 함께 반겨주던 무한이의 질문에 나는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나를 믿어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상대편인 아이들은 나를 보고 정말로 놀란 표정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무시했던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녀석에게 골을 먹혔으니 그럴만 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때부터 우리 반의 반격이 시작 되었다.

  첫 경기는 전반에 먹혔던 점수 3점을 이후로 내어주지 않았고 우리 반 아이들의 분투로 4점을 내고 이겨냈다. 더 점수를 내어 차이를 벌리고 싶었지만 상대도 능력을 사용하니 내 생각만큼 되지는 않았다.

  "이제는 운이가 우리 최종병기라는 걸 이미 다른 반 아이들에게 알려졌을테니까. 운이를 제외하고 계속 선수 교체를 이용하자. 그리고 지치지 않는 우리의 최종병기를 볼 때마다 질색하게 만드는거야."

  가람이는 매우 사나운 미소와 함께 말해 무서워 보였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그 말에 동의하며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무서워 보이기는 했지만 매우 즐거워 보여서 너무 좋았다.

  그 이후로 우리는 승승장구하며 이겨 나갔고 결국 결승에서 3반을 만나고 이겨 축구를 우승까지 이끌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가 없이 모두가 경기에 임했고 모두가 힘을 내어서 이겨냈다.

  "선배, 수고하셨어요."

  "고마워."

  아린이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뒤 내게 수건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 반 애들 진짜 멋진거 같아."

  나는 또 생각하던 것을 입으로 소리내어 버렸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내가 보기에는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로 멋졌으니까.

  왠지 안쪽에서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있는 힘껏 짓누르며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고 옆에서 아린이가 같이 지켜보고 있었다.

  축구를 진행하는 동안 점심도 마쳤고 곧 하교시간이 되어 남은 경기를 조금이나마 진행시키기 위해서 바삐 움직이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보고 있으려니 우리 반 여자애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아쉽다."

  "그러게."

  우리 반 여자애들도 양반은 못되는 듯 그렇게 대화를 하며 다가왔고 수혜가 결과를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승에서 져서 매우 분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목표는 셈이었다.

  "그나저나 남자쪽은?"

  수혜가 묻자 반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우승이지."

  지태가 오늘 최고의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해주었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다음 경기인 농구와 야구, 배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세 경기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같이 진행하는 것이고 내일까지 이어지는 경기들이었다. 오늘은 축구로 인해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세 경기를 한 번에 하나 했더니 모든 경기의 규모를 조금씩 줄여서 시작하기로 했다고 단말기를 통해 공지되었다. 아마 축구의 열기가 뛰어났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하지 못했던게 요인이 되었던 모양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가 모여 화이팅을 외치며 각자가 맡은 경기장으로 향했다. 정말 이상하게 분위기가 뜨거운 애들이다.

  "운이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자."

  가람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운아 너는 한 게임이 끝나는대로 도움을 주러 달려나가. 달리기도 빠르니까 금방 도착해서 가능할거야. 우리 반 애들도 다 잘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하면 돼. 야구는 마지막 경기에만 참여하면 되고 보통은 농구와 배구로 가줘."

  내가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는 가람이의 눈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 믿음에 보답해주고 싶다고 바로 들만큼.

  다른 반은 세 경기를 뛰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 반은 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가람이가 덧붙였다. 하지만 생각보다도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잘해서 내가 참여할 곳은 전혀 없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아이들은 단말기에 올라온 모든 반의 성적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튿날의 체육대회는 우리 반의 대성공으로 끝나 상위권으로 유지되었던 성적은 3위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1위는 무한이가 칭찬했던 3반이었고 다음은 운동을 하는 아이들만 모여있는 14반이었다.

  반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던 발을 멈추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 장소는 꿈에서 보았던 그 공원이었다. 오늘은 꿈에서도 보아서 그럴까 왠지 가보고 싶었다. 이곳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에 가는 공원과 비슷한 느낌은 여전했다.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공원 의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아,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나요?"

  그때 보았던 소문의 그였다. 여전히 잘생긴 외모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머리가 전보다 짧아져 얼굴이 보인다는게 조금 달랐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그의 귀에는 노을의 빛을 받아 빛나는 검은색의 사슬을 제외하고 하얀색의 귀걸이가 보였다. 검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이려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 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나는 그 사이 저번에도 생각한 것을 전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학생인 저에게 말을 높이시지 않으셔도 돼요."

  그는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그럴까. 그럼 나도 말을 놓고 이름으로 불러줘."

  라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소문의 그에게 말을 놓는다는게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왠지 기대하는 것 같아서 마냥 거절하기는 조금 그랬다.

  "알겠어."

  그와는 그렇게 조금 더 가까워졌고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했고 그러다보니 꿈에서도 꿨던 처음 봤을 때가 떠올라 한가지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그러고보니까 형, 엄청 대단한 사람이던데?"

  나는 가방에 보관하고 있던 그때 받은 명함을 보여주며 형에게 물어보았다.

  "아, 그거?"

  곤란한 미소를 짓는 형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잘못됐나?

  "사실 그거 내 명함이기는 한데 그때 이걸 주려고 했는데 잘못줬어."

  형은 품속에서 다른 명함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이름과 연락처가 있었고 뒷면에는

  "매니저? 형처럼 대단한 사람이?"

  "그게 원래 직업이야. 헌터는 그냥 어쩌다보니 하게 됐어."

  정말로 곤란한 듯 미소를 짓는 형을 보고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한 것이면서도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에서 길드장까지 하고 있다니 누가 들으면 장난이라고 할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 형이라서 믿을만했지 아니였으면 명함도 가짜라고 버렸겠지.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는데?"

  생소한 직업이라서 나는 흥미가 돋았고 숨기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이 형과 대화를 하면 왠지 다 믿어도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만약 거짓말이라도 괜찮았다. 친해진 형이랑 대화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되니까.

  "음, 엄청 힘들어. 자신이 맡은 사람의 웬만한 뒷바라지는 다 해야해.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맡은 사람이 두사람이지만 둘 다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그다지 돕지 않아도 알아서 해서 내가 할 일은 거의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그래서 나는 남는 시간에 다른 분들을 도와주고 있어."

  매우 신기했다. 소문으로 무성한 형이 지금 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만해도 신기한데 외모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잘생겼음에도 사람이었다. 형도 나와 같은 생활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즐거운 대화를 이어나갔고 약 1시간 정도를 대화하고 있으려니 노을이 이미 져서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별과 달이 빛나고 있었다.

  "이제 가봐야겠다. 운아 다음에 또 봐. 자주 연락해주고."

  "응, 형도 자주 연락해야해."

  우리는 이 잠깐 사이에 매우 친해졌다. 이런 대단한 형과 친해져도 되는가 싶었지만 형은 부담가지지 말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형과 헤어지고 나는 도장으로 향했다. 도장으로 와보니 오늘은 우진이 형이 보이지 않아 대련을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까 만난 시훈이형과 잠깐 연락을 주고 받은 뒤 편안한 잠을 잤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만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다음날이 되어 일어난 나는 경악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내 옆에 있는 친구들도 그러했고 아린이조차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한솔이가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 말은 우리 반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진행된 경기는 우리 반의 승승장구로 진행되었고 매우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준결승부터 시작된 이상한 분위기에 우리 반 아이들은 수상함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딱히 해결할 방법도 없어 가만히 두었고 그 결과가 우리의 패배로 이어졌다.

  사건은 내가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 계기였고 그것은 이유가 있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우리 학교에 헌터들이 대부분 게이트라고 부르는 문이 형성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게이트의 등장에 사람들은 놀랐고 10분이 지나자 그곳에서 괴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이트에서 괴물이 나오는 것은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빠르게 뛰어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그곳에 있던 헌터들에게 들었다.

  괴물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마침 내 경기가 끝나 앞뒤 보지 않고 바로 게이트가 있다는 곳으로 달려가 사람들을 도왔다. 이미 돌아온 행운을 조금씩 나눠주면서 신체능력을 강화했고 사람들에게 덤비는 괴물들을 쓰러트리지는 못해도 덤비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 예전에도 한 번 해봤지만 여전히 괴물들은 위험했고 사람들을 도와주며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있으려니 학교에 있던 A급의 헌터가 와서 우리를 도와주었고 그의 파티가 안에 들어가 일을 처리했다.

  잠깐 일어난 일이어서 학생들의 대부분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고 사상자는 없고 중상자가 1명일 뿐 그다지 크게 일어난 사건이어서 학교측에서도 경기를 진행했고 그로 인해서 나를 기다리며 경기를 치루던 아이들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던만큼 제대로된 경기를 치룰 수 없어 패배를 했다.

  "미안해."

  "아니야. 그렇게 미안해하지마. 너는 옳은 일을 한거야."

  지태와 아이들은 나를 위로해 주었고 나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마냥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행동한 내가 미웠다.

  "선배 그렇게 상심하지 마세요. 내일이 있잖아요."

  아린이는 그때까지도 내 옆에서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나 진짜로 꼴분견에다가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구나.

  "고마워."

  나는 고개를 저어 지금의 감정을 떨쳐버린 후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거예요."

  분명 어색한 미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린이는 "웃는 얼굴이 더 좋아요"라며 이야기 해줬다.

  "내일 너희를 실망시키지 않는 결과를 보일게."

  "이미 충분하지만 말이야."

  반 아이들은 그렇게 얘기하며 나를 북돋아 주었다. 나는 이 아이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어렸다.

  체육대회가 사흘째를 보내고 다음날을 맞이했다. 나흘째 종목은 보통 체육대회라고 해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였다. 학교에 있는 수영장을 이용해서 수영과 다이빙 등을 경기로 진행했고 우리 반은 상위권의 성적을 내었다. 어제의 실패를 오늘 있는 종목들로 모두 복구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남은 경기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 다시 한 번 위를 노려볼 수 있었다.

  마지막 경기는 오전과 같이 수영장에서 진행되었는데 진행하는 선수 모두에게 머리를 감싸는 기계를 주었다. 그 기계를 착용한 뒤 상대를 보면 타점이 있었는데 그것을 학교에서 나눠준 막대로 맞춰서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였다. 이 경기는 반에서 3명의 선수가 한 팀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반에서는 가장 체력이 좋은 나와 무한이 박민기가 선수로 참여하기로 했다.

  박민기는 어제까지만 해도 오지 않았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와서 아침부터 성실하게 경기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전히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노려보고 있었다.

  "야 너 아직도 운이가 마음에 안드냐?"

  무한이는 박민기가 나를 보는 시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지 퉁명스럽게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사람한테 시비를 거냐?

  "그렇다면?"

  나는 두사람이 야단이 날 것 같아 사이에 들어가 말렸다. 그렇게 두사람이 서로를 째려보고 있자 어느새 경기는 시작되었다.

  "무한아!"

  "알겠어!"

  나와 무한이의 호흡은 잘 맞았지만 박민기는

  "잠깐 왜 혼자 앞에 나가는거야?"

  이렇듯 혼자 행동하며 놓치는 기회가 많았다. 경기를 이기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진행되는 지금 잘하는 반들이 많아져가니 더 이상은 수가 없어 아린이에게 부탁을 했다. 아린이는 내 부탁에 기뻐하며 빚으로 만들어둔다며 이야기했다. 아린이의 표정을 보니 이 이상 빚이 늘어나면 무슨 일을 부탁을 해올지 알 수조차 없었다.

  아린이는 내 부탁을 듣고 박민기에게 향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박민기가 얌전해졌다.

  얌전해진 박민기와 호흡을 맞춰간 우리는 결승까지 올라갔지만 우승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매우 한심한 이야기지만 배가 아파진 무한이가 화장실을 가고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실격처리가 되었다. 선수 교체가 없는 경기라서 아무런 발버둥조차 치지 못한 채 실격당했다.

  "하하하!……. 미안해."

  자신의 실수로 인해 실격처리된 것에 미안해하는 무한이는 매우 신선했다. 요즘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체육대회의 나흘날을 보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날을 두고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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