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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독애(毒愛)
작가 : 묵연
작품등록일 : 2019.9.29

[GL]

"오랜만이네요."

5년간 감감 무소식이던 소꿈동생 겸 친구인 백우진이 돌아왔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문하에게 다가오는 우진과, 그런 우진에게 문하는 남다른 느낌을 받는다. 둘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독같은 사랑으로.

 
보고 싶었어요.
작성일 : 19-09-29 20:11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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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오늘 집에 오는 거 알지?]

  평소라면 오지 않았을 문자가 온 걸 보아, 무언가 있을 터였다. 그리 짐작한 문하는 일이 있어 돌아가지 못한다는 답장을 보냈지만, 반드시 와야 한다며 거절당했다.

  “또 무슨 일을 꾸민 건지.”

  요리든, 옷이든, 심지어 기계든 무언갈 만드는 취미가 있는 문하의 어머니는 문하가 돌아오는 날이면 항상 신작을 선보였다. 내심 기대하는 문하였으나, 발신인이 어머니가 아니라 동생이란 점에 의문이 생겼다.

  “저 왔어요.”

  현관문에 들어서자, 못 보이던 신발 하나가 더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생의 것까지 세 켤레가 있어야 할 텐데.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이 현관에 있다면 진작에 알아차리고 지금쯤이면 앞다투어 저를 볼 가족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거실 쪽에서 정다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재차 식구들을 불렀으나, 소성에 묻힐 뿐이었다. 무엇이 그리 재밌나, 하고 들어가니 매정한 이들과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선배!”

  제일 먼저 알아차린 얼굴이 외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문하에게 향했다.

  “선배가 뭐니? 언니지.”

  “선배가 입에 붙었나 보지. 그치, 언니?”

  동생은 그리 말하며 친숙한 얼굴을 바라봤다. 그 얼굴은 문하의 소꿉동생 겸 친구였던 우진이었다. 연락 한번 없었는데. 웃음으로 답한 우진을 향했던 시선이 높아졌다.

  “자, 들어가요.”

  제집인 양 우진은 저의 자리 옆으로 문하를 이끌었다. 우진이 저렇게까지 컸었나. 문하는 과거보다 높아진 시선의 주인을 관찰하며 앉았다.

  “많이 컸네.”

  늘 그랬듯 우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죠?”

  염교한 눈웃음이 손길을 반겼다.

  “체대 다닌다잖니.”

  제 자식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레 말하는 문하의 아버지는 차를 더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동생도 이를 돕겠다며 따라나섰다.

  “자취방은 구했고?”

  “아,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앞뒤 맥락을 모른 채 수다를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다 지루해진 문하는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늦게 오면 차 식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뒤로 한 채 우진도 따라갔다.

  “더 얘기하지.”

  우진을 나무랐지만 안 건지, 모른 건지. 그저 해맑게 웃는 우진이었다.

  “다른 분들과는 많이 얘기했죠. 이젠 선배 차례예요.”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애였나? 여러 차례 놀라자 생각을 숨기지 못한 문하에게 우진은 작은 소태를 보냈다.

  “잘 지냈어요?”

  “그럭저럭. 너는?”

  형식상 물은 말이었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하게 웃는 우진의 모습은 여전했다.

  “휴학했어요.”

  “네가 지금 몇 살이더라. 나랑 세 살 차이였으니까, 24살?”

  그렇다는 미소를 지은 우진은 왜 휴학했는지 의문을 가진 문하가 묻기도 전에 대답했다.

  “여러모로 일이 있었거든요. 볼일도 있고, 선배도 볼 겸 쉬러 왔죠.”

  “하여튼 말은 잘해요.”

  맥주 다섯 캔을 꺼내며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우진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계산하고 나오자 밤공기가 쌀쌀했다. 문하가 양어깨를 움켜쥐자 우진은 저의 외투를 권했으나 거절당해 입을 비죽거렸다. 그런 우진을 흐뭇하게 쓰다듬었는데, 가만히 쓰다듬을 받는 우진이 귀여워 박장대소가 터졌다.

  “왜 웃어요.”

  우진이 얼굴을 붉히며 쪼그라드는 소리로 말했다.

  “귀여워서.”

  의외의 반응에 장난기가 발동한 문하는 키득거리며 우진을 살폈다. 그대로 경직되어 귀까지 새빨개진 우진은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그거 혼자서 다 먹게?”

  이제 봐주자. 하고 웃음기와 함께 봉투에 담긴 맥주들을 보았다.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싱그러워 군침을 돌게 했다.

  “친구 심부름이에요. 마시고 싶어요? 추울 텐데.”

  “친구 부탁이면 안 마실래.”

  같이 지낸다는 그 친구인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비밀로 하면 되니까.”

  “원래 추울 때 맥주를 마셔줘야지.”

  작은 정자로 향하기 시작한 문하였다.

  “그게 무슨 말이람.”

  그리 말하면서 우진 역시 문하의 뒤를 따랐다.

 

  오랜만에 만나서 몇 번은 끊길 줄 알았던 대화의 흐름이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잘 이어지는 걸 느끼며 새삼 우진의 붙임성이 대단했다. 문하는 누가 말을 먼저 꺼내지 않는 이상 대화를 잘 하지 않는 부류였으니.

  “차 다 식었겠다.”

  뽀얀 입김이 문하의 시야를 가렸다.

  “그러게요.”

  맥주를 홀짝이던 우진의 어깨너머로 떠는 문하가 보였다.

  “들어갈까요?”

  “아니.”

  도시 밤하늘에선 찾지 못하지만 굴하지 않고 찾던 문하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어졌다.

  “그럼 제 외투 입어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대답도 듣지 않고 걸쳐진 외투의 온기가 문하의 몸에 스며들었다. 거절하려 했으나 간절히 원한 온기라 묵묵히 받아들였다.

  “안 추워?”

  “열이 많은 체질이라서요.”

  우진이 어깨를 으쓱이자 다부진 근육이 언뜻 보였다. 찬찬히 우진을 살펴보자, 몸에 달라붙는 목폴라임에도 불구하고 군살 하나 보이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상체가 하체보다 조금 더 발달 되었지만 적어도 일반인보다는 건장했다. 강아지 같은 얼굴에 그런 몸이라니, 위화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진 않았다.

  눈치 없게 울린 알림을 본 우진은 작게 탄식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야 해?”

  같이 자리를 뜨며 우진의 안색을 살핀 문하는 빈 맥주캔 두 개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네. 친구가 부르네요.”

  재촉에 답을 보낸 우진은 아쉬운 얼굴을 했다.

  “어쩔 수 없지. 정문까지 바래다줄게.”

  금세 화색 하며 자기보다 한 보 느린 문하의 발걸음을 맞춘 우진은 이런저런 말을 붙이며 걸어갔다.

  정문에 다다른 둘은 서로를 마주했다.

  “차, 못 마셔서 죄송하네요.”

  “전해둘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문하의 전화번호를 물은 우진은 숙소로 향했다.

  번호 바꿨었구나. 어쩌다 보니 데이터도 다 날아가 연락할 수 없었다고 한 우진의 말이 응어리를 풀어줬다. 집으로 돌아온 문하를 우진을 독차지했다며 원망이 반겼으나 우진으로부터 온 문자 한 통에 사라졌다.

 

  “왔냐?”

  술을 맞이하러 온 친구는 우진의 얼굴을 보고 기겁했다.

  “너 왜 실실 쪼개냐.”

  그 말을 듣곤 입을 가려 원래 표정으로 돌아오게 한 우진이었으나 문하 생각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친구는 우진을 꼬나보며 두 캔이 모자란 봉투를 보곤 천길만길 뛰었다.

  “두 캔은 또 어디에다 팔아먹었어?”

  말 대신 사랑스러운 웃음으로 답하자 친구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며 조용히 제 것만 챙겼다.

  “선배를 만났어.”

  “선배? 아, 네 첫사랑?”

  차이지 않았었나?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덧붙인 친구는 대가로 딱밤을 얻었다.

  “매달리는 사람은 인기 없다.”

  우진은 코웃음을 쳤다.

  “인기 없어도 돼. 선배만 바라보면 되니까. 그리고 알잖아. 이미 충분을 넘어서 과도한걸.”

  우진의 말은 사실이었고 친구도 이를 잘 알았다. 재수 없는 녀석이라고 읊조렸지만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과도한 인기 덕분에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으니.

  “차였던 동지끼리 한 잔?”

  측은한 시선을 느낀 우진은 어느새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는 시늉을 하여 보였다.

  “그래. 네 얘기를 좀 듣자.”

  소반에 자리 잡곤 맥주를 따자, 맥주 향이 분분하게 실내를 가득 메웠다.

  “고백할 생각은 있고?”

  “태성이한테?”

  말끔한 얼굴로 헛소리를 하니 어처구니없었다. 우진이 말한 태성은 저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말 돌리지 말고.”

  청아한 얼굴로 맥주를 들이마시는 우진은 너머로 태성을 보았다.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이었으나, 압박을 느낀 태성은 소반 밑으로 우진의 다리를 걷어찼다.

  “없어.”

  단련된 다리 덕분에 그리 아프지도 않았겠지만 입을 연 우진을 비웃었다. 진작 말할 것이지.

  “왜?”

  “몰라서 물어? 차일 게 뻔하잖아.”

  “좋아하잖아.”

  “좋아하지.”

  목적이 무의미해진 대화는 흐지부지 끝났다. 태성이 불쾌한 티를 팍팍 내며 일정한 간격으로 땅을 치자, 눈치가 보인 우진은 남은 맥주를 한 번에 마셨다.

  “좋아하기만 할 거야.”

  “그게 뜻대로 되냐?”

  “노력해야지.”

  맹랑한 답을 받은 태성은 내내 한숨을 쉬었다. 빈 캔을 털며 저를 힐끔거리는 우진의 시선을 무시하고 남은 맥주를 땄다.

  “혼자 두 캔이나 마시고, 맛있었냐?”

  “혼자 아닌데.”

  “그럼?”

  “비밀.”

  얘가 자꾸 이러네. 선배랑 마셨겠지. 태성이 짓궂게 노려보자 피한 우진은 문하에게 문자를 보냈다.

  [잘 자요.]

 

 *

 

  오늘따라 가벼운 몸으로 깨어난 우진은 힘찬 하루를 시작했다. 태성이 먹을 아침을 요리하고서 나갈 준비를 마친 뒤,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경치를 느끼며 나아가는 걸음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선배를 만나서 그런가, 아니면 골칫거리가 없어져서 그런가. 어느 쪽이든 이 기분이 지속하길 원했다. 한편으론 문하와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우진이었다. 불가능하겠지만.

  우진은 과거, 그러니까 문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8년 전에 그에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바로 거절당했지만. 우진은 차였던 것보다 더 충격적인 말을 기억한다.

  ‘앞으로도 널 연애대상으로 볼 일은 없을 거야, 였던가.’

  당연했다. 지금은 몰라도 그때는 고등학생 3학년과 중학생 3학년이었다. 게다가 문하와 우진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였고, 문하가 우진을 챙겨주는 쪽이었다. 그래서 사람 대 사람보다는 언니와 동생이라 할 정도의 사이였다. 문하와 지낼 수 있다면 이도 싫지 않았지만, 기왕이면 귀여운 동생이 아니라 애틋한 사이가 되었으면 했다. 마치 연인같이.

  ‘그렇게 된다면 거리를 벌릴 테지만.’

  문하와 같이 있었던 시간 동안, 우진은 몇 가지를 깨달은 게 있었다. 하나가 문하와 다른 사람의 관계성이었다. 문하는 연애로 이어질 수 있는 상대라면 그와 거리를 두었다. 반면 평생 동생일 우진은 거리가 없었다. 하지만 평생 동생이기 싫었던 우진은 적당한 선을 지켰다. 그 선을 넘게 된다면 동생이 아니라 다른 존재였으면 했다. 결국 도전해봤지만 앞서 말했듯, 실패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진의 붙임성 덕분에 문하와 달리 껄끄럽지 않게 생활하다 무난하게 졸업식을 넘겼다는 점이었다.

  때마침, 우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하의 문자였다. 어제 잘 들어갔냐는 간단한 안부 문자였으나, 날 듯이 기뻐 곧장 태성에게 달음박질해 자랑했다. 태성은 그냥 좋아하기만 한다던 사람은 어디 갔냐면서 핀잔을 주고 나가버렸다.

  안부를 시작으로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는 둘 사이를 문하의 직장 동료로 추정되는 이들이 방해해 문하가 대신 사과했으나 우진은 그것마저도 좋았다.

  [할 거 없으면 놀러 올래? 위치 찍어줄게.]

  문하가 자유로운 분위기라 외부인이 와도 상관없고, 오히려 환영한다는 말을 덧붙이자 금세 유혹당한 우진은 서둘러 단장했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후줄근하지 않은, 옷 좀 입는 사람이 입을만한 복장을 갖춘 우진은 자화자찬했다. 그러곤 성급했던 나머지 회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우진은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속도로 답장을 보냈다.

  [곧장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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