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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니디-애정에 메마른
작가 : 페퍼론
작품등록일 : 2019.9.28

#찐사랑 #성장물 #연애 #잔잔 // 톱스타 백연아의 갑작스런 결혼발표?! 그런데 그 결혼 상대가 제발 2세? “김도원 씨와의 키스는 항상 미안해,로 끝나네요.” 사랑받지 못해 사랑을 주는 법을 모르는 연아. 그리고 그의 결혼 상대인 도원도 별로 다를바 없는 남자다. “키스...... 사과할게요.” 가족에게 상처 받고 가족을 만들기를 원치 않았던 두 사람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만들게 된다. 뜨거운 여름은 바라지도 않는다. 시리고 차가운 여름이 지나 따뜻하고 생명 넘치는 봄이 찾아오기를.

 
2. 웃음 팔아가며 사는 년
작성일 : 19-09-29 19:21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6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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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년 3개월 전.

 

 팬사인회를 끝내고 나온 연아는 밴에 오르자마자 구두를 냅다 벗었다.

 

 한껏 올리고 있던 입꼬리를 팬들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녀는 안심하며 내릴 수 있었다.

 

 “아, 발 아파.”

 “조금만 참자. 오늘 일정 이걸로 끝이야.”

 

 연아는 발개진 뒤꿈치를 응시했다.

 

 “알지. 알긴 아는데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오랜 시간 웃고 있었다 보니 차에 타자 급격히 피로가 몰려왔다.

 

 좌석에 앉은 연아가 창문을 살짝 열어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직 봄의 쌀쌀한 기운이 담겨있는 바람이었다.

 

 민준이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 줄 고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었다. 마치 자장가처럼 금방이라도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뒤에 가서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

 

 민준이 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뒤로 돌아 차 뒷자석을 손으로 가리켰다.

 

 “응?”

 

 그의 손가락을 따라 연아가 몸을 돌렸다.

 

 “어?”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연아의 각막에는 차에 있을 수 없는 물체가 맺혔다. 바로 침대였다. 그녀가 피곤할 걸 알고 민준이 미리 3열 좌석들을 끝까지 눕혀 침대로 만들어둔 것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배려하는 그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피곤할 텐데 자라.”

 

 냉큼 포근한 담요 안 깊숙한 곳으로 몸을 파묻은 연아가 눈을 감았다.

 

 “사랑해요, 최 대표~”

 

 연아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르르 잠이 들려는 찰나 그녀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나중에 전화하겠지, 하는 마음에 담요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벨 소리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연아는 손을 뻗어 앞자리에 있는 저 가방에서 휴대폰을 찾았다. 그녀의 고운 얼굴이 발신자를 확임을 함과 동시에 일그러졌다.

 

 화면을 무섭게 노려보던 연아가 기침을 몇 번 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조금 빨리 받으면 안되겠니?]

 

 조곤조곤한 목소리는 옅은 온기마저 뺏어가는 밤의 봄바람보다 더 차가웠다. 탁 트였던 가슴이 물에 빠지기라도 하듯 갑갑해졌다.

 

 “죄송해요. 방금 전까지 스케줄이 있어서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지? 집에 좀 오너라.]

 “네?”

 [시간이 안 되더라도 만들어서 와.]

 

 연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휴대폰 화면에 ‘엄마’ 두 글자가 뜬 것을 본 순간부터 불안했다.

 

 왜 나를 보자고 하는 걸까? 그녀의 의문에 답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곰곰히 생각해 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연아가 아는 그녀는 자신을 찾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갑자기 왜…….”

 [왜? 싫으니?]

 “아, 아뇨. 싫을 리가요. 오랜만에 뵈는 건데 당연히 좋죠.”

 

 차갑게 굳었던 얼굴은 바람에 깨끗이 씻겨나간 것처럼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다.

 

 [그래?]

 “그럼요.”

 [거짓말은 여전히 잘 하는구나. 뭐, 상관 없다. 그게 더 좋은 걸 수도 있으니. 오늘 저녁에 집으로 오거라.]

 

 미연의 냉소적인 말투가 연아의 목을 조여온다.

 

 [절대 늦지 말거라.]

 

 미연이 일방적으로 통화를 끝냈다. 자신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연아의 눈빛이 일순 짙어졌다.

 

 “네, 엄마.”

 

 방금 전까진 눈만 감아도 곧 잠들 것처럼 피곤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연아가 눈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옷은 이대로 입고 가도 괜찮겠지? 메이크업이 지워지진 않았겠지? 뭐라도 들고 갈까? 무슨 말로 대화를 이어가지?

 

 머리가 바쁘게 굴러간다.

 

 “준아.”

 “왜?”

 “나 어디 다른데 갈 데 있어.”

 “어디?”

 “부모님 집.”

 “알았어. 그럼 부모님 집에…… 뭐?”

 

 그 말에 민준이 급하게 갓길에 차를 새우며 정면을 향해 보고있던 몸을 뒤로 돌렸다.

 

 충격에 휩싸여 얼이 나간 민준의 얼굴을 무심한 표정으로 연아가 응시했다. 그러나 금방 싸한 표정을 지워내고 얼굴을 미소로 채웠다.

 

 “엄마가 오랜만에 집에 오라네?”

 “아까 그 전화가 어머님한테서 온 거였어?”

 “응. 아! 나 어때 보여? 괜찮아? 이런 차림으로 집에 가도 되려나?”

 “너네 부모님 보러 가지 남친 부모님 보러 가냐.”

 

 없는 남친 부모님 보러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연아가 고개를 돌리자 밴 창문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 피로 착각할 만큼의 진한 레드립, 그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닮아 크게 반짝이는 검은 눈. 샵에서 풀메이크업을 받은 터라 인형 같은 외모가 더욱더 빛을 발했다.

 

 “엄마가 너무 화려한 걸 안 좋아해서.”

 “트렁크에 정장 한 벌 있을걸?”

 “진짜? 사랑해요 최 대표~”

 “사랑하면 일이나 열심히 해. 돈 벌어와!”

 “돈, 돈, 거리면서 살다간 올 여자도 안 온다니까?”

 “나는 돈이 최고다. 세상은 기승전돈이다.”

 “어휴, 말이라도 못하면. 알았습니다. 열심히 작품 활동 하겠습니다, 최 대표님.”

 

 연아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원하면 없는 스케줄도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렇게 해서 안 가면 얼마나 좋겠어.”

 “빈말 아니다?”

 “부모님한테는 뭐라고 할 건데?”

 “톡 보내면 급하게 미팅이 잡혔다, 다른 스케줄이 있다, 둘러대지 뭐.”

 

 ***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어느새 날이 저물어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엔 어둠이 낮게 깔렸다.

 

 차가 멈춘 곳은 양평군에 위치한 2층 고급주택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강남에서도 거리가 멀지 않아 가격이 비싼 것으로 유명했다.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한데모여 연아를 위한 레드카펫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연아의 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집에 오기 전 샵에 들른 연아는 사인회를 위해 받은 화장을 다 지우고, 옷도 화려하지 않은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어머, 아가씨! 오랜만이에요.”

 

 저택의 총괄 집사인 금유미가 연아를 맞이했다.

 

 “네, 집사님도 잘 지내셨죠?”

 “저야 항상 같죠. 아가씨는 밖에서 보면 몰라보겠어요.”

 

 유미는 연아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저택에서 일해온 사람으로 그녀가 태어났을 땐 보모를 자청할 정도로 그녀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하하…….”

 

 그때 연아의 웃음을 날카로운 소리가 잘라냈다.

 

 “늦었구나.”

 

 백미연 여사였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불쾌감이 가득 담겨있었다. 연아는 시선을 옮겨 그녀를 보았다.

 

 턱을 아슬아슬하게 건드는 단발이 오늘 손질받은 듯 완벽하게 빛났다. 날카롭게 빠진 눈매와 도톰하게 두드러지는 입술, 보라색 정장이 몸매를 강조한다.

 

 나이에 맞지 않게 주름 하나 없는 얼굴이 연아의 외모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연아에게는 눈길 하나 제대로 안 준 채 미연이 돌아섰다.

 

 “네.”

 “너네 아버지나 나나 바쁜 사람이야. 시간 약속 잘 지켜.”

 “죄송해요. 샵에 들렀다 오느라…….”

 “듣기 싫구나.”

 “죄송해요.”

 “언제 네 오빠가 늦는 것 봤니?”

 “오늘…… 오빠도 왔어요?”

 “우리 인호가 아무나니? 하는 일이 많아서 바쁜데 뭐 하러 불러.”

 

 우리 인호, 우리 인호.

 

 그 놈의 우리 인호.

 

 오랜만에 본 백미연 여사는 어떤 것 하나 바뀌지 않고 여전했다.

 

 연아는 자신의 어머니인 미연을 따라 화려하게 장식된 복도를 지나 부엌과 이어진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길게 늘어진 식탁 제일 끝에서 차를 마시는 제 아버지 백근호 사장의 모습이 보였다.

 

 “어서 와서 안거라.”

 “네.”

 

 ***

 

 한 줄기의 빛도 허용되지 않는 방. 야경이 밝아 빛이 흐릿하게 들어올 법도 한데, 커튼이 굳게 닫힌 탓에 암흑으로 물들어있다.

 

 [아 참, 오늘 어머니께서 전화하셨습니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골치 아프다는 식으로 인호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거칠게 숨을 내쉬곤 손에 들린 잔을 비웠다.

 

 쾅!

 

 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얼음이 벽에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위스키를 마셨지만 뒤틀린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집엘…… 갔습니까?”

 [네.]

 “말리셨어야죠.”

 [말린다고 말려져요?]

 “하긴. 싫다고 밀어내도 항상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니까.”

 [어떻게 할까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제가 집에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인호가 가죽 의자에 몸을 완전히 맡겼다. 무심한 눈동자가 어둠을 뚫고 어느 한곳에 집중되었다.

 

 “어머니.”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몸을 일으킨 민준이 커다란 책상을 지나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 안으로 빛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셀 수 없이 많은 책들과 서류의 보관을 위한 넓은 공간과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마련된 이곳은 일과 일상을 병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되어있었다.

 

 넓은 서재 바닥을 가득히 채우는 술병들이 창문으로 넘어온 야경의 빛을 여러 방향으로 반사시켰다. 언뜻 보면 책보단 술병이 더 많아 보인다.

 

 옷거리에서 코트를 하나 집어든 인호가 문 앞에 서더니 다시 액자로 시선을 옮겼다.

 

 가족사진이다. 한 명은 깔끔한 정장을 입은 인호였고, 다른 두 사람은 그의 부모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집에 가지 말라니까.”

 

 꽤나 어려 보이는 연아였다.

 

 ***

 

 “선 자리 잡았다. 이번 주 토요일 예쁘게 하고 가거라.”

 “예?”

 

 스테이크를 입에 넣을 때 빼고는 꾹 닫혀있던 연아의 입술이 작게 떨어졌다. 시간이 멈춘 듯 옅은 숨조차도 입에선 나오지 않았다.

 

 “마, 맞선이요?”

 

 충격에 휩싸여 중요한 행사에서도 더듬지 않는 말이 심하게 요동쳤다. 심하게 떨진 않았을까? 부자연스럽진 않았을까?

 

 제 경직된 얼굴을 두 사람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억지로 와인을 입안에 밀어넣었다.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침을 꿀꺽 삼킨 연아가 입을 열었다.

 

 “직업상 결혼은 되도록이면 늦게 하고 싶어요.”

 “그런 게 무슨 직업이니? 결혼 해.”

 

 근오 옆에서 조용히 창백해지는 연아의 얼굴은 상관없다는 듯 말하는 미연이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아내고는 말을 계속해나갔다.

 

 “집안 훌륭해, 우리 회사에 도움 돼. 뭐, 다른 게 더 필요하니?”

 “그렇지만…….”

 “어차피 너 웃음 팔아가며 살잖아? 그 웃음, 우리 가족한테 도움도 안 되는 사람한테 팔지 말고 도움 되는 사람한테 팔아가며 살라고.”

 “어, 엄마…….”

 “그게 너한테도 우리한테도, 그리고 네 ‘오빠’한테도 좋지 않겠니?”

 

 더는 듣고 싶지 않았는지 연아가 시선을 제 눈앞에 놓인 스테이크로 내렸다. 차라리 어색하게 흐르던 적막감이 더 나았다.

 

 연아에게 관심조차 없던 미연이 자신을 저녁식사에 불렀을 때 거절했어야 했다. 그럼 적어도 이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최소한 미룰 수는 있었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맞다.

 

 “생각을 좀 해보렴. 너한테 손해가 되는 장사는 아니란다.”

 “조금 있으면 드라마 촬영이랑 해외 스케줄 때문에 결혼은 좀 무리에요.”

 “네가 신경 쓸 건 아무것도 없어. 그저 결혼식장에 몸만 오면 돼. 예쁘게, 웃으면서.”

 “…….”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지만 이미지도 있고, 결혼을 하면 아무래도 팬들이…….”

 “어차피 곧 식을 인기 아니니. 결혼하면 미래 걱정 없고 좋잖아?”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걱정을 해줘도 불만이구나.”

 “…….”

 “웃음 팔아가며 사는 년.”

 

 하지만 생각해보면 삶은 언제나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흘러갔고, 오늘도 어김없이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적중했다.

 

 “저 왔어요.”

 

 그때 문이 열리더니 중저음의 목소리가 방안을 습격한다. 그 목소리에 연아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뛰었다. 가슴이 철렁 주저앉는다.

 

 “……!”

 

 그림자가 느리게 걸어와 제 뒤로 바짝 붙은 것을 느낀 연아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목소리처럼 차가운 얼굴 하나가 그녀의 망막에 맺혔다. 잠을 며칠 자지 않았는지, 깊게 내려온 다크서클이 그의 눈동자만큼 짙었다.

 

 “어머, 우리 인호 집엔 어쩐 일이야? 올 거면 말을 하지.”

 

 연아를 대하는 미연의 태도와 인호에게 보여주는 태도는 사뭇 달랐다. 내내 싸늘한 눈빛으로 식사하던 미연의 두 눈은 어린아이처럼 반짝였고, 얼굴엔 한 번도 보지 못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저녁은 먹었어? 아직이면 같이 먹을래?”

 “먹고 왔습니다.”

 “그래? 그럼 과일이라도 먹으렴.”

 

 미연의 관심을 무시한 채 인호는 제 앞에 앉아있는 연아를 내려다보았다.

 

 “오랜만이다.”

 

 연아의 의자에 손을 올리며 인호가 말했다.

 

 “연아야.”

 

 ***

 

 반복되는 꿈을 꾼다.

 

 꿈에서 난 오빠를 쫓아 열심히 달린다.

 

 유명해져도, 많은 사람들이 날 알아봐도, 그의 그림자는 가까워지는 순간 나의 노력을 같잖게 여기며 멀리 도망쳐버린다.

 

 절대 닿을 수 없다는 듯이 비웃음 짓는 그의 얼굴을 보며 꿈은 끝이 난다.

 

 이건 꿈이 아니라 악몽인 거야.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악몽.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연아가 넋이 나간 채로 서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깊게 눌러쓴 모자 밑으로 차가운 그림자가 져있다.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웃음 팔아가며 살아가는 년, 그게 바로 나다.

 

 빨간불임을 채 알아차리지 못한 연아가 횡단보도 위로 발을 내딛었다. 빠르게 달리는 차들 안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당황해선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저, 저기요!”

 “어떡해?”

 

 몇 운전자들은 연아를 보고 놀라 경적을 울리고 지나갔고, 몇은 그녀를 지나치며 창문을 내리고 욕을 했다. 그러나 그중 그 어느도 차를 멈춰 그녀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길을 다 건너기도 전에 누군가 잡아당기는 힘에 연아는 보도에 이끌려 들어왔다.

 

 “무슨……!”

 

 놀란 연아가 차마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그가 입술을 움직였다. 모자가 바람에 벗겨지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당신 미쳤어요? 미친거죠? 죽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죽고 싶으면……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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