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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시험 시작
작성일 : 19-09-29 18:15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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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레이븐의 재촉에 하이안트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렸다. 눈앞의 접수창구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험 접수요...!”

 

 시계를 흘긋 본 창구 직원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지원서를 받았다.

 

 “접수 되셨습니다. 건투를 빌어요.”

 

 마지막 서류를 정리한 직원은 9시가 되자 칼같이 문을 닫았다. 소년들은 뛰어오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그간의 노력이 그냥 날아갈 뻔했다.

 

 데빈에게 짐마차까지 받았는데도 늦은 이유는 왕도 관문에서 이루어진 신분검사 때문이었다. 검문이 느슨한 남부 관문은 쉽게 통과했으나, 왕도는 정반대였다. 나라의 중심이기에 본래 엄격하게 통제하기도 하지만, 기사선발시험 기간이 되면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중 불온의 씨앗을 걸러내기 위해 더욱 철저해진다.

 

 거기에다 왕도에 도착해서 끝이 아니었다. 접수창구가 중심부에 있어서 관문에서부터 오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거리이다. 본래는 왕도 곳곳에서 지원서를 받는데 마감이 임박하여서 중심부만 남기고 전부 철수시킨 것이다.

 

 왕도의 거리는 다른 마을과 확연한 차이가 났다. 청결이나 조경의 수준부터 다르고, 기사선발시험 기간 한정으로 하루 종일 유지되는 축제 분위기는 행인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단출한 섬마을 출신의 소년들은 그것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당장 묵을 여관을 구하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

 

 중심부에서 한참 떨어진 농지까지 나가서야 조건에 맞는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 이맘때에 몰리는 시험 참가자들을 위해 민가가 운영하는 숙소였다. 시험기간 동안 워낙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동정심으로라도 묵게 해주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소년들은 운이 좋게도 그런 집을 만난 것이다.

 

 “주인아저씨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냐?”

 

 두 번째로 씻고 돌아온 코니는 곧바로 탁자 위에 마련된 차를 우렸다. 그 맞은편에 앉은 란은 다른 찻잎을 띄우고 있었다.

 

 “특이하다고 해라. 어른한테 실례야.”

 

 “예예. 특이하신 분이십니다.”

 

 레이븐과 하이안트가 머리에 수건을 올린 채 차례대로 돌아왔다. 문 앞에서 얘기를 들었는지 레이븐은 오자마자 맞장구를 쳤다.

 

 “내말이. 실기까지 합격하면 은화 한 닢으로 퉁 치겠다는 건 뭐야?”

 

 “그만큼 시험이 어렵다는 거 아니겠어?”

 

 하이안트는 앉자마자 주머니를 열어서 돈을 쏟았다. 보고 있자면 암울하고, 손으로 세어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목표는 최종합격이지만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서라도 실기까지는 반드시 합격하리라고 소년들은 다짐했다.

 

 

  해가 다시 떠오르며 필기시험의 날이 밝았다. 본격적으로 기사선발시험이 시작된 것이지만, 필기나 실기는 국민들이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왕도가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국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에게 온갖 열화와 성원을 보내준다.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기에 소년들은 가슴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시험장 앞의 넓고 긴 도로를 꽉 채운 인파에 소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탁 트인 공간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처음 봤다. 왕성 벽 옆의 긴 도로를 따라서 세워진 다섯 개의 시험장은 건물 하나가 백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교실 스무 개를 보유하고 있다. 다섯 번째 건물은 얼마 전에 신설됐다. 즉, 이번 선발시험 참가자는 만 명 가량이 되는 것이다. 왕국은 더 뛰어난 인재를 원한다. 더 많이 뽑으려는 게 아닌, 더 큰 집단에서 보다 특출한 자를 골라내는 게 목적이다.

 

 현실을 자각한 코니는 머릿속에 우겨넣은 지식들을 무작위로 내뱉었다. 하이안트의 엄격한 지도 덕분에 취약한 암기 과목들을 거의 다 외웠으나, 너무 벼락치기인 게 문제였다. 정리되지 않은 채 소용돌이치는 것들을 못 떠올릴까봐 본인이 가장 걱정했다.

 

 “괜찮아. 열심히 했잖아.”

 

 “그치? 나 열심히 했지? 열심히 했으니까 만약에 떨어지더라도...”

 

 “떨어진다니? 아, 네 목이 떨어지는 걸 말하는 거야?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깔끔하게 해줄 테니까.”

 

 울 지경이 된 코니의 심정은 모른 채 시험은 점점 가까워졌다. 사실 불안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년들은 본인들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보다 공부한 양이 현저히 부족하다. 로젠트 국민은 형편이 어렵더라도 자식은 반드시 학교에 보내 교육시킨다. 평민들 중에서도 고등교육까지 받은 사람들은 널려있다. 대학에 진학하고, 학문 권위자에게 개인 교습을 받는 귀족 자제들은 말할 것도 없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떨림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얼어붙을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도로위에 괴성이 울렸다.

 

 구름을 뚫어버릴 것만 같은 외침에 참가자들은 술렁거렸다. 궁금함에 뒤꿈치를 들어 올린 레이븐의 눈에 멜빵셔츠로 깔끔하게 멋을 낸 남자가 비췄다. 그는 도로에서 1미터정도 올라간 계단 위에 홀로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기사선발시험 필기에! 응시하러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남자는 생목으로 말하고 있었다. 일부러 쥐어짜내는 게 아니라 대화하듯이 편하게. 그런데도 그의 목소리는 만 명에 가까운 사람으로 가득 찬 도로 끝까지 퍼져나갔다.

 

 “저는! 이번! 제 24회 기사선발시험의 사회를 맡은! 필립! 입니다! 지금부터! 필기시험에 대해! 몇 가지!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일부러 악센트 주는 것만 아니면 참 듣기 좋을 것 같은 필립의 말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시험은 20분 뒤인 10시 정각에 시작하고, 과목당 시험시간은 2시간이다. 중간에 15분씩 쉬는 시간이 있으며 1교시가 끝나고는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이 있다. 시험장 내에서는 절대정숙, 감독관의 말에 반드시 복종해야 하고, 부정행위는 적발 시 즉각 퇴출과 함께 시험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럼! 모두! 건투를 빕니다!!”

 

 개미만한 환호소리도 만 명 씩이나 되니 꽤 크게 들렸다. 필립이 퇴장하고 이내 첨탑의 시곗바늘이 50분을 가리키면서 참가자들은 사전에 배정받은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점심시간에 보자.”

 

 1고사장인 레이븐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신기하게도 네 명다 다른 시험장에 배정되었다. 하이안트는 아직도 암기 삼매경인 코니의 어깨를 건드렸다.

 

 “마음 편하게 해. 잘 될 거야.”

 

 “만약 여기서 떨어지면 나는.. 자살하는 게 좋겠지...?”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하라고.”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이 종이와 펜을 든 전사로 변모해간다. 로젠트의 기사가 되기 위한 시련은 벌써 시작됐다.

 

 

  긴장감으로 가득 찬 교실은 감독관의 신호와 함께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이어 시험지를 앞으로 넘기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한숨과 신음이 새어나왔다. 책상위에 구비되어있던 연필을 품안에 넣은 하이안트는 감독관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가 곧장 계단을 내려갔다. 홀은 이미 상처입고 배고픈 참가자들로 가득이었다.

 

 “코니!”

 

 시험장을 나오자마자 인파속에서 군청색 머리가 찰랑거렸다. 어찌어찌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코니 옆에 붙은 하이안트는 그의 얼굴에서 절망을 목격했다.

 

 “깔끔하게 잘라줘.”

 

 스스로 목덜미를 드러내는 모습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큰 키에 안 어울리게 고개를 푹 숙인 코니를 달래며 친구들을 찾는 건 상당히 힘들었다. 간신히 모여서 근처의 정원으로 이동한 소년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포근한 날씨에 새들도 지저귀는데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

 

 첫 번째 시험에 대하여 다들 암울한 감상이었다. 레이븐과 하이안트도 다른 사람을 격려해줄 입장이 아니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나오면 전부 정답을 썼지만, 그것만으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보장할 수 없었다.

 

 침묵 속에서 기나긴 점심식사가 끝났다. 이런 상태로 남은 시험을 봤다가는 분명 결과가 처참할 것이다. 하이안트가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려고 할 때, 정원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열 명은 훌쩍 넘는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다.

 

 검은 제복을 맞춰 입은 사람들은 분주하게 온갖 식기와 차와 접시들을 꺼냈다. 그들의 뒤로는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소년들은 벤치 너머로 그 희한한 광경을 지켜봤다. 정원 한가운데에 식탁보가 깔린 원탁과 보석 박힌 의자가 놓이고, 제복인간들이 간결한 동작으로 길을 비켰다. 그러자 더위를 잊은 듯 붉은 색 외투에 마름모 문양이 세로로 길게 새겨진 바지를 입은, 누가 봐도 귀족인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급스러운 의복과 매끄러운 연갈색 머리를 살랑이면서, 자신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향하는 청년은 당당한 기품을 자연스럽게 풍겼다.

 

 자신이 그린 완벽한 점심식사를 시작하기 위해 차 한 모금을 마시려던 청년은 맞은편에서 기웃거리는 종자들을 발견하고 잔을 내려놨다. 그리고는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 녀석들은 뭐냐?”

 

 이름도 아니고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해야 하는 걸까. 귀족을 상대로는 쓸데없는 의문이기에 하이안트는 일단 고개를 숙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참이었습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남부 수도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지 하이안트와 레이븐은 쭈그리는 것에 큰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행차사건 때부터 귀족에게 미운털을 박고, 현재 필기시험 때문에 심기가 매우 불편한 란과 코니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다.

 

 두 명이 힘차게 한 발을 내딛은 시점부터 하이안트는 불안을 감지했다. 레이븐도 마찬가지였다. 폭력을 써서라도 조아리게 하지 않으면 시험보기 전에 매질부터 당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금방 사라지겠습니다!”

 

 레이븐의 가면 같은 미소 덕에 위기를 모면하나 싶었으나, 귀족청년이 식사에 집중하지를 않았다. 소년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어린것들이 용케 참가할 생각을 했구나. 거기 긴 머리는 열다섯도 안 되어 보이는데.”

 

 하이안트는 한층 더 세게 란을 붙잡았다. 더럽고 하찮다며 깔보는 상대에게 왜 말을 거는 거지?

 

 “올해 열다섯이 되었습니다. 저와 나머지 두 친구는 이제 열여섯이 됩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추억이나 쌓자고 도전할만한 시험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기사가 될 자격이 없어. 뭐 그래봤자 하나같이 멍청해 보이니 필기도 통과 못하겠구나.”

 

 슬슬 한계다. 더 들었다가는 저자의 머리를 피가 안 마르게 만들어버릴 것 같다. 레이븐이 능숙하게 마음에도 없는 감사인사를 날린 덕에 가까스로 정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로에 나와서부터는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소년들은 하나같이 살벌한 표정으로 정면을 노려봤다.

 

 “뭐가 감사하다는 거냐? 천박한 평민을 향해 비아냥거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거냐?”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레이븐 덕에 빠져나온 거니까.”

 

 “어쩔 수 없이 한 거잖아. 고마워 할 거면 그자식이 고마워해야지. 그 자리에서 묵사발로 만들어주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이정도로 욱하는 인간은 네놈 말고 처음이다 코니.”

 

 좀 전까지의 침울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소년들은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의지로 들끓었다. 귀족과의 만남은 불행보다 다행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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