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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용용 죽겠지
작성일 : 19-09-29 17:10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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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무기는 그녀를 문 채 호수 깊은 곳으로 몸뚱이를 쓰러뜨렸다.

 콰아아아앙-!

 공윤은 몰이 직전의 노루 같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어마어마한 파공음에 묻혀버렸다.

 '으에에에에에엑.'

 거대한 파도풀에 강제로 입수하는 것 같았다. 차가운 물이 그녀를 때리며 문자 그대로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이무기는 계속해서 잠수했다.

 동굴이 아무리 깊어도 그렇지, 이만한 길이의 뱀이 계속 헤엄을 치는데도 끝나질 않았다. 어쩌면 동굴 바닥이 호수나 바다에 연결된 건 아닐까?

 어찌됐든 공윤은 죽을 맛이었다. 이놈의 이무기는 그녀를 제대로 삼키지도 않아서, 공윤은 세찬 물살을 온 안면과 입 밖으로 빠져나온 사지로 맞이해야만 했던 것이다.

 잡아먹을 거면 제대로 입에 넣지, 왜 아프지도 않게......

 응?

 아프지 않아?

 그러고 보니 그녀는 그냥, 물려있기만 할 뿐이었다. 이무기가 그녀를 풍선껌처럼 씹어대거나, 꿀떡 삼켜버리는 일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 이무기는 장난감을 입에 문 채 수영을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이 멍청하고 커다란 뱀의 욕조 장난감 노릇이란 말이지? 그것도 무상으로?

 도저히 눈을 뜰 수는 없었지만, 짠맛이 나지 않는 걸 보니 바다는 아니었다.

 그걸 확신한 공윤은 상당히 비이성적인 짓을 저질렀다.

 그녀는 손을 더듬어 이무기의 혀로 추정되는 물컹한 것을 꽉 움켜쥐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이무기의 입이 확 열리면서 그녀는 자유로워졌다. 오예, 프리덤!

 공윤이 옷을 얻은 집요정처럼 기뻐하려던 찰나, 뭔가 이상하고 몹시 안 좋은 점을 깨달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물론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는 건 인간으로서 굉장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무기의 입 안에 있었을 때는 뭔가...... 숨을 쉴 수 있었던 것 같은......

 꼬르륵.

 

 9.

 공윤은 그를 봤다. 그는 하얀 나비를 보고 있었다. 무료한 기분. 나비를 보는 건 꽤 괜찮았다.

 그건 신선했고...... 조그마했으며...... 하는 짓이 귀여울 때도 있었다.

 나비가 언제부터 소녀가 되었더라.

 그건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 애는 꽃이 싫다고 말했다......

 ‘소접(素蝶).’

 피에 젖은 소녀가 몸을 떤다. 나비처럼. 그 애는 곧 죽을 것이다.

 하얀 나비는 이제 그였다.

 

 ***

 

 -짝!

 누군가 좀 세다 싶은 손길로 공윤의 뺨을 두들겼다. 마지막 타격에서 공윤의 정신은 돌아왔다.

 “정신이 드느냐?”

 공윤은 고인 눈물을 마저 흘렸다. 뭘 봤던 것 같은데.

 그녀는 콜록거리며 코와 입에 남은 물을 뱉어냈다. 그녀는 흠뻑 젖은 채 호숫가의 절벽 위에 누워있었다.

 햇볕이 따뜻한데도 몸이 떨렸다.

 청년이 그녀의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와 비슷하거나 좀 더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도 공윤처럼 젖어있었고, 뺨과 가슴팍에 난 비늘 몇 개가 햇살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반짝였다.

 무엇보다 날개뼈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탈색을 수십 번은 한 것처럼 새하얬다.

 머릿결이 샴푸 광고를 찍어도 좋을 만큼 훌륭하다는 점에서 더욱 비현실적인 색이었다. 공윤은 소거법과 약간의 상상력이 동원된 추론을 발휘하여 물었다.

 “당신, 아까 그 이무기죠?”

 청년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좋아,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어. 공윤은 열이 오르려는 머리를 꽉 붙들고 생각했다.

 뱀 여자에, 뱀파이어에, 거대 늑대에, 이무기까지. 좋아, 좋아. 괜찮다고. 많이 봤잖아?

 괜찮아, 설공윤. 그녀는 라마즈 호흡을 시도하며 물었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진짜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릴리가 널 시험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했고.”

 “개가요?”

 중요한 건, ‘걔’가 아니라 ‘개’였다. 날 집어던진 건 남자였는데. 개가 아니라.

 “금방이라도 접싯물에 코 박아 죽으려는 것처럼 우울해 뵈는 놈 아니냐? 아니면 꽤 커다란 갈빛 낭견(狼犬)이던가.”

 그럼, 거대 늑대=릴리(개)=근육질 남자?

 중간 과정이 상당히 의심스러워 보이는 공식이 성립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공윤은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무슨 삼단 변신 로봇이냐.

 “맞는 것 같네요. 셋 다 노란 눈인 것도 똑같고.”

 “눈 얘기는 하지 말거라.”

 청년은 못마땅한 노인처럼 혀를 찼다. 눈 색이 비슷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이 똥색이든 노른자색이든 그녀가 알 바 아니었다.

 “저기요, 이무기 씨. 전 알바를 하러 왔을 뿐이지, 다른 건 정말 관심 없어요.”

 “소접.”

 허?

 “내 이름은 소접이다. 그리 불러라.”

 청년의 노란 눈이 희번득거렸다. 그러자 눈앞의 잘생긴 청년이 본래 파충류였다는 것이 실감났다.

 “날 이무기라고 부르지 마.”

 “알았어요, 안 불러요!”

  공윤은 짜증이 나서 빽 소리쳤다. 소접이고 수첩이고 간에.

 “네가 키론을 도울 수 있는 인재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네게는 다소 미안한 일이기는 하나...... 심지도 굳고, 강단도 있고. 확실히 키론이 눈은 괜찮아.”

 덕분에 강제 입수를 하게 된 처지로서 듣기에는 썩 달갑지 않은 소리였다.

 확 노동청에 신고하고 싶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사전 동의도 없이 몰래카메라를 찍어?

 “키론은 피곤해하고 있다. 지칠 만도 하지. 어떤 인간이 그토록 오랜 세월 봉사할 수 있겠느냐.”

 노회한 청년이 말했다. 공윤은 소접의 눈을 마주하고 잠깐 정신이 아뜩해졌다. 그의 눈은 비어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을 사는 동안 자신의 안에 뭔가를 쌓는 대신 비워낸 것 같았다.

 “잘 생각해 보려무나. 너는 그를 도울 수 있다. 네게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의 부는 생각보다 대단하단다.”

 그래요, 뭐. 부자인 것 같기는 합디다. 공윤은 심드렁하게 인정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엿을 먹이냐고. 그게 암만 달고 커도 먹는 사람이 싫으면 싫은 거지.

 슬픈 건 그녀가 그 엿을 거절할 수 없는 처지라는 거였다. 공윤은 시니컬하게 웃었다.

 “다시는 마음대로 이런 일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요.”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조하마.”

 그럼 다 끝난 건가?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진 공윤은 뭍으로 건져진 해파리처럼 흐늘흐늘하게 늘어졌다. 아이고, 삭신이야.

 눈을 천천히 깜박인 소접이 물었다.

 “왜 그러느냐? 어디 아픈 것이야?”

 인간 모습일 때는 눈을 깜박거리나보다. 하긴 지금은 눈꺼풀이 있으니까.

 공윤은 신음했다.

 “제가 하찮은 인간이라...... 아주 사지육신이 다 쑤시네요...... 으으으.”

 “저택에 데려다주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공윤이 맥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접은 말릴 새도 없이 절벽 아래로 휙 뛰어내렸다.

 공윤은 너무 놀라 반짝이며 사라지는 은발을 멍하니 봤다. 지금 내 앞에서 투신한 거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대한 뱀의 몸뚱이가 솟아올랐다. 다시 봐도 정말이지 크고 길었다.

 색이 옅은 흰 비늘이 투명하게 반짝였다. 그것만큼은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날 향해 오는 것 같지.

 “설마 또 물려서 물에 들어가는 건...... 어푸!”

 이걸로 세 번째군. 공윤은 코에서 공기방울이 흘러나오는 걸 보며 체념하듯 생각했다.

 

 
작가의 말
 

 고생해 내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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