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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왕도에 가는 길 - (1)
작성일 : 19-09-27 22:23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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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올게요.”

 

 레이븐이 마지막으로 일어섰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마련한 묘지에서 소년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늦은 봄의 냄새가 소금기 어린 바람에 실려 날아온다. 그날로부터 10개월. 대륙으로 떠나는 날이다.

 

 다 같이 내려간 선착장에서는 어른들이 마침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짐으로 가득 찬 잔교 옆으로 힘들게 구한 소형선박이 자리 잡고 있다. 고작 넷이서 타기에는 많이 크지만 이것보다 작은 배를 탔다가는 얼마못가 난파된다.

 

 “무리하지 말거라. 건강이 최우선이야.”

 

 아저씨 아주머니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끝없이 당부했다. 마이는 지겹다는 듯이 지켜보다가 못 참고 말을 잘랐다.

 

 “가서 다 쓸어버리고 와라. 영웅들의 후손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누님의 시원시원한 발언에 소년들은 의욕이 상승했다. 불합격하면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는 무서운 얘기도 들었지만 그게 또 누님다워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네 명 모두 승선을 마치고 밧줄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소년들은 줄줄이 난간에 기대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돛이 바람에 부풀었고, 뱃머리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빼앗긴 나라가 있는, 모르는 것투성이인 대륙으로 향한다.

 

 

  항해는 어렵다. 땅과 달리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바다위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은 배는 파도에 휩쓸려버리고, 큰 배도 경험 있는 선원이 없으면 둥둥 떠 있을 뿐이다.

 

 기사들이 타고 왔었던 것처럼 특수한 동력이 장착된 배가 아니기 때문에 대륙까지는 빨라도 이틀이 걸린다. 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일주일이 걸려도 갈 수 없는 거리다. 그렇기에 하이안트는 그동안 어른들과 함께 주변 섬에 드나들면서 항해에 관한 것을 배웠다.

 

 전투능력이 부족한 하이안트는 잡다한 일들은 전부 자기가 맡겠다고 결심했다. 왕도까지의 여정을 미리 계획하고 기사선발시험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등, 친구들이 훈련에 매진해있을 동안 섬 밖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들을 습득했다.

 

 그 덕분에 배는 금방 순풍을 탔다. 화창한 날씨에 다들 갑판위로 올라와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레이븐과 코니는 키를 잡는 게 재미있는지 조타 석을 두고 투덕거려댔다.

 

 “벌써 한 시간이 됐나?”

 

 선원실에서 쉬던 하이안트는 들어오는 코니를 보고 눈썹을 올렸다. 그리고 어느새 사라진 레이븐 때문에 실소했다. 한 시간씩 번갈아가면서 조타하라고 해뒀는데 레이븐이 자리를 뺏은 모양이다. 코니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하이안트의 맞은편에 앉았다.

 

 “란은?”

 

 “뒤편에서 단련하고 있나봐. 한참 전에 나갔어.”

 

 “독한 녀석. 배 위에서까지 그러고 싶나?”

 

 코니는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고는 몸을 돌려서 드러누웠다. 한동안 흙바닥에서 노숙했었기에 이정도 딱딱함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침반을 확인한 하이안트는 뭔가 생각난 듯 슬쩍 코니를 바라봤다. 낮잠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말해야할 사안이다.

 

 “필기 준비는 다 했어?”

 

 반응이 없다. 하이안트가 이름을 부르자 코니는 신음을 내며 벽 쪽으로 몸을 붙였다. 역시 말하길 잘했다. 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코니 페드로 씨. 공부 많이 하셨습니까?”

 

 “으으음....”

 

 코니는 격렬하게 온몸을 구부리며 눈을 감았다. 끈질긴 저항에 인기척이 사라진 듯했는데, 갑자기 청명한 마찰음이 들렸다. 다시 하이안트가 다가오는 게 느껴지며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런데 왠지 익숙한 소리다. 평소에 자주 들은 것 같다. 호기심이 생겨서 슬며시 눈을 뜬 코니는 펄쩍뛰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아끼는 찻잔이 하이안트의 손에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뭐하는 거야-!!”

 

 비명 후에 코니는 고분고분해졌다. 하이안트는 가면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섬뜩한 협박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코니가 할 일은 오로지 공부다.

 

 

  기사선발시험은 필기, 실기, 특기의 세 단계로 구분되어있다. 필기부터 특기 순으로 이전 시험을 통과해야만 그 다음에 응시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지식과 체력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특기능력을 보기 때문에 하나만 잘해서는 합격할 수 없다.

 

 10개월 동안 소년들은 각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왕국의 정예자원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지력을 갖추면 그 다음부터는 잘 하는 걸 밀고 나가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해서 달성하기 쉬운 건 아니다. 기사선발시험은 점점 경쟁률과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왕국에서 더욱 뛰어난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뛰어난 네 명의 소년들도 그 기준에 부합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특히 첫 번째 시험인 필기. 오로지 지식싸움이기에 교육받은 경험이 없는 소년들에게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시험걱정을 하는 건 하이안트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있던 책들이 타버려서 다른 섬에 갔을 때 한두 권씩 구해오는 식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을 전부 기억하는 레이븐조차도 적지만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반타작까지는 하게 됐네.”

 

 코니는 연필과 함께 쓰러졌다. 담담한 확인사살이 그를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다.

 

 “놀랄 만큼의 발전이지만 합격을 못하면 의미가 없지.”

 

 “나 어떡하지...?”

 

 울상을 짓는 코니에게 하이안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분명 상냥한 미소인데 코니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뭘 어떡해. 계속 공부해야지.”

 

 소용없는 발악은 금방 진압되었고, 선원실 안은 학구열로 불타올랐다. 시간이 지나자 레이븐과 란도 들어와서 네 명의 소년은 빙 둘러앉아 책장을 넘겼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배는 망망대해에서 닻을 내렸다. 혹시 모를 위험에 바깥의 불은 끄고 전부 선원실에 모여 앉았다. 식사시간 겸 휴식시간이다. 보자기가 터질 듯이 쌓여있는 음식들이 썩기 전에 먹어달라고 소리친다.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버린 코니는 먹자마자 쓰러졌다. 아무도 그를 걱정안하는 동안 하이안트는 지도를 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시험지원 마감까지 19일. 오늘은 다 지나갔으니 18일이나 마찬가지다. 여유롭게 이틀을 더 잡고 출발했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서 늦어버리면 시험참가도 못하고 끝이다. 그런 최악의 경우만은 피하기 위해 하이안트는 계속 일정과 계획을 되뇌었다.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견디지 지루함을 못 견디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 사람은 두 명. 한명은 쓰러져있으니 누구일지 바로 알 수 있다.

 

 “하트, 별 보러 갈래?”

 

 레이븐이 문 앞에 선채로 물었다. 손에는 석판과 펜이 들려있다. 뒤따르는 란을 보고 하이안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엎어져있던 한명도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넷이서 별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2년도 넘었을 것이다. 갑판에 줄줄이 앉으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바다위에서 보는 밤하늘은 각별했다. 하늘이 아니라 보석이 박힌 밤바다가 떠있는 것 같다. 레이븐은 금세 몰입해서 새로운 석판에 별자리를 새겨나갔다. 그에게는 난생 처음 보는 섬 밖의 하늘이다.

 

 소년들은 달랑 등불 하나에도 편안함을 느꼈다. 란과 코니는 어김없이 투덕거렸고 하이안트는 사색에 잠겼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날은 소년들의 모든 것을 바꿨다.

 

 “얘들아.”

 

 하이안트는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아니,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의문이다. 다만 여태까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았을 뿐이다. 궁금증은 그날 이후부터 강하게 상기됐다.

 

 “다른 계승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선대들은 사명이나 계승에 관한 이야기를 꺼려했다. 알려준 건 계획이 어긋나서 다른 계승자들이 호메그 섬에 오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그날 섬을 습격한 자들이 선대들을 죽였다면, 대륙에 있을 다른 이들도 공격받았을 것이다. 거기서 살아남지 못했다면 그 자식들은 소년들과 같은 처지일 테다.

 

 계승자는 열 명이나 더 있다. 소년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기적적인 행운으로 받아들였기에 다른 계승자들 중에는 죽은 이들도 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강한 선대들이 죽임 당했으니 당연한 얘기다. 전원생존 했다면 오히려 안 믿을 것이다.

 

 “살아남았다면 어떻게든 버티지 않았겠어? 걔네도 우리처럼 자랐을 테니까.”

 

 코니의 말에 친구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승자들의 어린 시절은 결코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는다. 후에 선대들의 역할을 물려받기 위하여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혹독한 생활이 시작된다. 선대들은 아무리 자기 자식이어도 무르게 대하지 않는다. 먼 옛날부터 그 피와 이름을 이어받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견뎌왔다. 그렇기에 힘겨운 시간을 직접 지나온 소년들은 스스로와 서로의 힘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설령 얼굴한번 못 본 사이라도 계승자라는 끈으로 단단하게 이어져있다.

 

 “한번 보고 싶네.”

 

 하이안트가 나지막이 내뱉자 코니가 능청스럽게 반응했다.

 

 “예쁜 아가씨였으면 좋겠다. 사명을 위해 같이 고군분투하다가 어느새 사랑이 싹터서...”

 

 “불결한 목소리로 사명을 더럽히지 마라. 거기다 계승자간에 정을 맺는 건 금지되어있다. 그 정도도 모르나?”

 

 “이 꼬맹이가 진짜... 오냐오냐 해주니까 형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형다워야 형 취급을 해주지. 안 그런가? 레이븐 형.”

 

 레이븐은 말없이 별자리만 새겼다. 그러다 낌새가 이상했는지 고개를 들고서는 친구들을 번갈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무슨 얘기하는 중이었어?”

 

 세 명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답답한 건 답답한 거다. 여전히 집중하면 아무것도 못 듣는다.

 

 “아니야. 슬슬 들어가서 자려고. 더 하고 와. 담요 깔아놓을게.”

 

 역시 하이안트. 능숙한 대처다. 란과 코니가 따라서 일어나고, 레이븐은 자기 앞으로 등불을 끌어왔다. 그는 배를 탄 순간부터 모든 게 새로웠다. 매 순간이 그냥 흘려보내기에 아까웠다.

 

 “새로운 일이라는 건 즐겁구나.”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방대하게 펼쳐져서 낭비만 하고 있던 그의 머릿속에 새로운 경험이 채워지고 있다. 앞으로의 여정은 말 그대로 모험일 것이며, 소년에게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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