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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현명한 레시피
작가 : 이웃집메이
작품등록일 : 2016.7.21

"우리, 사귀어 볼래요?"
"...큽!"
든든한 식사 이후에 챙기는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음식과 디저트를 만드는 셰프와 파티쉐.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풍기는 그들의 계약... 연애? No! 36살 파티쉐와 28살 셰프의 달콤살벌 계약연애 스토리!

 
07화. 내가 너의 티라미수가 되어 줄게!
작성일 : 19-09-27 20:19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8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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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티라미수(Tiramisu) : 이탈리아어로 tirare(끌어올리다)+mi(나를)+su(위로)의 합성어이며, 영어로는 pick me up(나를 끌어 올리다)의 뜻을 가진 프랑스에서 시작한 가정용 디저트.

 

 

 

 “그래? 그럼 난 안 되겠네.”

 “…….”

 “……?”

 

 

  아까 지수를 향해 왈가왈부 하던 그녀들이 순간적으로 정적. 갑자기 조용해져서는 호성이 말하는 그 말만 또렷하게 그녀들의 귓가에 꽂혔다.

 

 

 “김 셰프… 님?”

 “…호성 씨?”

 “어, 어? 어?!”

 

 

  지수를 포함한 두 명이 동시에 호성을 바라보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꽤 컸다는 생각에 당황했다.

 

  ‘자, 잠깐… 잠깐 이게 아닌데…?!’

 

  호성은 놀란 마음을 애써 진정 시키고서는 곧바로 손을 내저으며 그녀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현명이를 진짜 좋아하고 아끼거든. 이제 애인이 생겼으니 그런 것도 이젠 안 되겠다는… 뭐 그런 뜻이야. 오해 마!”

 “…아앙?”

 “흐음…?”

 “아, 아니라니까!”

 

 

  하지만 호성의 변명에도, 눈치가 워낙 빠른 유미와 효주는 그를 계속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정말? 진짜? 라는 표정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어떻게든 아니라고 계속 손사래를 쳤다.

 

  ‘아, 젠장… 진짜 쪽팔려…….’

 

  호성은 겨우겨우 그녀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속으로 남은 그 쪽팔림은 본인이 다 감당해야만 했다.

 

 

 ♣

 

 

  오후의 영업은 그래도 한산한 편이었다. 예약도 평소보다 많이 적은 편에 속했고, 그녀들은 오후의 시간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예약이 많이 없으니 더더욱 편하기도 했고. 게다가 지수는 한 번 우민의 방에서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해서 그런지 평소처럼 일을 빠릿하게 아주 잘 했다. 아까의 그 실수는 만회하고도 남을 실력이었으니까.

 

 

 “팀장님,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좋지.”

 

 

  그렇게 한산한 시간에 가진 세 명의 티타임. 최근 따라 너무 바빴기 때문에 이런 작은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간만에 가지는 터라 더욱 간절하기도 했고, 좋았다.

 

 

 “요즘 너무 바빴죠… 이상하게 말이에요.”

 “그러니까 말이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건 좋은데… 시간대가 겹치면 너무 힘들다니까.”

 “에휴, 그래서 우리가 먹고 살긴 하지만요.”

 

 

  유미와 효주, 그리고 지수까지 세 명의 여자가 모이자마자 서로의 푸념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확실히 최근에는 일 하는 것이 늘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보통 같았으면 6월에는 꽤나 한산한 편이었는데, 갑자기 일이 바빴으니 말 다했다.

 

 

 “참, 팀장님은 못 보셨겠다.”

 “응? 뭐를?”

 “아까 아침에 있었던 일,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응…?”

 

 

  그때, 갑자기 효주가 싱글벙글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대뜸 지수에게 보여주었다.

 

 

 “엇, 이건?”

 “우리 사장님 너무 멋있게 나왔죠? 이것 봐요. 지금 SNS에서 난리도 아니에요, 정말.”

 “와… 신기하다.”

 “댓글도 완전 장난 아니라니까요? 사장님이 완전 영웅 됐어, 영웅!”

 

 

  아까 낮에 진상 손님에게 멋지게 대처하는 우민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찍혀 이미 SNS에서는 유명인이 되었다는 거다. 동시에, 자신의 레스토랑이 엄청나게 유명해져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뛰어오르기까지 했다고 하니, 이거 정말 전화위복이 아닐 수가 없다.

 

  ‘정말 다행이다…. 나 때문에 레스토랑이 잘못 될 까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지수는 나름의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그 영상을 끝까지 봤다.

 

  ‘그때는 정말 정신도 없고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는데, 이렇게 잘 되는 걸 보니 다행이다.’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그 영상을 다 보았고, 다 같이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난 정말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난 줄 알았다니까요!”

 “맞아, 맞아. 사장님 진짜 멋있어… 유부남만 아니면 진짜 대시하는 건데…….”

 “그러니까!”

 

 

  효주와 유미도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떠들어대고 있었다. 정말 오늘 일 만큼은 우민이 멋지게 해결해주었으니까. 그건 공감한다는 듯이 지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사이, 갑자기 그녀들이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들이 조용해지면 이상하게 불안하단 말이야… 지수는 유미와 효주에게 시선을 던졌고, 다른 말 하지 못하게 자신이 새로운 화제를 꺼내려고 했던 그 사이.

 

 

 “팀장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뭔데?”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지수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어떻게 8살 연하 셰프님과 사귀게 된 거예요?”

 “…응?”

 “팀장님이 물론 매력 있고 멋진 건 알지만… 분명 ‘한 방’이 있을 것 같아서요!”

 “‘한 방’이라……”

 

 

  지수는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그녀들의 질문 공격이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그리고 아예 체념한 듯 그녀들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한 방이라고……?’

 

 「 우리, 사귀어 볼래요? 」

 「 파티쉐님이 아니면 안돼요. 」

 「 딱 세 달만 저랑 사귀어요. 」

 

 「 혹시, 술 좋아해요? 」

 「 자, 이번에는 짠할까요? 」

 

 「 너 나랑… 사귀자고… 구랬지? 」

 「 딸꾹! 그… 으래… 그랬다… 뭐 어쩔… 래! 」

 「 너 아니면… 안 되, 끅, 니까… 」

 「 왜애애? 왜 나 아니면 안 되는데에에? 」

 「 ……가지마아. 」

 「 네에? ……흡. 」

 「 후으, 응, 음…… 」

 「 하아…… 」

 

  갑작스럽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지난날의 일들. 지수는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꽤 재밌다는 표정을 짓는 등 다양한 표정 변화를 그 짧은 시간에 왔다 갔다 했다. 그런 지수를 보던 그녀들은 궁금증에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고.

 

  그러더니 지수가 자신의 앞에 있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본인도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 술주정…?”

 “헉! 팀장님 그럼 설마…”

 “…어?”

 

 

  자신의 말을 이해한 건지 아닌지 전혀 감 잡을 수 없는 그녀들의 반응에 지수가 물음표를 띄우며 물어보자, 그녀들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술김에 셰프님이랑 잠자ㄹ……”

 “효, 효주! 너 경고!!”

 

 

  정말, 못 말리겠다.

 

 

 ♣

 

 

 “……미쳤어.”

 

 

  호성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주방 탁자에서 계속 머리를 쿵쿵 박고 있었다. 일정 시간 마다 어떤 말소리와 동시에 쿵 거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리는 탓에 굉장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나름 여유가 생겨 간만에 셰프들끼리 쉬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휴식을 방해 받고 싶진 않았다.

 

  그 덕에 막내인 준수가 직접 그 소리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구 때문인지 알아와야만 했다.

 

  ‘누군지 몰라도 어떤 또라이가 이 짓을……’

 

  준수는 막내 인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간만에 가지는 휴식을 방해 받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성큼성큼 주방으로 걸어가 당장 이 소리의 근원을 알기 위해 찾아갔는데.

 

 

 “…셰프?”

 “내가 왜 그 상황에 그런 얘길 했을까… 이런 미친 놈… 또라이야…….”

 “셰프, 셰프. ……저기요?”

 

 

  그곳에는 머리를 쥐어박으며 자신을 자책하는 말만 내뱉는 호성이 있었던 것이다.

 

  ‘뭐지… 갑자기?’

 

  늘 자신만만하고 멋진 호성이었기에 이런 그의 모습을 처음 봤다, 준수는. 그 순간 너무나도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솔직히 이 상황에서 든 생각은 바로 ‘그’ 생각 뿐 이었다.

 

 

 “…사춘기인가.”

 

 

  준수가 그 생각을 하고서는 마음을 진정 시켜놓고선 호성을 무시하고 다시 셰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

 

 

 

 “지수 씨! 오늘 마치고 같이 가……”

 “저 오늘 약속 있어요.”

 

 

  영업이 끝나고의 상황. 현명은 오늘 하루 종일 지수를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서글퍼하며, 빠르게 옷을 다 갈아입었다. 갈 때만큼은 꼭 같이 가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리고 옷을 빠르게 갈아입고선 그녀가 있는 주방 앞에서 기다렸는데, 들려오는 대답은 정말 칼 같이 날카로웠다.

 

 

 “어… 중요한 약속이에요?”

 “네.”

 “아…….”

 

 

  오늘따라 평소완 다르게 너무나도 칼같이 냉정하고 날카로운 지수에 현명은 적응이 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왜 이러니… 나 정말 뭘 잘못했나?’

 

  현명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는데, 자신을 지나쳐서 가려는 지수를 보며 다짜고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저… 한지수씨!”

 “왜 이러세요? 저 지금 바빠서 얼른 가 봐야 돼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그녀는 자신에게 무언가 화가 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는 거다.

 

  ‘분명 오늘 아침부터도 그랬지. 아까의 반응도 그렇고 지금도 보면… 분명 나한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가 입술을 꽉 깨물며 어떻게 돌려서 물어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사이 그녀가 자신을 벗어나려는 것 같은 느낌에 다급한 마음이 들어 말을 내뱉었다.

 

 

 “호, 혹시 지수 씨 오늘 무슨 일 있……”

 “아니요, 없어요.”

 

 

  그가 묻기도 채 전에 대답하는 지수의 단호한 말에 현명은 생각했다.

 

  ‘아, 무슨 일이 있구나. 그렇지만 나한테는 말 해주지 않는 거구나.’

 

  생각에 거기까지 도달하자, 이제는 어떻게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던 사이, 지수는 거칠게 그의 손을 쳐냈다.

 

 

 “…아!”

 

 

  당황한 그 사이에 그녀는 홱 하니 그냥 가버리는 거다. 놀란 현명이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런 현명과 지수를 보던 효주와 유미는 그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동시에 중얼거렸다.

 

 

 “저건 마치……”

 “……그 날인 여자 친구를 달래주려고 하는 남자친구의 안타까운 모습이랄까…….”

 “…통했구나, 효주야.”

 “…네.”

 

 

  그녀들이 현명을 향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혀를 끌끌 찼다. 속으로 ‘힘내세요, 셰프님!’을 외치면서.

 

 

  그 사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를 뒤따라가는 현명. 오늘따라 너무나도 쌀쌀 맞는 그녀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오늘 누구랑 약속이에요?”

 “…….”

 “그, 저번에 그 친구인가? 그 분이랑 만나는 거예요?”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서 나란히 걷던 그는, 어떻게든 지수와 말을 붙이려고 했으나 그녀는 끝까지 무시했다. 오히려 더 빠르게 걸으려고 구두로 있는 힘껏 걸어가지만, 그것 까지는 실패해 그냥 무시하고 걸어가는데.

 

 

 “어? 지수야, 여기……”

 

 

  지수가 말한 시간대에 미리 도착해 있던 수민은 차 안에서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서 반갑게 맞이하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나란히 있는 현명의 모습을 보고서는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말도 없이 창문을 닫고 차를 출발시키는 여유까지 보였다.

 

 

 “수민아, 나왔…… 어?!”

 “미안! 할 일 있었는데 이제 생각났어! 우리 다음에 보자!”

 “야! 현수민!!”

 

 

  수민이 지수를 발견하고, 그와 동시에 현명을 발견하고선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수민이 차를 출발시키는 것은 불과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당황스러운 거다, 지수는.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명과 단 둘이 이렇게 남게 되다니!

 

  ‘현수민, 다음에 보자…….’

 

  졸지에 레스토랑 앞에서 단 둘이 남게 된 현명과 지수. 그녀는 난감한 표정으로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일단 주변 아무 택시나 타기 위해 도로로 나서려는데, 다시금 현명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

 “…….”

 

 

  서로 가만히 눈을 마주치던 둘.

 

 

 “드디어 봐주네.”

 

 

  동시에 바라본 탓에 아이컨텍이 되자, 현명은 씨익 웃으며 말했고, 자신의 차가 있는 쪽으로 손짓했다.

 

 

 “같이 가요. 데려다 줄게.”

 

 

 ♣

 

 

  현명의 차 안.

 

  지수는 차는 절대 타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이끌림에 그의 차에 올라탔다! …고 믿고 싶었고, 믿고 있었다.

 

  ‘아… 정말 집에 갈 때는 같이 가기 싫었는데… 현수민, 다음에 보자! 이번에는 절대 용서 안 할 거다!’

 

  그녀는 혼자 수민에 대한 욕을 속으로 내뱉고 있었고, 현명은 그런 지수를 다 알겠다는 듯이 혼자 쿡쿡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만큼, 현명 역시도 눈치껏 침묵을 유지해주고 있었다. 더 이상 여기서 무슨 말을 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노릇이니. 솔직히 너무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대로 맞춰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현명은.

 

 

 “…….”

 “…….”

 

 

  차가 그녀의 집을 향하고 있을 즈음, 현명은 계속해서 그녀의 눈치를 흘끗흘끗 보았다. 출발하는 이후 내내 창밖만 바라보는 지수에 그는 혹여나 그녀가 불편해 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지만 남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일. 게다가 나는 더욱 불편한 걸 보니… 엄청나게 큰 일 인가…. 조금 섭섭한 것 같기도?’

 

  침묵이 유지되는 만큼 각자는 생각이 굉장히 많아졌다. 지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몰랐지만, 어쨌거나 현명은 굉장히 복잡한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지수 씨.”

 “…….”

 “혹시, 뭐… 무슨 일……”

 “아니요.”

 “…아.”

 “…….”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명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질문이 끝나기도 채 전에 대답하는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아, 진짜 미쳤지… 아까부터 왜 이럴까, 나!’

 

  집에 갈 때 까지, 혹은 끝까지 모른 척 하고 지나치려고 했던 그녀였다. 어차피 오늘 이 하루만 지나면 꽤나 괜찮은 마음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야 말았다. 지수는 그 생각에 깊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역시, 무슨 일 있는 거죠?”

 “아, 아니에요.”

 “나랑 관련된 일이라서 말 못하는 거잖아요.”

 “…아니라니까요.”

 

 

  지수는 모든 것을 다 들켜 버렸음에도,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애썼다. 여기서 인정해버리면 진짜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될 까봐 겁이 나서. 그래서.

 

  그녀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현명의 시선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아요.”

 “…….”

 “난, 그냥 너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서……”

 “…….”

 “그래서… 같이 가자고……”

 

 

  조금은 다급한 마음이 들 정도의 말투로,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그녀는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현명은 앞을 보고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다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오늘 하루 자신을 계속 기다려줬다는 것을. 이 불안한 마음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기다려 주었다는 것을.

 

 

 “오늘, 고작 하루였지만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어요. 지수 씨가 어떤 일로 힘들어 하거나 괴로워할 때, 저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요.”

 

 

  현명이 말을 이어가는 도중, 그녀와 그가 탄 차는 천천히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하고 있었다.

 

 

 “무슨 사정이 있었고,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너무 걱정스러웠죠.”

 “아…….”

 

 

  그가 조심스럽게 핸들을 돌려 그녀의 집 앞에 안전하게 차를 세웠고, 그와 동시에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사뭇 진지해진 표정. 아까는 운전을 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남자, 지금 자신에게는 한 없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지수는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다음 그의 말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자신이 아침부터 그렇게 쌀쌀맞게 굴었음에도, 지금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 있을까. 그녀는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입술이 조심스럽고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다음 말이 그녀의 귀에 잔뜩 꽂혔다.

 

 

 “내가, 당신의 ‘티라미수’가 되어 줄게요.”

 “……?”

 

 

  기대와는 달리,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현명에 지수는 그 진지하고 달콤한 분위기가 와장창 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그게… 무슨……”

 “…아, 그… 내가 원하는 건 이런 반응이 아니었는데…?”

 “…네?”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요, 지수 씨……”

 

 

  지수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분명 이렇게 하면 좋다고 그랬는데!’

 

  현명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잔뜩 당황해서는 말까지 더듬으며 말을 잇기 시작했다.

 

 

 “다, 다른 건 아니고… 그때 지수 씨, 티라미수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근데 찾아보니까 티라미수가… 그… ‘나를 끌어 올리다’…라던데…”

 “…아.”

 “제,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는… 그리고 그랬다는, 뭐… 그런……”

 “풋.”

 

 

  지수는 결국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딱히, 그런 변명을 들으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그녀는 그 생각에 잔뜩 민망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유지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꽤나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정말 예상을 못하겠네.’

 

  현명은 아까부터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한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해했지만, 그녀의 웃음소리에 곧바로 표정이 밝아졌다.

 

  ‘잘… 한 건가?’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웃음을 보며 나름 안심을 하고서 그녀와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마주친 눈에서 보이는 그녀의 미소는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고마워요.”

 “어… 네?”

 “음… 그냥요.”

 

 

  마음에 안정이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지수는 마음껏 웃을 수가 있었다, 그의 앞에서. 동시에 그는 지수를 따라 입가에 미소를 잔뜩 그렸다.

 

  눈이 마주친 상태로 그렇게 서로를 향해 웃던 그들. 지수가 고맙다는 말과 동시에 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내일 봬요.”

 “네, 조심히 들어가요, 지수 씨.”

 

 

  둘은 끝까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고서, 그녀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한 현명은 곧바로 차를 출발하며 은은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너무나도 가벼운 것을 봤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 풀리는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에,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도 싱글벙글 웃었다. 그 순간, 각자가 귀여워 보였다는 그 생각은 절대 착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행복함이 감돌던 그녀의 집 앞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인기척을 드러내더니 잔잔한 그 곳에서 어떤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코, 듣기 좋은 것이 아닌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저 새낀 뭐야?”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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