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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양이울음
작가 : beenjin
작품등록일 : 2019.9.7

 
4.비가 오는 산
작성일 : 19-09-27 15:25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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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비가 오는 산

 아침은 차가웠다.

 여름은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는 듯했다.

 얇은 이불을 침대에서 걷어내고, 두꺼운 이불을 꺼내 침대 위에 덮었다.

 그리고는 부엌으로 향해, 커피 한 잔을 끓였다.

 커피 스틱을 뜯어, 컵 안에 넣고, 따뜻한 물을 부었다.

 차가운 공기는 커피의 향과 온기로 더워졌다.

 그렇게 커피 한 잔을 하고, 정신을 차린 뒤 아침밥을 준비했다.

 혼자 있다 보니 아침밥을 준비하는 게 유독 귀찮았다.

 배만 부르게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토스터에 토스트를 넣었다.

 그리고는, 토스트 위에 올릴 것을 생각했다.

 계란을 굽기조차 귀찮아서, 결국 토스트 위에는 딸기잼이 올라갔다.

 정말 영양가 없는 식사라고 생각했다.

 이런 영양가 없는 식사를 반복하다 보니, 몸무게는 확 줄었다.

 귀가 멀기 전까지는 아무리 혼자 산다 해도, 곧잘 요리를 해먹고는 했다.

 하지만 귀가 멀고, 우울증이 오다 보니 입에 무엇이 들어간다는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입맛이 없어졌고, 맛있는 무언가를 챙겨 먹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렇게 식욕이 사라지니 미각도 점차 사라졌다.

 오늘의 토스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토스트의 맛은 식감으로 대체되어 있었으며, 딸기잼에서 느껴오는 자극만이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렇게 맛없고, 우울한 식사를 마쳤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지루함에 휘감겼다.

 방 안은 여름의 따스함이 지나고 나니 가을의 파란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그 파란 방은 나를 미치게 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미치게 할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릴 스케치북을 책장에서 뽑아들고는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커튼을 열고, 가을이 앉아있는 창밖의 풍경을 보았다.

 산은 서 있었으며, 하늘은 높았다.

 빌라의 굴뚝에서는 누군가 따스한 물로 씻는지 연기가 났다.

 땅바닥에서 아이들은 놀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차 밑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울면 나갈 수 있을 건데 라고 생각했다.

 가을비가 내려오기를 빌고 있었다.

 그렇게 고양이가 울 때까지 고양이를 그리기로 마음먹고는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얀 고양이는 귀찮은 듯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사람들이 신기한지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크림색의 고양이는 정말 도도했다.

 걸음걸이는 고양이 그 자체였다.

 도도하게 걸어가, 교양있게 기지개를 핀 뒤, 꽃 앞에 앉아 꽃을 구경했다.

 나는 고양이치고는 교양 있는 취미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그렇게 관찰한 지 10분 뒤 크림색 고양이는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하품은 아니었다.

 크림색 고양이는 울기 시작했고, 빗방울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집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높던 하늘은 구름으로 뒤 덮였다.

 산은 비에 맞아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커튼을 닫고, 나갈 준비를 하려 하는 와중이었다.

 검은 니트티에 청바지를 입은 소년은 산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는 우산도 없이 산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당황했다.

 누군가가 있으면 산으로 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산은 넓기에 저 소년을 마주칠 위험은 적었고, 너무나도 심심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을듯했다.

 그렇게, 나가기로 마음먹고는 다시 우비를 챙기고, 어제 비에 맞아 아직 마르지 않은 우산을 챙겼다.

 2일 연속으로 집을 나가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조금은 헐거워진 것 같은, 현관문을 열고 나겠다.

 산에 오르고 싶었기에 곧장 그 방향으로 몸을 틀어 걸어갔다.

 산으로 가는 길의 보도블록의 색깔은 점차 변해 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비가 오고 있다는 그리고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은 한층 강해졌다.

 그렇게 비를 느끼며, 산에 도착했다.

 신발이 비가 젖은 흙에 더러워질까, 고민했지만, 그 정도는 빨면 된다는 생각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산속의 삼나무들은 높이 서 있어 하늘을 가렸다.

 하늘이 가려졌음에도, 산은 어둡지 않았으며, 비에 젖은 나무들의 잎이 푸르러서 더욱 푸르게 보였다.

 산의 냄새는 나의 코끝에서 상쾌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비에 젖은 산은 생기를 한가득 머금고 있었으며, 그 덕택에 집에서의 구속에서 벗어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생기 속에서 나는 살아있는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비가 오고 있었다.

 비가 오고 있는 동안 나는 자유였기에 산의 안쪽까지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었다.

 산의 안쪽으로 점점 들어가 나무 사이의 도시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가 보이지 않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어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산의 안쪽으로 들어가던 와중, 나는 산의 골짜기에서 검은 통나무 오두막 한 채를 보았다.

 비록 검은색 통나무로 지어져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 오두막은 유독 겉으로 보이는 검은 색과 분위기는 달라서, 산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져 있었다.

 오두막은 검은색으로 칠한 통나무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빨간 벽돌로 된 굴뚝 하나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문으로 향하는 계단은 나뭇잎 하나 없이 잘 닦여 있었으며, 그로 인해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여기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걸음을 돌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두막 안의 인기척은 없었다.

 오두막의 주위에도 아무도 없었다.

 오두막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그 검은 통나무들은 나에게 유독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며, 산속의 외딴 오두막이라니 현대에 누가 이런 곳에 산다는 말인가.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이곳에 와서 혼자 사는 것인가?

 아니면 세간의 눈을 피해야 하는 지독한 범죄자?

 전자와 후자 둘 다 나에게는 어쨌든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무서웠지만.

 이런 곳 그 오두막의 존재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기에는 충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오두막에 한 걸음 다가가, 주위를 자세히 보았다.

 오두막의 뒤쪽에는 장작을 패서 쌓아 둔 나무들이 있고, 그 옆에는 의자와 탁자 하나가 있었다.

 이곳의 집주인은 아마 장작을 패다가 힘들 경우를 대비해 그곳에 의자를 놓아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집의 앞쪽에는 자그마한 테라스가 있었으며, 이곳에도 집의 뒤 편에서 보았던 의자와 탁자가 똑같이 놓여있었다.

 아마도 집주인은 가구를 살 때 똑같은 것으로 채워 놓는 것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재미있었다.

 그렇게 테라스를 구경하고 난 뒤에 나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은 집의 전체적인 느낌과 유독 어우러져 있지 않았다.

 똑같은 의자와 탁자조차 이곳의 느낌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문은 유독 그렇지 않았다.

 문 또한 색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집의 바깥의 느낌과 안의 느낌을 구분 짓는 듯한 경계선의 느낌이 들었다.

 문은 창문 없이, 나무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손잡이는 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이상하게 몸이 붕 뜨는 느낌이 있었으며, 이상하게 몸의 구조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역겨운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쾌했다.

 몸은 가벼워졌으며, 그전까지 나의 방안에서 느꼈던 그리고 이 집으로 들어갈까? 를 고민하며 느꼈던, 긴장감은 없어졌다.

 그렇게 나는 문을 열었다.

 오두막집 안의 풍경은 역시나 밖에서 느꼈던 느낌과 많이 달랐다.

 밖의 풍경이 파란색이라면, 안의 풍경은 따스한 느낌이었다.

 집 안은 방의 구분이 없이 다 연결된 느낌이었다.

 부엌과 안방은 벽이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화장실은 따로 밖에 있었다.)

 따스한 풍경 속의 방안의 가구는 다 잘 정돈 돼 있는 분위기였다.

 각자 제자리를 찾은 느낌으로 정돈 되어있었다.

 침대는 방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베이지색의 침대 틀을 가지고 있었다.

 침대의 위에는 파란색의 이불이 덮어져 있었으며, 매우 포근해 보였다.

 침대의 옆에는 자그마한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의자 위에는 소형 라디오 하나가 얹어져 있었다.

 침대와 부엌의 사이에는 소파가 하나 있었으며, 그 소파는 혼자 쓰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소파의 맞은편에는 소파와 어울리지 않는 원목의 의자가 하나 덩그러니 마주 보고 놓여 있었다.

 부엌은 그릇장 하나가 놓여 있었으며, 도마를 놓을 수 있는 나무로 된 아일랜드 식탁 하나와 가스레인지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릇장 옆에는 음식을 넣을 수 있는 냉장고 하나와 차를 넣어둔 캐비닛 하나가 있었다.

 그렇게 방의 구경을 다 하고 나서 나는 소파에 앉아 보기 위해 향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소파는 나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지 못했고, 맞은편의 의자에 앉아보았다.

 의자는 딱딱했지만, 편안했다.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듯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보고 이곳을 나가기로 마음먹고 침대에 눕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문은 열렸다.

 바깥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고, 밖과 안의 경계란 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침대의 밑으로 숨었다.

 “여기일 텐데 아무도 없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지독히도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흠, 아니야 여기라고 분명히 그것은 이곳에 묶여 있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저 남자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들에 적응이 안 된 것인지, 아니면 저 말들이 나에게 적응이 안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말하는 것으로 보아 집의 주인인 거 같지는 않았다.

 저 남자는 무엇을 찾으러 온 것 같았다.

 무엇을 찾는 것인가?

 집을 다 뒤져 보았지만, 돈이 될 만한 물건은 없었다.

 집주인을 찾으러 온 것인가?

 “뭐지 왜 아무도 없는데 이곳에 묶여 있지?

 저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언제부터인가 이해가 되지를 않고 있었다.

 “선은 이곳에 묶여 있어.”

 남자는 중얼거렸다.

 여전히 나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그 남자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제발 침대 밑을 보지 않는 것이 지금 나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오늘 안에는 찾아야 합니다. 이곳에 숨어 계신다면, 나와 주세요.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힘듭니다”

 나보고 말하는 것인가? 남자는 나를 콕 찍어서 찾고 있는 듯이 말했다.

 “안 되겠구만, 이거 이러다가는 진척이 없어 슬슬 피곤해지기도 했고 이 집 자체를 옮겨버려야겠군”

 그 순간 몸이 가라앉는 느낌과 함께 어딘가로 실려 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떠 있었다.

 집과 함께.

 “아하 거기 있었군요.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뒤틀린 것을 고쳐 놓기 위해 이곳에 온 것 이지요. 실례지만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그는 나를 보지도 못했다.

 나도 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찾았다는 듯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침대의 밑이었다.

 “저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당신의 안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같이 가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뒷 세계에 존재합니다.”

 집은 떠 있고, 나는 그에게 따라가 지고 있었다.

 그렇게 고양이들의 울음은 그쳤고, 오두막의 문은 닫혔으며, 나를 찾던 남자의 존재는 알 수 없는

 검은 물체였다.

 이곳으로 그것이 온 것이다.

 존재 자체가 신비인 그가 나를 찾아냈고, 오두막은 남겨졌다.

 그 검은 물체가 이 오두막에 숨어있는 나를 발견한 순간.

 오래전 끊겨졌던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작가의 말
 

 설정오류로 인한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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