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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당신의 연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 : Lonan
작품등록일 : 2019.9.20

DDDDD---DDDDDD---. [07:30].

중, 고등학생 시절 언젠가, 만약 내일은 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만약 내일 세계가 멸망하게 된다면? 과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만큼 오늘 하루가 힘들었거나, 아니면 걱정거리가 많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수도,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제보다 오늘 더 붉게 타올랐고, 어제보다 오늘 하루가 조금 더 힘들게 느껴졌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사실들을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느낄 무렵. 나는 딱히 내일을 기대하지 않게 됐다. 학교를 다닐 때 했던 성적과 관련한 사소한 고민들부터, 연애, 금전, 가정, 입시…

모든 고민은 결국,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까지 이어질 테니까. 오늘의 힘듦은 내일의 힘듦이 될 뿐이니까. 그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내일이, 나는 지겨웠을 뿐이었다. 그랬을 뿐이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정말 잘 할게
작성일 : 19-09-27 14:50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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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각이라더니, 아무것도 알 수가 없잖아?”

 

 불친절한 스킬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얻을 수만 있었을 뿐, 지금의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스킬. 그러면서도, 겁을 주는 것처럼 써 놓은 문구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끼게 만든다.

 

 알아서는 안된다. 알게 되서는 안된다. 알려고 들어서는 안된다. 내게 허락된 건, 내게 주어진 건, 지금 이 순간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단 한 번의 기회일 뿐. 더 이상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스킬이 어떠한 효과를 숨기고 있는지 보다, 혹시 이 스킬이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나를 변화시켜 주지는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나를 설레게 한다.

 

 자극적이었다. 평범하지 않게 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자극. 조금씩, 이 말도 안되는 현실을 순응하며,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붙잡지 못했던 것은…

 

 “그러니까! 왜 계속 답장을 안 하는 거야? 혹시, 다른 여자 생긴 거 아냐?”

 “아니, 일하다 보면 답장이 조금 늦을 수도 있지! 겨우 그런 사소한 걸로 날 의심하는 거야?”

 

 -탐색 대상이 발견됐습니다. 탐색을 계속 하시겠습니까? (Y/N)

 

 그래, 우선은 메인 퀘스트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이별을 준비 중인 그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YES!”

 

 -Player ‘B’로부터 300M 이내에 대상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내 눈앞에 떠오른, 투명한 파란색 방향표가 길을 안내한다. 어두운 골목길에서도, 앞에서 사람이 지나가도. 그 무엇이 됐든 간에 통과한 채, 나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속에서 홀로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스쳐 지나간다. 이제 곧, ‘솔로’가 될 8번째 대상을 향해서.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어차피 귀를 막아도, 그들과 멀어져도 계속. 한번들리기 시작한 목소리는, 그들의 대화가 끝이 나거나,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

 

 “사소해? 네가 아무런 연락도 없어서 걱정하게 만드는 게, 너한테는 사소한 일인 거야?”

 “야, 김소연. 그럼 특별해? 뭐가 그렇게 특별한데? 무슨, 내가 한 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는데!”

 

 분명 그들도 자신의 대화를 다른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걸 안다면, 좋아하지 않겠지. 이건 도청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분명히 둘 중 한 명은 누군가가 이 대화를 들어주고, 자신의 편이 되어 위로해 주길. 아니, 어쩌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끝내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내게 이러한 스킬이 생긴 게 아닐까?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그래서 들려오는 목소리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 적어도 누군가는, 그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들어줘야 했으니까.나는 서로의 마지막이 될. 마지막이 시작될, 처음의 순간을 지켜 봐줄 입회인이니까.

 

 “어쩌면, 스킬이 아니라 저주일지도…”

 이 천리통이라는 스킬은, 조건만 충족된다면 어떤 형태의 대화든지 간에 내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켜주었다.

 

 예를 들어, 이별의 조짐이 보이는 목표 대상들의 ‘Talk’내용이 내 머릿속에서 타임라인 형식으로 정리되어, 떠올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게 된다 거나, 통화하는 대상의 목소리가 휴대폰에 귀를 가져다 대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이어폰이 연결돼 있는 듯, 마치 스피커폰 모드처럼 뚜렷하고 확실하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상세 위치: ‘4F, PC ZONE’]. 탐색을 종료합니다.

 “피시방이라…”

 

 이번에는, 앞선 7명들의 경우와는 조금 달랐다. 대부분 으슥한 밤, 전화로 이루어졌거나, 메신저를 활용한 대화. 혹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법한, 이별의 정석과도 같은 한 낮의 카페에서의 이별 장면.

 

 무엇 하나 특별하다고 볼 수 없었지만, 무엇 하나 특별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가볍게 만났던 인연이 쉬운 장애물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쉽게 헤어지는 것뿐이니까.

 

 특히, 그 중에서 무표정한 채 일방적으로 서로에게 할 말만 다하던 메신저의 대화 기록은, 나로 하여금 ‘연애’라는 행위의 정체성에 대하여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듯. 미련 없다는 듯, 단호하게 보내는 메시지와 그걸 또 덤덤히 받아들이는태도가 내게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서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하는 척. 없으면 안돼는 척. 그저 다른 누군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과시하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 왜 이렇게 안 내려와?”

 왠지, 오늘따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

 

 

 지겨워졌다. 귀찮아졌다. 그리고…짜증이 났다. 지금 눈 앞에서 울고 있는 소연이의 모습도, 그걸 지켜보며 화를 내고 있는 나의 모습도 전부.

 

 이 상황이, 비틀린 현실이. 너를 귀찮아 하게 된 나와 나를 이해하지 못해주는 너, 전부. 지켜 보기만해도, 짜증이 났다.

 

 분명,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서로의 얼굴은 눈물보다 웃음이. 슬픔보다 행복이 가득 찼었는데,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왜 넌 내 앞에서 괴롭다는 듯, 아프다는 듯. 슬픈 얼굴을 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건데?

 

 “너…변했어.”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울고 있는 네 눈을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네가 들을 수 있도록 외친다.

 

 ‘아냐, 변하지 않았어!’ 목이 터져라 외친다. 외치고 또 외친다. 다시 한번 너에게 닿기를. 네가 내 마음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널 바라본다. 분명, 그랬을 텐데.

 

 어째서 너는 그렇게 질린 얼굴을 한 채, 나를 무서워하는 건데?

 

 왜, 너는 나를 두려워하는 건데? 왜, 나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건데? 뭐가 그렇게, 너를 괴롭히고 있는 건데?

 

 “아, 씨-!” 아냐, 소연아. 이건 절대로 너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내가 조금 당황해서. 이 상황이 답답하고 무서워서.그저, 날 두려워하는 네 두 눈이 나를 괴롭게 만들어서. 그래서 그랬을 뿐이야.

 알잖아? 우리가 서로의 귓가에, 가슴에 어떤 말들을 나눴는지. 우리는 절대 이렇게 되지 말자고 했잖아.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자고 했잖아. 서로의 얼굴에 눈물 대신, 웃음만 짓자고 했잖아! 사랑한다고 했잖아!!

 

 “왜…왜 그렇게 쳐다보냐?”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미안해. 사랑해라고 다정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를 괴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은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차가운 말을. 너에게 상처를줄지도 모를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래…사실 나도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에 상처받아서! 나도 괴로워서!! 나는 지금, 얼굴이 아닌, 마음으로 눈물 흘리고 있어서!!!소연아! 예전처럼 내 마음을 좀 들여다보고, 다친 내 마음 좀 어루만져주면 안 되겠니?

 

 제발, 한 번만 더 나를 이해해주면 안 되겠니? 그럼, 내가 정말 잘 할게. 지금보다 더 잘 할게. 다시는 너를 울리지 않을 게, 제…

 

 한 발자국. 주저앉아 있던 너에게, 손을 내밀려고 움직인, 내 한 발자국.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었던 내 한 발자국. 너는, 내가 한 발자국 다가가면 무언가에 쫓기는 듯. 겁에 질린 듯, 엉금엉금 뒷걸음질 친다.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말아 달라고. 나를 거부한다,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항상, 항상, 네 곁에 서있던 내게, 이제는 한 발자국도 다가오지 말라며 나로부터 도망친다. 달아난다.

 

 누구보다도 너의 가까이에 있던 나는. 너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져 있지 않던 내게, 이제는 한 발자국도 아깝다며 눈물 흘린다.

 

 나도 길을 잃은 아이처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너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건, 더 이상 너에게 다가가지 않는 것뿐. 지금 이 순간의,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지독한 거리감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다.

 

 주저앉았던 네가, 네 힘으로 일어선다. 내가 내민 손을 뿌리친 채,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한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행복했던 추억을 가득 담았던 두 눈동자 위에는 그동안의 함께 한 추억들을 지워버리겠다는 듯, 내가 입힌 상처들로 가득 덮여있었고, 오직 나만을 바라봐 주던 따뜻한 시선은 더 이상의 온기는 찾아볼 수 없는, 싸늘함이 되어 나를 찔러 온다.

 

 "어째서?"

 

 띵, 하고 누가했는지 모를 박수 소리와 함께, 당당하면서도 처량하게. 안타까우면서도 단호하게, 나를 바라보던 소연이는 등을 돌린 채 떠나갔다. 너와 나, 둘이서 써 내려가던 연극 무대 위에 커튼이 쳐지고, 막이 내려간다.

 

 무대 위에는 나 홀로. 그렇게 나는 너를 잃었다.

 

 ***

 

 

 “근데 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지? 설마…”

 

 목적지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스킬도 여전히 활성화 중. 그럼에도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다는 건, 이미 대화가 끝났거나 관계가 끝나버렸거나. 또 이토록 허무하게, 서로 사랑했던 이들이 갈라섰다.

 

 "그래도...퀘스트를 위해서 올라가야겠지?"

 

 '4F'-'3F'...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결국 연애라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도. 이 엘리베이터처럼, 아주 천천히 혹은 빠르게. 내가 올라가야 하는 데, 내 눈앞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있거나, 내려가야 하는데, 이미 내려가 있어서 다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가 말하는 연애와 이별도 결국, 기다림과 선택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어떤 층에 있어도 결국 내가 서있는 곳으로 돌아와, 탈 것인지, 말 것인지 물어보는 엘리베이터처럼 아무리 영원할 것만 같은 행복한 시간과 순간이라도,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이 행복을 이어나갈지, 아니면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지에 대하여 매 순간순간마다 선택의 기회를. 변화를 강요받는다.

 

 아마 우리가 이별하는 수많은 이유 중에서, 진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건, 결국 자신의 선택이 아닐까? 그저 마음이 떠난 것을 숨기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 '탓'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사랑이란 엘리베이터에서, 이별이란 이름의 층을 눌러버리라고 강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는 언제든 내려갈 수도.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때문에 지금 옆에 같이 타고 있는 사람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어차피 엘리베이터에는 다른 사람들도 올라타니까... 다른 사람과 올라가면 되니까. 그럴지도 모른다.

 

 

 띵, [대상을 기록 하시겠습니까? 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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