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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 장미의 제국
작가 : 임다온
작품등록일 : 2016.8.21

나를 불러온 건 당신들인데.
나를 버리는 것 또한 당신들인가.......

어느 날, 평범한 현실에서 제국으로 오게 된 하랑.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것도 황당한데, 게다가 자신을 신이라 하며 천 년 동안 피지 않았던 붉은 장미를 피우라고 한다!

오직 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아름다운 황제 샤를과 오직 신만을 지켰던 매혹적인 기사 칼. 그리고 신이 되고자 하는 소녀 하랑.

그들 앞에 펼쳐질 가혹한 운명과 세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 판타지.

 
32. 장미 가시밭길(5)
작성일 : 16-10-03 22:18     조회 : 494     추천 : 1     분량 : 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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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 안은 장미잎에 의해 붉은 액체가 든 잔을 들고 마시는 뱀파이어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가득했다.

 샤를의 손에도 잔이 들려 있었지만 그걸 마시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아 그대로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를 지배하고 있던 혼란스러움이 테라스의 고요한 공기와 만나자 조금 가라앉는 듯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기뻐야 하는 순간이 아닌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붉은 신을 보게 되었고 붉은 장미도 있었다.

 게다가 인간들과의 <평화조약>까지 체결해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 상태였다.

 서로 다른 종족을 먼저 건들지 않는 이상 싸움도 전쟁도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런데 왜 그녀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일까.

 기사들에 의해 끌려가던 하랑의 모습이 근심의 원인이었다.

 

 “샤를.”

 

 굵직한 음성에 뒤를 돌아보니 칼이 서 있었다.

 

 “이제 신의 기사가 되었다고 황제에게 예의도 갖추지 않으십니까.”

 

 샤를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칼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신의 기사가 아니라도 너에게 예의를 갖춘 적이 있던가.”

 “그랬지요, 참.”

 

 샤를의 옆까지 다가온 칼이 가만히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을 찾아온 전날처럼.

 

 “그래서 가져간 저의 피는 잘 쓰셨습니까.”

 “나도 몰라.”

 “하랑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도대체 누굴 위해서 그토록 원했던 겁니까.”

 “이제 와서 묻기는 늦지 않았나.”

 “이제 와서라도 알아야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랑이 왜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서 황제의 피를 원했는지를!”

 

 샤를은 저도 모르게 감정이 묻어난 목소리를 뱉어냈다.

 칼은 씁쓸하게 웃었다.

 

 “꼭 살리고 싶은 아이가 있었거든.”

 “그 아이가 뭐기에.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인간이고 노예였어.”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맞아. 아무것도 아니지.”

 

 샤를은 정말 이해하지를 못했다.

 왜 하찮은 것 때문에 그녀는 그런 짓을 했는지.

 가만히 있었다면 신을 모욕한 죄를 질 일도 없었을 텐데.

 그랬다면 설령 그녀가 노예로 지위가 떨어지게 되더라도 자신의 곁에 머물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샤를.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뭘 말입니까.”

 “진정한 신은 붉은 장미를 피우는 자인가.”

 “무슨 말이 하고 싶습니까.”

 “우리는 잘 알지 않나. 천 년 전에 신과 함께 있었으니.”

 

 고개를 들고 있는 칼의 시선에 하늘에 떠있는 달이 시야를 채웠다.

 

 “진정한 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조차 소중히 여기는 자가 아닐까.”

 

 그때 칼을 매섭게 보던 샤를의 눈에도 달빛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칼의 입이 느릿하게 열렸다.

 

 “설령 붉은 장미를 피우지 못할지라도.”

 “당신은 지금, 무슨 말을........ 설마.”

 “맞아. 난 지금의 신을 부정하고 있다.”

 “신의 기사인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너도 어느 정도 혼란을 느끼고 있겠지.”

 

 샤를은 말을 하지 못한 채 숨을 삼키었다.

 불어온 바람은 두 사람의 사이에서 흐르며 머리카락을 살며시 만지며 지나갔다.

 칼의 입술이 유려하게 휘어졌다.

 

 “신의 기사인 내가 인정한 신은 한 명뿐이다.”

 

 천 년 전의 붉은 머리카락도 붉은 장미도 아름다운 모습도 아닌 그저 평범하고 밝게 웃으며 천방지축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그런 여자.

 

 “너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선택해라.”

 

 칼은 가만히 행동을 멈춘 샤를의 어깨를 짚으며 테라스 밖으로 나갔다.

 

 

 ***

 

 

 육중한 철창이 하랑의 눈앞 있었다.

 빛이 하나 없는 이곳은 지하에 있는 감옥이었다.

 철창 너머 촛불이 유일했지만 기묘한 그림자를 만들어내 공포를 자아낼 뿐 없느니만 못하였다.

 차가운 바닥 구석에 무릎을 안고 있는 하랑은 더욱 몸을 안으로 말았다.

 자신을 이곳에 두고 간 기사들이 나간 이후에 지독한 고요가 찾아왔다.

 아마도 지하감옥에 있는 이는 자신밖에 없는 듯했다.

 이렇게 감옥에 갇힐 만큼 범죄를 저지르는 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였고,

 감옥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내일이면 자신도 이곳을 나갈 테니까.

 그것이 죽음을 향해서이겠지만.

 죽음.

 죽는다.

 죽는다고?

 뒤늦게 자각이 되니 섬뜩해졌다.

 홀 안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에도 ‘사형’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나 막연하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하랑은 철창으로 달려가 소리쳤다.

 

 “저기요, 저기요! 이거 열어줘요! 나 죽기 싫단 말이야!!”

 

 외침은 메아리처럼 깜깜한 복도를 울렸고 정적이 답을 해주었다.

 

 “아무도 없어요? 제발, 제발. 열어달라고요!”

 

 단단한 철창을 쥐고 흔들었다.

 찢어진 손바닥을 대충 묻은 흰 천 사이로 피가 다시 배어 나왔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지 하랑은 계속 말했다.

 

 “제가 잘못했어요! 신을 모욕하고 황제를 모욕해서....... 죄송해요........ 그러니까 잘못 했다고요.”

 

 하랑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하다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나보고 신이랬잖아. 그래서 날 데려왔잖아. 그래놓고 아니라고 나를 죽이냐, 이 미친놈들아! 보내줘.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보내달라고!!”

 

 “아니에요. 잘못 했어요........ 살려주세요.”

 

 그리고 다시 울며 앞의 행동들을 반복했다.

 결국 기력이 다해 눈물 젖은 뺨을 하고 바닥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눈물 한 방울에 부르지 못한 이름들이 담기며 떨어져 내렸다.

 

 

 ***

 

 

 칼은 쓰러져 잠든 하랑의 얼굴을 눈으로 쓸었다.

 마법이 걸려 있는 철창 너머 밖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랑이 화내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하였다.

 끝에 가서 지쳐 잠들 때까지 말이다.

 

 “너는 나를 용서하지 못하겠지.”

 

 맑게 빛나는 눈동자를 눈물로 젖게 만들었으니.

 미움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하랑의 눈꺼풀이 조금씩 열렸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는 막 꿈에서 깬 듯 몽롱해 보였다.

 그리고 초점이 조금씩 돌아오자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칼. 칼!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다.”

 

 철창에 걸린 팔이 버둥거리며 칼에게 뻗어 나왔다.

 어이없다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칼. 진짜 맞죠? 꿈 아니죠?”

 “진짜 맞아.”

 “만져 봐도 돼요.”

 “자.”

 

 칼이 하랑의 손이 닿는 곳에 얼굴을 내어 주었다.

 

 “진짜다. 진짜 칼이다.”

 

 하랑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죽지 마요.”

 “너 지금 네 처지를 알고 있나.”

 “네?”

 

 죽는 것은 자신이면서 무슨 꿈이라도 꾼 것인지 자신에게 연신 죽지 말라며 이야기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먼저 돌보지 않는다.

 그리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간다.

 

 “아, 알아요. 내일 사형일인 거.”

 “.......”

 “그리고 칼이 사형 집행인인 것도.”

 “그걸 알면서 두렵지도 않은가.”

 “두려워요. 무섭고.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가고 싶고 그래요.”

 

 원한다면 도망가자.

 칼의 눈이 하랑을 보고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말이죠. 참 신기하지 않아요?”

 “뭐가.”

 “내가 신이 아니면 어떻게 할 거냐고 했을 때 칼이 그랬잖아요.”

 

 하랑이 칼의 목소리와 행동을 흉내 내며 말했다.

 

 “‘죽일 거야’ 라고 말이죠. 근데 진짜 이렇게 됐네요. 하하.”

 “울지 마.”

 

 칼이 웃고 있는 하랑의 눈가를 쓸어내리자 손끝에서 물기가 느껴졌다.

 

 “그만 울어. 눈가가 짓무를 거야.”

 “그쵸? 나 지금 눈 팅팅 부었죠? 꼴사납다.”

 

 하랑이 민망한 듯 칼의 손에서 얼굴을 떨어뜨리며 멀어지려 하자 칼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내가 한 가지 더 말한 것은 기억하나.”

 “무슨 말이요?”

 “소원 하나 들어줄 수 있다는 말.”

 

 하랑은 기억난 듯이 아 하며 짧게 내뱉었다.

 

 “무슨 소원이든 말해.”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한다면 이 철창에 마법을 건 놈을 죽여서라도 널 데리고 나올 테니까.

 말해.

 

 “나가고 싶나.”

 “그것보다도......”

 “뭐지?”

 

 하랑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이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칼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나의 기사가 되어주실 수 있나요?”

 “그거 진심인가.”

 “안 되겠죠. 당신은 이미 붉은 신의 기사이고........”

 “아니, 나는 선택하지 않았어.”

 

 칼이 오른손으로 하랑의 팔을 당기자 그의 숨소리가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지금 선택할 거야.”

 

 그녀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던 왼손이 턱에 가 하랑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짙은 장미향기가 밀려 들어왔다.

 혹시나 하랑이 밀어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조심스럽게 입술이 열렸고, 그녀의 향기에 취해 안을 훑었다.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사라진 듯하였다.

 애틋하고 절절한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이 있었다면 감히 다가서지 못하였을 것이었다.

 

 ‘천 년을 기다린 것이 너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면.’

 

 칼은 혀로 하랑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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