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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4. 탐욕의 산(7)
작성일 : 19-09-26 22:45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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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야단났네.”

 

  이후 탈루는 단 한 번의 휴식 없이 죽을 둥 살 둥 절벽을 올랐다. 힘들다거나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더 이상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덩굴까지 가야 한다, 거기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생각만이 맹목적으로 되풀이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다발로 엮여있는 덩굴을 움켜쥐며 탈루가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좋아하고 있을 시간 없어! 어서 덩굴을 밟고 올라가! 늑대들이 노리고 있다고!

 

  겨우살이의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늑대들이 탈루를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괜찮지 않을까? 올라와서 보니 여기도 제법 높다는 생각이…….”

 

  바로 그때였다.

 

 

  휘잉, 캉!

 

 

  “크르르…….”

 

  순간 탈루는 마치 심장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자리에서 풀쩍 뛰어오른 늑대의 발톱이 그전까지 탈루의 발이 있던 자리를 순식간에 할퀴고 지나갔던 것이다. 덩굴을 밟기 위해 발을 들어 올린 상태가 아니었다면 발목 전체가 송두리째 뜯겨져 나갔을지도 모른다.

 

  -위험해! 빨리 올라가라고!

 

  겨우살이의 재촉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가슴이 뒤집어지도록 놀란 탈루가 이미 먼저 덩굴 위를 밟아 올라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뛰어오를 수가 있지?”

 

  -날렵한 녀석들은 절벽을 밟고 한 번 더 뛰어오를 수 있어! 빨리 빨리 이동해야 돼!

 

  이에 동의한 탈루는 황급히 덩굴을 밟고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덩굴은 탈루의 몸무게 정돈 문제없이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튼튼한 것이었다.

 

  늑대들은 덩굴 위를 걷는 탈루를 보곤 당황해 눈치를 살피는 듯하더니, 이내 재빨리 샘으로 복귀했다. 저 높은 곳에서 당최 뭘 하는지 모를 쪼끄만 날파리보다야 눈앞에 있는 탐욕과에 더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조금 전 탈루를 노리고 절벽 위로 뛰어올랐던 한 녀석만은 유독 그 심상찮은 눈길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탈루는 저 멀리 협곡의 끝부분에서 시작되는 좁다란 오솔길을 응시했다. 그 길을 시작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초록도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저곳부터는 지금보다 더 춥고, 더 삭막하고, 더욱 혹독하리라.

 

  “그래도 일단 가보는 수밖에…….”

 

  보다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부디 저 너머엔 먹을 만한 게 있어야 할 텐데…….”

 

  덩굴은 협곡의 끝 지점까지 길게 늘여져 있었다. 지형 상 꽤나 돌아가야 할 것 같긴 했으나 어쨌든 문제없이 도착할 순 있을 것 같았다.

 

  -조심해,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했다간…….

 

  겨우살이의 걱정과는 달리, 다행히 덩굴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늑대들과 샘도 이미 지나쳤고, 남은 건 절벽을 내려가는 일뿐이었다.

 

  탈루의 눈동자에 희망의 서광이 슬며시 차오를 무렵이었다.

 

 

  “캬학-!”

 

 

  “으헉!”

 

  탈루는 바로 옆에서 들려온 갑작스런 괴성에 화들짝 놀라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다행히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손으로 덩굴 한 가닥을 낚아채 떨어지는 것만은 면했으나, 아찔한 상황임엔 변함이 없었다.

 

  “뭐, 뭐야!?”

 

  탈루는 눈앞에 펼쳐진 믿기 힘든 광경에 순간적으로 넋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갈색의 털로 뒤덮인 무언가의 손이 탈루가 있던 부근의 절벽을 뚫고 불쑥 튀어나와있었다. 절벽 안쪽에 별도의 공간이 있었던 것만도 놀라운데, 그것을 뚫고 나온 것이 자기 손의 반도 되지 않는 조막만한 손이라는 게 탈루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이크! 여긴 흉내쟁이 돌뱀의 소굴이야!

 

  “뭐, 뱀?”

 

  탈루는 겨우살이의 말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벽을 뚫고 나온 건 분명 어느 정체 모를 짐승의 손(아마도 원숭이의)이었고, 그가 알기로 도마뱀을 제외한 어떤 뱀에게도 손이란 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똑똑히 보라고 소리치려는 찰나, 몹시도 괴이쩍은 광경이 탈루의 눈에 들어왔다. 벽을 뚫고 튀어나온 손이 갑작스레 붉은 색의 혓바닥을 내밀더니, 이어 날름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한 번 으뜸신녀에게서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지나가는 짐승들을 낚아채는 뱀 무리가 있다고. 그들의 주된 특기 중 하나가 바로 위장(僞裝)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저건 분명 손가락이라고…….”

 

  위장을 한다 하더라도 바위틈에 숨어있을 것 같으면 바위나 덩굴 같은 걸로 해야지, 무슨 놈의 손이란 말인가…… 탈루의 믿지 못하겠다는 기색에 겨우살이가 짧게 덧붙였다.

 

  -놈들은 그 전에 잡아먹었던 걸로 몸을 위장하는 습성이 있어.

 

  “그, 그래?”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

 

  탈루는 메마른 침을 삼키며 절벽을 뚫고 나온 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암만 봐도 적갈색 원숭이의 손처럼 생긴 그것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 보였는데, 아마도 그 대상은 자신이지 싶었다.

 

  탈루가 숨을 죽인 채 다시금 덩굴위로 올라가려 할 때였다.

 

 

  “캬학-!”

  “캬학-!”

  “캬학-!”

 

 

  갑작스레 절벽 안쪽에서 괴상한 소리와 함께 무수히 많은 손들이 연달아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하…… 울음소리까지 흉내 낸단 말이야?”

 

  알고 보니 뱀들이 내지르는 괴성은 먹잇감이었던 원숭이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 것이었다. 성대의 형태를 베껴낸 것인지, 아니면 따로 무슨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기괴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냐! 여기서 얼른 벗어나지 않으면…….

 

  그때였다.

 

 

  “끼에에-!”

 

 

  “뭐, 뭐야 또!”

 

  도대체 언제 어디서 나타난 건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새떼들이 탈루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까마귀의 몸에 원숭이 얼굴을 한 괴조(怪鳥)무리였다.

 

  -도, 도망쳐야 돼!

 

  탈루는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덩굴을 잡은 손에 곧장 식은땀이 맺힐 정도로 아찔한 높이였다. 떨어지면 십중팔구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도 없잖아?”

 

  바로 옆에선 끔찍한 뱀 녀석들이 절벽 사이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고, 하늘에선 그보다 더 괴상한 새떼가 달려들고 있었다. 길은 하나, 아래로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탈루는 깊게 심호흡했다.

 

  “해보는 수밖에…….”

 

  -뭐, 뭐하려는 거야!? 죽을지도 몰라!

 

 

  “끼에에-!”

  “캬학-!”

 

 

  대답할 시간 따윈 없었다. 탈루는 메의 막을 다리에 두름과 동시에 덩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위험해!

 

  “으으…… 으아아악!”

 

 

  쿵-.

 

 

  실제로 두 다리가 땅에 닿기까지 걸린 시간은 수 초(秒)에 불과했으나, 탈루가 체감한 시간은 가히 영원에 가까웠다.

 

  “…….”

 

  -괘, 괜찮아?

 

  이윽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탈루에게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마?”

 

  그 말은 사실이었다. 기적처럼 아무런 상처도 없는 정도까진 아니었으나, 각오했던 것보단 훨씬 더 나은 상태였다.

 

  “왼쪽 발목이…… 부러진 것 말고는 일단 괜찮은 것 같아.”

  탈루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뛰어내린 지점을 확인해 보았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에도 고작해야 이 정도 부상에 그쳤다는 건, 정말이지 하늘의 보살핌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내 메가…….’

 

  -괴, 굉장해, 네 메! 순식간에 내 기운을 빨아들여서 널 보호했어!

 

  ‘맞아. 초록빛도 훨씬 더 짙었고…… 분명한 의지를 담았기 때문일까?’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평소 때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 건 확실했다.

 

  탈루는 왠지 한 단계 성장한 것만 같은 느낌에 괜스레 웃음이 지어졌으나, 금방 다시 미소를 잠그곤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어설픈 낙관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탐욕과를 노리는 건 샘 주위의 늑대들과 이미 죽어 널브러진 짐승들뿐만이 아니었다. 숲 곳곳에서 온갖 무리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기괴하고도 수상쩍은 탐욕으로 가득 찬 징글징글한 숲…… 탈루는 잠시나마 탐욕과에 눈이 멀었었던 자신을 떠올리곤 씁쓸하게 웃었다. 설사 어찌어찌 늑대들을 처리했다 하더라도 열매를 차지할 순 없었으리라.

 

  어쨌거나 한시바삐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절벽에서 뛰어내린 이후 괴조들과 뱀들의 공격은 멎었으나 또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더욱이 당장은 괜찮은 듯해도 잠시 뒤엔 참기 힘들 정도의 발목통증이 밀려들 게 분명했다.

 

  ‘일단 안전한 곳부터 찾고, 처치는 그 다음에.’

 

  생각을 정리한 탈루가 짐짝 같은 몸을 애써 움직이려 할 때였다.

 

  -타, 탈루…… 큰일 났어…….

 

  놀라 호흡이 멎은 듯한 목소리로 겨우살이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저, 저기…….

 

  가느다란 풀꽃이 살랑거리며 가리킨 쪽은 다름 아닌 샘이 있던 방향이었다.

 

  “무슨……?”

 

  탈루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다. 조금 전, 다른 늑대들이 모두 샘으로 복귀한 뒤에도 끝까지 남아 자신을 주시하고 있던 예의 그 늑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크르르…….”

 

  흉흉한 붉은 눈을 치켜뜬 채 다가온 그 거대한 짐승의 눈에 내비친 건 명백한 살의(殺意)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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