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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15화 - 유서
작성일 : 19-09-26 17:02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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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하구나!'

 시계는 새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정은 조심스럽게 안방 문을 열었다. 아내와 수영은 아무 일 없는 듯 곤히 자고 있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사실상 은행이 주인인 이 집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가장이라면서 가족들 잠자고 쉴 곳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어 바늘로 찌르는 듯 심장이 아팠다. 방 두 칸짜리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집은 건드리지 않을 거라 다짐 했는데 결국 그 약속도 못 지키고 말았다. 예쁘게 꾸밀 자신만의 방도 없이 늘 엄마와 함께 생활하며 사춘기를 보낸 수영. 창정은 그런 수영에게 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다.

 '미안하다. 정말!'

 창정은 곤히 잠든 수영의 모습을 뒤로 하고 컴퓨터를 켰다.

 

 * * *

 

 여보!

 정말 미안해요.

 나 또 사고를 쳤어.

 어디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 힘드네 정말...

 수영이 유학원에 보내야 할 돈이 모두 사라질 것 같아요.

 이번엔 정말 큰 욕심 안 부리고 잘 판단해서 한 일인데...

 난 진짜 되는 일이 없네요. 그런 운명을 타고난 놈인가 봐. 세상이 원망스럽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정말 미안해요. 죽을 죄를 지고 갑니다.

 당신은 나보고 늘 잘될 경우만 생각하고 사느냐며 답답해 했잖아요.

 난 정말 잘된다고 생각하면 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 왜냐면 실패할 경우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거든.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돌아서서 갈 곳이 없었어. 난 항상 앞으로 가야만 했던 상황이었어.

 결국 내가 손을 댄 일들은 모두 실패하고 말았네요.

 난 늘 돈 없는 것 빼고는 모든 걸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행동을 한 적도 없고, 열심히 살았고, 재미있게 놀 줄도 알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그리고 몸도 이렇게 건강한데... 돈 버는 게 정말 안 된다.

 생각했던 대로 사업이 성공했다면 인생을 정말 아름답게 살 수 있었을 거야.

 큰돈을 바란 것도 아닌데, 아 진짜 눈물 난다. 진작 좀 당신한테 잘 할 걸요.

 못난 부탁이지만 수영이 잘 지켜 줄래요?

 수영이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혼자 힘으로 해 낸 게 내 인생 유일한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잖아요.

 나 때문에 수영이가 혼란을 겪을 테지만 워낙 씩씩하고 긍정적인 아이니 당신이 잘 다독거리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사람이 이렇게 미안해 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마지막이라고 속상해 하며 눈물 흘리던 당신에게 걱정 말라는 말로 얼버무린 게 도대체 몇 번이야.

 대출받느라 재직증명서 심심하면 끊어 오게 하고, 대출금 차감되어버린 월급 명세서를 받는 당신이 그 동안 삼킨 눈물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옷장 안에 걸려 있는 오래된 당신 외투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어.

 변변한 옷 한 벌 선물하지 못한 결혼기념일이 벌써 몇 년째야.

 내가 정말 나쁜 놈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안 되는 놈이기에 이런 선택을 해요.

 그게 당신과 수영이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제사 같은 건 안지내도 돼요. 내 몸은 화장해서 내가 발견된 자리에 뿌려주고, 당신과 수영이의 긴 여정에 잠시 함께 했던 사람으로만 기억 속에 남겨둬요.

 지금까지 믿지 못했지만, 만약 죽어서 다른 세상이 있다면, 당신과 수영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요.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 * *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창정은 진심으로 사죄하며 글을 적었다. 많은 죄를 지었지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아내가 알아준다면 고마울 것 같았다. 부디 아내가 자신을 편히 보내주기를 바랬다. 그래야 그녀도 마음을 다잡고 수영이와 잘 살 수 있을테니까.

 창정은 유서를 잘 접어서 키보드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장롱 속 넥타이 두 개를 꺼내 들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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