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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길을 찾는 사람들
작가 : 고비사리
작품등록일 : 2019.9.4

신화와 괴물들, 패권다툼이 만연한 흉악한 세상
사연있는 사람들이 세상속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모든 인연은 기묘한 데가 있다. (8)
작성일 : 19-09-26 14:48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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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태양을 똑바로 쳐다본 것처럼 모두 고통을 호소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멜리는 애써 눈을 떠보려 했지만, 본능의 영역 인지라 별달리 저항할 수는 없었다.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아 빛은 사그라들었고, 일행은 가늘게 실눈을 뜰 수 있었다.

 

 “환영한다. 시린날(Cold Blade), 놓쳤다고 생각한 널 다시 보게 되니 반갑군.”

 

  한 구의 백골이 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수많은 잡동사니로 이루어진 언덕 위에 앉아있었다. 뼈만 남아 사람이라 부르기도 뭐한 그것은 한손에는 홀(sceptre)을, 반대 손에는 새하얀 검을 들고 있었다.

 

 “시린날이라니, 여기 그런 물건은 없는데 뭔가 착각한거 아냐 이 괴물아?”

 

  백골의 스산한 목소리에 멜리가 앞으로 나서 물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사이는 순간 그녀를 보고 용에 맞서는 용사를 떠올렸다.

 

 “‘원해라, 그렇다면 이루어졌다.’ 그 문장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 틀림없는 시린날이야.”

 

  해골이 칼을 들어 멜리를, 정확히는 그녀의 방패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멜리의 무기 표면에 적힌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듯 했다.

 

 “흠 파편은 방패가 된 것인가, 아무렴 상관없겠지.”

 

 “너, 이걸 알고 있구나.”

 

  멜리가 놀랍다는 어조로 말했다. 해골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뼈만 남은괴물이지만 행동은 살아있는 사람과 똑같았다. 그리고 양팔을 펼쳐 벌려 경극 배우 같은 동작을 취했다.

 

 “물론, 날 이렇게 만든 원인인데! 본디 내 것이 되었어야 했던!”

 

  그는 갑자기 감정을 격하게 내보이며 분노했다. 타리하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방아쇠를 당겨 볼트를 쏴 날렸다. 하지만 볼트는 석궁을 떠나자마자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흥 거기 사제가 있다면 알고 있을 텐데, 너희가 오기전 이 공동 안에 ‘모든 투사체를 마비’시켜 놓았다. 나와 겨루고 싶다면 칼을 들어라.”

 

 “그럴 리가, 신성비전은 서품을 받은 사제들에게만 전해주는 비술인데!”

 

  라쿠가 경악스런 반응을 보였다. 해골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를 고수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더 이상 해줄 얘기는 없다. 너희는 어차피 죽어 나뒹굴 테니.”

 

  그가 들고있던 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가 앉아있는 잡동사니 언덕 위 산재된 백골들이 일제히 움직여 뭉쳤다. 모여든 뼈들은 서로 단단히 뭉쳐 거인의 형체를 이뤘는데 명확한 관절이 없어 연체동물처럼 움직임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하, 스켈레톤 아니랄까봐, 뼈다귀 묘기가 특기신가?”

 

  멜리가 비아냥거렸다. 수수께끼의 해골은 뼈거인을 뒤로하고 잡동사니 언덕에서 내려와 손잡이부터 끝까지 온통 흰색인 검을 들어 멜리를 겨눈 채 말했다.

 

 “검을 내놓아라. 샤리안의 생존자.”

 

  그들이 격돌할 낌새를 보이자 타리하와 라쿠가 달려들어 협공하려 했다. 그러나 뼈거인이 주먹을 내질러 몇 발자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너희는 그것과 놀고 있어라, 내 오랜 소원을 이루는 장면을 구경하며 말이지.”

 

  얼굴이 해골이 아니었다면 아마 미소를 짓고 있겠지, 멜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해골은 양손으로 칼을 고쳐 잡고 그녀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날렸다. 멜리는 방패를 들어 그의 칼을 튕겨내려 했다. 하지만 다른 칼들과 달리 해골의 칼은 튕겨 나가지 않았다. 그녀의 방패가 지닌 불가사의한 마력은 어째서인지 침묵했다. 방패의 나무속이 해골의 공격을 받아 쩍 하고 갈라졌다.

 

 “무슨…!”

 

  가장 강력한 카드가 통하지 않자 멜리가 급하게 뒤로 빠지려 했지만 해골은 한발짝 쫓아오며 반대방향으로 다시 검을 휘둘렀다. 방패로 막을 수 없는 완벽한 빈틈이었다. 멜리가 가까스로 검을 들어 요격하나 싶었지만 해골의 검이 뱀처럼 움직여 멜리의 칼날을 졎혔다. 그러자 멜리의 얼굴을 겨누는 상황이 되었다. 당장이라도 검을 들이밀어 눈을 꿰뚫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전 무구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야, 하지만 다루는 자가 그 위대함도 모르는 우자라면, 창고에서 썩어가는 좋은 그림과 다른 게 없지.“

 

  해골이 장황하게 말했다. 말할 때마다 딱딱거리는 턱 부딪히는 소리가 듣는이의 심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요컨대 어린 소녀에게 들려준 천하의 보검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다. 통탄할 세상이다. 변경백의 딸아, 그렇지 않느냐? 모름지기 도구란 쓰이기 위해 있는 법이거늘!”

 

  그가 홀로 분기탱천하여 소리쳤다. 멜리는 자신의 눈앞에 멈춘 칼날 때문에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녀가 입을 다물든 말든 스켈레톤은 자신의 말에 도취되어 계속 떠들었다.

 

 “또한 도구는 쓰다 망가지면 버려야 하는 법이지, 난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 난단 말이지.”

 여전히 그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주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잠자코 있던 사이가 머리를 감싸고 주저 앉았다.

 

 “그르르릉.”

 

  그의 울음소리는 사냥을 시작하는 포식자의 신호와 같았다. 소리에 담긴 거대한 위협은 타리하조차 한차례 떨게 만들었다.

 

  사이는 땅을 바라보던 머리를 들어 멜리를 바라봤다. 그와 멜리 사이엔 뼈 거인이 길을 막고 있었다. 그는 말 같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멜리에게 받은 단검을 뽑아 들었다. 뼈 거인을 향해 내달렸다. 그 빠르기가 사람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어 화살같았다.

 

 “비켜—!”

 

  그의 도약은 비상하는 매, 혹은 수면을 박차는 청새치를 연상케 했다. 강렬한 발딛기는 그의 몸을 띄워 올려 거인의 머리까지 닿게 했다. 그리고 그는 멜리에게 배운 대로, 대거를 머리 높이 치켜들더니 단숨에 내리찍었다.

 

  강력한 필살의 일격, 괴물을 상대하는 전사들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공격이 칼을 처음 만져보는 소년의 손에서 펼쳐졌다. 철제 단검은 뼈거인의 머릿속 깊숙히 박히는 동시에 부러졌고, 사이는 무너지는 거인의 머리를 박차고 뛰어넘어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그는 마치 사냥에 성공한 포식자처럼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크르르르”

 

  하지만 그건 동시에 다음 사냥감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했다. 거인을 쓰러뜨린 그의 눈은 멜리를 제압한 스켈레톤을 향해 조용히 불타고 있었다. 맹수 앞에 놓인 초식동물처럼 스켈레톤은 일순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너는……. 평범한 전사가 아니군, 분명 심약한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사이는 말없이 스켈레톤의 텅 빈 눈을 바라봤다. 그 시선은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재는 맹수의 눈길과 같았다. 스켈레톤은 더 이상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님을 깨닫고 멜리에게 칼을 찔러 넣어 마무리하려 했다.

 

 “무슨, 몸이 안 움직인다고?”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붙들린 것 마냥 한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제야 사이는 느리지만 당당한 발걸음으로 해골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멈춰라! 이 몸은 너 따위를 상대할 위치가 아니니라!”

 

  유약한 소년이 한 발자국씩 다가갈 때 마다 기괴하게 생긴 해골이 오히려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이의 몸에서 검은 아우라가 풍겨 났는데 해골은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그렇군, 넌……. 넌 비원의 자객인가! 칼 아이거 그 가증스러운 놈은 아직까지도 날 죽이려 하는 건가! 한번 죽인 것으로 부족해서!”

 

 “칼 아이거? 라쿠! 사이를 멈춰야 한다!”

 

 “또요? 쟤를 무슨 수로 멈춰요, 본부에 계신 마스터를 모셔와야 할 것 같은데?”

 

  사태를 관망하던 타리하가 다급해졌다. 그러나 라쿠의 말마따나 방법이 없었다. 무슨 연유인지 사이는 초인 같은 힘을 보이고 있었고. 그것은 명백히 이능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의외로 간단히 이루어졌다. 해골에게 걸어가던 사이가 점점 부들부들 팔을 떨더니 픽 하고 쓰러져 버린 것이다. 이번에도 의식을 잃은 모양이었다. 해골은 어이가 없었는지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고, 그건 멜리에게 더 없는 찬스가 되었다.

 

  무기가 없는 그녀는 칼끝을 피해 간단히 뛰어올라 해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안구도, 장기도 없는 해골이었지만 충격은 느끼는지 해골이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다. 멜리는 그의 팔 관절을 잡고 꺾어버렸다. 뼈를 지탱하는 건 근육도, 섬유도 아닌 마법 뿐 이었던 그의 관절은 쉽게 꺾이고 뽑혀버렸다. 졸지에 검을 잃은 그는 괴성을 지르며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멜리는 한 호흡 먼저 일격을 날렸다. 해골은 간신히 일격을 피해내며 땅을 굴렀다.

 

 “비열한 녀석! 한눈 판 사이에 무슨 짓을! 그러고도 백작가의 후손이냐!”

 

 “목숨을 건 싸움에서 거리낄 게 뭐라고. 그리고 난 귀족 가문이었던 적 없다?”

 

  해골은 외팔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에 잡혀있는 홀이 환하게 빛났다.

 

 “더 이상 자비는 없다.”

 
작가의 말
 

 모두 오늘 하루만이라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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