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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길을 찾는 사람들
작가 : 고비사리
작품등록일 : 2019.9.4

신화와 괴물들, 패권다툼이 만연한 흉악한 세상
사연있는 사람들이 세상속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모든 인연은 기묘한 데가 있다. (7)
작성일 : 19-09-26 14:45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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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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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리는 풀이 죽었지만 사이는 꽤 능숙히 말을 이끌었다. 빛으로 가득 찬 동굴은 오랜 세월 내부가 깎여 나가 내부가 비교적 매끈했다. 바닥 표면에 맺힌 얇은 석회수 위로 찰박찰박 발걸음이 지나갔다.

 

 “동굴이란 데는 다 이렇게 생긴 건가?”

 

 “아니, 대공동은 드멀지들이 주술을 걸어 놓아 항상 밝음을 유지하는 거고, 일반적인 동굴은 항상 어둡다.”

 

  동혈은 하나의 경사도 없이 직선으로 쭉 뻗어져 있었다. 그 폭과 길이가 너무 커서 끝을 짐작할 수 없었다. 멜리는 쭉 동굴을 따라 가며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굳이 밝은 것 빼고도 굉장히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데?”

 

 “확실히, 전에 왔을 때는 임무에 집중하느라 따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드멀지들이 동굴을 손본 것은 확실해 보여. 동굴이라고 보기엔 내부가 지나치게 깔끔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간중간 석순들이 난쟁이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그 상태로 오래 방치된 듯 석회수에 녹아 흐물흐물한 모양이었다.

 

 “저도 동굴은 처음 와보는데 굉장히 신기하네요, 이 끝으로 가면 드멀지들이 사는 곳인가요?”

 

 “아니, 이 끝으로 가면 산맥 반대편, 엘프들의 영역으로 가게 된다. 드멀지들이 사는 구역은 중간에 지하로 내려가야 해.”

 

  사이는 처음 부모님과 놀러 나온 아이처럼 흥이 올라 주변을 계속 둘러봤다. 하지만 그렇게 살펴볼 정도로 유별난 풍경은 아니었다. 걸어오는 내내 풍경이 다 엇비슷해서, 지나쳤던 곳을 제자리 걸음하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좀 오싹한데요.”

 

  사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타리하도 의아하다는 듯 말을 받았다.

 

 “이쯤 걸어오면 드멀지 한둘 마주칠 법한데, 조용하군.”

 

 “혹시 이사라도 간 게 아닐까요? 너무 오래 살아서 여기가 질려버렸을 수도 있죠.”

 

 “흰소리는 그만둬, 조금은 긴장해라.”

 

  자신의 농담을 받아두지 않아 삐진 멜리는 입이 댓 발 나왔다. 하지만 심상치 않다는 의견에는 동감하여 자세를 낮춰 숨죽인 채 전진했다.

 

  이변이 일어난 건 한순간이었다. 은은하게 동굴을 비추던 상서로운 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새카만 어둠이 메웠다. 그 속에서 일행들은 당황해 우왕좌왕 했다.

 

 “이…….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요 한순간에 불이 꺼지다니.”

 

  사이가 한껏 몸을 움츠리고 말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초조하게 했고, 그는 본능적으로 팔을 휘저어 누군가의 옷깃을 강하게 끌어 잡았다.

 

 “우왓 깜짝이야! 거기 누구신가요?”

 

 “사이, 사이입니다. 거기는 라쿠인가요?”

 

  그가 잡은 사람은 라쿠인 모양이었다. 사이는 상대를 확인하자 약간이나마 위안을 얻으며 그의 등에 바싹 붙었다.

 

  “아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멀쩡히 빛나던 동굴이 왜 갑자기 바람맞은 촛불 마냥 꺼지는 건가요.”

 

 “그야 저도 모르는데…….”

 

  그는 얼굴을 라쿠의 옷깃에 얼굴을 바짝 맞대고 푸념했다. 심한 불안함을 호소하는 그를 난처하게 여긴 라쿠가 팔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일단 침착합시다. 대장! 수레가 어딨는지 알아요?”

 

 “아니, 수레는 부대장이 끌고 있었는데.”

 

 “호들갑 떨지 말아, 이미 기름초를 찾았다. 하지만 불씨가 필요한데…….”

 

  그들이 방황하는 새 이미 타리하는 짐칸을 뒤져 감각으로 초를 찾았다. 하지만 불을 붙일 도구가 마땅치 않았다. 분명 부싯돌이나 부싯깃을 구비해왔지만 어디다 뒀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모두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불을 밝힐 테니깐 절대 섣부른 짓 하지 말고.”

 

  그때 멜리가 나서서 일행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쪼그려 앉더니 허벅지에 매달아둔 단검을 꺼냈다. 그녀는 입고 있는 천 갑옷 소매를 잘라내고, 평소에 쓰던 검을 뽑아 들었다. 단검과 천조각을 한 손에 들고 단검표면을 칼로 세게 긁으니 불똥이 튀어 소맷자락에 옮겨붙었다.

 

 “부대장 초! 초!”

 

  불씨를 만드는데 성공한 멜리가 다급히 초를 찾았고, 어렴풋이 시야가 밝혀지자 타리하는 재빨리 초를 가져와 멜리가 들고 있는 불씨를 옮겨 내었다.

 

 

 “후, 이제야 살겠네.”

 

  싸구려 기름초지만 주변을 밝히기엔 충분했다. 이전의 푸른 빛 대신 촛불로 주변을 밝히자 보이는 풍경은 굉장히 어두컴컴하고 소름 끼쳤다. 희미한 빛을 받아 검붉게 보이는 돌벽과 멀어질수록 어두워지는 풍경은 무저갱을 연상시켰다. 게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물방을 떨어지는 소리는 벽을 타고 울려 벌레가 터지는 듯한 불쾌한 소리를 내었다.

 

 “으웨에엑.”

 

  그때 멜리의 지근거리에서 토악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그녀가 돌아봤을 때는 이미 온몸이 구더기투성이인, 썩어가는 시체가 칼을 내리치고 있었다.

 

  그녀의 대응은 기민했다. 힘있게 내려치는 칼날을 방패를 빗면 삼아 힘을 흘려보냈다. 부지불식간에 해낸 방어였다. 거기에 방패에 각인된 주술이 힘을 발휘해 시체의 칼날을 거세게 튕겨냈고, 시체는 그만 칼을 놓쳐버렸다.

 

 “괴물? 움직이는 백골은 들어본 적 없는데?”

 

  멜리가 괴물과 마주하고 당황해서 말했다. 그녀가 주춤대자 시체는 기회라는 듯 몸을 날려 그녀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라쿠가 그 옆구리를 아밍소드로 찔러버린 것이다.

 

 “괴물이 아니라 그냥 시체 맞습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것 같군요. 가증스럽게도.”

 

  평소에 항상 침착하게, 혹은 열의없이 행동하는 라쿠였지만 이번엔 보기 드물게도 분노한 표정을 보였다. 그는 칼을 뽑아 들러붙은 벌레를 털어내면서 가만히 동굴 벽을 바라보았다.

 

 “여긴……. 우리가 걸어오던 대공동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동혈이군요, 애초에 자연스럽게 생긴 동굴이 아니라 누군가 파낸 갱도입니다.”

 

  놀란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으나, 주변을 신경써서 둘러보니 수많은 백골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었다.

 

 “음, 모종의 주술이 작용한건가, 멀쩡한 사람을 다른 장소로 보내다니, 그런 주술은 나도 처음 들어본다.”

 

  라쿠와 타리하는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파악했다. 멜리와 사이는 그들을 괴물 취급하며 의기투합했다.

 

 “저분들은 바로 앞에서 용불꽃을 쐬어도 눈 하나 안 깜빡일거야.”

 

 “내말이, 넌 모르겠지만 부대장은 고위 귀족 앞에서도 대금이 적다고 비아냥댄 적도 있다고.”

 

 “간이 몸보다 크거나 목숨이 두 개인 게 분명해.”

 

  타리하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라쿠와 상황정리에 나섰다.

 

 “아까 백골이 움직인걸 생각해보면 여기 시체밭에 있어봐야 좋을 게 없지, 움직여야해.”

 

 “정말 비전술이 작용했다면 술자가 있을 겁니다. 일단 술자를 찾는 방향으로 움직입시다.”

 

  그 둘의 의견에 이끌려 멜리와 사이도 함께 전진하기 시작했다. 사방엔 버려진 무기와 백골, 썩은 옷이나 잡동사니로 지저분했다. 거기서 풍겨오는 불쾌한 썩은내에 사이가 코를 틀어막았다.

 

 “방치된지 한참 지났나 보네요. 도대체 뭐하는 장소이길래 죽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건지.”

 

  순간 그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산재한 백골들이 움찔움찔 움직였다. 다른 일행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사이는 그 광경을 똑똑히 목격했다. 하지만 그는 뼛조각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공포에 사로잡혀 몸이 딱딱히 굳어버렸고, 일행을 부를 기회를 놓쳐버렸다.

 

  뼛조각들은 일사불란한 군대처럼 서로 자리를 찾아갔다. 일말의 소음도 없이 한구의 스켈레톤이 완성되고, 사이는 그제야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시체! 시체! 시체가!”

 

  머릿속은 뒤죽박죽인데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제대로 된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일행은 시체라는 한마디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재빨리 움직여 사이를 공격하는 스켈레톤을 파괴했다.

 

 “어디서 갑자기 덮쳐올지 모른다는건 꽤 꺼림칙한데, 슬슬 길의 끝이 보였으면 좋으련만.”

 

 “으으 깜짝, 깜짝 놀랐습니다.”

 

  멜리는 사이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쓸어내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등을 두드려 주었다. 더불어 차분히 호흡을 몇 번 고르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고마워.”

 

 “너도 어지간히 심약하다. 그 모양으로 여태 어떻게 다닌거야?”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아닌데…….”

 

  유독 소심한 사이가 멋쩍게 대답했다. 아직 어리다 하지만 그런 미적지근한 태도에 멜리는 답답한 심정이었다.

 

 “후, 일단 이거라도 들고 있어, 여차하면 자, 이렇게 잡고.”

 

  멜리는 부싯돌 대용으로 썼던 철제 단검을 그의 손에 들려주었다. 가드와 폼멜이 모두 둥근 원반을 닮았으며 날은 길쭉한 송곳같았다. 멜리는 사이의 손을 잡고 대거를 역수로 들게 시켰다.

 

 “그냥 냅다 힘껏 내리찍으면 돼.”

 

  그러고선 크게 원을 그리며 내려찍는 동작을 시켰다. 사이는 멜리가 자신의 손등을 잡자 화들짝 놀랐으나 동작은 곧잘 따라했다.

 

 “그래, 그거만 해도 이 허접한 괴물들은 박살낼 수 있을거야.”

 

  사람만큼은 못해도 꽤 기민한 시체괴물이 그녀의 눈에는 그저 허접하게 보였다. 물론 싸움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이가 보기엔 위협적인 괴물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죽는거지, ‘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할 수밖에 없어’. 뭐 그래도 의뢰주신데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라고.”

 

  멜리가 심각하게 조언하나 했더니 끝내 장난스러운 미소로 마무리했다. 사이는 덩달아 웃어버리고는 대거를 벨트에 매달아 두었다. 매달린 대거는 허리 아래로 길게 늘어져 날끝이 허벅지쯤 닿았다.

 

 “멜리, 아무래도 길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그새 이미 저만치 나아간 타리하가 뒤돌아 말했다. 서둘러 그를 따라가보니 동굴 저편 끝에서 밝은 빛이 보였다. 사이가 희망을 한껏 품은 말투로 물었다.

 

 “동굴 밖으로 나가는 출구일까요?”

 

 “그럼 바깥 풍경이 보이겠지, 저건 음……. 전에 라쿠가 보여준 신성마법이랑 비슷한데.”

 

 “바로 보셨습니다. 주술 광채에요, 아마 저기 술자가 있나 봅니다.”

 

  멜리는 회의적이었다. 라쿠 역시 멜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한 광채는 누가보기에도 어색한 것이었다. 타리하는 기름초를 허리에 매달아 놓더니 석궁 시위를 양손으로 당겨 장전했다.

 

 “내가 먼저 기색을 살피겠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도록.”

 

 “지시는 내 역할인데.”

 

  현재 소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멜리는 내심 불만이었으나 그의 명령에 큰 불만은 드러내지 않고 그의 뒤를 조심스레 따랐다. 멜리는 아직 낯선 환경을 극복하는데 어설펐다.

 

  안개처럼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빛 무리에 어느정도 접근하자. 빛 무리는 불꽃처럼 일렁이더니 이내 강렬한 폭발이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작가의 말
 

 만날 때마다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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