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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길을 찾는 사람들
작가 : 고비사리
작품등록일 : 2019.9.4

신화와 괴물들, 패권다툼이 만연한 흉악한 세상
사연있는 사람들이 세상속을 헤쳐나가는 이야기!

 
모든 인연은 기묘한 데가 있다. (6)
작성일 : 19-09-26 14:42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3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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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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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의 당황한 표정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라며 항변하고 있었다. 타리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다무는 걸 보아 딱히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인질도 아니다. 그렇다면 죽이거나 살려주거나 둘중 하나밖에 안되지. 수족 한둘 죽여서 뭐하나, 무기만 다 뺏어서 풀어줄 생각이다.”

 

 “지…….지금 당장요?”

 

 “그건 아냐, 내일 아침 다시 움직이기 직전에 풀어줄 거다. 괜히 발악하는 포로 뒤치다꺼리 안 해도 되니 좋지.”

 

 “그래도…….”

 

  조는 방금까지 죽일듯이 칼질하던 괴한을 그리 손쉽게 풀어준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타리하는 조를 제쳐두고 사이의 안색을 살폈는데, 땀을 과하게 흘렸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보였다.

 

 “과감하게도 넘어뜨렸군, 뒤통수에 혹이 보이는데.”

 

 “음, 비상 상황이었으니까 앞뒤 안 재고 전력으로 받아버렸죠.”

 

 “네 전력이면 어지간한 장정도 쓰러진다. 적당히 했어야지.”

 

  큰 문제는 없었지만 사이의 뒤통수엔 낮은 혹이 나 있었다. 타리하는 그를 모포에 눕히더니 본인도 잠을 청할 준비를 했다. 멜리는 이미 불가에 가까이 가까이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하품을 크게 하더니 불침번을 서는 라쿠에게 말했다.

 

 “좀 있다가 잘 때 깨워, 교대해 줄게.”

 

 “알겠어요.”

 

  조는 이 태연자약한 일행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도시에 있는 아버지가 이해할지 고민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골아 떨어졌다.

 

  동이 트자 불침번을 교대한 멜리가 먼저 타리하를 깨웠다. 그는 제 어깨까지 오는 나무 밑동에 기대어 잠든 포로를 흔들어 깨우더니 가죽끈을 풀어주었다.

 

 “갈 곳이 있다면 지금 떠나라, 밥까진 안 챙겨 주니 알아서 도망쳐.”

 

  타리하는 할말을 마치고 팔짱을 낀 채 사내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묘하게 사람을 위축시키는 힘이 있었다. 잡혔던 사내는 입가의 흉터를 씰룩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끝내 말하지 않고 등돌려 일행에게서 떠났다.

 

 “저 사람도 어지간히 독하네, 저런 사람들이 계속 공격해오면 이번 임무 굉장히 어려운거 아냐?”

 

 “이제와서 후회하나?”

 

 “아니, 내가 맡은 부탁인데 후회 할리가, 그냥 아저씨나 라쿠한테 미안하달까.”

 

 “네가 괜찮으면 나는 됐다. 라쿠는 모르겠지만.”

 

  라쿠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깨어나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품속에서 성물을 꺼낸 참이었다. 그리고선 떠오르는 해쪽으로 무릎을 꿇더니 경건히 기도를 올렸다. 라쿠의 바로 옆에서 기절한 채 잠들었던 사이는 덩달아 깨어났는데 전날 소동 중 필름이 끊긴 상태라 상황파악이 덜 된 모양이었다.

 일행 대부분이 깨어난 걸 확인한 멜리는 아직까지도 꿈속을 헤매는 조에게 다가가 이마를 찰싹 때렸다.

 

 “일어나 이 겉늙은 아저씨야, 밥 먹어야지.”

 

 “으으……. 아부지 저 칼 맞았어요…….”

 

  그는 아직 꿈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머리가 아파.......”

 

  한편 사이는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여느 사람들처럼 지끈지끈 아프다는 게 아니라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 욱신거리는 통증이었다.

 

 “어제 분명 괴한들이 덤벼들어서……. 라쿠님 옆에 붙어있다가……. 그 뒤에 좀 잡생각에 빠졌던 것 같은데.”

 

  그래도 기절하기 전까지 기억은 제대로 남아있었다. 늘 그렇듯 어리버리한 소년을 위한 상황설명은 타리하가 맡았다. 멜리는 찌그러져 볼품없는 철냄비를 모닥불 위에 올렸다. 도시에서 샀던 귀리 볶음과 냇가에서 떠놓은 물을 들이붓고 별 기교 없이 푹 고아내니 그럭저럭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죽이 되었다.

 

  일행은 맛없는 죽을 깔끔히 먹어 치우고 야영장을 정리했다. 그들의 짐수레엔 전날 습격자들로부터 탈취한 장비도 다량 포함되었다.

 

 “어제 생각보다 많이 움직여서, 해가 대충 중천에 닿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대공동 앞에는 전에 사냥꾼들이 쓰던 건물 몇 채가 모여 있으니 원하신다면 거기서 쉬실 수도 있겠네요.”

 

  조가 여행 일정을 간략히 전했다. 사이를 비롯한 일행은 이미 대공동에 들어간 후를 논하고 있었다.

 

 “그럼 그 데몰레니스라는 분이 규리첼의 행방을 알고 계신다는 말씀인가요?”

 사이의 질문이었다. 그에게 데몰레니스란 이름은 생소한 데다가 이상하기까지 했다.

 

 “그래,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란 점을 빼면 그래도 블루니들 전사단에서 제일 현명한 사람이지.”

 

 “아 그렇다면 그분이 ‘비수의 손잡이’시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 별명은 그의 앞에서 말하지 않는게 좋다.”

 

  일생의 우상을 만난 것처럼 들뜬 사이에게 타리하가 충고했다. 왕과 그 신하들의 땅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전사들, 그리고 개중 ‘제일 현명한 지자’란 소년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한 낱말이었다.

 

 “뭐 공적인 자리에선 곧잘 명예로운 손잡이니, 현자니 하면서 떠받들지만 본인은 무슨 낯간지러운 말이냐 짜증 내거든.”

 

 “정말인가요? 제롬뿐 아니라 동부 해안에서 ‘푸른 전사들’이라고 하면 손꼽히는 우상이잖아요. 게다가 그 수석 참모라니!”

 

 “좀 과하게 거창한 것 같지만, 맞는 말이지, 뭐 당사자가 부끄럽다는데 어쩌겠어, 혹시라도 말을 나누게 되거든 그냥 이름으로 부르도록 해.”

 

 “알겠습니다.”

 

  조의 말대로 여행길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아침식사로 인한 포만감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 일행은 나무 이파리 틈새로 저 멀리 펼쳐진 암석 장벽을 볼 수 있었다.

 

 “저게 바로 스파인 산맥의 명물 파이 클리프인가. 대공동 입구도 저기 있단 말이지.”

 

  멜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중얼거렸다. 바로 지근거리에서 함께 걷던 사이가 의문을 드러냈다.

 

 “파이 클리프(Pie Cliff)요? 신기한 이름이네요?”

 

  멜리는 잠깐 미간에 주름을 접으며 사이의 앞에서 검지를 까딱까딱 저었다.

 

 “너도 닭살 돋게 존댓말 하지 말고 편하게 말해, 또래인 것 같은데.”

 

  그녀의 핀잔에 사이가 어색하게 웃을 때 그녀는 그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별거 없어, 그냥 저 넓고 큰 절벽이 누가 산을 커다랗게 베어 먹은거 같다고 해서, 이 근처 사람들이 파이 클리프 정도로 다들 부르더라고.”

 

 “하하하 그러게요 정말 별거 없네ㅇ.......”

 

  습관처럼 그가 높임말을 쓰려고 하자 멜리는 지긋이 눈을 마주쳤고, 그녀의 불만을 눈치챈 사이가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렸다.

 

  절벽이 보인 후로는 일행은 느긋하게 걸었다. 목적지가 확인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 탓이었다. 결국 그들은 깎아지른 단애 앞에 섰고, 거대한 동혈을 볼 수 있었다.

 

 “무슨 동굴 입구가 성채 만하네.”

 

  멜리가 그 크기에 질려 말했다. 조는 이전에 몇 번 와본 듯 익숙하게 안내했다.

 

 “대공동은 이 안을 말하는 것인데, 혹여나 쉴 곳이 필요하시다면 여기서 북쪽으로 절벽 따라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쪽에 사냥꾼 마을 터가 남아 있어요. 아마.”

 

 “그래 여기 잔금이네, 자넨 가봐도 좋아.”

 

 “그럼 다음에 도시에 오시거든 또 찾아주십쇼.”

 

  조가 떠나고 넷만 남은 일행은 대공동 입구로 서슴없이 들어갔다. 동굴이었지만 내부는 전혀 어둡지 않았는데 동굴 벽면이 모두 신비로운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층층이 쌓인 석회호수나 석순, 종유석 모두 푸른빛을 발하니 멜리에겐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이거 진짜 절경이네. 근데 이놈의 말이 진정을 못하는데.”

 

  말고삐를 잡고 끌고 오던 멜리가 투덜거렸다. 사람이 보기엔 신비롭고 장엄한 광경이었지만 축생에겐 그저 불길한 느낌이었다. 말은 계속 투레질 하며 좀체 진정하지 못했는데 타리하가 고삐를 넘겨받고 몇 번 달래 주니 금새 진정했다.

 

 “내 운명엔 말이랑 인연이 없나봐…….”

 

 “아직 말과 친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나도 말을 처음 다뤄보는데 몇 번 쓰다듬어줬더니 온순해졌어.”

 

  사이가 천진난만한 어조로 말했다. 멜리는 그 기막힌 소리에 한층 풀이 죽었다.

 

 “이 샌님보다 못하다니 난 대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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