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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12. 복수 할래요?
작성일 : 16-10-03 17:43     조회 : 505     추천 : 1     분량 : 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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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가 마트에서 산 물건들은 어마어마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나온 주부도 저보다는 물건을 적게 살 것 같았다.

 ‘한동안 마켓에 오지 않으려는 건가? 마켓이 이렇게나 가까운데?’

 껌 하나를 사려고 해도 차를 타고 십분이나 가야하는 어마어마한 미국에서는 며칠치 장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도 그렇게 장을 보곤 했었지만, 여기는 한국이었다.

 며칠치 물건이 아니고서는 바리바리 살 리가 없었다.

 심지어 카트에 부딪혀 다칠까봐 안쪽으로 진서를 당긴 이후에는 진서는 허둥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그게 자신 때문이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주혁이었다.

 그런 면에서 주혁은 둔했다.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매력이 넘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팬이었다.

 늘 주혁에게 찬사를 보내고 주혁의 모든 것을 찬양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진서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보였다.

 재수없다고 하는 여자가 욕망으로 가득 차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주혁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진서를 따라갔다.

 길을 모르니, 진서를 따라다니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진서는 자꾸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주혁을 의식했다.

 

 진서가 허둥대며 계산을 하는 사이, 주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헤일리였다.

 ‘큰 계약 하나 겟.’

 주혁은 여태 연락도 없었다는 서운함도 잊고, 미소를 지었다.

 가까이 있어야, 늘 함께 있어야 연인이 아니었다.

 이미 헤일리와 주혁은 그런 시기는 지났다.

 각자의 생활을 하고, 서로의 일을 응원해 주는 것 만으로도 기뻤다.

 전과 같은 열정은 사라졌지만 지금의 관계도 나쁘지는 않았다.

 ‘축하. 돌아가면 근사한 저녁 먹자.’

 주혁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 채 헤일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제주도로 이민신청이라도 낸 모양이지?’

 데이빗 형이었다.

 참다참다 못해서 메세지를 보낸 듯 했다.

 옆에 있지 않지만 데이빗 형의 분노가 전해졌다.

 ‘미안’

 ‘됐고, 한국 스케줄 다 취소했어. 어차피 영화 리딩연습도 곧 시작할 것 같으니까 돌아가자.’

 ‘그래도 돼?’

 주혁은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보냈다.

 그토록 오기 싫어했던 한국이었다.

 어차피 영화 홍보 때문에 온 거였지, 아버지의 나라라는 그리움이나 애틋함 같은 것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내일 비행기 탈래? 인천공항에서 만날까?’

 주혁은 응이라고 문자를 보내려다 말고 멈칫했다.

 데이빗 형이 돌아가자고 했으니, 오케이 하고 돌아가면 되는 건데 주혁은 잠시 주저했다.

 더 쉬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말도 안되는 열애설이야 잠잠해진 지 오래였다.

 제주도까지 따라왔던 파파라치도 돌아갔는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도 주혁은 잠시 머뭇거렸다.

 충분히 돌아가도 될 거였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다 형. 조금만 더’

 ‘뭐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와. 아니면 내가 간다.’

 ‘쏘리.’

 주혁은 미안하다는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꺼 버렸다.

 이상하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진서는 허둥대면서 트럭에 올라탔다.

 짐을 싣는 칸이 커서 어른 두명이 타면 비좁은 트럭이었다.

 조용한 트럭 안은, 옆사람의 심장뛰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이렇게 작은 트럭이 있다는 것도 그랬지만, 트럭 안에 장난감처럼 생긴 방향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너무 신기한 덕분에 헤일리의 이름을 말해버리고 말았지만.

 ‘아차…’

 늘 조심하고 조심하던 주혁도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말았다.

 데이빗 형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그 이름, 헤일리.

 그걸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진서에게 스스럼없이 말해버리다니…

 부주의한 자신에 주혁도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비밀. 비밀로 해줘요. 네?”

 주혁은 헤일리가 여자친구라는 것을 부인하는 대신, 진서에게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진서라면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진서가 트럭에 시동을 거는 순간이었다.

 “드드륵”

 진서의 전화가 울렸다.

 “아, 지금 가는 중이라고!”

 진서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이윽고 들리는 남자 목소리.

 ‘남자친구?’

 진서가 주혁처럼 비밀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면, 현재 진서는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었다.

 호기롭게 말하던 진서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나서는 진서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응. 그래. 한번 보지.”

 진서는 애써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

 통화는 길지 않았다.

 “그래, 연락하고.”

 진서의 목소리는 슬펐다.

 오늘 있었던 일, 바닷가에 나가서 진서가 괜찮다고 외친 게 저 남자 때문이라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무슨 일 있는 겁니까?”

 “아, 아니에요.”

 진서는 황급히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주혁이 말을 걸 틈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했다가는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마트에서 집으로 오는 잠깐동안 트럭 안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 기집애야, 고기 좀 끊어 오랬더니 정육점 하나를 통채로 옮겨 놨어!”

 진서 엄마는 진서가 사온 짐을 보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등짝을 세차게 내려쳤다.

 처음에 들었을 때도 놀랐던 게 엄마가 진서를 대하는 거였다.

 주혁의 어머니와는 딴판이었다.

 늘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긋나긋하게 말하며, 한 번도 주혁을 때린 적이 없던 어머니.

 여자들이라는 것은 늘 그렇게 자상하고 조용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을 진서 엄마는 단 한번에 깨버렸다.

 “…”

 평소라면 지지 않고 대거리를 할 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방에 들어갈게.”

 “어딜 들어가. 상추 안 씻어! 마트를 몽땅 쓸어와 놓고는 뭐가 그리 당당해? 어? 아죠~ 귀신은 어디 없나. 저런 기집애 안 잡아가고.”

 “…”

 ‘안되겠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엄마한테 말못할 정도로 안좋은 일임에는 확실했다.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지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주혁은 팔을 걷어 부치고, 진서를 대신해 엄마 앞에서 섰다.

 “제가 상추는 뭡니까? 이 샐러드용 풀 말하는 겁니까?”

 “아유, 잘생긴 총각은 됐어. 그냥 방에 들어가서 쉬어. 이런건 내가 알아서 해야지. 그러다가 고운 손 다칠라. 호호호.”

 엄마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물론 진서는 따라가지 않았다.

 대신 진서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직 집 구조를 다 파악하지 못한 주혁 혼자만 현관 앞에 덩그라니 서 있었다.

 ‘신경 쓰이는 여자군.’

 주혁은 진서 생각을 떨치려 애썼다.

 어차피 이 집을 떠나면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여자였다.

 

 주혁은 묵고 있는 별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이야 뭐, 안먹어도 그만이니까.’

 주혁은 빨리 들어가서 읽다가 만 센스앤센서빌리티를 읽고 싶었다.

 솔직하고 감성적인 매리엔, 세상에서 가장 매리엔과 닮은 여자는 누구일까.

 주혁은 매리엔을 상상하며 불빛 하나 없는 마당을 가로질렀다.

 허브향이 코끝을 감돌았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다.

 ‘파파라치? 설마 이 시간까지?’

 주혁은 바짝 긴장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당 한쪽에 쪼그려 앉은 사람이 보였다.

 진서였다.

 ‘십년 감수했네…’

 주혁은 놀란 가슴을 쓸어담으며 진서의 곁으로 다가갔다.

 “뭐해요?”

 “어머, 깜짝이야. 나야말로 묻고 싶네요. 휴우…”

 진서의 옆에는 술냄새가 났다.

 “술 마신 겁니까? 이건 뭡니까?”

 주혁은 진서의 옆에 놓인 막걸리병을 가리켰다.

 “막걸리. 아니지, 라이스와인! 와인이에요.”

 얼마나 마신건지, 진서의 혀는 꼬여 있었다.

 “라이스 와인? 처음 듣네요. 왜 그러는 겁니까? 왜 혼자 몰래 술을 마셔요?”

 “…힘드니까요.”

 “힘든데, 왜 자꾸 힘을 내려고 해요?”

 주혁이 물었다.

 “네?”

 “힘들면 쉬어가야지. 쉬어서, 다시 기운을 차려야지.”

 주혁은 나직이 말했다.

 실은 자신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인데도, 굳이 진서에게 말하고 있었다.

 “남자 맞죠?”

 진서는 그제야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헤어진 지 6개월 만에 다른 여자와 결혼 날짜를 잡은 구남친. 여태 연락 한번 없다가, 출장 겸 제주도 온다고… 저를 보겠답니다. 하하…”

 “구 남친? 아, 엑스 보이프렌드. 그런데 왜요? 아직도 보고 싶어서?”

 진서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온갖 정나미가 다 떨어지고 헤어진건데… 그냥, 난 뭐했나, 그 새끼가 결혼 날짜를 잡을 때까지 뭘 했나… 하는 생각?”

 ‘역시… 남자 문제가 맞았군.’

 주혁은 몰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말이 쉬워지지…’

 “복수하고 싶어요?”

 “복수?”

 “네. 전 남자친구에게 복수하고 싶어요?”

 진서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어둠 속이었지만, 주혁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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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ream 16-10-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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