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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13 - 18화. 다시 도진 여자 공포증
작성일 : 19-09-26 00:31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3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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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 다시 도진 여자 공포증

 

 

 

 "우리 헤어져."

 "뭐라고?"

 "헤어지자고, 클라이드."

 "...... 응."

 

 Savior. 2008년 1월 1일, 새해 첫날인 이날 춘회파 정보원 클라이드 파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다음날 클라이드는 먹구름 낀 날씨처럼 우중충한 마음으로 아지트에서 일어난다.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가자 은발의 키다리 청년이 홀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클라이드가 샌드위치와 딸기우유를 먹고 있는 제로를 향해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제로 선배."

 "우물우물. 클라이드 잘 잤니?"

 "네."

 

 평소답지 않게 클라이드의 대답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제로가 묻는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어제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클라이드가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으며 대답한다.

 제로는 샌드위치를 먹다 말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유감이야. 그런데 어쩌다가?"

 "잘은 모르겠는데, 제가 춘회파랑 신문부 일 때문에 바쁜 나머지 그 애를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서 서운했었나 봐요."

 "그랬구나."

 

 제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실연당한 후배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워낙에 연애에 잼병인 그였기에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한다.

 클라이드가 식탁 위에 놓인 산뜻한 세모꼴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먹는다.

 

 "뭐 괜찮아요. 어차피 인스턴트로 수학여행 때 급사귄 사이였으니 헤어질 때도 이렇게 급헤어진 거죠."

 "그래. 너무 낙심하지 마라 클라이드.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으니까."

 

 역시 모태솔로다운 상투적인 위로어구를 늘어놓는 제로였다.

 그래도 클라이드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살짝 웃으며 그가 제로에게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있어요? 전부 늦잠이라도 자는 건가?"

 "다른 애들은 전부 어제 고향으로 돌아갔잖아. 지금 아지트에 남은 건 우리 둘과 사야 누나뿐이야."

 "아, 하긴 어제부터 방학이었죠? 그런데 사야 씨는?"

 "사야 누나는 앞마당을 청소하고 계셔."

 

 제로가 길쭉한 검지로 현관문 쪽을 가리킨다.

 두 사람은 마저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화제는 겨울방학 때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클라이드 넌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갈 거니?"

 "아니요. 저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기삿거리를 찾아보려고요. 제로 선배는 고향에 가시나요?"

 

 질문을 받은 제로가 길게 한숨을 내쉰다.

 

 "나도 안 가려고."

 

 친가가 있는 브라우니 타운도 외가가 있는 엘프숲도 제로가 마음을 붙일만한 곳은 아니었다.

 잠시 생각해보던 제로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처럼 전국을 떠돌려고. 각 도시의 유니온을 방문해서 실력이나 키워야겠어."

 "오오? 무슨 도장 깨기인가요? 히힛, 제로 선배. 저랑 같이 다니실래요?"

 "너랑 같이?"

 "네. 같이 전국을 돌면서 제로 선배는 유니온 리더와 대련하고, 저는 리더와 인터뷰를 하는 거죠!"

 

 클라이드가 열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제안한다.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한 제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좋은데? 같이 다니자 클라이드."

 "네, 선배! 오늘 오후에 출발하죠!"

 "콜."

 

 그렇게 제로와 클라이드, 전국 유랑 콤비가 결성되었다.

 

 

 

 

 오전 내내 짐을 싼 두 사람은 곧바로 아지트를 나선다.

 단정한 메이드 사야가 길을 나서는 두 주인을 향해 공손히 허리 숙인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사야 누나도 집 잘 지켜주세요."

 

 제로가 빙긋 웃으며 말한다.

 사야는 특유의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분부 받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클라이드도 활기차게 손을 흔든다.

 준비성이 철저한 그의 어깨에 수납공간이 늘어난 커다란 원통형 가방이 들려있다.

 각종 취재 물품과 비상식량, 탐사 용품들로 꾹꾹 채워진 가방이었다.

 

 여행의 첫걸음은 언제나 마법 열차역으로부터 시작된다.

 제로와 클라이드도 첫 목적지인 파랑 도시 마법 열차 역에 발을 들인다.

 거의 벽화 수준으로 거대한 인간계 전도와 그 안에 표시된 거미줄처럼 촘촘한 기차선로들을 바라보며 제로가 입을 뗀다.

 

 "자, 그럼 어디로 가볼까?"

 "음... 일단은 유흥의 도시로 가보는 게 어떨까요?"

 "유흥의 도시 좋지. 레인보우 시티 말이지?"

 "네, 쇼핑과 유흥의 도시인 레인보우 시티요!"

 

 클라이드가 흥겹게 장단을 맞춘다.

 제로가 매표소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외친다.

 

 "좋아. 표를 사보자고!!"

 

 그런데 막상 매표소 직원을 앞에 둔 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어디로 가시나요?"

 "에... 그러니까... 음..."

 "손님? 어디 가시냐니까요?"

 "......"

 

 제로 특유의 왕소심증이 다시 도지고 만 것이다.

 극도로 소심한 AAA형 제로가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이 아깝게 버벅거리고만 있는데, 뒤에서 클라이드가 대신 나선다.

 

 "레인보우 시티행, 내륙선, 청소년 두 장이요."

 

 그제야 거래가 성립된다.

 사교적인 후배 클라이드는 매표소 직원에게 기차표를 받는다.

 그와 제로는 매표소를 등지고 7번 플랫폼으로 향한다.

 클라이드가 기차표 한 장을 주며 제로에게 묻는다.

 

 "선배, 아직도 대인공포증이 있는 거예요?"

 "잘 모르겠어. 청합제 때 고쳐진 줄 알았는데 오늘 저 사람을 보니까 또 말이 잘 나오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요? 혹시 제로 선배, 아까 그 매표소 직원이 마음에 들었던 거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었겠지..."

 

 제로가 딱 잘라 부인한다.

 하지만 재발한 소심증은 여행 내내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손님, 차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으으... 그, 그게... 어딨더라?"

 

 여자 차장이 검표할 때도,

 

 "손님, 뭐 필요하신 거 있나요?"

 "아, 아, 아, 아, 아뇨... (실은 딸기우유를 먹고 싶은데...)"

 

 음식 수레를 끄는 여직원이 지나갈 때도,

 

 "어? 오빠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아, 맞다. 청합제 준우승자인 세로 롱기누스였나?"

 "아... 하이루. (세로가 아니라 제로야.)"

 

 그리고 자신을 알아봐 주는 여자 팬이 나타났을 때도 제로는 얼굴이 익힌 홍당무처럼 빨개진 채 어버버거렸다.

 옆에서 그 현상을 말없이 지켜보던 클라이드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챈다.

 제로가 소심해지는 건 여성과 대면했을 때뿐이었다.

 그 증거로 지금껏 제로가 버벅댔던 대상은 오직 여성들이었고, 어떤 남자가 열차가 레인보우 시티행이 맞냐고 물어봤을 때 제로는 전혀 떨거나 말도 더듬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흐음, 대인공포증이 아니라 여자 공포증이란 건가?'

 

 클라이드가 머릿속으로 결론 내린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제로에게 말해준다.

 

 "뭐라고?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처음에 제로는 버럭 성을 냈지만, 잠시 생각해보더니 결국 동의한다.

 

 "클라이드,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난 여자들이 아직 무서워. 어떻게 하면 여자들이 안 무서울 수 있을까?"

 "글쎄요. 그런데 최근에는 여자들을 별로 안 무서워했잖아요? 갑자기 왜 재발한 걸까요?"

 "나도 모르지."

 

 제로가 목이 멘 소리로 대답한다.

 

 "어쩌면 나의 내면에는 깊은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는 걸지도 몰라. 여자한테 하도 차여서 쌓이고 쌓인 심연의 공포 같은 것 말이야."

 "이유야 어쨌든 극복해야 할 문제군요."

 "그렇지만 어떻게...?"

 "제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 선배."

 

 클라이드가 무언가 비밀 이야기를 해주듯이 속삭이자, 제로는 귀를 쫑긋한다.

 

 "좋은 방법이라고? 그게 뭔데?"

 "바로 여자 리더들이 있는 유니온에만 방문하는 거예요. 일종의 충격요법인데, 무시무시한 실력의 여자 유니온 리더들과 대련하다 보면 일반인 여성들은 하나도 안 무섭게 될 거란 이론이죠. 어떤가요?"

 "글쎄다. 여자 리더들이랑 싸우다가 오히려 여자들이 더 무서워지는 건 아닐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시도해보는 거죠. 어차피 선배는 유니온 리더들과 대련해볼 생각이었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 좋아, 도전해보겠어!!"

 

 제로가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를 다진다.

 클라이드는 얼른 취재용 수첩을 꺼내 '여자 공포증의 발현과 그 치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흥미롭게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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