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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누나! 내 손 잡아요!
작가 : 러블리슈즈
작품등록일 : 2019.9.26

5살의 나이차. 연상녀와 연하남.
다가서면 될 줄 알았지만 그녀가 결혼할 때, 자신은 고등학생이었다.
현실 앞에서 작아질 수 밖에 없지만 그녀에 대한 마음은 결코 작지 않았다.
강희영의 가슴은 그녀 앞에서만 존재했다.

 
10. 위험해!
작성일 : 19-09-26 00:26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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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위험해!

 

 

 

 "그러면 셔츠 세탁비라도 주시지요."

 

 '뭐...이런?'

 

 대부분 '괜찮습니다' 이러던데...! 이 남자는 그녀가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났다. 별종이랄까. 그녀의 예상이 깨지니깐 무척 흥미롭다. 사빈은 속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향한 뇌쇄적 눈빛 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럴까요? 얼마면 되요?"

 

 "얼마를 원합니까?"

 

 남자의 물음에 사빈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 하자는 거지? 고개를 갸웃하며 사빈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남자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만 원?"

 

 사빈은 눈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또다시 남자가 입술을 벌렸다. 이번에는 남자의 목소리에 의심이 빛이 스며있었다.

 

 "십만 원?"

 

 "오케이!"

 

 "세탁비로 십만 원을 주시겠다?"

 

 여자가 쾌활한 목소리로 정답이라 하는데...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세탁비로 10만 원을 준다는 사람을 처음 봤다.

 

 "당신 셔츠는 ‘아르마니’ 잖아요. 그 정도는 지불해야 할 것 같은데..아닌가요?"

 

 남자를 유혹하는 노골적인 몸짓에 진혁은 별 관심이 없었다. 제 취향이 아니었다. 그리고 진혁에겐 제 영원의 짝, 수빈이 있고 말이다. 그래서 여자의 들이댐에도 반응 안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약간의 흥미가 일었다. 수빈은 그가 주는 명품을 알아보지도 못 했고 별 감흥도 없었는데...이 여자는 달랐다.

 

 명품을 알아보는 눈에 동지를 만난 느낌이랄까. 재밌네.

 

 "명품을 알아보는 사람을 오랜만에 보네요. 십만 원을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주신다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명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죠!"

 

 밀당 아닌 밀당을 하는 둘의 모습은 주위의 시선을 끌 정도였다. 꼬리를 무는 대화에 둘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진혁은 수빈을 옆에 두고 다른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여자! 이름도 몰랐다. 사는 데도 몰랐다. 심지어 직업도 몰랐다. 맞다. 서로 호구조사를 할 정도로 친하지 않았다. 오고가며 말 몇 번 섞은 게 다였다. 아니다. 그 여자의 일방적인 구애였다. 카페에서의 첫 만남 이후, 그녀는 진혁의 앞에 수시로 나타났었다.

 

 무슨 스토커처럼 말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빠야 하는 게 정상인데 나쁘지 않았다. 왜 그럴까? 호기심일까?

 

 오늘은 약혼식날이다. 진혁의 성화로 수빈과 부모를 설득해서 얻어낸 결과였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수빈을 옆에 두고 다른 여자에 관심을 두었다. 안 된다! 안돼! 진혁은 정신 차리고자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 모습을 수빈이 봤는지 의아스런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교수님?"

 

 "아니야! 아무 것도."

 

 제 짝인 수빈을 두고 다른 여자라니! 말도 안 된다. 진혁은 양가 가족들이 약혼식장으로 들어오기 전에 평온을 찾고자 두 눈을 감았다. 얼마 후, 사람들의 말 소리와 발 소리가 들렸다. 그는 감았던 두 눈을 퍼뜩 떴다. 그리고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보고 말았다.

 

 저 여자는!!

 

 진혁의 표정은 경악 자체였다!

 

 '대체 ...왜, 여기에..?'

 

 이제 하다하다 약혼식장까지 나타나는 건가? 일어나서 따지기라도 해야하는 걸까? 어떻게 하지? 수빈이한테 뭐라 하지? 혼란스러움이 차오르고 안절부절못할 때, 수빈이 웃으며 그에게 사빈을 소개했다.

 

 "한 살 위 제 언니예요. 그동안 못 만났죠?”

 

 [한 살 위 제 언니]

 

 머리가 울렸다. 귀에서 이명소리가 들렸다. 언니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뭐가 잘못된 걸까? 진혁은 인사를 해야 하는데 얼굴과 몸이 굳어버렸다. 실내는 덥지도 않은데 진혁의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진혁이 넋을 놓고 가만히 있자, 수빈이 진혁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교수님? 인사 안 해요?"

 

 "어? 해..해야지! 안녕하십니까? '김진혁' 이라고 합니다."

 

 진혁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모르는 사람처럼, 처음 본다는 듯이 수빈의 언니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뒤이어 수빈의 어머니와 수빈의 동생 하빈이에게 아는 체를 하며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수빈의 어머니가 진혁의 양손을 꼭 잡으셨다.

 

 "우리 수빈이 잘 부탁해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님"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아 수빈은 안심을 했다. 제 약혼식을 알렸을 때만해도 엄마는 한 걱정을 했었다. 나이가 어려 걱정이라면서, 잘 살 수 있겠냐고 재차 물으셨었다. 당장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사서 걱정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아! 조금 늦으시나 봅니다. 잠시만 앉아 계십시오, 어머님."

 

 "그래요."

 

 수빈과 그녀의 가족이 자리에 착석을 하자, 진혁은 수빈에게 귓속말을 했다.

 

 '수빈아, 부모님한테 전화 좀 하고 올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빈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혁은 약혼식장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 때였다. 진혁의 휴대폰을 그 여자가 뺏어가 공중에서 흔들어댔다. 진혁의 얼굴이 찌푸려질대로 찌푸려졌다. 장난도 정도 껏 해야지 봐줄만 했다. 사람을 뭘로 보고!

 

 "이 여자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진혁의 입에서 좋은 말이 안 나왔다. 더 험한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수빈을 생각해서 꾹 눌러 참았다. 수빈의 언니라는데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자신을 갖고 논 건가? 확, 그냥! 여자만 아니면 얼굴에 주먹 한 방은 날리고도 남았을 거였다.

 

 자신을 장난감 취급한 것 같아서 치욕스러웠다.

 

 이 여자와 있는 것을 누군가 볼 수도 있었다. 진혁은 주위를 살피며 여자의 멱살 대신에 팔을 잡아채서 비상구 쪽으로 끌고갔다. 사빈은 끌려가면서도 웃음이 났다. 교수라서 힘이 없을 줄 알았는데..아니었다. 박력넘치는 의외의 모습은 사빈의 가슴을 설레게했다.

 

 '이 남자, 힘이 넘치네!'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간 진혁은 벽쪽으로 여자를 밀어버렸다. 사빈은 벽과 어깨가 부딪치며 통증이 났다. 절로 짜증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넘쳐도 너무 넘치네.

 

 "아야! 말로 해. 말로!"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참고 있는 줄 알아? 너, 뭐야?"

 

 "뭐긴 뭐야? 수빈이 언니라니깐! 이름은 최사빈! 이제 알겠어?"

 

 남자가 말을 놓으며 사빈에게 함부로 하니깐 사빈도 그렇게 맞장구를 쳤다. 진혁은 지금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자의 꾀임에 수빈을 배반하고 잠시라도 흔들렸다는 사실에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여자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며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너! 나한테 일부러 접근한 거야?"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알고 그랬을 것만 같았다. 제 예상이 빗나가기를 빌어봤다. 입술을 짓씹으며 진혁은 뻔뻔한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사실대로 말해!"

 

 "그게 중요한 건가? 당신이란 남자가 나란 여자한테 끌렸다는 게 중요하지!"

 

 사빈은 화를 주체 못해서 부들부들 떠는 남자의 손을 잡아서 제 가슴 위에 살포시 올리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진혁은 화들짝 놀라서 그녀의 가슴 위에 있는 제 손을 퍼뜩 거뒀다. 머리 속에서 경고음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위험해!’

 

 그녀한테 끌리는 제 마음을 숨겨야만 했다. 안 되겠다. 수빈과의 결혼을 서둘러야지!

 

 ***

 

 <몇 달 후>

 

 "아드님, 왜 그러고 서 계세요? 할 말 있으면 이리 오세요."

 

 부모의 집에 왔으면 바로 들어올 것이지 현관에서 벌을 서는 아들을 보며 속이 터졌다. 누가 제 속을 알까.

 

 "................"

 

 다 큰 어른이었다. 나이가 33 이나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어머니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고 맥을 못 췄다. 자연스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가정을 꾸리겠다고 약혼까지 한 아들이 엄마 앞에만 서면 저러니 한숨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좋아 최연소 전공 교수를 하면 뭐 하는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데..! 고개를 저으며 진혁모는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에 서있는 아들을 맞으러 친히 걸어나갔다.

 

 아들의 손을 잡아끌어 거실 소파에 앉히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화 안 내고 경청할테니 말씀해 보세요, 아드님!"

 

 등줄기로 소름이 쫙 끼쳤다. 제 어머니인데 왜 이리 정이 안 가는지. 그래서 착하고 정 많은 수빈이한테 더 매달리는 걸 지도. 무서운 어머니다. 매서운 손찌검을 당할 수도 있었다.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누가 보든 말든 행하는 어머니다. 유학길에 오르면서 피할 수 있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맞은 적이 없었다.

 

 약혼한다고 떼를 썼을 때, 맞을 뻔 했지만 간신히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모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오금이 저렸다.

 

 진혁은 더 미룰 수 없었다. 제 인생에서 수빈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놓칠 수 없었다. 진혁은 소파에 앉았던 몸을 일으켜 굳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쥔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석고대죄라도 하게요?"

 

 아들의 모습에 짜증이 솟았다. 날도 더운데 보탤 일 있나?

 

 "네, 어머니."

 

 "말씀하세요."

 

 "그..게 수빈이가 임신을 했어요."

 

 ".........."

 

 기가 막혀서 말이 다 안 나왔다. 밉다 밉다 했더니 미운 짓만 골라서 잘도 했다.

 

 "지금 3개월 초라 조심해야 한다네요."

 

 자신의 엄마가 수빈을 불러서 해코지를 할 수도 있었다. 미리 단속을 해야만 한다. 진혁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처럼 절박했다. 엄마와의 만남은 전쟁과도 같았다.

 

 "할 말 다 하셨어요, 아드님?"

 

 "아니요! 수빈이가 아기 낳기 전에 결혼하고 싶습니다. 꼭이요!"

 

 '이런 미친!'

 

 미친 놈아! 나가 죽어! 어디서 근본도 없는 년을 우리집에 데려오겠다고..! 허!

 

 "아드님? 어디가 좋겠어요? 머리, 얼굴, 종아리 중에서?"

 

 몸이 덜덜덜 떨렸다. 매 타작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맞을 부위를 고르라고 하는데...성인이 되어서도 무섭다.

 

 "빨리 말씀을 주셔야 준비를 하죠! 그러고보니 아드님 덕에 운동을 다 하네요!"

 

 스륵.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이리 크게 들릴 줄 몰랐다. 어머니가 소파에서 일어나셨다. 얼핏보니 소매를 걷고 계셨다. 준비 작업 돌입!

 

 "머리요."

 

 "그게 낫겠죠? 잘생긴 면상은 지켜야죠. 강의하러 가야할 분인데.."

 

 "네."

 

 조근조근 말하는 목소리가 스산했다. 진혁의 답을 듣자마자 얼굴이 돌변한 어머니는 아들에게 명령조 말을 했다.

 

 "머리는 뭐 하러 달고 다녀? 박아!"

 

 진혁은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대었다. 그러자 가차없는 발길질이 이어졌다. 진혁은 고꾸라지면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어머니는 숨도 못 쉬게 뒷머리를 발로 꾹 누르기도 했다.

 

 진혁의 얼굴이 땀으로 젖어들었다. 약해지면 안 된다. 수빈을 얻기 위한 제 노력이었다. 이쯤은 참을 수 있었다. 버텨야 해!

 

 "제가 그랬잖아요. 강의만 하시라고. 연애는 결혼하고 하라고 누누이 말했는데 제 말을 개똥으로 들었어요?"

 

 "아..니에요."

 

 머리를 박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이로 입술을 짓씹으며 참았다.

 

 "아니긴. 네 까짓 게 호의호식하는 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씨! 열 뻗쳐! 고개 들어!"

 

 진혁이 고개를 들자마자 손찌검이 이어졌다. '짝' 소리가 나며 오른뺨이 90도쯤 꺽였다. 차라리 보지 말자! 눈을 감았다. 이런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수빈은 지키고 싶었다. 제 옆에 두어야 숨을 쉴 수 있겠다.

 

 '수빈아! 미안!'

 

 

 

 

 **************************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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