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
 1  2  3  >>
 
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6. 폭풍속으로
작성일 : 16-10-03 15:51     조회 : 410     추천 : 0     분량 : 517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6. 폭풍속으로

 

 

  왕이 탄신 연을 열기 시작한 것은 즉위한 다음이었다. 왕은 나라가 잘 되려면 녹(祿)을 먹는 이들이 고생해야 한다면서 노고를 치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국가형성의 기초를 세운 제가부터 하급관리까지, 연회장에 초대된 사람들은 왕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돌고가 돌아온 날도 마찬가지였다. 왕의 건강을 기원한 사람들은 돌고가 돌아온 것은 계승자가 나타난 나타난 것이라면서 세력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우선 사람들은 안국군의 죽음으로 급속하게 약화된 계루부가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에서는 돌고가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성격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그 성격으로서는 몇 달도 못 버티고 떠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그 사람들이 내세운 것은 돌고의 출궁이었다. 사람들이 계승권자로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돌고가 출궁한 것은 계루부의 계율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연회장에 들어서는 돌고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검게 탄 얼굴로 당당하게 들어온 돌고는 소노부 소가(小加)1) 가 예를 갖추지 않고 머뭇거리자 매섭게 노려보았다. 예전의 돌고로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돌고는 예전에 심약한 사람이 아니라면서 계루부는 제 힘을 찾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우불’이라는 아들이었다. 돌고의 지위를 물려받게 될 우불은 눈이 큰 소년이었다. 아홉 살 밖에 안 된 그 소년은 옆에서 사람들을 쳐다보았는데 그 모습이 보통 당찬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듣기로 우불은 저자에서 옷감을 파는 아이인데도 위축되는 바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였다.

 

 

  사람들 중에서 돌고를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본 사람은 왕이었다. 왕이 생각하기에 돌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물론 외양이 변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데 변화가 있었지만 그것은 외면적인 변화 일 뿐이었다. 돌고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것은 계루부 사람으로서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계루부에서 태어난 사람은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그 순위가 낮다하더라도 계루부는 계루부였고 선택 된 자로서 칼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돌고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이 돌고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달가를 따르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숙신을 격파한 달가는 부왕으로부터 ‘안국군’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을 받을 만큼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따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존재를 숨기고 있지만 언제가 새로운 왕을 추대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현재 그 사람들이 추대할 계승권자는 돌고 뿐이었다. 그 사람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돌고를 죽이는 것 밖에 없었다. 돌고가 궁궐을 떠났다거나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거나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돌고가 계승권자라는 사실이었다.

 

 

  “오랜 만이구나.”

  왕은 막 인사를 받고 온 돌고에게 말했다.

  “폐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이제야 찾아오다니 너도 참 무심한 사람이구나. 돌아가신 부왕께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다정하게 살자구나. 그런데 이 아이는 누구냐?”

  왕은 옆에 서 있는 우불을 쳐다보았다.

  “아들입니다.”

  “네가 우불이구나?”

  “폐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왕의 말에 우불은 고개를 숙였다.

  “내가 큰 아버지란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그랬구나.”

 

 

  왕은 표시나지 않게 얼굴을 찌푸렸다. 왕이 처음 사람을 만날 때 면밀하게 살피는 것은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었다. 태자시절에 익힌 그 방법은 사람의 내면을 살피는 것으로서 왕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사람은 손가락 만 움직여도 굴종할 사람이며 제대로 바라보는 사람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이었다.

 

 

  우불은 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물론 그것은 옷감을 만지는 것 밖에 모르는 아이의 겁 없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왕을 바라보는 우불의 눈빛에는 사람을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아주 잘 컸구나.”

 

 

  우불은 왕의 말에 관심이 없었다. 우불은 시큰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서 있는 돌고의 팔을 잡아당겼다. 돌고는 우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마침 다가온 궁관이 안내한 자리로 데려갔다.

 

 

  “참 이상해요?”

  우불은 자리에 앉자마자 외쳤다.

  “뭐가 말이냐?”

  “사람들이 화난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니까요. 웃기는 웃는데 화가 난 것 같아요.”

  “여기가 맘에 안 드는 모양이구나.”

 

 

  우불은 아버지도 화난 것 같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궁궐에 들어온 후 돌고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다. 그렇다고 돌고가 웃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돌고는 사람들이 인사할 때 마다 부드럽게 웃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사람들을 누르는 것 같았다.

 

 

  ‘풀 껍데기를 씹는 것 같잖아!’

 

 

  우불은 육전을 씹다가 막 연회장에 들어오는 남자를 발견하였다. 그 남자는 저잣거리에서 우불을 도와준 그 사람이었다. 저잣거리에서와 마찬가지로 푸른 색 저고리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 남자는 왕과 얘기를 나눈 후에 돌고에게 다가왔다.

 

 

  “남부대사자 창조리, 고추가께 인사드립니다.”

  “또 뵙습니다.”

  돌고는 웃었다.

  “이 아이는 내 조카일세.”

  그 남자를 뒤따라온 왕이 끼어들었다.

  “궁궐을 나갈 때는 갓 태어난 아기였는데 이렇게 컸다네.”

  “남부대사자 창조리, 공자께 인사드립니다.”

 

 

  우불은 어쩐지 그 남자는 연회장에 있는 사람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남자는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남자의 얼굴에는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우불이 좋아하는 포목전주인이 피륙을 흥정할 때 나오는 것으로 여느 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대사자를 뵙습니다.”

  “조카는 큰 아버지하고 궁궐을 구경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구경요?”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카에게는 여기가 재미없을 것 같구나. 왕자가 왔으면 좋았을 텐데, 두 녀석 모두 홍역을 앓고 있으니……”

 

 

  우불은 왕을 따라 연회장을 나왔다. 궁궐은 생각만큼 재미가 없었다. 궁궐은 어느 곳이든 두 개 이상의 모퉁이를 돌아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고 문밖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궁관들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울러 각 방에는 저잣거리에서는 구경도 못한 물건들이 걸려 있었는데, 모두 근접할 수 없다는 표시를 해놓고 있었다. 그것은 포목전 주인이 진나라 가후가 좋아하는 거라며 점방 한 가운데 걸어놓은 비단과 같은 것으로 만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재미가 없는가 보구나.”

  “없어요.”

  “저런!”

  “큰 아버지가 조카를 재미없게 했구나. 그래 우리 조카는 무엇이 재미있을까?”

  “장사하는 거요.”

  우불은 곧바로 대답했다.

  “장사하는 거……?”

  “포목전에서 일하는 데 정말 재미있어요. 저 번에는 한 시진이나 골라서 무명을 산 할머니가 있었는데 진짜 웃겼어요.”

  “포목전에서 일한다는 말이냐?”

  왕은 놀랍다는 얼굴로 외쳤다.

  “조카는 어린 아이라 놀기도 바쁠 텐데, 포목전에서 일한 단 말이냐?”

  “한참 됐어요.”

  우불은 자랑스럽다듯 외쳤다.

  “도대체 왜?”

  왕은 이마를 찡그렸다.

  “부자가 되려고요.”

  “부자?”

  “부자가 돼서 큰 집도 짓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서책2)도 사드리고, 주인한테 물어보니까 낙랑에서 들어오는 상인에게 부탁하면 궤짝으로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우불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못하게 해요.”

  “돌고가?”

  “장사는 무슨 장사냐면서, 계속 포목전에 나가면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대요.”

  “저런!”

 

 

  왕은 우그러지는 얼굴을 바로잡았다. 돌고와 달리 우불은 거침없었다. 그것은 수위에 선 사람들의 특징으로 물러서지 않는 것이 단점이었다. 왕이 공략해야 할 것이 그것이었다.

 

 

  “다루카에 가서 도와달라면 어떻겠냐?”

  왕은 무릎을 구부리면서 말했다.

  “다루카요?”

 

 

  ‘다루카’라는 말에 우불은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다루카는 성제3)가 사는 집이기 때문이었다. 5부족을 통합하여 나라를 세운 성제는 하늘로 돌아갔다. 그러나 왕이 나라에 대한 도움을 청한다거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땅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머무는 곳이 바로 다루카였다. 따라서 다루카는 왕명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왕이 ‘다루카에 가서 도와달라면 어떻겠냐?’고 말한 것이다.

 

 

  “정말 그래도 돼요?”

  “안될 게 뭐가 있냐?”

  “하지만 저는 왕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나랏일을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장사를 배울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거잖아요.”

  “성제께서 나라를 세운 이유가 뭐냐?”

  “그거야 한나라에게 핍박받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죠.”

  “바로 그거다.”

  왕은 부드럽게 말했다.

  “성제께서 나라를 세운 것은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백성을 구한다는 것은 한나라에게 핍박받는 백성을 구한다는 뜻 뿐 만 아니라 내 몸같이 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카도 이 나라 백성의 하나이니 도와주지 않겠느냐?”

  “그렇군요.”

  우불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석

  1) 소가-제가회의 제가들의 서열을 나타내는 칭호로 수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을 일컫는다. 수백가를 지배하는 장을 소가로 부르고 그 위에 있는 대가(大加)는 수천가를 지배하는 장을 부른다.

  2) 서책-당시 종이는 보급되기 전 이므로 수도의 귀족층만이 사용하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3)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을 일컫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함께 사는 세상 2016 / 10 / 29 438 0 3675   
19 19. 국내성으로 2016 / 10 / 27 510 0 7385   
18 18. 혼자만의 길 2016 / 10 / 26 523 0 7016   
17 17. 결단의 시간 2016 / 10 / 26 494 0 5146   
16 16. 끈질긴 추적 2016 / 10 / 24 595 0 5277   
15 15. 위대한 결정 2016 / 10 / 23 392 0 4287   
14 14. 소금 한 됫박 2016 / 10 / 19 443 0 6899   
13 13. 억울한 누명 2016 / 10 / 19 391 0 5338   
12 12. 한 밤의 습격자 2016 / 10 / 17 421 0 5126   
11 11. 이상한 소금장수 2016 / 10 / 16 427 0 4409   
10 10. 개구리 소년 2016 / 10 / 10 439 0 5076   
9 9. 버려진 아이 2016 / 10 / 9 468 0 5402   
8 8. 잔인한 선택-2 2016 / 10 / 4 437 0 5314   
7 7. 잔인한 선택-1 2016 / 10 / 4 545 0 5178   
6 6. 폭풍속으로 2016 / 10 / 3 411 0 5174   
5 5. 아버지와 아들 2016 / 10 / 1 461 0 5153   
4 4. 행복한 도망자 -2 2016 / 9 / 21 418 0 5336   
3 3. 행복한 도망자-1 2016 / 9 / 20 428 0 5084   
2 2. 비겁한 모의 (1) 2016 / 9 / 16 624 2 5811   
1 1. 파열의 시대 2016 / 9 / 15 758 2 152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