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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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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14 화
작성일 : 16-07-11 16:55     조회 : 560     추천 : 0     분량 : 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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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답하기에 앞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이라의 화법은 단도직입적으로 꾸미지 않고 그녀가 느낀 본질만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여러 번 생각할수록 그 뜻을 이해하게 된다.

 죽기 직전, 내가 원했던 것은, 그렇게 죽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좀 더 살고 싶다는 안타까움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것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아버지에게, 형에게 버림받고, 그 직후 전쟁에 차출당하고.

 그렇게 실패를 겪어야 했을 때.

 “내 곁엔 아무도 없었어.”

 날 도와줄 사람도, 날 사랑해줄 사람도, 날 아껴줄 사람도.

 그 죽음에서 내가 느껴야 했던, 가장 큰 억울함은 바로 외로움이었다.

 세상에 홀로 동떨어졌다는 외로움.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

 열다섯 살의 소년이 그것과 같은 것을 느꼈다면, 얼마나 더 사무칠 것인가?

 지금 나는 외롭지는 않다. 적은 숫자지만, 나는 내 옆에 사람들을 착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마를린이나, 검왕 레비디안. 이속을 모를 아이라는 보류한다고 해도, 외롭지는 않다.

 조우닌에겐 아무도 없다.

 “마음을 맡길 사람이 필요했어.”

 “그건 무슨 말이죠?”

 “제가 실패를 겪었던 때……. 제 곁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혼자서……. 혼자서 겪어야 했어요. 누구도 옆에 없었고,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고…….”

 전사한 이들이 있겠지만, 죽음은 늘 혼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까지 철저히 홀로 남겨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습니다.”

 따스한 말과 시선으로, 호의들 담은 손이 내밀어지길 얼마나 고대했던가. 나는 이미 그들에게 호의를 담은 손을 내밀고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이 필요할 때에만 그 손을 잡았을 뿐이다.

 때가 되면 가차 없이 잘라버리고 마는 손.

 나는 세계에서 고립되었었다.

 아이라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거울은 그저 비춰줄 뿐에 불과해. 하지만 사람은……. 손을 뻗어 마주잡을 수 있지. 거울 속의 자신은 평생, 그 이면의 것과 손을 마주잡을 수 없어.”

 조우닌에 대해 처음 생각했던 건, 그를 내 영향권에 끌어들이는 거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나는 그저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나 하나뿐일지라도, 그래도 한 명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찾아봐야겠어. 당장.”

 나는 목소리를 높여 방밖에 있던 하인을 불렀다. 그에게 비옷 한 벌을 준비시키고는, 다소 큰 옷을 꺼냈다.

 “리셀. 지금 가려고요?”

 레비디안이 일어서며 자신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혼자서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리셀…….”

 “걱정 마세요. 둘 모두…….”

 내가 뭐라고 말할 무렵, 아이라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나 오늘 거인을 봤어.”

 “거인?”

 “응. 마차를 타고 도시를 둘러볼 무렵, 비가 내린 한참 뒤였어. 북쪽 성벽이었다고 생각해. 짐을 꾸리고는 나가는 것 같았다. 브리젤하고 너무 닮은 모습이라서 그만 유심히 봐 버렸지 뭐야. 잠시 마차가 멈춘 사이에 들었어. 저수지에 움막이 있다든가 뭐래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뜻있는 미소를 보니, 순간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 그녀는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다. 우연일 것이다. 전설에 나오는 예언자도 아니고.

 “고마워, 아이라.”

 “호의야. 빚으로 생각하진 마.”

 “그럴게.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아이라는 무릎에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턱을 손에 괸 채로 방긋 웃었다. 지금 보면 그냥 동년배 소녀이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좀 더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그때 하인이 준비시켰던 비옷을 가져왔다.

 “비옷을 가져왔습니다. 괜찮으시면 사람을 불러서 호위를…….”

 “아니. 잠깐이면 된다. 문제는 없을 거다. 집사나 다른 이들에게 알리진 않았겠지?”

 “예. 분부하신 대로.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근처의 경비초소에 가셔서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지.”

 하인의 어깨를 한 번 두들겨 주고는 나가려던 찰나, 레비디안이 날 불렀다.

 “리셀. 둘 모두 어떻다는 거죠?”

 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표정엔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 표정에서 다른 기색을 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이 조금 흔들렸거든.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웃……. 그, 그럼요. 걱정 따윈 하지 않아요. 누구 제자인데.”

 그녀는 고개를 팩 돌리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방을 나갔다.

 콰르릉! 콰르르릉!

 번개가 번뜩이며 격류가 굽이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후……. 좋은 밤이로군.

 

 북문의 경비병들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일방적인 대접에도 탓하지 않고 침묵의 미덕을 아는 좋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었다.

 금화 몇 닢을 쥐어 주자 경비병들을 친절하게 교대시간을 알려 주며 그 전에 들어오라 해 주었다.

 베르힌츠의 북쪽에는 저수지를 머금은 산이 있었다. 그 저수지에서 흐르는 물은 평소 북서쪽 사면을 타고 느긋하게 흘러내리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불어난 물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콰르릉! 콰릉!

 경비병들에게 들은 저수지 근처 움막은, 저수지의 둑 위에 있었다. 번개가 치자 그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 보였다.

 평평한 둔덕 위에서 불쑥 솟아오른 작은 그림자를 향해, 나는 걸음을 옮겼다.

 쏴아아아-!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졌다. 비구름이 마치 운명을 이곳에서 결정짓겠다는 태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비가 개면, 내일은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수지의 둑까지 올랐을 때, 나는 물 위로 쏟아지며 내는 무수한 빗방울의 소리를 들으며 귀가 멀어버릴 것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진 빗물은 무서우리만치 거센 기세로 수면을 때렸다.

 차르르르르르……!

 마치 기름이 자글자글 끓는 소리 같다.

 콰르릉! 콰릉!

 빛이 한 차례 번뜩이고, 조금 뒤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나는 번개의 빛에 의지해, 둑을 걸어 움막으로 향했다.

 움막은 오늘까지 조우닌이 살던 빈민촌의 집 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비바람은 잘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니까. 물고기 모양의 문고리까지 달려있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통통.

 “조우닌. 있어?”

 “누구시죠?”

 “네가 이름을 모르는 사람. 들어갈게.”

 나는 무턱대고 문을 열었고, 조우닌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더불어 벽난로 앞에 웅크려 앉은 거대한 등이 보인다.

 그의 몸이 내 쪽으로 돌려지며, 그의 입이 열렸다.

 “그냥 되돌아 가시…… 당신은?”

 “과연 여기 있었군. 혹시 떠났으면 어쩔까 걱정했어.”

 “낮에는 감사했었습니다. 근데…… 여긴 어쩐 일로?”

 “그냥. 걱정이 되어서.”

 조우닌의 눈이 커졌다. 덕분에 그의 표정이 더욱 무섭게 변했지만, 나는 그가 놀라고 있음을 알았다. 저기 흉터만 아니라면 썩 괜찮은 모습일 텐데.

 “걱정했다고요?”

 “응. 집에서 쫓겨나고,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어디에서 밤을 보낼까 걱정했어.”

 나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이런 거센 빗속에 나간다면 누구라도 걱정할 것이다.

 여름이라고 해도 날이 너무 추운 걸. 저 덩치가 감기에 든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걱정되긴 한다.

 조우닌은 조금 고개를 숙이고는 벽난로로 몸을 돌렸다.

 나는 적당한 곳에 비옷을 벗어두고는 그의 옆에 섰다. 앉아있기만 해도 내 가슴 높이에 그의 정수리가 있다.

 “걱정된단 말을 들은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전에도 누가 해주긴 했나 보네.”

 “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셨습니다.”

 “그렇군. 유감이야. 이곳에서 생활했나 보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빈민촌의 그것은 집이라고 부르기도 힘들었지만, 썩 훌륭한 집이었다. 좀 낡았지만 충분하다.

 집의 한구석에는 다리가 긴 탁자 위에 향로가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글씨를 쓴 나무토막을 세워두었다. 위패라고 부르는 물건으로, 대륙 남쪽 유랑부족의 물건이었다.

 무덤을 쓰지 않기에 무덤 대신으로 죽은 자를 기린다는 위패에는 어색하지만 정성을 담은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마이 유세의 넋을 기린다.’

 분명 그의 어머니의 것이리라.

 “예. 이곳에서 제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생활했습니다.”

 “아버지는?”

 위패가 없는 걸 보면 아버지는 살아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가 가족이 있다는 건, 죽기 전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조우닌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알고 있지만, 알아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래…….”

 순간 가슴이 아려온다.

 제길……! 사생아라니!

 출생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을, 아버지를 밝히면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가기에 이야길 할 수 없는 것이다.

 조우닌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원망하진 않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러지 말라고 하셨으니까요.”

 “어머니가 ‘네그나’의 일족인가 보지?”

 “예.”

 네그나는 남쪽 유랑부족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거의 일평생을 떠도는 이들이다. 아마 그의 어머니도 떠돌던 도중 밝힐 수 없는 아버지를 만났을 것이다.

 나는 무슨 말을 할까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그러던 중, 조우닌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일부러 와 주셨지만……. 동정하실 생각이라면 관두십시오.”

 “아니. 그럴 생각은 아니야. 말했잖아? 걱정 되서 왔다고. 네 처지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걱정이 되었을 뿐이야.”

 “농담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제 처지를 이해하신단 말입니까? 사절단으로 오신 분이.”

 어떻게 알았는지? 아, 하긴. 이런 옷을 입고 있으면서 어떻게 알았느냐고 말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군.

 나는 평민들이 만져볼 수도 없는 고급재질의 옷을 입고 있었다. 시의 고위층이 아니라면, 이런 옷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이란 오늘 들어온 사절단 밖에 없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눈썰미가 좋군. 그래. 맞아. 난 아리세인 헤르듀크. 헤르듀크 공작가의 차남이지. 리셀이라고 부르면 돼.”

 “공작가의 차남께서…….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신단 말입니까?”

 “이해해. 세상 누구보다도.”

 “놀리려는 거면……. 그만 둬 주십시오.”

 우드득.

 조우닌의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면서 소리가 들렸다.

 그의 어깨가 떨리고 있는 걸 보면, 귀족가의 아들이 심심풀이로 흥미로운 사람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표정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했다.

 “진심이야. 난 네 처지를 이해하고 있어.”

 “웃기지 마-!”

 콰르르릉!

 벌떡 일어선 그의 등 뒤로 번개가 쳤고, 그의 고함에 뒤이어 천둥이 쳤다.

 나는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으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날 내려다보며 거세게 소리쳤다.

 “당신 같은……. 당신 같이 하나 부족함 없이 커왔을 사람이 내 처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이야! 공작가?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벌벌 길 그런 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날 어떻게!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이야! 놀리려는 거야! 그저 날 놀리려는……!”

 “나도 사생아니까.”

 내 목소리는 낭랑하게, 조우닌의 고함을 파고들었다. 악귀가 화를 내듯이 화를 내던 그의 얼굴이 점차 멍하게 변한다.

 그는 잘못 들은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뭐라고?”

 “나 또한 사생아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지만.”

 조우닌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니 나도 마음을 열어서, 나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알려줘야 한다.

 너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여기 또 있다고.

 나는 말했다.

 죽기 전에야 알게 된 내 출생의 비밀을.

 

 “과거, 헤르듀크 공작의 부인은 장남을 낳고서 2년 뒤에 둘째를 얻었지. 계승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남은 것은 조금은 소란스러워도 단란한 가족이었어. 사람들은 축복했지. 부인의 얼굴엔 기쁨이 가시지 않았고, 그 철혈이라 불린 공작도 만면에 희색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지극히 사랑하신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타인을 대함에 엄격한 만큼 그 사람도 남을 대함에 있어 엄격했다고 한다. 귀족이 측실 한둘 정도 두는 것이야 일반적인 일이지만, 아버지는 오직 어머니만을 바라보셨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법이다.

 “하지만, 왜였을까. 그 엄격한 사람이……. 아내의 임신을 알았을 때 다른 여자를 품에 안은 이유는. 나도 그것을 알 수 없어.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 그 엄격한 사람마저도 꺾일 강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보고 한 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는 걸까? 난생 처음 느끼는 충동. 지극히 끌리는 서로의 시선. 얽히는 손가락과 서로에게 스며드는 숨결……. 솔직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충동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어느 날 홀로 봉토를 순시하시다가 한 여자를 만났고, 그대로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할 때의 아버지는……. 무척이나 아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꿈같은 나날.

 고작 3일에 불과했지만, 엄격한 아버지가 비난을 각오하고 측실로 받아들일 결심까지 하게 만든 그녀가 떠나가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운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 서로가 이끌리는 강한 느낌. 3일간의 시간 끝에, 그녀는 아무 소리도 없이 아버지의 곁을 떠났다. 아버지는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봤지만, 결국 그녀를 발견할 수는 없었지. 꿈은 3일로 끝났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다른 여자에 빠져들었다는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더욱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돌보셨다.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보며 앞으로 태어날 둘째는 틀림없이 축복받은 아이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한다.

 “아버지가 헌신했던 그 둘째에겐 분명……. 축복은 있었다.”

 죽음이라는 이름의.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이는 모태에서 일곱 달을 간신히 넘겼을 때 태어났다. 당연하지만, 칠삭둥이는 약했다.

 아이는 태어난 지 3일 뒤에 죽었다.

 이름도 얻지 못한 채로.

 “아이의 죽음. 유산도, 사산도 아니었다. 그저 약했던 것뿐이지. 그러나 어머니는 반쯤 미치셨다고 한다. 그렇게나 남편의 사랑과 헌신을 받았는데, 아이를 죽여 버린 셈이니까.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아이가 살아있다고 믿어버렸다.”

 비어있는 요람을 흔들며 자장가를 부르고, 인형에게 젖을 물리는 아내의 모습을 본 남편의 기분은 어땠을까?

 어머니는 대외 출입을 삼가셨고,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공작가의 수치이며, 그들 자신에게도 수치가 되니까. 사실은 은폐되었다. 사실을 아는 하인은 셋도 되지 않았다.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아버지는 칠삭둥이가 태어나 몸이 너무 약해 나갈 수가 없다고 둘러대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현실을 받아들였을 때, 대외적으로 아이가 죽었다고 이야기할 생각이었단다.

 “이듬해 봉토 순시에서 돌아올 무렵, 그녀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아버진 분명 아이가 죽었다고 했을 테지.”

 1년 만에 재회한 그녀에게서, 설령 심각하게 초췌해진 모습이었더라도 그는 이전과 다름없는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누가 보더라도 얼마 살지 못할 운명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모두 태어난 아기에게 준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녀가 품 안에 안은 아이는 건강한 생명력으로 바동거리고 있었다고 했다.”

 아이의 검은 눈과 푸른 눈을 본 아버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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