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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운명의 가이드란
작가 : 멜리사
작품등록일 : 2019.9.3

#정령물 #황녀여주 #대공녀여주 #먼치킨 #누가봐도순한황녀 #누가봐도 개썅마이웨이대공녀 #조신한세남자

17년전 실종되었던 황녀가 약 25년간 칩거하던 대공의 손을 통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있는지도 몰랐던 대공가의 공녀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러의미로 심각한 대공을 여린 남자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딸이.

그리고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두 여인은 제대로 엮이기 시작한다.

"왜 날 도와준거에요?"

더이상 황녀가 아닌 여인이 묻자 맞은편의 앉아있던 사람은 씩 웃었다.

"너라서. 너니까. 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도 더이상 대공녀가 아니게 되버린 여인이었다.

황제는 그 대답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대공 역시 즐겁게 웃었고, 둘은 곧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것도 운명의 가이드 때문일까요?"
"글쎄. 그럴지도?"

그 답에 황제는 약간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대공은 그런 그녀의 귀여움을 즐겼다,

아니, 즐기려했다.

벌컥, 우당탕.

갑자기 들려온 소음의 근원은 방 문에 세겹으로 쌓인 세 남자였다.

"음, 저 세 사람이랑은요?"
"운명의 가이드때문에 엮인게 확실해. 제정신이면 어울릴 수 있을리가 없지."
"역시 그렇죠?"

두 여인은 엉망인 남자들의 꼴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혼란속의 평화였다.

 
0. Prologue
작성일 : 19-09-25 19:32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6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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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Prologue

 

 제 1 장, 서장

 

 Chapter 0 - 0, 운명은

 

 정령들이 관리하는 다섯 개의 차원 중, 가장 정령들과의 친화도가 높은 세계, 루에스.

 

 루에스의 가장 풍요로운 세예스 대륙의 주인이자 세계최강인 제국 세예스의 수도 헤이첼.

 

 그 곳의 한 아름다운 저택의 침실엔 제국에서 가장 높은 두 여인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여린 외형의 마치 소녀 같은 여인은 얼굴에 취기가 가득 올라와 있었지만, 마주 앉아있는 무심한 인상의 여인은 무척이나 멀쩡했다.

 

 "후, 언니는 진짜 안 취하네요."

 "당연하지. 날 술로 꿇릴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어."

 

 그녀는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치, 재수 없어."

 

 그 모습에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중얼거리듯 투정하자, 여인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했다.

 

 "야, 재수 없다니?"

 "아, 몰라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배시시 웃어 보이며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아, 언니 때문에 일만 많고, 이게 뭐야. 황제 파업할래!"

 

 취했는지 자신을 황제라 칭한 그녀는 파업한다는 말을 한 후, 깔깔 웃었다.

 

 "주정은."

 

 그렇게 면박을 주면서도 막상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여인은 씩 웃었다.

 

 "대공이 황제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불합격!"

 "어이구?"

 

 신나게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대공이라 불린 여인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지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둘은 즐겁게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멈추자 찾아온 정적, 그 정적을 견디지 못한 황제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언니, 우리가 이렇게 친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운명일까요?"

 

 갑자기 튀어나온 의외의 질문에 대공은 무심하게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 상태로 그녀는 나른하게 웃으며 답했다.

 

 "...글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운명은..."

 

 ***

 

 세예스력 2008년.

 

 세예스 제국의 황궁.

 

 "으윽."

 

 그 중에서도 황궁에서 두 번째로 화려한 황제 궁의 가장 깊은 침실.

 

 "리자, 으음..."

 

 머리를 짚으며 잠에서 깨어난 황제는 제 옆을 더듬으며 익숙했던 온기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그가 무척이나 사랑하던 황후가 존재하지 않았다.

 

 "에, 엘리자벳? 리자!"

 

 반나신인 채로 자신의 반려를 애타게 부르던 그는 세예스 제국의 23번째 황제인 루페리우였다.

 

 "황후? 시, 시종장! 리자가, 황후가 안 보인, 내 리자가 안..."

 "머리 울리니 조용히 하십시오 폐하."

 

 루페리우가 황급히 그의 충직한 심복인 시종장을 찾을 때, 서늘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황비? 그대가 왜 여기에."

 

 침실 안의 테이블엔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그 누구보다 고고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있었다. 그녀는 제국 유일의 황비인 글리아나였다.

 

 "어젯밤을 같이 보냈으니 여기 있습니다. 뭐, 지금 시간을 아신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쯤도 아시겠죠."

 

 그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에 루페리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어제의 기억을 되짚으려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황녀가 실종됐습니다."

 

 글리아나의 싸늘한 한 마디 때문에.

 

 "그리고 황후 폐하께서는 돌아가신지 오래입니다. 한동안 멀쩡하시더니 맛이 가셨습니까."

 

 그리고 또다시 이어진 한 마디, 그 말에 루페리우는 그저 멍하게 굳었다.

 

 그렇게 굳어있기가 몇 분, 정신을 차린 그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글리아나를 노려보았다.

 

 "네 짓이냐, 글리아나? 아니면 네 언니?"

 

 그 말에 글리아나는 차디찬 실소를 지었다.

 

 하,

 

 "저와 공작이 왜 그딴 짓을 합니까? 저희 둘이 무슨 짓을 꾸민다면 그 칼날은 폐하, 당신을 향할 텐데."

 "정말, 아니야?"

 "아니라고 하면 믿긴 하실 겁니까? 그렇다면 예, 아닙니다."

 

 흔들림 없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응시하던 루페리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라고 한다 해도 못 믿어. 네가 어디 출신인지 뻔히 아는데 어찌 믿겠어."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온 이유는 뭐지? 그대가 겨우 내 딸의 실종을 알리러 시간 낭비할 위인은 아니지 않나."

 

 그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도 글리아나는 그저 무덤덤했다.

 

 "왜. 엘리자벳도 그녀가 낳은 딸도 모두 없으니 이제 다시 황후로 책봉하라, 이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 말에 글리아나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모욕도 정도껏 하시지요, 폐하. 전 당신이 싼 똥이나 처리해 권력을 얻으려 노력하는 개가 아닙니다."

 "아, 언제든 내 발뒤꿈치를 물어뜯으려 노력하는 뱀이었나?"

 "설마요. 그러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대치하는 두 황족의 사이에선 마치 보이지 않는 무기들이 손에 들린 듯, 방 안에 살기만이 가득했다.

 

 "제가 온 이유는 부탁이나 청탁이 아닌 통보입니다."

 "통보?"

 "예. 몇 년간 궁 밖에서 생활할 예정입니다. 제가 처리해야 할 일은 로세우스 공작에게 보내십시오."

 "휴가인가?"

 "글쎄요."

 

 의뭉스러운 답에 루페리우는 속으로 웃었다. 저 일 중독 황비가 휴가를 낼 턱이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며.

 

 "말린다면 그대 언니가 날 괴롭히겠지. 알아서 하게나."

 

 그 대답에 말을 끝내자마자 그 누구에게나 칭송받는 우아한 몸짓으로 조용히 일어서서 문을 향해 걸어가던 글리아나는 발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돌렸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청탁이 아닌 통보라고."

 

 그 말과 동시에 글리아나는 밖으로 나갔고, 동시에 시종장이 빠르게 들어왔다.

 

 "폐하, 황녀 전하께서 실종되셨..."

 "들었다. 정확한 상황은?"

 "클리카 궁에 상세한 상황이 있습니다. 대충 요약해 설명 드릴테니 의복을 갈아입으시며 들으시는 게 어떠십니까."

 "알겠다."

 

 루페리우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모든 업무가 이루어지는 클리카 궁으로 향했다.

 

 쾅!

 

 루페리우는 누군가 문을 열어주는 것도 기다릴 수 없었는지 본인 스스로 문을 거세게 열었다.

 

 "제국의..."

 "인사는 됐고, 상황 보고부터 하거라."

 

 안에 있던 황실관료들이 일어서 허리를 숙이려 하자, 그는 손을 들어 저지하며 상석에 자리했다.

 

 그러자 그의 오른편 가장 상석에 앉아있던 연분홍색 단발의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조사 결과를 보고드립니다. 황녀 전하의 실종사실을 알아챈 시각이..."

 "그만. 공작의 보고는 됐고, 베리칸 후작, 그대가 보고하라."

 

 그 말에 방금 입을 뗐던 여인, 로세우스 공작은 자리에 앉았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흑청발의 여인, 베리칸 후작이 일어났다.

 

 "현재 마탑에서 조사한 사실로는 마법의 개입이 있었음이 밝혀졌으나, 누가 쓴 마법인지에 대해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다만 사용된 마법에 대해..."

 

 그녀의 보고를 듣던 루페리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지금 밝혀진 것이 저것밖에 없다?"

 

 그 분노어린 질문에 관료들이 그를 향해 고개 숙였다.

 

 "송구합니다, 폐하."

 

 그들의 빠른 사과에 루페리우의 잘난 얼굴은 더욱 험악하게 구겨질 뿐이었다.

 

 "수색 루트는?"

 "모두 잡아놓았고, 실시 중입니다."

 "흔적은?"

 "없습니다. 많은게 궁금하시면 그냥 보고를 들으십시오."

 

 일어나자 들었던 목소리와 너무도 비슷한 목소리에 루페리우는 얼굴을 구기며 일어섰다.

 

 "모두 황녀를 그 어떤 때보다 열심히 찾게. 만약 찾지 못하면 기대해도 좋아. 그리고 공작은 나 좀 보지."

 "...예."

 

 그 말을 끝으로 루페리우와 로세우스 공작은 밖으로 나갔고, 관료들은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제 궁의 응접실.

 

 문이 열리고 루페리우와 로세우스 공작이 들어가자 안에는 짙은 회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앉아있다.

 

 "폐하, 공작 각하. 오랜만입니다?"

 

 고개조차 숙이지 않고 고개만 기울이는 그녀의 모습에도 둘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카, 흔적은?"

 "글쎼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루페리우는 털털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공작이 제 맞은편에 앉자 더 인상을 찌푸리며 험악한 목소리를 냈다.

 

 "글레이즈. 누가 앉으랬지?"

 "내가 죄인이야? 앉지도 못하게."

 

 글레이즈가 짜증스레 답하자 옆에 있던 이터레카 후작, 엘라카가 그녀의 팔짱을 꼈다.

 

 "오랜만, 이즈."

 "그러게, 엘라카."

 

 그녀들의 심플한 인사를 지켜보던 그는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일에 글레이즈 넌 관련 없어?"

 "너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봐? 이럴 거면 엘레카랑 둘이 만나지그래."

 

 너무도 닮은 자매의 모습에 루페리우는 이마를 감쌌다.

 

 "아, 근데 공작님은 관련 없는 거 맞아?"

 "왜?"

 "아, 뭐. 기이할 정도로 뒤처리가 깔끔하잖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한 엘레카는 자신의 앞에 놓인 세계전도를 펼쳤다.

 

 "우리 제국 황실을 상대로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건 너무 간단하잖아. 헤이첼이 존나 호구니까."

 "미쳤구나, 엘라카?"

 "뭐래. 조용히 하고 들으세요, 폐하? 내가 입을 닫아버리기 전에."

 

 짜증스런 목소리에 루페리우는 그대로 조용해졌다. 이번 후작은 싸가지가 없어도 너무 없었으니까. 거슬린다면 그냥 입을 닫아버릴 인물이었다.

 

 조용해진 루페리우가 만족스러웠는지 엘레카는 반지를 조작하여 금빛 깃발을 꺼내 들었다,

 

 "봐요. '헤이첼 황가'만을 상대로 납치극이 가능한 곳은..."

 

 그녀가 이곳저곳에 금빛 깃발을 꽂기 시작했다.

 

 "7대 가문 사람들은 물론 웬만큼 규모 있는 왕국, 공화국 등의 강대국들은 가능해요."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그녀의 머리카락색과 같은 색의 깃발 3개를 꺼냈다.

 

 "하지만, 헤이첼의 뒤에 있는 이터레카까지 속인 채 깔끔한 뒤처리를 벌일 수 있는 곳은..."

 

 그녀가 말을 멈추고 3개의 깃발을 로세우스, 크일레아, 크리스틴 이 세 곳에 꽂았다.

 

 "이 세 곳뿐이에요."

 "이터레카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일곱 가문 중, 황녀에게 원한이 없는데다 핏줄인 헤이첼과 글라디우스를 제하고, 이터레카는 직계황족까지도 단독으로 손을 대지는 못하니 제외. 베리칸은 마탑이라는 감시 처가 있으니 제외했다?"

 "맞아요."

 

 글레이즈가 나른히 고개를 기울이며 정리하자 엘레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법 위에서 노는 크일레아는 본인들 스스로 법을 준수하는데다 원한도 없으니 제외, 크리스틴은 능력은 되지만 대공이 죽은 황후와 가까우니 제외, 남는 건 나 하나다?"

 "그렇죠. 원한관계 충분하고, 능력은 더 충분하고. 심지어 공작님은 마법사, 부군은 전직 마탑 계승 서열 1위. 이 정도면 뭐, 마탑주가 꼬리를 잡지 못한 것도 답 나오잖아요?"

 

 그 말에 글레이즈는 빙긋, 미소 지었다.

 

 "그래. 모든 이론은 나와 내 가문을 가리키는군."

 "그렇죠."

 "하지만 난 아니야. 우리 남편은 이런 일을 벌일 만큼 성실하지 않고."

 "글리아나. 그 아이가 너에게 부탁했다면?"

 

 두 여인의 대화를 그저 지켜보고 있던 루페리우가 끼어들었다.

 

 "우리 아나가 부탁했다면, 난 했을 거야, 뭐든."

 "그럼..."

 "끝까지 들어야지?"

 

 자신의 말을 끊은 그를 서늘하게 노려본 글레이즈가 싸늘하게 웃었다.

 

 "설마 내가, 이 글레이즈가 딱 봐도 견적은 나밖에 안 나오는 일을 꾸몄을 것 같아?"

 "그건 그래. 이즈 너라면 누군가에겐 누명을 씌울 교묘한 증거를 만들어 뒀겠지.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서 너라 의심받을 상황을 만들리가."

 "날 뭐로 보는지 모르겠는데, 루페리우 헤이첼. 널 황태자로 만들고 황제까지 만든 건 나야."

 

 루페리우는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분노한 모습에 조금 긴장했다.

 

 "날 배신한 건 너고,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지로 누른 건 내 동생이고."

 

 글레이즈는 덧붙여 한마디를 하곤 예법에 맞춰 그에게 인사한 후, 방을 나가버렸다.

 

 "하하. 여전히 무섭네, 글레이즈 로세우스."

 "쟤 성격에 많이 참았죠, 폐하. 이건 솔직히 기억해야 해."

 "그럼. 이즈가 정말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제일 잘 아는 게 나야."

 

 '예전에 내가 기억이 안 난다면 다시 확인시켜 줄 수 있어.'

 

 짓씹듯 뱉고 나간 한 마디가 그녀가 떠난 방 안에 메아리치는 듯했다.

 

 "넌 누가 범인이라 생각해?"

 "글쎼요. 물증이 없어서 애매한데 소꿉친구라 그녀를 잘 알아서 더 헷갈린단 말이야. 로세우스가 높긴 한데, 하나 더 집히는 녀석이 있어서."

 

 고민스럽게 말한 엘레카의 손에서 회색빛이 일렁이더니 투명한 수정구가 하나 나타났다. 그것을 조작함과 동시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럴 땐 대공 전하가 최고 아닙니까, 폐하?"

 "넌 장난도 무뚝뚝하게 치냐? 사실 나 죽이고 싶어서 환장했지?"

 "에이, 진심입니다."

 "진짜 나 죽는다니까?"

 "아앗, 연락이!"

 

 무표정한 얼굴로 뱉은 엘레카의 마지막 말에 루페리우의 얼굴이 싸하게 굳는다.

 

 "야, 미, 미..."

 [아, 씨. 폐하, 내가 한동안 칩거한다 했죠.]

 "미쳤어!?"

 [...너 미쳤냐?]

 

 수정구에서 영상이 떠오르고 음성이 나옴과 동시에 루페리우가 크게 소리쳤다.

 

 영상에서 보이는 퀭한 흑발 남자의 눈에서는 살기가 일렁여 루페리우가 괜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노망났냐? 내가 멀쩡한데 젊은 새끼가 왜 노망나고 지랄이야.]

 "대, 대공님! 오해십니다. 오해에요!"

 [연락한 것도 오해야?]

 "네엡... 제가 연락을 건 게 아닙니다."

 [그럼 끊는다.]

 

 정말 끊을 기색의 그 때문에 루페리우는 체통은 버린 지 오래인 자세로 빽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저 좀 도와주세요. 엘리자벳이..."

 [죽었다고? 알아. 근데 왜.]

 

 그 싸늘한 목소리에 루페리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엘리자벳의 딸이, 제 아이가 실종됐습니다. 찾..."

 [아. 너네 딸은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나 지금 바빠. 끊어.]

 

 그와 동시에 통신은 일방적으로 끊겨버렸고 루페리우는 그 상태로 굳은 채, 엘레카를 향해 나가라 명했다.

 

 루페리우만이 남은 방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

 

 17년 후, 세예스력 2025년 크리스틴 제도의 대공저.

 

 "안녕~"

 

 발랄한 목소리가 크리스틴의 9번째 대공인 그리우스의 서재에 울렸다.

 

 그러자 책상에 엎어져 있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가엔 다크서클이 찐하고 길게 뻗어있었다.

 

 "와우, 밤의 화신이네~ 잠 계속 안 잤어?"

 "몰라. 웬일...?"

 "으응, 내 소중한 계약자가 너한테 시킬 게 있다네?"

 

 그 콧대 높고 전혀 성실하지 않은 대공에게 무엇을 시킨다니, 그 누구도 못할 짓을 당당하게 말하는 그였지만 오히려 그리우스는 상체를 번쩍 들며 두 눈을 빛냈다.

 

 "그 애가? 나한테?"

 

 무언가를 시킨다는데 이렇게까지 좋아하다니, 마치 돈이 없어 가난한 이가 힘든 일을 하면 돈을 주겠다는 누군가의 제안에 반응하는 것과 같았다.

 

 "17년 전 실종된 뒈진 봄의 손녀, 걔 찾으래."

 

 그 말에 그리우스는 한창 처져있을 시절 과거의 제자이자 현재 황제나 해먹고 있는 놈에게 왔던 연락이 떠올랐다.

 

 "울리면 죽인다더라."

 

 마주한 이가 눈꼬리를 곱게 휘며 하는 말에 그리우스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의 포인트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멜리사입니다. 예쁘고 다정한 르아와 어딘가 무섭지만 속은 은근 여린 키나, 그녀들의 귀여운 남편들의 이야기 즐겁게 봐주세요!

 

 선작 +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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