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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꽃을 담은 소녀
작가 : 심연고래
작품등록일 : 2019.9.3

특별한 힘을 가진 소심한 소녀의 이야기

 
03. 변화는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2)
작성일 : 19-09-25 10:48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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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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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잠깐만.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내, 내 귀가 무슨 소릴 들은 거냐고오! 나는 어머니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라 하고 싶은데, 목구멍에 솜을 잔뜩 집어넣은 것처럼 소리가 안 나왔다.

  “어머! 당연히 그래도 되죠!”

  “흠. 근데 얘가 한 번도 마을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어서 혼자 수도까지 잘 찾아갈지가 조금 걱정이네요.”

  “에이. 그건 걱정 마세요. 직접 모셔가려고 저희가 이렇게 온걸요?”

  “직접요? 아이고. 고생이 많으시네요.”

  “어머, 절대, 절대! 고생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서 이 임무 따내려고 제가 얼마나 애썼는데요. 다들 꿀 빠는 거라고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저는 다행히 카뷔랑 엄청 친해서 왔지, 그게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쯤 어디 사건 현장에서 현장 검사나 하고 있었을 거예요.”

  데인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럼 수도까지 함께 가는 건가요?”

  “아뇨!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 일 거예요. 음. 마닐드가 가면 카뷔랑 만나서 가족 상봉하는 것까지 보는 게 임무에요.”

  “어머나.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하핫. 아니에요.”

  두 사람의 대화는 내가 끼어들 수도 없는 속도로 흘러갔다. 아니, 무엇보다 나는 끼어들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정작 대사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흐음. 그럼 거기에 도착하면 계속 카뷔와 함께 있는 건가요?”

  “음. 무슨 큰일이 있지 않는 이상 그럴 거예요.”

  “... 정말 좋은 기회인 거네요.”

  어머니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나를 쳐다봤다. 좋은 기회네요. 나에게 하는 말이 분명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싫다고. 나는 여행 같은 거 싫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속에서 뜨거운 불이 끓어올랐다.

  하지만 정작 입 밖으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가 너무 착해서도 아니고, 싫다는 소리를 못해서도 아니다. 이 자리에서 싫다고 하면 분명 왜냐고 묻겠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면, 정말로 진실을 말해야 한다면.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안 된다.

  “....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해도 되나요?”

  내 말에 어머니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데인도 약간 가라앉았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당연하죠! 방금 들은 이야기인데, 계획도 짜보고 이것저것 일도 있을 테니까 좀 더 생각해봐야죠.”

  “얘가 무슨 일이 있나요. 방학한지도 얼마 안 됐는데....”

  “그래도 좀 생각해볼래요....”

  나와 어머니의 분위기가 싸해지자 데인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목소리를 한껏 높여 말했다.

  “에이, 어머니두. 참. 마닐드두 친구랑 약속도 있을 거고, 학교 숙제도 있을 거고, 이것저것 일이 있을 수 있죵. 어차피 바로 결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요. 한 삼일쯤 있다가 가도 돼요.”

  “3일이나 있다가 가면 축제에 늦지 않나요?”

  “후훗. 이번에 이동할 때 군의 순간이동 시설을 쓸 거라 여기서부터 딱 반나절만에 수도까지 가능하답니다!”

  “네? 군시설까지요?”

  어머니께서는 진짜로 놀라신 것 같았다.

  “네! 허가 땅땅땅! 받았어요. 말씀드렸다시피 너무 급하게 정해진 거라.”

  데인은 싱긋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천천히 결정해도 됩니당! 3일이면 충분하잖아요.”

  “네... 그렇죠.”

  나도 데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웃으면서도 속은 썼다. 쓰고, 무거웠다. 3일이면 충분하긴 충분하지. 보통의 상황이라면 말이야.

 

 ***

  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 말이 너무 싫었다. 싫다고 표현을 하는 것보다 그 표현을 했을 때 돌아오는 질문이 너무나 무섭다. 왜? 왜 싫으니? 이유가 뭐야?

  단순히 궁금한 걸까? 나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궁금한 걸까?

  날 이해하고 싶은 걸까? 내가 싫다고 느끼는 것을,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이해하고 싶어서 물어보는 걸까?

  만약 진실을 말한다면, 거짓 없이 둘러대지 않고, 그럴듯하게 지어내지 않고 말한다면.

 날 이해해주려고 노력할까? 아니면 그게 아니라고 설득하려 할까?

 지금까지의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에 속했다. 그리고 전자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나와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내가 어찌 되던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내가 싫어하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대답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적당한 대답밖에 없다.

  그냥 내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안 되는 걸까?

  손님이 둘이나 있으니 더 이상 뭐라 하진 않으셨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이 가고 나서 시작될 뻔한 대화들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생각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팠다. 반면 어머니는 그대로였다. 표정이나 행동이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어서 그냥 괜찮아 보이는 걸까? 나도 다른 사람 눈에는 멀쩡해 보일까?

  나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액체가 쓸고 내려가니 속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에휴... 케이크는 더 이상 못 먹겠다.

  “그런데, 카뷔는 많이 바쁜 가봐요.”

  “네. 요즘 오즈님 일을 도와주게 되어서 얼굴 볼 짬도 없이 바쁘더라고요."

  “오즈님이라면....”

  “네. 지금 왕실 고문으로 계시는 고룡 오즈님 맞아요.”

  데인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카뷔, 요즘 진짜 잘 나가요.”

  고룡 오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맞아. 왕실에는 드래곤들이 있지! 맞아. 그걸 깜빡 잊고 있었다. 각자 자신의 터전에 나라를 만든 다른 종족들과는 달리 드래곤들은 국가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이라는 것만으로도 다른 종족들의 존경을 받았고,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어딜 가나 잘 먹고 잘 살았다. 특히 그들 중에서도 고룡이라 불리는 나이 많은 드래곤들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주고 있다.

  오즈라.... 분명 3차 마족전쟁 때도 우리나라 쪽에 있었던 고룡이다. 그렇게 대단한 존재와 카뷔 언니가 함께 일하고 있다니....

  망했다. 드래곤은 개체 수가 적어서 서로 다 알고 있을 텐데. 무엇보다 고룡이면 오래 산 만큼 인맥도 장난 아닐 거고. 게다가 언니와 가까이에 있다면,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다.

  “어머. 호호호 좋은 일이네요.”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나는 웃을 기분이 전혀 아닌데도 반사적으로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아. 하. 하. 바보 같은 웃음이라는 게 이런 거겠지.

  이야기의 주제는 카뷔 언니에서부터 데인의 마법사 생활과 수도의 여러 가지 소문들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나는 때때로 웃고, 때때로 아쉬워하며 그 이야기들을 들었다. 아니, 듣는 척을 했다.

  내 머릿속에는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적당히 이것저것 끌어와 둘러댄다. 사실 이 방법은 이때까지 내가 써왔던 방법이다. 친구들이 여행을 갈 때도, 넬리 언니가 자유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나는 친구와의 약속, 공부, 가게 일 등의 일상적인 일을 커다랗게 부풀려 들이밀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어렸을 때나 잘 통했지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묵살되기 일쑤였다.

  그럼, 그게 아니라면 남은 방법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다. 진실을. 내가 수도로, 마을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를 어머니께 말하는 것이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절대로 말할 수 없어. 무슨 말이 나올지 잘 알잖아. 오히려 다 망치고 말 거야.

  결국 또다시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해야 하지?

  머릿속이 이 모양이니 도무지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휴. 그냥 싫다고 하면 그냥 그렇게 생각해주면 안 되는 걸까? 솔직히 내가 아무 능력도 없는, 말 그대로 넬리 언니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난 싫어했을 것이다. 나는 익숙한 것들이 너무나 좋고, 새롭고 커다란 변화들은 싫다. 그냥 싫다. 아니, 싫은 걸 나보고 어쩌라고!

  억울함이 치밀어 오르자 괜히 눈시울이 따가워졌다. 여기서 울면 안 돼.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쓰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데, 체리색 눈동자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핏방울처럼 붉고 투명하면서도 분홍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보는 순간 눈물이 쏙 들어갔다. 눈물뿐만이 아니라 속이 끓어오르던 것도 쑥 가라앉았다. 서늘하다. 뼛속까지 서늘해.... 팔에 닭살이 돋았는지 근질거렸다. 지금까지 무표정에 냉정하고, 싸가지 없고, 매정한 사람들을 몇 명 보긴 했는데, 아즈반은 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뭔가 근본적인 출발선부터 다른 분위기였다.

  종족이 달라서 그렇게 느껴지나? 칠흑같이 새까만 머리카락은 그렇다고 쳐도 체리색 눈은 절대로 인간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색이다. 흠.... 외형이 인간이랑 완전히 똑같다면.... 인어나 도깨비 쪽 인가? 하지만 도깨비들은 장난기가 많고 활발하다고 배웠는데.... 그럼 인어인가?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어느 쪽이든 간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이따 저녁에 뭐라고 해야 할지 나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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