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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11/이량촌
작성일 : 19-09-25 09:25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7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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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 이량촌

 

 두타만이 만두 가게를 차린 곳은 개경 도읍의 남촌인 남산 뒤편 아래에 위치한 이량촌(異梁村)이다.

 이량촌은 고려 정부에서 귀화한 이국인들을 정착해서 살게 한 장소로 그 면적이 무척이나 크고 방대 했다.

 

 거리 풍경은 개경 도성 풍경과는 좀 다른 모습 이었다. 유흥가의 모습들이 많이 보였는데 주로 술집이 많았고 호떡집, 만두집, 국수집, 등 식당들과 찻집, 점집. 울긋불긋한 옷감과 옷을 파는 집과 여인들 장식품을 파는 집. 등 장원식의 이층 전각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특히 아랍인들이 연 가게를 쌍화점이라고 했다. 이들은 가게 출입구 앞에 밤이면 아랍 전통의 등잔인 심지가 두 개가 달린 등잔을 켜 놓아 손님을 유치 한 것이 알려져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이곳에는 각양각색의 전통 의상을 입은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그들을 눈에 색이 있다고 해서 색목인이라고 불렸다. 특히 송나라에서 온 중화인들이 많았고 때로는 왜인들의 모습도 보였으나 사냥꾼 복장의 말갈이나 여진족, 그리고 변발을 한 원나라 사람들도 눈에 띠었다.

 

 이곳은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왕래하는 서울의 이태원과 많이 비슷한 곳인 듯싶지만 꼭 그렇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이런 이국적 정서와 풍경, 그리고 문화와 음식, 여흥에 새로운 호감과 호기심을 갖은 젊은 선남선녀들이 모여 들었는데 마치 이런 이량촌의 경험들이 첨단의 문화라 생각하는 고려의 멋쟁이들로 이곳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나는 이곳 이량촌의 누타만의 만두가게인 쌍화점에서 그동안 피곤에 지친 몸을 쉴 수가 있었다. 그 더러운 입성을 벗어내고 그동안 노비생활과 떠돌이 생활을 하며 덕지덕지 낀 온 몸의 떼를 벗기니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 온 것이다.

 

 이제 하루 새끼를 만두로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밤이면 포장 친 가게 안에 식탁위에서 누타만과 잠을 자고 낄낄 농담도 주고받는 한가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단지 도망친 노역노비라는 걸 감추기 위해 아랍인으로 위장했다. 턱수염도 기르고 터번과 아랍식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름도 아랍식으로 지어야 했다.

 누타만은 핫산이라는 이름을 권유 했지만 난 다른 이름을 선택 했다.

 

  ‘만수르 빈 자예르 알나얀.’

 

 바로 내가 에밀에이드를 여행할 당시 그곳 왕족 출신으로 엄청난 부호에 부수상을 역임하며 멘체스터 시티 에프 시 구단주인 엄청난 이름을 차용 했다. 비록 그를 따라 갈수는 없지만 혹시나 사람의 운명은 모르는 일 아닌가?

 하여간 난 만수르가 됐다. 그렇게 아랍식 이름으로 바꿔 부르니 누가 봐도 틀림없는 회회인의 모습이었다.

 

 누타만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두가게의 점원이 되었다. 주인이 아닌 심부름 즉, 서빙을 하는 직업의 사람들을 고려인들은 새끼광대라고 불렀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꺼리가 있다. 그 것은 만두가게가 너무 손님이 없어 불황이라는 것이다. 그 원인은 이곳 이량촌에 음식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고려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유로 변방에 많은 이국인들이 귀화를 해 왔고 나라에서 이들에게 많은 특혜를 주고 이주를 돕는 정책을 하다 보니 이들이 정착하여 살 수 있는 방법은 가장 편한 것이 자기들 음식점을 차리는 일이었다. 그러니 송나라 사람들은 남경요리니 사천요리니 하는 중화 요릿집을 개점하여 성황을 이루고 있고 왜인들 또한 메밀국수가게를 열고 하다못해 변발한 원나라 사람들까지 말고기 구이 집을 차려 호황을 누리고 있는 차에 특히 아랍인들은 그들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사부작이라는 만두가게를 열어 처음엔 고려인들의 입맛을 독점 하니 그 인기가 너무도 많아 아랍인 누구라면 일단 만두집부터 차리게 되니 이량촌 이 골목 저 골목에 만두집이 넘치는 것이었다.

 

 그 현상은 한국에 치킨집이 한집 건너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손님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주방장인 누타만의 만든 만두가 지독히도 맛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파리만 날리는 만두집 점포에서 나는 그야말로 파리 잡는 일에 빠져 있고 누타만은 며칠이 지난 밀가루 반죽으로 만두피를 만들어 역시 만들어 놓은 지 오래된 소로 만두를 빚고 있다.

 

 나는 주방에서 나오는 악취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방의 구멍 안을 들여다보며

 

  ‘거 유통기간 지난 재료들은 버리지?’

 

 그러자 누타만이 묻는다.

 

  ‘유통기간이 뭐야?’

 

 이곳에 식품위생법이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못 먹을 음식을 판다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다.

 

  ‘못쓸 재료는 버리라는 거야.’

 

  ‘이 밀가루며 채소 그리고 양고기의 원가가 얼만데?’

 

  ‘그거 다 상 한 거 잖어?’

 

  ‘그래도 뜨거운 솥에 찌고 기름에 튀겨내면 먹을 수 있는 거야.’

 

  ‘그걸 먹다가는 복통을 일으키거나 식중독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고?’

 

  ‘식중독?’

 

  ‘그래! 그걸 썩은 만두를 팔다간 우린 악덕상인이 되는 거야’

 

  ‘악덕상인은 수량을 속이거나 이윤을 많이 남기는 걸 말 하는 거야? 난 한 접시에 만두 열 개를 단 엽전 한 냥에 팔고 있을 뿐이야.’

 

  ‘썩어서 버려야할 재료를 쓰는 것은?’

 

 ‘네가 그 썩어서 벼려야할 재료로 만든 만두를 배고프다고 열 접시를 먹어 치울 때는 언제고? 이제 배가 부르니까 뭐 악덕상인?’

 

  ‘사실 배가 부글거려 죽겠어.’

 

  ‘이거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줬더니 보다리 내놓으라는 격이로군.’

 

 누타만은 우리 속담도 많이 안다. 그만큼 나이에 비해 세상경험도 많고 타국에 문화에 쉽게 접하지만 사막의 유목생활을 통한 비위생적 생활 방식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참어! 우리는 수천 년 오랜 동안 이런 걸 먹어 왔어. 그래도 끄떡없이 살았다고?’

 

 허긴 여긴 식품 위생법 같은 것이 없으니 유통기간 같은 게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이미 오래 되어 곰팡이가 난 재료들은 어찌해 보겠다는 누타만의 간절한 마음은 어찌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 불량만두를 먹고 탈이 날 사람들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무슨 대책을 세위야 했다.

 

  ‘야! 지금 장사가 안 돼 죽겠는데 넌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거냐?’

 

  ‘왜 장사가 안 되는 지 분석을 해야지.’

 

  ‘분석?’

 

  ‘그래 저쪽 건너편에 있는 알리네 만두집은 손님이 많잖아?’

 

  ‘그렇지’

 

  ‘그 집은 만두에 참깨를 넣어 만두가 고소하고 맛있어.’

 

  ‘그럼 우리도 깨를 널까?’

 

  ‘그런 거 따라만 하다가는 발전이 없지. 뭔가 새로운 맛으로 승부해야 해.’

 

  ‘그게 뭔데?’

 

 그게 뭔지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요것 저것 생각 해 보단 차에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아! 그거다.’

 

  ‘그게 뭐냐고?’

 

  ‘우리 민족은 자고로 매운 걸 선호하는 민족이야. 그러니 매운 만두를 팔며 어떨까?’

 

  ‘매운 만두?’

 

  ‘응! 고춧가루를 잔뜩 넣은?’

 

  ‘고추가 뭐야?’

 

  ‘고추가 고추지. 매운 맛을 내는 채소?’

 

  ‘그런 채소는 이 세상에 없어..’

 

 알고 보니 아직 고추는 고려에는 없는 식품이었다.

 참고로 고추는 조선시대에 수입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럼 매운 맛을 내는 건 뭘까?

 

 이리 저리 알아보니 제피라는 식품을 사용하는 걸로 알았다. 제피를 구해다가 만두를 만드니 그럭저럭 매운 맛이 났다. 그러나 색이 영 아니다. 고추처럼 붉은 색이 나야 하는데 이건 푸르다 못해 마치 토사물 같은 색감이다.

 

  ‘붉은 색이 나야해. 떡볶이처럼.. ’

 

  ‘떡볶이가 뭐야?’

 

  ‘설날에 먹는 떡국을 썰어서 고추장에 볶은 거야. 아이 어른 없이 모두 선호하는 길거리 음식이지.’

 

  ‘..............?’

 

 과연 그 떡볶이가 뭘까 상상하는 누타만이다.

 

  ‘아! 복분자다 그걸로 붉은 색을 내는 거야.’

 

 결국 복분자 원액을 섞으니 마치 떡볶이 같은 붉은 색으로 모양과 식감이 살아났다. 거기다 단맛을 내기 위해 꿀과 신맛이 나는 유자 액을 첨가하니 그야말로 떡볶이 맛이 재현 되었다.

 

 사람들을 불러서 시식회를 하니 모두 매워 땀을 벌벌 흘리면서도 맛있다고들 한다.

 일단 성공이다.

 그 매운 만두를 먹은 사람들이 소문을 내기 시작 했다.

 다음날부터 손님이 몰려들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만두는 만드는 즉시 팔려 나갔다.

 특히 여자들이 모두 만두를 좋아 했다.

 여자들끼리 몰려와 호호 거리며 만두를 주문해 먹으며 하는 말이

 

  ‘너무 맛있어 짜릿해! 이런 식으로 맵고 자릿한 남정네 어디 없을까?’

 

  ‘호호 글쎄 말이야. 우리 양반도 이 만두 맛처럼 자극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온 몸이 펄펄 끓어오를 정도로 매운 만두 한 접시 더요!’

 

 여기 저기 주문이 쇄도 했다.

 

 식탁을 두 개나 늘이고 문밖에도 야외 테이블을 만들 정도 였다.

 

 만두집이 성업하자 누타만은 돈을 세며 좋아 어쩔 줄 모른다.

 

  ‘혹시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내 고향 카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 꿈이 빨리 이루어 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들이 널용서 할까?’

 

  ‘황금으로 갚으면 돼. 그들도 내가 부자가 되어 오면 어쩔 수가 없지.’

 

  ‘고향에 가면 뭘 할 거야?’

 

  ‘우선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예쁜 처녀를 얻어 결혼을 해야지. 그리고 말과 양을 사서 목축을 할 거야.’

 

 난 그런 누타만의 꿈이 이루어지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그런 누타만은 돈을 벌어 고향에 가겠지만 난 돈을 벌어도 갈 곳이 어디인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빈손이라도 그곳에 가고 싶다.

 

 그런 나의 슬픔에는 아랑곳 않고 더욱 손님들이 몰려드니 바로 옆에 왜인이 경영하던 찻집이 불황을 겪자 그 가게를 얻어 점포를 넓혀야 했다.

 

 점포를 넓히고 부족한 일손이 필요하자 마침 음식 쓰레기를 뒤지는 걸인 소년을 급사로 채용 했다. 성은 없고 개똥이라는 이름으로 함경도에서 흘러 온 유민의 자손으로 배운 건 없지만 영특한 아이 였다. 이어 빈 접시를 나르고 치울 처자도 구하고 설거지를 할 아줌마도 구하니 이럭저럭 식구가 많아졌다.

 

 오늘도 손님들로 만석이다. 주방에서 누타만은 열심히 만두를 쪄내기에 바쁘고 나는 계산 하라 빈 접시를 나르라 몸이 서넛이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런 나에게 누타만이 싱글벙글 말을 건냈다.

 

  ‘너 우리 가게가 잘되는 진짜 이유를 알아?’

 

  ‘그야 매운 만두맛 때문이지.’

 

  ‘아니야?’

 

  ‘아니라니?’

 

  ‘여자들이 견우 아니.. 만수르 너를 보러 오는 거야?’

 

  ‘뭐?’

 

  ‘봐? 저 여자 손님들이 다 너를 보고 있잖아?’

 

 주방 배식구를 통해 가게 안을 내다보니 좌석 곳곳 여자 손님들이 모두 흘금 흘금 내 쪽을 기웃 거리고 있다.

 

  ‘누타만 너 때문이 아니고?’

 

 내 말에 누타만이 사례가 걸린 듯 헛기침을 한다.

 가끔 누타만이 늦은 시간에 혼자 만두를 먹으러 오는 아낙이나 대갓집 부인의 심부름으로 만두를 사러 온 하녀들을 꼬여 주방에서 시시덕거리는 걸 목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야 천한 년들이지만 넌 아니잖아? 저기 구석 자리에 앉은 여자는 세도께나 높은 공경대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야’

 

 누타만이 손짓하는 곳에 예쁜 어린 한 처자가 앉아 만두를 먹고 있었다. 나이는 분명 십 오 십 육세로 따지자면 고딩 정도 밖에 안 되었을 텐데...그러나 만두는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연신 나를 향해 눈빛을 빤짝이고 있었다.

 그 어린 처자뿐이 아니다. 반대편 좌석에도 육덕 좋은 아낙네가 노골적으로 나를 보며 허벅진 미소를 날리고 있다.

 

  ‘쩝! 보는 눈들은 있어 가지고..’

 

 사실 이런 여자들의 행동이 어제 오늘이 아니었다. 노골적으로 눈을 찡긋해 윙크를 하거나 좌석 밑으로 몰래 치마를 들쳐 미끈한 다리를 보여주는 여인과 은근히 손에 연서를 쥐어 주는 여인도 있었다.

 

 특히 유녀(遊女/기생)들이 많이 찾아왔다. 개경에는 수많은 요릿집들이 존재했다. 그런 유녀들이 노골적으로 내게 유혹을 해 왔지만 나는 고려에 와서 겪은 어쩔 수 없는 여러 가지 불행한 결과에 의한 노파심으로 그런 모든 여자들의 유혹을 외면하며 무시해 왔다.

 

  ‘어때? 바람과 여자는 기다리는 게 아니야. 오늘밤 몰래 만나 봐.’

 

 누타만은 부러운 듯 날 보았다.

 그러나 난 고개를 모른 척 많은 여자들을 외면했다.

 

  ‘내가 고려에 와서 여자 때문에 당한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아? 죽을 고비를 넘긴 게 다 여자 때문이라고’

 

  ‘그래! 자고로 여자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여자를 멀리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아직 피 끓는 청춘의 몸으로 누타만의 말이 백번 타당 한 말이었지만 일단 여자에 대해서는 몸을 사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저 어린 계집은 정말 예쁘기가 이를 데 없다. 그야말로 샛별 같은 검은 눈에 오뚝한 코와 초초 롬이 엷은 미소를 머금은 연분홍 입술, 아! 정말 죽인다.

 

 그러나 상대는 하늘의 나는 새도 굽신 댄다는 공경대부의 외동딸이고 현제 고려인 여기는 신분사회고 계급사회로 귀족과 천민으로 놔 뉘어 천민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곳이니 그 어떤 해가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에서도 계급사회가 존재한다. 바로 고등학교 시절 일진들이 장악하던 학교에 날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바로 일진이 좋아하는 여학생인 줄이야. 이 사실이 발각되어 일진들한테 옥상으로 끌려가 얼마나 얻어 터졌던지..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거늘 어찌 도망친 노역노비가 귀족의 딸이 꼬리를 친다고 덥석 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때,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며 휘장을 들치며 한 무리의 병졸들이 가게 안으로 들여 닥쳤다.

 갑자기 병졸들의 출몰이라니 분명 나를 잡으러 온 것이 틀림이 없다.

 

  ‘아! 이럴 수가..이제 다시 자유를 잃고 다시 잡혀가 야 하다니..’

 

 분명 주륙을 당하거나 불구의 형벌이 닥친다는 것이 잡혀 온 노역노비의 말로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온 몸이 마구 떨려 올 뿐이었다.

 

 그런데 군졸들은 일단 가게 안에 만두를 먹고 있는 손님들을 모두 내 쫒기 시작했다.

 

  ‘아니! 만두 값은 누구한테 받으려고?’

 

 누타만이 불만스런 표정이나 차마 말은 못한다.

 사람들이 모두 쫓겨 나가자 누군가가 들어 왔다.

 

  ‘어?’

 

 어디서 분명 본 얼굴이다.

 바로 뚱보 공주 였다.

 그런데 그 동안 못 본 사이 더 뚱뚱해 졌다.

 뚱보 공주는 나와 누타만 앞으로 마치 코끼리가 걸어오듯 다가왔다.

 

 그런 공주를 보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내색을 할 수가 없을뿐더러 혹시 내 얼굴이 발각 될까봐 고개를 숙여 부복하여 내 정체를 감췄다.

 그런데 공주가 날 보더니 의아스런 표정을 짓는다.

 

  ‘회회아비 치고는 무척이나 낮이 익은 얼굴이로구나. 내가 널 어디서 보았더라?’

 

 나는 고려 말을 못 알아듣는 척 엉뚱한 표정을 지으며 귀동냥을 주워들은 아랍어로 인사 했다.

 

  ‘얏살라 무 알라이쿰~’

 

 얼른 누타만이 어눌한 고려 말로 말했다.

 

  ‘이 친구 만수르는 고려에 온 지 이제 겨우 석 달밖에 안 돼 아직 고려 말을 못 합니다.’

 

  ‘어? 그래!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 듯싶어서.. 그래 세상엔 닮은 사람도 있을 거야.’

 

 공주는 다시 한 번 그 닮은 사람이 누굴까 하는 생각에 잠시 골몰하는 듯싶더니 이내 포기한다.

 

  ‘이 마녀 같은 뚱띵이 공주야! 내가 너 땜에 내가 겪은 고생과 죽을 고비는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이었어.’

 

 그러나 그렇게 따져 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 눈치를 보던 누타만이 대신 묻는다.

  ‘그런데 이런 누추한 곳에 지체 높으신 공주마마께서 어인일로..’

 

  ‘이 집 만두가 맛있다고 궁궐까지 소문이 났더구나. 자다가도 먹을 게 있다면 눈이 번쩍 떠지는 내가 그 소문을 듣고 이곳에 찾아 온 것은 당연한 일 아니더냐?’

 

  ‘아!’

 

 안심이다.

 

  ‘어서 그 맛난 만두를 대령해 보거라!’

 

 누타만은 주방으로 달려가고 나도 그제야 안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접시에 담겨 나 온 만두를 첨 먹어 본 공주는

 화다닥 입안에 덴 듯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인상이 꾸겨졌다.

 그러더니 불호령을 내렷다.

 

  ‘네 이놈들! 도대체 만두에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이 요사스런 음식의 정체는 뭐냐?’

 

 그 호통소리에 나와 누타만은 아찔하다.

 또 누명을 쓰고 노역노비로 끌려 갈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데 공주는 금방 뱉어 낼 것 같은 만두를 다시 씹더니 발끈하던 성정이 사라지더니 은근한 미소가 세어 나왔다.

 

  ‘아! 아니다! 참으로 묘한 맛이로다! 내 이런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맛은 첨 본다.’

 

 말을 끝내자 마구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와! 그야말로 먹방이라면 이런 먹방이 없다.

 그날 공주는 무려 스무 그릇의 만두를 먹었다.

 그리고는 만두 값으로 금화 두 냥을 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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