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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5.은호 옆 그들...
작성일 : 19-09-25 00:00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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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호는 겨우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어제보다는 나아진 몸 상태였지만, 아직도 몸 곳곳에 열기가 있었고, 코는 답답할 만큼 막혀있었다. 약을 먹어서 나을 듯했지만,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은호는 아침도 대충 먹고 약을 먹고 집을 나섰다. 목도리로 얼굴 반을 덮었다. 아무도 자신을 못 보게 하고 싶었다. 아니 숨고 싶었다. 그러나 은호가 할 수 있는 건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목도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것 밖에 없었다.

 

 은호는 학교로 향하는 마지막 건널목 앞에 섰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 느낌으로 학교에 가기 싫었다. 요즘은 학기의 마지막 때라서 학교에서도 대부분이 자유시간이었다. 그리고 감기라고 하면 다른 친구들한테 옮기는 것보다는 쉬는 것을 권할 거라는 확신도 은호의 마음에 영향을 주었다.

 

 은호는 초록불이 바뀌기 전에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정당함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이마에 갖다 댔다. 아직 열이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은호는 그 행동에서 다시 진짜 같았던 꿈의 느낌을 떠올렸고, 그 속에서 헤매게 되었다.

 

 건너편에서 사람들이 건너오고 있었다. 은호는 얼른 그 느낌에서 나오고 싶었다. 아침부터, 아니 확실하지 않은 그 시간부터... 잊을까봐 두려웠던, 그러나 지금은 은호를 흔들고 있는 그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그래서 은호는 땅만 바라보며 열심히 걸었다.

 

 학교가 보였다. 은호의 걸음이 느려졌다. 아까 결정을 내렸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하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눈앞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정민이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기로 마음을 정했다.

 

 정민이는 은호가 태어난 이후부터 같이 지내온 친구였다. 바쁜 아빠를 대신해서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던 주영이 이모가 은호를 같이 봐준다고 했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은호 아빠와 엄마 그리고 주영이 이모였다. 그래서 아빠는 미안함을 뒤로하고 은호를 주영이 이모한테 많이 부탁했었다.

 

 다행히 은호와 정민이는 잘 맞았다. 비슷한 성격, 다른 상황이었지만, 은호의 결핍을 정민이는 감싸주었다. 친구들이 은호의 엄마 이야기를 물으면 능력이 있어서 멀리서 바쁘게 지낸다고 대신 말해주었다. 사실 은호도 정민이가 말하는 그 정도로만 엄마를 알고 있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엄마에 대한 결핍은 은호의 인생에서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

 

 “병원에 가야 될 것 같아서. 담임한테 말 좀 해줘.”

 은호의 코맹맹이 소리에 정민이는 의심하지 않았다. 어제부터 은호가 감기로 약을 먹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정민이는 꼭 병원가라는 말로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은호와 전화를 끊은 정민이는 선생님에게 은호의 결석을 전했고, 한참을 혼자 고민하다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은호가 감기라는데 병원 갔다가 오늘 쉰다고 했어. 은호 성격에 우리가 나타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수진이 이모는 알아야 되지 않을까?”

 

 정민이는 은호가 엄마와의 관계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껏 엄마 없이 잘 살아왔으니까. 그러나 아빠가 없는 은호에게 엄마는 이제 필요할 것 같았다. 정민이는 한 번씩 자신과 자신의 엄마의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은호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었다.

 

 “우리 딸, 그런 것도 생각할 줄 아네.”

 주영이는 딸의 말에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엄마, 난 어른들의 일은 모르겠어. 그런데, 은호가 너무 슬퍼.”

 정민이는 은호의 버텨내는 모습이 늘 신경 쓰였다는 것을 이 말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눈물이 났다. 기억들이 너무 아파서,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려고 하는 은호의 모습과 이 모든 게 시작 되었던 그때의 은호가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다.

 

 주영이는 정민이와의 통화를 끝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정민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라면 은호는 얼마나 큰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을까 싶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주영이는 은호의 아빠와 엄마인 선우와 수진이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왔다. 그리고 선우와 수진이에게 아이가 생겼고, 수진이가 엄마로서의 의무보다 자신을 위해 더 중요한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을 때, 수진이의 결정을 지지하지는 못해도 막을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알아온 수진이를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선우도 그런 수진이를 막지 않았다. 그랬기에 주영이는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

 선우는 은호에게 정말 좋은 아빠였다. 수진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은호에게 최고의 아빠였다. 그래서 힘들게 일하고 퇴근할 때 은호를 데리러 온 선우에게 늘 감탄하며 말했다.

 “선우야, 너 정말 좋은 아빠야. 알지?”

 

 그러면 선우는 웃으며 주영이에게 말했다.

 “누나, 나 진짜 괜찮은 아빠 맞지?”

 

 주영이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생각이 많아진 선우가 말했다.

 “나한테 은호뿐이잖아.”

 

 그런 선우의 말에 주영이는 마음이 저렸다. 주영이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눈치 챈 선우는 주영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리고 이게 다 누나 덕분인거 알지? 누나, 내가 이 은혜 꼭 갚는다. 알았지?”

 

 그러면 주영이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선우와 은호의 삶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할 뿐이었다.

 

 주영이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은호한테 무슨 일 있어?”

 

 주영이의 전화에 수진이는 급하게 물었다. 편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일 가능성은 언젠가부터 제외되었다. 주영이는 이 상황이 안쓰러웠다. 엄마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은호와 딸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로 한 수진이의 상황에 주영이는 마음이 아팠다.

 

 “큰일은 아니야. 은호가 감기라는데, 너가 한번 전화해 봐도 될 것 같아서.”

 

 주영이의 말에 수진이는 다시 물었다.

 “많이 아프데? 어떻게...”

 수진이의 목소리에 울먹임이 느껴졌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전화 해봐. 천천히, 급하게 말고.”

 주영이는 괜한 간섭을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언니, 고마워. 미안해. 진짜 내가...”

 

 수진이는 은호와의 관계의 변화를 위해 자신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주영이가 고마웠다. 선우가 갑자기 떠난 후 은호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번도 만들어진 적 없는 관계는 시작할 수도 없었고, 어떻게 회복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은호의 무표정은 수진이를 더 힘들게 했다. 화를 내던지, 울던지, 자신을 비난하던지 하면 좋겠는데, 은호는 그 어떤 것도 수진이에게 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 모든 상황의 정리도 주영이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가끔씩 듣는 은호의 소식과 은호와의 통화도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은호가 한번 물었었다.

 “왜 지금이예요? 내가 불쌍해요?”

 

 아무 감정 없이 묻는 은호의 질문에 수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동안 생각했다. 왜 이제야 은호에게 다가가려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뒤늦게 나타난 모성도 아니었다. 은호가 안쓰럽고 불쌍해서도 아니었다. 답은 하나였다. 선우. 선우가 얼마나 은호를 생각했는지 알기에, 은호의 엄마를 포기한 자신에게 고맙다고 은호를 자신에게 오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 선우 때문이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이제 선우 대신에 은호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게 선우에게, 오랜 친구로서 선우에게 전할 수 있는 마지막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은호에게 더 미안했다. 진짜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서, 그래서 은호에게 더 다가가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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