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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진눈깨비
작가 : SUPLIF
작품등록일 : 2019.9.1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은 주인공, 어느 순간부터 날씨는 이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눈부신 햇살이 감싼 평온한 눈꽃
작성일 : 19-09-24 23:15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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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다.

  날짜는 8월 27일.

  개학이다.

  시간이라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가 나를 다시 지옥에 끌어 당겼다.

  방학만 되면 시간이 너무 빠르다.

  하지만 나치곤 일찍 일어났고 일도 했고 바다도 갔으니 슬기로운 방학을 보낸 것 같다.

  라고 말 하고 싶지만 사실 학교를 다닐 때보다 몸이 더 무거워졌다.

  나태해진 탓이다.

  그럼 커피의 탓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오랜만에 보이는 교문, 그 뒤에 당당히 서 있는 학교.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일상이다.

  방학부터 일을 한 탓에 학교를 다니면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났다.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한다.

  참 행복하다.

 

  학교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보는 동급생들이 보였다.

  공서진도 보였다.

  공서진이 나를 보고 인사하였다.

  나도 가볍게 인사를 하였다.

  그대로 반에 같이 들어갔다.

 

  “오랜만~”

 

  “응 오랜만”

 

  “학교라니 진심 짜증나~”

 

  “그러게”

 

  자리에 앉았다.

  이 시간이면 원래 자던 시간이기 때문에 눈을 감았다.

  종이 쳤다.

  수업을 모두 마치는 종이었다.

  난 점심시간도 모른 채 약 7시간을 잔 것이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부 활동은 하지 않는다.

  가방을 챙기고 카페로 곧장 달려갔다.

  카페에는 어김없이 민지혜 선배가 있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오늘도 열심히!”

 

  “예”

 

  아 일 하기 싫다.

  옷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서빙, 계산, 설거지가 끝이다.

  그 과정만 3시간을 한다.

  재미있는 듯 재미가 없다.

  방학이 끝나버려서 시차적응도 하지 못한다.

  그냥 집 가서 자고 싶다.

  이대로 일을 끝내고 싶다.

  하지만 아직 시작한지 30분도 되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어!”

 

  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힘이 빨려 나가거든요.

  하지만 일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시작한 것이고, 한 달을 다 채울 때까지 그만 둘 수도 없다.

  손님들이 조금씩 빠지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앉아서 사색을 하고 있는데 민지혜 선배가 나를 불렀다.

 

  “진설, 나 좀 도와줄래?”

 

  “하... 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것 좀 저기 창고 위에 올려줘. 난 키가 작아서 안 닿여”

 

  “그러시군요”

 

  연달아 한숨 쉬었다.

  까치발을 들어가며 짐을 옮겼다.

  다시 일을 시작했다.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벌써 퇴근시간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어~ 수고~”

 

  민지혜 선배가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집으로 가는 길, 날씨가 쌀쌀해져서 해가 빨리 진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온 나는 좀 추웠다.

  그래서 자판기에서 코코아를 뽑아서 마셨다.

  코코아를 뽑다가 문득 여동생이 생각나서 하나 더 뽑았다.

  그 코코아가 식기 전에 여동생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빠르게 걷다보니 조금씩 스텝이 꼬였다.

  그러다 마침내 돌에 걸려서 넘어졌다.

  아팠다.

  하지만 아픈 것보다 굉장히 창피했다.

  창피했다는 마음으로 아픈 것을 극복해냈다.

 

  손이 코코아 범벅으로 된 채로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동생이 나왔다.

 

  “오빠 손 왜 그래?”

 

  “그냥 좀...”

 

  “팔꿈치, 피 나”

 

  “응? 어디”

 

  팔꿈치를 보았다.

  상처가 나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아까 넘어지면서 박았던 것 같다.

  여동생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말했다.

 

  “기다려봐 치료할 거 가져올게”

 

  “그래”

 

  라고 총총 뛰어갔다.

  팔에 밴드를 붙였다.

  내 여동생을 못 하는 일이 대체 뭘까 궁금하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여동생이 빙그레 웃었다.

 

  “헤헷”

 

  귀엽기까지 하니 완벽하다.

  따가운 것을 이겨내고 침대에서 자버렸다.

 

  다음 날 아침.

  오늘도 똑같은 일상이다.

  변한 거라곤 어제보다 조금 더 추워졌다는 점.

  다른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에 들어서고 수업하고 학교에서 나온다.

  그리고 또 특별한 일이 있었다.

  오늘은 학생회 회의가 있어서 참석했더니 중학생인 여동생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인 민지혜도 있었다.

  중, 고, 대가 하는 회의였나 보다.

  물론 난 졸려서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런 다음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기 위해 신발장을 열었는데 웬 편지가 하나 있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저와 사귀어주세요”

 

  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애한테 무슨 고백은, 이라며 반신반의했다.

  그 편지를 보고 난 뒤 몇 분간 멈췄다.

  뇌가 과부화가 온 것이다.

  순간 고민 했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의 이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굴렸다.

  오랜만에 머리를 쓴다.

  이게 만약 학교 수업이 끝나고 넣어 둔 것이라면 우리 학교 학생의 대부분이 봤을 것이니 아닐 것이다.

  일단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 남아 있던 사람은 학생회 임원과 나, 공서진, 여동생, 민지혜 선배다.

  학생회 임원들은 나에 대해 잘 모르고 나를 좋은 아이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여동생은 빼도록 한다.

  그럼 공서진과 민지혜 선배가 남게 된다.

  아니, 그냥 누가 장난 친 거겠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겠냐.

  내가 몇 년째 왕따였는데.

 

  생각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탓에 곤히 자버렸다.

  희한한 꿈을 꿨다.

  그 곳은 새하얀 눈꽃이 내려앉은 살얼음판 같은 한 눈 결정체의 안이었다.

  그 곳에서 내려다본 우리들은 이 세상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뼈 속까지 사무쳤다.

  이 큰 세상에서 우린 얼마나 큰 꿈을 꾸고 있는가.

  이 큰 세상에서 우리가 꾼 꿈은 얼마나 작게 보이는가.

  우린 왜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쫓아가지 않는가.

  그건 아마도 세상에 너무 커서 다른 시선에서 본 누군가에게는 티도 안 나는 눈꽃 결정이기 때문이겠지.

  그럼에도 우리가 큰 꿈을 꾸는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기억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눈꽃은

  떨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우린

  떨어진다.

 

  눈앞에서 새하얀 배경은 흐려지며 눈이 떠졌다.

  눈을 비벼가며 시계를 보았다.

  11시였다.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인데 자느라 가지 못했다.

  민지혜 선배에게 말을 해둬야 할 것 같다.

 

  ‘...’

 

  선배에게 말을 하니 일단 알겠다며 월요일 날 보자고 했다.

  그리고보니 오늘은 금요일이다.

  내일은 아르바이트도, 학교도 가지 않는 날이다.

  이 얼마나 행복한가.

 

  다시 자려고 누웠다.

  하지만 이미 4시간 정도 잤기 때문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식탁에 앉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느새 사색에 빠졌다.

 

  우린 무엇을 위해 떨어질까.

  그저 다음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일까.

  그렇다면 매번 도움닫기만 하는 것일까.

  도움닫기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일까.

  정답은 YES다.

  꿈을 이루기 위해 늘 도약해야 하고,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는 필요불가결이다.

  하지만 그만큼 힘들겠지.

  그럼 나에게 묻겠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커피를 홀짝 마셨다.

  어느새 다 마셔버렸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고 바로 누웠다.

  커피란 마법 같은 것이다.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어서 잠이 잘 오게 만들어 준다.

  덕분에 오늘도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난 여전히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렇게 잔잔하게 시냇물 흘러가듯 살고 싶다.

  17년째 그렇게 살고 있었지만 유독 올해에는 기이한 일들이 생겼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질 않나, 누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질 않나.

  그러고 보니 어느 샌가부터 시간이 되돌아가는 일은 점점 없어져갔다.

  내가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인가.

  맞는 것 같다.

  난 지금 내 삶에, 내 인생에 후회를 품고 있지 않다.

  그러니 부디 이대로만 지내고 싶다.

  부디 아무도 내 삶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싶다.

  난 인간으로서 그닥 좋은 사람도 아니고,

  친구로서 그닥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 나를 좋아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당연한 거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니 그 사람을 싫어할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언젠가 나의 동반자가 될 사람에게 부탁할게.

  나를 좋아하지 말아줘.

 

  편지를 받고 나서부터 약 2달이 지났다.

  날씨는 더욱 추워졌고 공기 중에서 풍기는 냄새도 다르게 밀려왔다.

  난 개인적으로 겨울이 좋다.

  겨울엔 눈이 내리고 그 눈이 만드는 절경은 최고다.

  벚꽃이 피고 꽃들이 흩날리는 봄과는 다른 풍경을 띄고 있다.

  하지만 난 쌀쌀함이 만들어내는 그 떨림과 쓸쓸함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방학이 있다.

 

  오늘은 겨울방학식이다.

  1학기 초에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지 이제는 더 이상 희한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방학식을 위해 학교로 갔다.

  몇 달 전부터 느껴진 슬픈 표정인 공서진이 애써 미소를 보이며 인사했다.

 

  “안녕”

 

  그 인사에서 체념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안녕”

 

  하지만 그것에 동요할 필요는 없다.

  대충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벌써 고 2네”

 

  “그러게 시간 빠르다”

 

  “좀 있으면 또 졸업..”

 

  “뭐 그렇지”

 

  공서진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공서진의 표정은 그 뒤로도 변하지 않았다.

 

  방학식을 끝냈다.

  공서진과 나는 인사도 없이 서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신경 쓰였다.

  공서진이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 봤다.

  집에 들어와서 가방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이 울렸다.

  공서진인 줄 알고 헐레벌떡 폰을 보았다.

 

  ‘놀지 않을래~?’

 

  안수호다.

 

  ‘싫어‘

 

  ‘왜~~’

 

  ‘방학인데 좀 쉬자’

 

  ‘어차피 좀 있다 알바 있잖아~’

 

  아 맞다 알바...

  순간 화가 났다.

 

  ‘안 논다’

 

  그 뒤로 안수호가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시 세상과 멀어지고 있다.

  초등학생 때의 일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움직이기 싫다.

  생각하기 싫다.

  일하기 싫다.

  사람이 싫다.

  주변이 싫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전형적인 왕따들이 하는 생각이다.

  난 주변인의 궤도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니 걔네들이 하는 모든 것들이 싫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게 싫다.

  그렇게 난 다시,

  세상을 밀어냈다.

 

  카페에 갔다.

  아르바이트 시간보다 2시간 정도 빠르게 갔다.

  민지혜 선배가 말했다.

 

  “일찍 왔네? 추가 수당을 원하는 거야?”

 

  “아니요 손님입니다”

 

  “아... 예”

 

  “목소리에 힘이 없으시네요”

 

  “조용히 해”

 

  “아메리카노로 주세요 따뜻한 거”

 

  “알겠습니다”

 

  민지혜 선배가 서빙 했다.

  이건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왕이면 사진에 담고 싶네.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보니 벌써 일하는 시간이다.

  옷을 갈아입고 카운터에 섰다.

  오늘은 방학식 날이라 그런지 다들 놀러갔나 보다.

  카페에는 잘 오지 않는다.

  덕분에 난 심심하게 놀 수 있었다.

 

  세상과 멀어진 나는 이제

  평온한 삶을 보낼 수 있어서 안심 된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진눈깨비 작가 SUPLIF입니다. 우린 서로 끌어 당겨서 전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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