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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4. 탐욕의 산(5)
작성일 : 19-09-24 21:36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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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루! 호아 탈루!

 

  “……응?”

 

  -정신 차려!

 

  겨우살이의 목소리는 마치 희뿌연 안개가 산등성이에 내려앉듯 탈루의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탐욕에 깊이 잠기어 가던 탈루의 의식을 촉촉하게 적셔주었으며, 결코 힘 있는 음성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명료했던 까닭에, 탈루가 그 자신을 인식하는데 있어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이어 겨우살이의 거듭된 호통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탈루는 그제야 자신이 또 한 번 저 무서운 탐욕의 손아귀에 갇힐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 고마워.”

 

  -긴장을 유지해! 절대 탐욕과(貪慾果)에 시선을 두지 마! 저것에 저항하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해.

 

  여전히 샘 주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대한 늑대들을 돌아보며 탈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상 속에서 탈루는 열매의 주인이었다. 뭇 늑대들의 시체를 밟고 우뚝 선 승자. 하지만 실제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처를 입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늑대들은 탈루가 감히 건드릴 수 있을 만한 덩치가 아니었다. 녀석들은 컸고, 사나웠으며, 또한 살기에 가득 찬 상태였다. 탈루의 작달만한 몸은 저들이 장난처럼 휘두른 발톱하나도 감당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근데 이제 어쩌지?”

 

  다행히 정신은 차렸으나 그것으로 해결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탈루는 여전히 배가 고팠고, 한기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으며, 길은 늑대들과 탐욕과에 막힌 상태였다. 기가 막힌 일이지만 열매와는 별개로 길을 뚫기 위해서라도 늑대들을 급습해야할 판이었다. 절망감이 탈루의 몸을 휘감아 올 때였다.

 

  -저쪽에 길이 있어!

 

  탈루의 머리 위에서 살랑거리던 풀꽃이 따라오라는 듯 앞장서 허공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여…… 기?”

 

  겨우살이가 안내한 곳은 엄밀히 말해 ‘길’이라 보기 힘든 곳이었다.

 

  “지금 절벽을 기어오르란 말이야?”

 

  가시덤불숲이 걷히고 나온 이곳의 지형은 길의 앞뒤를 제외한 사방이 가파른 절벽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협곡의 형태였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정면의 샘을 지나쳐가야 하는데, 그곳을 거대한 늑대들이 점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겨우살이가 제시한 방법은 샘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부터 절벽을 기어올라 늑대들이 포진하고 있는 샘을 우회해 지나쳐가자는 것이었는데, 탈루로선 그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저 끝까지 기어오르는 데만 사흘은 걸릴 거야! 그때 이미 나는 굶어죽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기 덩굴들 막 얽혀있는 곳 보여? 거기까지만 오른 다음엔 덩굴을 밟고 옆으로 이동해갈 수 있을 거야. 금방이라니까?

 

  탈루는 고갤 들어 겨우살이가 말한 곳을 살펴보았다. 과연 그리 높지 않은 높이에 무수히 많은 덩굴들이 가로로 길게 얽혀있는 게 보였다. 저걸 밟고 옆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매달려 있을 정도는 될 듯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절벽이라고! 지금 나더러 저 가파른 절벽을 오르라는 게 지금 말이나 되는…….”

 

  -그래도 여태 잘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았어? 여기까지 오는 데에만 절벽이 몇 개였는데…….

 

  “아니, 그건! 억지로 떠미니까 어쩔 수 없이……”

 

  그 순간 하나의 깨달음이 탈루의 머릿속을 벼락같이 파고들었다.

 

  “설마…… 다 보고 있었던 거야?”

 

  -…….

 

  “다 보고 있었는데도 안 나타났던 거야?”

 

  겨우살이는 침묵했다. 그렇다는 건 매일 밤 초조함에 홀로 한탄하던 탈루의 모습도 다 지켜봤다는 얘기였다. 저마다의 신과 함께하는 친구들을 보며 외로워하던 탈루의 모습도 모두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 말했잖아…… 함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고…….

 

  물론 겨우살이의 사정을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겠지.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고독함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하다못해 잠깐 귀띔이라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 당장 이 얘기를 이어갈 건 아니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탈루는 마음을 다잡으며 이를 꽉 물었다.

 

  “이 얘기는 다음에 꼭 다시 할 거야.”

 

  -아, 알았어…….

 

  탈루는 다시금 덩굴이 얽혀있는 위치를 살펴보았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애매한 고도. 제법 높긴 했으나 오르지 못할 정돈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곧…….

 

  “늑대들이 뛰어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늑대들은 대부분 곰을 상회할 정도의 덩치였다. 저것들의 반도 되지 않는 보통의 늑대들이 뛰어 오르는 높이를 생각해볼 때, 충분히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설사 늑대들이 널 발견했다 하더라도 섣불리 잡으려들진 못할 거야. 서로가 서로를 경계중이니까.

 

  “……그럴까? 그럼 차라리 늑대들이 싸움을 시작했을 때 출발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 나에 대해선 완전히 신경을 끌 텐데.”

 

  그러나 그 말엔 겨우살이가 반대했다.

 

  -그건 위험해! 저들의 싸움이 언제 끝날 줄 알고. 네가 절벽의 반밖에 오르지 못했는데 싸움의 승자가 널 보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공격받게 될 거야, 정말로 위험해질 수 있는 거라고! 서둘러 오르지 않으면 덩굴이 있는 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싸움이 끝나버릴지도 몰라.

 

  탈루는 겨우살이의 말을 인정했다. 늑대들은 주의 깊게 서로를 경계하고 있긴 했으나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승부는 한순간에 날 게 분명했다. 꾸물거리다간 자칫 최후의 승자가 된 늑대의 한 입 간식거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별 수 없네.”

 

  탈루는 천천히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가파른 절벽을 또 한 번 올라야 한다는 게 끔찍하리만치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외엔 달리 길이 없는 듯했으니. 자신의 몸은 이미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무척이나 약해져있는 상태였다. 한 번에 오르지 못한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탈루는 크게 한 번 숨을 내쉰 뒤, 벽의 파인 홈으로 천천히 손을 짚어갔다.

 

  “후…….”

 

  혹시 모를 소음에 주의하며 절벽을 오른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행여나 늑대들이 의식할까 싶어 신음도 잘 내뱉지 못하거니와, 발에 채여 떨어지는 돌무더기들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파른 경사에, 여기저기 쌓인 이끼들 때문에 벽면이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었다. 살갗은 바람에 에였고, 손끝은 달달 떨려왔다. 한 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지금 너무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오른쪽으로 가야 돼. 오른쪽 위에 있는 홈을 봐! 그래, 그래. 아니, 오른쪽이라니까!

 

  “……이쪽?”

 

  -아니! 거기는 중간이고! 더 오른쪽!

 

  거기다 무슨 날파리 마냥 몹시도 성가시게 구는 쪼그마한 풀꽃까지…… 소식 없는 신을 기다리던 지난밤의 나날들이 어쩌면 그렇게까지 괴로운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있으나 마나 별다른 도움이…….’

 

  그러다 문득, 지난 번 암벽을 눈앞에 두고 한 프타와의 대화가 탈루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너는 그래도 춥지는 않을 테니까 괜찮겠다.”

  “응? 내가?

  “겨우살이 신이 네게 추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단 말이야?”

 

  “엇!”

  탈루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 탄성을 내질렀다(그러곤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겨우살이의 개성을 메에 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개성이 무엇이고 또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지금보단 나을 게 분명했다.

 

  탈루는 퍼뜩 지난 날 티브리 으뜸신녀의 교육을 떠올렸다.

 

  *

 

  “이론적으로는, 신이 너희들의 메와 융화되는 즉시 너희는 그들의 개성을 메에 실을 수 있단다. 불곰의 힘을 팔에 실어 내뻗을 수도 있고, 공작의 색을 피부에 덧씌울 수도 있지. 하지만 물론, 이는 그저 이론에 지나지 않아. 본인의 기질과 의지, 그리고 피나는 수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어떠한 능력도 구현해낼 수 없지.”

 

  “어떤 식으로 수련을 하면 되나요?”

 

  “내가 이제껏 누누이 강조해온 방법이 뭐였지?”

 

  “자신의 메를 느끼고, 원하는 메의 흐름을 상상한 뒤, 거기에 의지를 실을 것.”

 

  “맞아. 전체적인 틀은 동일해. 신과 합치된 자신의 메를 느끼고, 구현해내고 싶은 메의 흐름과 효과를 상상한 뒤, 의지를 실을 것. 그리고 거기에 하나만 더 추가하면 되지. 바로 신과 대화하는 것이란다.”

 

  “신과 대화요?”

 

  “그래. 메에 신의 힘이 깃들었다고는 하나,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신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 돼. 신에게도 한계는 있다. 불도마뱀 신을 받은 이가 해일을 일으킬 수 없고, 두더지 신을 받은 이가 하늘을 날 순 없지. 신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개성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는 말이야. 대화란 다른 말로 ‘신을 공부하는 것’과 같지.”

 

  “신이 우리에게 구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일러주진 않나요?”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기본적인 특성과 성향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해줄 뿐이야. 그것도 귀찮아하는 이들이 많고. 애초에 받드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개성을 적용시키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고로, 신들의 개성을 어떤 식으로 구현해낼 것인가 하는 건 전적으로 너희들의 ‘해석’에 달려있다는 거야.”

 

  “우리들의…… 해석?”

 

  “비슷한 개성의 신을 받더라도 활용하는 이에 따라 메의 기술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자그마한 불새를 허공에 띄운다거나, 크고 작은 불덩어리를 던져대는 것은 누마 가문의 문지기들도 할 수 있는 기술이야. 하지만 몸 전체를 하나의 불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이는 오직 누마 메토뿐이지. 순식간에 산 하나를 통째로 태워버리는 그의 능력은 결코 흔한 것이 아냐.”

 

  “하지만 그건 메의 크기 차이 때문이 아닌가요?”

 

  “영향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큰 비중은 아니란다. 오히려 개인의 기질과 창의적인 해석력의 차이가 더 크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대의 뛰어난 사냥꾼들과 신녀들의 메 활용법을 학습하는 거야. 그들이 어떤 식으로 신의 개성을 해석했느냐를 연구하여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지.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란 말이야. 이제 알겠지, 프타?”

 

  *

 

  제대로 된 신기(神技)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겨우살이와의 보다 심도 깊은 대화와 함께 피나는 수련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탈루에게 필요한 것은 그렇게까지 대단한 능력이 아니었다. 지금은 겨우살이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적용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이 나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혹시…… 이 추위 좀 어떻게 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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