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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04. 피의 날
작성일 : 19-09-23 22:16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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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꿈속에서 준현은 살아 있었다. 근사한 턱시도 차림의 그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결혼식장은 황홀할 정도로 반짝였고, 화려했다. 나는 사람들의 선망 어린 눈길들을 받으며 준현과 주례 앞에 섰다. 그때, 갑자기 내 드레스에 붉은 얼룩이 보였다. 그 얼룩은 점차 커지고 더욱 붉어져서 드레스를 축축하게 물들였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일어나요."

 

  낯설지 않은 저음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은오는 이미 운전석에서 내린 후였다. 거의 2시간이 넘었던 드라이브가 마침내 끝난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주위는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둡고 한적했다. 그 한 가운데 2층 자리 단독 주택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잡지에서나 나올 법한 잿빛의 모던한 집이었다. 은오는 그곳으로 내 짐을 들고 가 주었다. 나는 그를 뒤따라 걸었다. 이 모든 일이 내 꿈보다 더 꿈같았다. 꿈과 현실이 뒤바뀐 것 같았다. 차라리 준현이 살아 있었고, 우리가 예정대로 결혼식을 하는 게 지금 이 모든 상황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다.

 

 거실에는 소파와 식탁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를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갔다. 이 층에는 널찍한 방이 있었는데 퀸사이즈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방으로 쓰세요."

 

  "왜 이렇게 텅텅 비었어요?"

 

  "그런가요?”

 

 은오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는 듯 대꾸했다.

 

 은오가 자리를 비워줘서 방에 홀로 남은 나는 짐을 주섬주섬 꺼냈다. 방은 창문을 꽉 닫아놓은 상태였는데도 추웠다. 방 안에 있는 샤워실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줄기를 맞으니 몸이 조금 노곤해지고 긴장감이 풀렸다. 다시 방으로 나오자 추위가 더 심하게 느껴졌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내 어색한 응답에 문이 열리고 은오가 들어섰다. 그의 양손에는 두꺼운 이불이 들려있었다.

 

  "이 이불을 덮고 자면 좀 따뜻할 거예요."

 

  "고마워요. 근데…."

 

 은오가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혹시 먹을 것 좀 있어요? 온종일 굶어서…."

 

 은오는 그제야 사람이 먹어야 산다는 생각이 난 것 같았다.

 

  "여긴 없는데. 근처에 슈퍼가 있어요. 갈래요?"

 

  "멀어요?"

 

  "걸어서 15분 정도예요."

 

 나는 알겠다고 하고 두꺼운 잠바를 껴입은 후 따라나섰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땅이 펼쳐졌고 먼 곳엔 찬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산이 보였다. 은오는 이곳이 익숙한지 여유로워 보였다. 나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잡기 위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걸어야 했다.

 

  "링씨가 그랬어요, 은오씨는 사람 피를 먹지 않는다고."

 

 내가 말문을 텄다. 은오는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대꾸했다.

 

  "...사람 피는 더러워서 안 먹어요."

 

  "그럼 뭐 먹어요?"

 

  "동물 피요. 이 근처 농장에서 얻을 수 있어요."

 

  "그렇구나…."

 

  "또 궁금한 거 있어요?"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봤다.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빛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하늘이었다.

 

  "그 저주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거 봐요."

 

 은오가 왼쪽 옷소매를 걷었다. 손목 한가운데 검은색 동그라미 마크가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아까 발견했어요. 집에서 책을 뒤져보니까 피의 날이라는 저주에 걸린 거예요."

 

  "피의 날?"

 

  "아주 옛날 고대의 저주에요. 피의 축제라고도 부른대요. 일주일에 한 번씩 몸이 미칠 듯이 아픈 거예요.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난폭하게 변하기도 한다고 하고. 걱정 마요, 그 날이 오기 전에 보내드릴게요."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있는 거죠?"

 

  "방법이 있긴 있죠."

 

 은오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다물고 더 얘기하지 않았다. 나도 더는 묻지 않았다.

 

 이윽고 슈퍼가 보였다. 나는 인스턴트 식품들과 쌀 등을 샀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말 없이 걸었다. 집에 다다랐을 때, 은오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쳐다봤다.

 

  "제일 궁금한 것 안 물어봐요?"

 

  "...제일...궁금한 것?"

 

  "이연씨의 약혼자를 죽인 자에 대해서 안 묻냐고요.“

 

  ”...전 아직 별로 그 얘긴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의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빛났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이런 한적한 곳에 흡혈귀와 단둘이 있다는 게 일순간 무섭게 느껴졌다. 속이 거북해졌다. 내 속을 빤히 들여다본 듯한 은오가 먼저 움직였다.

 

  "춥네, 그만 들어가요."

 

 *

 

  방 창문으로 산 너머 해가 뜨는 풍경이 보였다. 빛이 조금씩 하늘에 차올랐다. 찬 공기를 마시며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호기심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거실은 넓기만 하지 아무것도 없었고, 그건 다른 두 개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어젯밤 은오가 들어갔던 방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노크를 했다. 조금의 인기척도 없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천천히 손잡이를 돌렸다. 방에 들어섰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은오의 몸이 식은땀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링이 나에게 은오를 돌봐달라고 한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찬물에 수건을 적셔 기절한 듯 움직임이 없는 은오의 얼굴을 닦았다. 어제는 멀쩡해 보여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저주'라는 것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았다.

 

  "좀 괜찮아요?"

 

 나는 붉은 눈을 뜬 은오를 보고 물었다. 은오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풀며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그의 곁에 있었다. 내 마음을 알아챈 건지 그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줘도 돼요.”

 

  “...네.”

 

 그는 숨을 가쁘게 쉬었다. 목덜미에 땀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그는 계속 고통스러워하다가 기절하듯 잠들었다. 나는 짐꾸러미에서 꺼낸 소설책을 그의 곁에서 읽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은오는 서서히 다시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의 생기가 돌았다. 생수가 담긴 컵을 보여주자 그는 별말 없이 받아 마셨다. 그가 씻으러 샤워실에 들어가자 나는 더 할 일이 없어서 방으로 올라왔다. 노트북을 켜놓고 번역 일을 알아보는데, 다시 멀쩡한 모습이었다.

 

  "괜찮아졌어요."

 

 그는 단순히 말하고 내 곁에 앉았다.

 

  "한 시간 뒤에 일하러 서울로 가는데, 같이 갈래요?"

 

 은오가 내게 물었다.

 

  "일도 해요? 무슨 일 하는데요?"

 

  "사진 찍고 모델 일도 해요. 오늘은 모델 일하러 가는 거고요."

 

 은오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흡혈귀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내 물음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겨우 서울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곳에 혼자 있는 건 무서울 것 같았다.

 

  "같이 갈게요."

 

  은오가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동안 나는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계속 굶다가 전날엔 인스턴트로 때웠던 터라 오랜만에 보는 국과 밥에 정신을 잃고 허겁지겁 먹었다. 그때 내 뒤에 앉아있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려왔다.

 

  "야, 너 그 얘기 알지. 도로변에 남자 시체 발견됐는데 몸에 피가 다 빠진 상태였던 거."

 

  "어 대박, 그거 완전 뱀파이어 그런 거 아니냐?"

 

  "그러니까. 진짜 무슨 영화도 아니고."

 

 숟가락을 쥐고 있던 내 손이 차츰 떨렸다.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대기 시작했다. 은오였다.

 

  "네,"

 

  "어디에요?"

 

  "저 스튜디오 근처 국밥집에서 밥 먹어요. 왜요?"

 

  "아아..xx요?"

 

  "네. 거기요."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나는 에어팟을 귀에 꽂고 계속해서 밥을 먹었다. 몇 분 뒤에 떠들썩하던 학생들이 나가고 은오가 내 앞에 털썩 앉았다. 그는 붉은 자켓을 입고 아랫입술에 피어싱을 박고 있었다.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고, 피부는 더 창백해 보였다.

 

  "벌써 끝났어요?"

 

  "아니요. 아마 2시간은 더 걸릴 거예요. 지금은 점심때라 잠시 쉰다길래 나왔어요."

 

 은오가 붕 떠 있는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오늘은 어떤 촬영인데요?"

 

  "뱀파이어 컨셉 촬영이요."

 

  "....헐 사기."

 

 내 말에 은오는 큭큭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내가 따라 웃자, 은오는 돌연 웃음을 멈추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무 뚫어지게 보는 그의 시선에 나는 민망해졌다.

 

  "왜 그렇게 봐요."

 

  "웃는 거 처음 봐서요."

 

  "내가 웃는 걸 처음 봤다고요?"

 

 나는 놀라며 되물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디를 가나 밝고 환한 사람으로 통했다. 내 속의 어둠을 지워내기 위해서 겉으로 엄청난 노력을 해왔던 것이었다. 그건 연기나 다름없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사람들은 나의 밝고 씩씩한 모습을 좋아했으니까.

 

  "그랬겠네요, 은오씨를 만나기 직전에 힘든 일이 벌어지다 보니까 이런 모습이 처음이겠어요.“

 

  ”네.“

 

  ”은오씨를 만나고부터 저는 제 모습에 솔직했던 것 같아요. 억지로 밝아보이려고 웃으려고도 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걸 몰랐네요.“

 

 

 내 말에 은오는 그저 피식 웃었다.

 

 

  달리는 차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은오가 운전하는 차에서 깨어있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늘은 노을로 번져서 아름다웠다. 익숙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의 출근 길이었던 곳. 갑자기 현실적인 일들이 내 숨통을 답답하게 죄었다. 앞으로 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내게 저주를 건 게 누군지 알아요?"

 

 은오가 불쑥 말했다.

 

  "제아라는 남자잖아요."

 

  "아니에요. 제아를 시킨 배후가 있어요."

 

  "..."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약혼자를 죽인 그 살인자가 틀림없어요."

 

  "..."

 

  "당신이 나를 도와줘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어요."

 

 차가 멈춰섰다.

 

  "제가 뭘 어떻게 돕겠어요... 전 아는 게 정말 없어요."

 

  "애인이셨던 분이니까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말해 줄 수 있고, 직장에 관해서 설명해줄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어요."

 

 나는 은오를 가만히 바라봤다.

 

  "두려우세요?"

 

 그가 물었다.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너무 크게 나와서 약간 당황했다.

 

  "두려운 건지 어떤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죽은 그 사람 얘기를 계속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다 잊고 싶어서 너무 다 끔찍해서 지우고 싶어서 부산에 가려고 했었던 거예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은오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물론 시기적으로 힘들 겁니다. 얼마 안 된 일이고, 너무 끔찍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잡기가 너무 어려워집니다. 이연씨가 도와주는 일이 너무 괴로울 걸 알면서도 자꾸 물어봐야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밖에는 생각나지 않아서 저도 매달리게 됩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까 봐 너무 두렵거든요."

 

 그의 마지막 말에 내 안에 무언가 와르르 무너진 것 같았다. 또 다른 피해자.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피해자였지. 나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쳐냈다.

 

  "저한테 그 사람은 정말 가족이었어요. 이 세상에 있는 유일한 내 가족. 정말로 제 가족이 될 예정이었고요. 약혼했었거든요. 저는 그 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도. 그런데 그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니까, 사실 원망스러웠어요. 저의 보호자가 되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어요. 이제 혼자가 아니게 된 사는 사실에 너무 행복해하고 있었어요."

 

 은오는 한참 동안 눈물을 훔치는 나를 바라봤다.

 

  "너무 이기적이죠?"

 

 내 물음에 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전혀 이기적이지 않아요. 만약 그게 이기적인 거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다 이기적인 겁니다."

 

 차가 언제 멈춰 있었냐는듯 다시 스르륵 움직였다.

 

 

  흐린 날씨는 이틀 동안 이어졌다. 나는 일부러 은오를 피했다. 왜 피하려는 건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냥 당장 얼굴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은오도 굳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거의 모든 생활을 이 층에서 했다. 밥 먹을 때나 가끔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그때마다 은오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방에서 넋 놓고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가끔 간단한 번역 일을 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진 않았다.

 

 그러기를 삼 일째 밤.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가는데 은오의 방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방으로 다가갔다. 불이 다 커져서 어두운 가운데 그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만 가득 찼다.

 

  "은오씨...저...불 좀 킬게요."

 

 스위치를 누르자, 나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침대의 하얀 시트가 붉은 선혈로 물들어 있었고 그 한 가운데 피투성이의 은오가 엎드린 자세로 누워서 침대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피의 날….

 

  "괜찮아요?"

 

 나는 재빨리 그에게로 뛰어갔다. 내 외침에 겨우 고개를 든 은오가 나를 쳐다봤다. 그는 평소보다 몇배는 창백했고 눈도 더욱 새빨간 색으로 변해 있었다.

 

  "...은오씨"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를 바라봤다. 은오의 타오르는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도망쳐야 해.

 

 내 머리가 외치고 있었지만 내 몸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다 죽겠어.

 

 몸을 뒤로 빼려는 바로 그 순간 은오가 입을 벌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단숨에 내 위로 달려들었다. 나는 그의 힘에 밀려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벽에 부딪쳤다. 하지만 머리의 통증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은오의 찬 숨결이 내 목 언저리에 닿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김준현이 떠올랐다. 그도 이런 식으로 죽었을까.

 

 정말 가엾다. 그도. 내 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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