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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시작의 밤 - (4)
작성일 : 19-09-23 18:35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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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님, 곧 있으면 경계입니다. 순찰은 여기서 마치시죠.”

 

 구불구불하게 내린 남색머리의 남자가 갑판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왼쪽가슴에 육각 방패 문양이 새겨진 경갑을 입은 남자는 선수상 앞에 선 남자의 등을 바라봤다. 짧은 갈색머리에 플레이트와 망토를 착용한 남자는 마찬가지로 가슴에 방패 문양이 새겨져있다.

 

 “그러지. 수고했다. 갑자기 내린 결정인데도 따라줘서 고맙군.”

 

 플레이트의 남성이 굵직한 목소리를 내며 뒤돌았다. 다부진 체격과 남자다운 카리스마가 흘러나오는 인상이다. 그에 비해 곱슬머리의 남자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앳된 티가 남아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게다가 저나 다른 대원들이 대장님의 명령에 거역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대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부하로 여겨지는 곱슬머리의 남자는 철수명령을 내리기 위해 갑판을 향해 돌아섰다. 그런데 그때 망원경을 든 대원 한명이 급하게 목소리를 냈다.

 

 “대장님, 불빛이 보입니다.”

 

 두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대원에게 다가갔다. 대원은 망원경을 통해 검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방향을 가리켰다.

 

 “거리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만, 이 방향에 있는 섬에서 불빛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불이 나는 것 같습니다.”

 

 대원은 그렇게 말하며 대장에게 망원경을 넘겼다. 대원의 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대장은 망원경을 돌려주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말했다.

 

 “섬의 방향을 보고하라.”

 

 “선체에서 동쪽으로 38도입니다.”

 

 “현재 배의 위치와 섬의 방향을 기록해라. 오늘밤은 어둠이 깊어 더 이상의 항해는 무리라고 판단된다. 동이 튼 후 정비를 하고 섬으로 향하겠다. 배를 돌려라. 서둘러 항구로 돌아가자.”

 

 대원들의 힘찬 대답소리가 갑판을 가득 메웠다. 대장의 침착한 지시에 왕국 수비대가 탄 배는 호메그 섬을 등지고 대륙으로 돌아갔다.

 

 

  남부로 파견된 왕도기사단의 수비대 분대는 대장의 지시 아래 정비가 한창이었다. 동쪽에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때 그들이 탈 배가 출항준비를 마쳤다. 미확인 섬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한 것이기에 대원들은 갑옷과 무기를 장비하고 구호용품을 한가득 실어 날랐다.

 

 배는 전날 기록한 방향으로 곧장 나아갔다. 정확한 거리를 모르는 섬은 순풍을 탔는데도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는 항해에 배는 결국 국경을 넘었고, 대원들은 누적된 피로에 지쳐갔다.

 

 “이런 곳에 섬이 있었다니.”

 

 대장은 선수상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제의 어둠이 무색하게 해가 떠오른 지금은 사방이 탁 트여있다. 막힘없이 흘러간 배는 어느새 호메그 섬의 내부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퍼져있던 대원들은 급히 일어나 정박 준비에 돌입했다.

 

 잔교에서 내려가 주변을 둘러본 기사들은 당황했다. 한편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흙더미가 쌓여있고, 하얀 모래사장 곳곳에는 거대한 구덩이와 함께 핏자국이 찍혀있다.

 

 “둘로 나뉜다. 다섯은 디안과 해변을 조사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라.”

 

 대원들의 경례와 동시에 대장은 빠르게 언덕을 올라갔다. 남은 의무병 셋이 그의 뒤를 따랐다.

 

 섬의 광경은 말 그대로 참담했다. 작은 마을 곳곳이 움푹 파여져 있고 가옥들은 전부 불에 타 형체도 남아있지 않았다. 광장이나 여타 다른 건물들도 성한 것이 없었다. 시체만 없다뿐이지 전쟁경험이 있는 대원들은 당시의 기억이 떠오를 정도였다.

 

 사람의 흔적을 찾으려했지만 마을 안에서는 무리였다. 해변조사를 마친 부대장이 합류하고 기사들은 다시 한 번 언덕을 올라갔다. 산으로 연결되는 길. 파견대는 그곳에서 섬의 주민들을 발견했다.

 

 전부 의식불명이었지만 놀랍게도 사망자는 없었다. 쓰러져있는 소년들 중 두 명은 큰 부상을 입어서 의무병들이 서둘러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비교적 멀쩡한 이들은 부대장과 다른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주고, 금방 깨어난 어른 셋에게는 대장이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세 명 모두 어제의 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섬에 외지인이 들어온 이 상황도 이해하지 못했다.

 

 “저는 왕도기사단 제 3수비대 대장 로지어 길포드 라고 합니다.”

 

 침묵하던 중년의 켄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기사님이 어쩐 일로...”

 

 로지어 길포드는 조리 있게 경위를 설명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물었다.

 

 “언제부터 평민들한테 관심 가졌다고.”

 

 켄세가 미처 애기를 꺼내기도 전에 마이가 불만 섞인 말투로 내뱉었다. 대놓고 까 내리는 언행에 부모가 먼저 타일렀지만 정작 로지어는 아무렇지도 않아했다. 그는 이런 취급에 익숙했다.

 

 “로젠트 기사의 임무는 국민을 수호하는 겁니다. 그 앞에 신분은 붙지 않습니다.”

 

 이럴 때마다 로지어는 난감해하며 최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려 애쓴다. 그러나 언제나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

 

 “지랄하네.”

 

 마이는 몸을 돌려 소년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껏 인상을 쓰고 주변의 기사들을 밀쳐내면서. 말문이 막힌 대장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그런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 로지어는 한창 실랑이 중인 부대장을 발견했다. 그는 목까지 내려온 머리가 다 흐트러질 정도로 격렬하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병사 몇 명은 무기를 뽑은 상태였다.

 

 “무슨 일이지?”

 

 “대장님! 이 녀석들 깨자마자 덤비고 있습니다. 아, 좀 가만히 있어! 왜 그러는 거야?!”

 

 소란의 당사자인 란은 살벌하게 검을 겨누고 있었고, 코니는 신경질적으로 입씨름을 해댔다.

 

 “여긴 왜 왔어! 어제 그 녀석들이랑 한패냐!”

 

 어이가 완전히 상실된 부대장은 손에 든 붕대를 들이밀면서 힘겨운 설득을 이어갔다. 로지어는 그들을 진정시켜보려 했으나 시선에 걸린 다른 소년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소란을 뒤로하고 로지어는 나무그늘로 다가갔다. 그리고 망토를 젖히면서 무릎을 굽혔다. 플레이트 관절에서 쇳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가 내려다보고 있는 소년은 헝클어진 바다색 머리 사이로 보라색 눈동자를 힘겹게 올렸다. 그 눈은 영롱한 빛깔이 사라져 죽은듯했고 온몸은 흙투성이였다.

 

 “괜찮은가?”

 

 하이안트의 눈동자는 힘없이 떨어졌다.

 

 “나는 로젠트 왕국 왕도기사단의 기사 로지어 길포드다. 말을 할 수 있다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해주겠나?”

 

 “모르겠어...”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목소리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하이안트는 공허했다. 크나큰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만이 남아있었다. 외부인에게 거부감을 보일 힘도 없었다.

 

 하이안트는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린 머릿속에서 간신히 떠오르는 것들만을 로지어에게 전했다. 섬을 습격한 두 명. 하늘에 떠있던 괴물.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어...”

 

 로지어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정황을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적었기에 무엇 하나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란과 코니는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하이안트는 요지부동이고, 레이븐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로지어는 그런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너희는 어쩌다 이 섬에서 살게 된 거지? 저쪽의 세분은 원래 로젠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대답은 없었다. 대화를 이어갔다가는 선대나 계승에 관해 말하게 될 것이기에 하이안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저분들과는 어떤 관계지? 피가 이어진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야.”

 

 “....”

 

 “부모는 없는 건가?”

 

 하이안트는 움찔했다. 가슴에 납덩이가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는 불온한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숨길 이유. 생각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고 나아지는 건 없다.

 

 “...없어.”

 

 대답의 의미를 모를 로지어가 아니었다. 그는 괜히 망토를 펄럭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굉장히 미안한 말이지만 여기를 발견한 이상 왕명에 따라 국경에 복속시켜야만 한다. 그러면 너희는 자동적으로 로젠트의 국민이 되지. 노예를 제외한 모든 국민은 왕국에 신상정보를 바쳐야한다.”

 

 하이안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얼굴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로지어는 내쉬려던 한숨을 참았다. 원래대로라면 강경한 방법을 택해서라도 명령을 지켰지만, 눈앞의 좌절한 소년이 그의 심경에 변화를 주었다.

 

 “지금 말하지 않아도 좋다. 마을을 복구하는 동안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찾아오도록.”

 

 돌아서려던 로지어는 뜻밖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그는 플레이트의 틈으로 하이안트를 주시했다.

 

 “...필요 없어.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돌아가.”

 

 잠깐의 고민 뒤에 로지어는 망토를 펼치며 몸을 마저 돌렸다. 그리고 아직까지 어린애들과 투덕거리는 부대장을 불렀다.

 

 “철수한다. 대원들을 집합시켜라.”

 

 “예? 그렇지만...”

 

 무언의 압박에 디안은 황급히 경례를 날리고 돌아서서 콧김을 내뿜었다. 그는 찢어진 두 눈으로 소년들을 째려봤다.

 

 “건방진 꼬맹이들. 나도 이제 몰라. 여기서 굶어죽든, 병들어 죽든, 니들 마음대로 해라.”

 

 대원들을 선착장에 집합시키고 로지어는 어른들의 신원파악을 진행했다. 표류하여 이 섬에 오게 된 파밀리에 일가는 이때까지의 일을 전부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계승자의 이야기는 끝까지 숨겼다. 소년들의 부모들과 한 약속만큼은 절대로 저버릴 수 없었다.

 

 로지어는 마을로 내려가기 전에 소년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하다.

 

 “구호용품과, 적지만 식량을 두고 가겠다. 우리가 걱정해서 남기는 것이니 사용하는 건 너희의 자유다. 그리고 의무병들의 말하기를 생명에 지장은 없다더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문제없이 의식이 돌아올 거다.”

 

 감사는커녕 욕을 해대는 반응에 부대장은 짜증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 로지어가 가로막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제 돌아간다. 섬에 관한 것과 너희의 신원도 파밀리에 씨에게 들었으니 다시 돌아올 일도 없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너희에게 제안할 것이 있다.”

 

 너무나도 뜬금없는 로지어의 말에 부대장은 괴성을 지를 뻔했다. 하이안트는 힘없이 로지어를 올려다봤다.

 

 “기사선발시험에 참가해보지 않겠나?”

 

 

  해가 어느새 서쪽 수평선에 맞닿아간다. 돛을 펄럭이며 나아가는 배 위에서 지친 대원들은 바닷바람과 맥주 거품을 맞으며 잠에 빠졌다. 답답할 정도로 성실한 대장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뱃머리를 지키고 있었다. 부대장은 부하들의 술 권유를 뿌리치고 펄럭이는 망토 옆에 섰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하신 겁니까?”

 

 로지어는 정면을 본채로 대답했다.

 

 “특별한 게 느껴졌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처절한 전투도 치른 것 같고.”

 

 “그렇다 쳐도 출신도 모르는 녀석들입니다. 와서 얼마 못 버틸게 뻔합니다.”

 

 “확고하게 목적을 위한다면 그런 것쯤은 누구나 견딜 수 있다.”

 

 부대장이 말하고자 하는바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귀족인 그는 편견 없는 로지어를 존경하여 기사단에 들어온 것이지만, 아직까지 마음 한 편에 차별적인 생각이 남아있었다. 이번만큼은 대장이 틀린 결정을 했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런 일을 겪고 다시 일어서는 건 숙련된 기사한테도 힘든 일입니다. 어린애들이 극복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특히 그 파란머리는 아예 죽은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못 보신 겁니까?”

 

 높아지는 언성에도 로지어는 줄곧 앞만을 응시했다. 그러다 부대장은 그 옆모습에서 처음으로 대장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봤다. 똑똑히 봤지. 그건 불이 붙은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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