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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9.
작성일 : 19-09-23 15:18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3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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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호연은 둘사이에 자신이 끼어 있는 게 불편해 학교에 볼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승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집에는 당분간 오지 않고 당직실에 신세를 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황씨가 기쁨에게 물어보라고 한 그것을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호연은 그걸 물어보러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황씨 말대로 기쁨이 다시 병원에 나타날때까지는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부모님에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건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상황도 복잡한데 괜한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알아서 잘하겠거니 해주시는터라 일부러 말하지만 않으면 들키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학교는 병원 바로 뒤편에 있었다. 호연은 과사무실을 찾아갔다. 최근들어 제대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해 혹시라도 문제가 있을까 싶어 새삼 걱정도 됐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녕하세요]

  과사무실엔 다행히 눈에 익은 조교가 앉아 있었다. 조교는 호연을 보고 눈이 동그래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너 잘 살았냐?]

  [죄송합니다]

  [성실한 녀석이 왜 그래? 얼마전에 학과장님이 너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더라. 왜? 여자 친구하고 헤어지기라도 한 거야?]

  [아. 네에...]

  [그래...? 그랬구나]

  호연은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확실히 최근에 자신은 누가봐도 이상한 상태였을테니 걱정은 당연했지만 그게 여자 친구 문제로 간단히 설명이 돼 버리니 이제서야 전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제부터 열심히 해. 뭐 어려운 거 있음 나한테 오고]

  [감사합니다. 저 사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음? 뭔데?]

  [형균이 고향집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거 가르켜주실 수 있으세요?]

  [어? 갑자기 형균이는 왜?]

  [그냥 요즘 그 녀석 생각이 나서. 어떻게 사나 싶어서요. 막상 저도 힘들어지니까 그때 기분을 알 거 같기도 해서요]

  [그래...]

  [기억으로는 고향에 내려가서 아버지 일 돕는다고만 들었는데. 핸드폰은 예전부터 안됐고...]

  [기다려봐]

  조교가 사무실 구석으로 난 뒤쪽으로 사라졌다.

 

  사실 꿈인지 환각인지에 형균이 등장하기 전까지만해도 호연에게 형균은 과거의 인간이었다. 학교에 들어와 처음

 육개월 정도는 다른 아이들과 섞여서 어울리는 아이들 중에 한 명에 불과했다. 그 뒤 삼 개월 정도 형균이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어 지게 된 일이 있었다. 형균의 부모님이 하시던 사업이 부도가 나버려 형균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었다. 제대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학과도 아니니 형균은 근로장학금으로 어떻게든 삼, 사개월을

 버텼지만 그것만으로는 애당초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 상황에 호연은 형균이 병원 당직실에서 반 기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몇 번 재워준 적이 있었다. 그건 호연 뿐만이 아니라 같은 과 남자애들 중 몇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형균은 조금씩 나사가 빠진 사람처럼 굴기 시작했다. 반 거지처럼 대놓고 오늘 자도 돼?라는 식으로 물어보기 일수였고 집 안에 현금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함부로 속옷이며 겉옷을 입고는 그대로 벗어 던지고 나가는 행동을 한 친구네와는 멱살잡이까지 했다. 형균이 고향에 내려간다고 학교를 관뒀을 때 사실 아무도 위로의 말이나 밥이나 먹자라는

 말을 건네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것이 모두가 형균에게 지쳐버렸기 때문이었다.

  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정도의 피해를 입은 편은 아니었다. 설겆이를 안 해놓고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운 게 그가 기억하는 전부였다. 물론 그것도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정도가 다른 아이들보다는 양호한 편이었다. 그 덕분인건지 형균이 마지막 밤을 신세져도 되는지 부탁해왔을 때 호연은 별 고민없이 그러라고 했다. 더군다나 그 날은 야간 당직을 서는 날이라 집이 비는 날이기도 했었다. 주변 친구들은 괜한 짓을 한다며 걱정해줬지만 호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솔직히 피해 정도를떠나 이상하게도 호연은 형균이 처음부터 싫지가 않았다. 설명은 할 수 없었지만 호연은 형균이 남 같은 기분이 안들고 가족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친밀한 기운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미나

 취향이 비슷한 것도 아니었는데 형균이 하는 행동이 밉지가 않았다.

  형균은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자신이 자던 자리며 거실에 먹었던 것들을 전부 깨끗하게 치워놓고 사라졌다. 딱히 잘가라고 인사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형균은 냉장고에 [고맙다. 친구야]라는 투박한 메모만 남겨놓았었다. 뒤늦게야 신경이쓰여 핸드폰을 해봤지만 없는 번호라는 음성메세지만 흘러 나왔다. 그 뒤로 호연의 머리 속에 형균은 과거의

 인물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조교가 준 주소는 진도였다. 전화번호로도 걸어 봤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호연은 잠시 망설이다 검색엔진을 켜고 진도 가는 길을 검색했다. 생전 해외는 커녕 국내도 잘 다녀본 적이 없던터라 막막했지만 일단 찾아가 보는 것 밖에는 수가 없어 보였다. 학교는 이야기가 잘 돼서 다음주부터 제대로 출석하면 괜찮을 거라고 하니 일단 안심이었다. 그렇게 고속버스를 타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호연은 그대로 죽은 듯이 잠에 빠져 들었다.

 

  진도에 내리자 주변은 어둑해져 있었다. 호연은 배가 고파 바로 보이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된장찌게를 시켜먹고

 주소를 재검색했다. 하지만 집 주변 버스는 시간이 애매하게 나와 결국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밥을 기다리며 택시를 어플로 주문해놓고나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 뭐하고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아직도 꿈 속을 헤매는 거 같은 기분도 들고 그랬다. 이렇게 있다가 영영 이 꿈같은 상황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헤매는 거 아닐까 싶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한번도 자신의 인생을 고민해 보거나 의문을 갖거나 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말 잘 듣는 자식이었고 문제 없는 학생이었다.

  [학생이야?]

  된장찌게를 차려주는 주인인 듯한 중년의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네에. 잘먹겠습니다]

  된장찌게를 한 입 넣자 뜨거운 국물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 몸을 데펴줬다. 호연은 밥도 한 숟가락 가득 펴담아 입에 밀어넣고 우물무물 씹어 먹으며 국물을 연신 입 안으로 날라갔다. 맛에 대해 아무 일가견도 없었지만 서울하고는

 다른 맛이었다. 아마도 다시 이곳에 온다면 꼭 먹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우고나자 몸이 나른해져왔다. 이대로 그냥 자신의 집 침대에 대자로 누우면 죽은 듯이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택시 부르신 분?]

  가게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목소리가 들렸다. 호연이 자동으로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아.]

  문 앞에 서 있는 건 다름아닌 형균이었다. 호연은 멋적게 웃어 보였다. 택시를 불렀더니 형균이 와주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머리 속만 복잡했다.

  형균은 말없이 앞 자리에 앉았다.

  [이모. 여기 나도 하나 줘요]

  [된장찌게?]

  [엉]

  형균은 그대로 주머니를 뒤지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말없이 한대를 다 피웠다. 호연은 묵묵히 그런 형균을 보고 있었다.

  [반갑다. 친구야]

  당배를 다 피우고 형균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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