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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13호 - 상장폐지
작성일 : 19-09-23 09:17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3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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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를 켰다. 내일의 매매 전략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서다. 최근 거래량이 엄청 늘었고 차트도 상승을 위해 잔뜩 움츠려 있는 형세라서 장시작과 동시에 시초가에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창정은 인터넷 주식동호회 '박스넷'에 접속했다. 주식매매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주식쟁이들의 주요 관심사지만 박스넷 종목게시판에서 가상의 동지들과 뜻을 모아 적들을 응징하는 글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 또한 주식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재미였다. 창정은 활동레벨이 높은 사람들을 게시판에서 만나면 존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게시판의 레벨이라는 것이 현실 세계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고 그들이 공개하는 정보의 진위를 알 수 없었음에도 돈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창정은 혹시나 해서 문틈으로 밖을 살짝 쳐다보았다. 아내가 갑자기 들이닥쳐 주식 사이트에 접속한 걸 보기라도 하면 도저히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안방에서 자고 있는지 인기척이 없었다. 창정은 문을 꾹 눌러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검색란에 '오성쏠라텍'을 입력한 후 종목게시판을 클릭했다.

 "[832436]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 황소뿔처럼"

 첫 번째 게시글의 제목을 본 순간 창정은 몇몇 찌질이들이 또 개안티질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832435] 내가 분명이 경고했제? 니들 클 났다 - 부산사람"

 "[832434] 와 미치겠네 어떻게 되는거예요? - 명동쩐주"

 "[832433] 결국 이거였군요 - 주식천재소녀"

 "[832432] 내일 한강물 넘치겠구만ㅋㅋㅋ - 상폐가족자살"

 호흡이 멈추는 것 같았다. 이게 뭐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박스넷 레벨 2위인 주식천재소녀님의 글 "[832433] 결국 이거였군요."를 클릭했다.

 "호재가 있었다면 거래량이 터지기 전에 상한가 아니면 몇 번의 상승이라도 있었어야죠. 갑자기 거래량은 늘어나면서 주가는 상승하지 않아 이상하다 했는데 사전에 인지한 세력이나 회사 관계자들이 지난 며칠간 대량으로 팔아먹은 게 분명합니다.

 내부정보를 모르는 개미들은 거래량이 늘어나니까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완전 물린 거예요. 참 안타깝습니다. 주식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있어도 이런 종목은 손대지 않았을 텐데. 아무튼 빨리 주주모임 만들어서 대응하셔야 할 듯 싶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회계쪽이면 쉽지 않아요. 게다가 코스닥이라서……."

 창정은 심장이 굳는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전자공시 게시판을 클릭했다.

 "[58] 기타시장안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여부 검토) - 유가증권시장본부"

 "[57] 회계처리기준위반에따른검찰고발등조치 - 오성쏠라텍"

 오늘 올라온 두 건이 공시 중 57번 공시를 클릭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동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리 결과 前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검찰통보 조치를 의결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코스닥시장상장규정 제80조제19호, 제80조의3제1항 및 동규정시행세칙제46조의5의 규정에 의거 회계처리위반, 횡령 등으로 인한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아래 명시한 기일로부터 매매거래를 정지하며 향후 실질심사 대상 해당여부에 관한 결정에 따라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는 경우 실질심사위원회 심의절차 진행에 관한 사항을 안내하거나 실질심사 대상 미 해당시 매매거래정지 해제에 관한 사항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라니! 회계 처리 위반에 횡령? 비리 백화점인 회사에 내 돈을 쑤셔 넣었단 말인가? 아니야! 분명 재무제표도 괜찮았고 회사에 현금도 많았는데 이게 말이 돼? 그게 모두 거짓말이었단 말이야?’

 게시판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장이 끝나자마자 발표된 공시로 오후 3시부터 쏟아진 수십 건의 글들이 게시판을 가득했다. 지금까지 이들이 피를 토하며 아우성을 칠 동안 창정은 큰 수익을 내어 수영을 마음 편히 떠나보내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대박을 바란 것도 아닌데, 아! 진짜 씨발! 나는 돌보는 조상도 없나? 수영이한테는 뭐라고 해야 하나? 아내는 한번만 더 일 저지르면 모든 게 끝이라고 했는데, 모든 꿈을 접고 바닥부터 성실히 살겠다는 다짐을 해 놓고 이게 무슨 일인가? 도대체 어떡하라고…….’

 마우스 위에 얹어 놓은 손가락 마디마디가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 책상 위에 놓인 거울 속에는 초췌한 아저씨가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후회와 번민의 밤으로 마리 앙뚜아네트의 머리가 백발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이젠 정말 세상과 등을 져야 하나? 아! 미치지 않고서야 내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걸까? 낮에 그렇게 증오했던 경비아저씨보다 더 나은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비참하다 정말. 나 하나도 모자라서 자식 앞길을 망치고 아내에게 고통만 주는 이따위 삶도 삶이란 말인가?’

 

 * * *

 

 같은 시간 안방에 있던 혜진은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늘 작은 밥상을 안방에 갖다 놓고 책을 읽거나 일을 했다. 다이어리에 적힌 지출 내역에는 대출금 원금과 이자 상환이라는 글이 빼곡했다. 혜진은 입술을 한번 삐쭉거리고는 다이어리를 덮었다. 상 위에 흩어진 종이조각을 버리기 위해 작은 휴지통을 드는 순간 뚜껑이 빠져 버렸다. 혜진은 쏟아진 내용 물 중 하나를 집었다. '꽝! 다음기회에'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인쇄된 구겨진 즉석복권이었다.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설움이 밀려왔다. 남편이 이런 처지가 되다니…….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매사에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남편이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나올 때에도 충분히 해낼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만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쉽지 않은 현실 앞에 혜진의 기대는 모두 무너져버렸다. 그나마 끝을 보지 않고 이쯤에서 멈춰준 남편을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혜진은 지갑을 열었다. 사업을 시작할 즈음 남편은 수표를 지갑이 터져나갈 만큼 채워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대신 그 곳엔 각종 영수증과 고지서가 늘 가득했다.

 

 * * *

 

 "안자고 뭐해요?"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창정은 급하게 박스넷 창을 닫았다. 갑자기 아내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는 듯 기지개를 키며 대답했다.

 "응, 자야지. 수영이는?"

 "효녀 두셨네요. 호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빠를 위해 바게트 굽는다고 늦게까지 저 난리다."

 창정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사정없이 쥐어박고 머리털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그리고는 몹쓸 머리통을 모니터에 쿵쿵 쳐 박아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괴로웠다. 이런 인간을 남편, 아빠라고 여기다니.

 "자! 자기 돈 없지?"

 아내는 창정에게 5만원을 건넸다.

 "아냐 괜찮아. 놔둬."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창정은 마음속으로 피눈물이 났다. 아내는 모니터 앞에 5만원을 두었다.

 "그나저나 수영이 호주가면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아?"

 "카톡 있잖아."

 "그나마 자기가 있어서 수영이 멀리 보내도 좀 안심이다."

 ‘이 미련한 여자야!’

 착한건지 미련한 건지. 월급 받아서 빚 갚고 남은 돈으로 쪼개고 쪼개서 겨우 생활하면서도 평범하게만 살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는 여자. 모질지 못해서 눈물 쏟으며 또 마지막이라고 내 놓은 피 같은 돈들을 창정은 모두 허공 속에 날려버렸다. 그런 와중에도 창정은 20년도 더 된 외투를 걸치고 출근하는 아내를 보면서 패션 감각은 진짜 없는 여자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 일 없는 척 웃고 싶은데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편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수영아!"

 창정은 답답한 마음에 수영이를 불렀다. 아내는 자신이 괜히 남편의 감정을 건드린 건 아닌지 미안한 눈치였다. 수영은 부엌에서 열심히 빵을 굽고 있었다.

 "힘 안 들어? 일찍 자!"

 "괜찮아유~."

 "빵 만드는 게 그렇게 좋아?"

 "응, 최고야. 근데 아빠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응, 아니, 잠이 와서 그래."

 시계는 밤 10시를 훌쩍 넘겼다.

 "자고 내일 아침에 하면 되지 않아?"

 "발효가 다 되어서 지금 구워야 돼요."

 "어, 그래."

 창정은 아내가 놓아 둔 5만원을 움켜쥐고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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