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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벤트라
작가 : 하구
작품등록일 : 2019.9.19

받은 것은 이름과 피, 그리고 사명.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다시 한 번 인간들을 구해내기 위해 아이들은 모험한다

 
시작의 밤 - (3)
작성일 : 19-09-23 06:27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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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븐은 눈을 떴다. 그리고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겨우 의식을 되찾고 깨어났는데도 다른 이들의 관심은 그가 아니었다.

 

 “누나?”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레이븐은 아직 몽롱한 정신으로 의문을 품었다. 그러다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도 그렇게 해보았다. 그랬더니 왜 자신이 안중에 들지 않는지 알게 됐다.

 

 내리막을 따른 정면의 하늘. 이 거리에서도 확실하게 보이는 거대한 생명체가 떠있고, 그 입에서 화염의 응집체들이 터져 나온다. 두꺼운 먹구름을 삼키면서 솟아오른 그것들은 다시 구름을 태우며 이곳에 떨어질 것이다.

 

 레이븐은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품에 쥐고 있던 석판과 펜을 내려놓았다. 기다려달라고 하는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시원했다. 그가 불구덩이 속으로 달려갈 때에 어른들은 또다시 속수무책이었다.

 

 익숙한 풍경이 터지고, 스러지고, 무너진다. 숨쉬기가 괴롭고 눈뜨는 것조차 힘든데 레이븐은 신기하게 무섭지 않았다. 오로지 달린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겨우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라면 그것으로 지키면 된다.

 

 

  같은 시각 하이안트는 무리해서 물 밖으로 나왔다. 코니가 란을 붙잡는데 열중해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한명이 나가자 남은 둘 또한 움직이게 됐다.

 

 “야! 하이안트!!”

 

 코니가 어영부영하는 동안 란도 팔을 부여잡고 뛰쳐나갔다. 저 앞은 곧 있으면 폐허가 될 장소다. 쉽사리 발걸음을 못 떼는 게 당연하다. 친구들의 등이 멀어지는 동안에도 코니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안 돼, 제발...!”

 

 하늘이 벌집처럼 뚫리고 있다. 괴물이 토해낸 불덩이들이 솟아오르고, 얼마 후면 낙하할 것이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망설임 없이 달려가고 있다.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것이 두려움과 싸웠다. 정체모를 그것은 혼자 숨어있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듯 두 다리를 보챘다. 심장박동 소리가 들릴 정도로 호흡이 가빠졌다. 혼자만의 갈등이 괴로울 정도가 되자 코니는 어금니를 깨물고 움직였다.

 

 마을의 상황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몇 분 전까지 있었던 건물이 형체도 없이 무너져있고, 지나다니던 길의 대부분은 막혀버렸다. 어찌어찌 잔해들을 피하며 전진해봤으나 가장 중요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뒷산으로 이어지는 길에 나무들이 스러진 것이다.

 

 하이안트는 입술을 짓씹었다. 모색 해봐도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압박이 가중되자 머리는 더욱 굳어갔다.

 

 “형, 물러서. 뭔가 온다.”

 

 쓰러진 나무더미가 흔들리고 있다. 뭔가 부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강해졌다. 소년들은 멀찍이 물러섰다. 그러자 나무더미의 하단이 으스러지며 높다란 장애물이 붕괴했다. 잔해의 틈 사이로 검은 머리가 보였다.

 

 “레이븐!”

 

 레이븐은 말 대신 몸짓으로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다급하게 친구들을 불러들이며 뛰기 시작했다. 그는 뒷산 언덕을 올라갈 때가 돼서야 입을 열었다.

 

 “기절하고 일어났더니 뭔가 많이 심각해졌네.”

 

 대화하는 중에도 다리는 바삐 움직였다. 소년들은 어른들이 기다리는 곳까지는 순식간에 도달했다. 그러나 하늘의 불덩이들도 지체 없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기도 위험해요. 산등성이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서 절벽 아래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하이안트의 말에 코니가 격하게 맞장구쳤다. 팔다리를 계속 떨고 있는 그는 당장이라도 도망칠 기세다. 상황파악이 힘든 어른들은 느리지만 확실히 동조해주었다. 조금정도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그런데, 레이븐에게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

 

 “거기라고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잖아. 어디로 도망치든 저 괴물이 있는 한은 위험천지야. 싸워야 돼.”

 

 하이안트는 재빨리 당혹감을 지우고 반문했다.

 

 “무슨 소리야, 저런 걸 상대로 어떻게 하려고?”

 

 “몰라. 어떻게든 할 거야.”

 

 “겨우 칼 한 자루로 뭘 하겠다는 거야. 저걸 보고도 모르겠어?! 닿는 순간 다 녹아 없어진다고!”

 

 레이븐은 고개를 돌려 하이안트와 눈을 마주쳤다. 허나 그것은 아주 잠깐. 그의 시선은 다시 괴물에게 돌아갔다.

 

 “지금 이곳에서만큼은 우리가 계승자야. 선대들이 돌아왔을 때 폐허가 되어있으면 기분이 어떻겠어?”

 

 평소라면 말을 아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냉정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럴 일 없어.”

 

 “뭐?”

 

 “목숨 걸고 지켜봤자 다 헛수고야. 선대들은 돌아오지 않아.”

 

 레이븐의 눈에 불안한 빛이 감돌았다. 농담할 상황도 아니거니와 하이안트는 실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건 레이븐이 가장 잘 알았다. 어깨가 짓눌릴 정도로 공기가 무거워졌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탁한 연기가 코를 찌른다. 뒷목이 빳빳해지면서 머리가 흐려지는 듯하다. 누구 한명이 움직이기도 전에 한 차례 고함이 울렸다. 하이안트는 멱살을 잡힌 채로 바닥에 처박혔다. 코니는 그의 웃옷을 찢어버릴 기세로 움켜쥐었다.

 

 “네가 뭔데 그딴 소리를 지껄여.”

 

 주먹을 내리꽂기 직전, 란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만류하는 목소리에도 코니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소년들의 눈에는 각자의 감정만이 가득했다.

 

 “애새끼처럼 뭐하는 짓이야..!”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눈매 새빨개져가지고, 화났다고 자랑하냐?”

 

 “닥쳐.”

 

 “닥치게 해봐.”

 

 둘의 사이는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하이안트는 시체처럼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곳곳의 구멍에서 섬뜩한 불덩이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만해. 다 부질없어. 잠시 후면 다 같이 선대들의 뒤를 따르게 될 거야.”

 

 혼란은 가중되기만 했다. 분노와 체념과 공포가 멋대로 부딪히고 뒤엉켰다. 그 안에서 레이븐은 두 팔을 늘어뜨렸다. 묵직한 대검이 흙바닥에 꽂혔다. 그 역시 눈앞의 것을 보고 있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가끔씩 꿈속에 나타나는 새하얀 방이 펼쳐져서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러나 꿈속에서처럼 남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남자가 왜 나타났을까. 아무리 쫓아가도 돌아서서 멀어지기만 했는데 왜 지금은 내게 다가오고 있는 걸까.

 

 레이븐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남자와 대화했다. 친구들에게는 그 모습이 홀린 듯이 허공에 말하는 것으로밖에 안보였다.

 

 남자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레이븐은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입에서 저절로 대답이 나왔다. 그러던 중 깨달았다. 이 남자는 꿈에서 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를 떠나기만 했던 남자는 먼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 역시 얼굴이 없지만 왠지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에 눈앞의 남자가 입을 멈췄다. 할 얘기가 끝났나보다. 남자는 한발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는 길게 뻗은 손으로 내 가슴팍을 찔렀다.

 

 

  굉음과 함께 섬전체가 흔들린다. 괴물이 쏟아낸 첫 번째 재앙이 마을에 떨어졌다. 숨 막힐 정도의 열기가 돌풍을 타고 날아온다. 불덩이들은 지체 없이 쏟아진다. 해변도 마을도 일대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제는 여기다.

 

 “난 인정 못해.”

 

 레이븐은 가슴에서 손을 뽑아냈다. 검붉은 피가 흥건하게 흩날린다. 다른 한손으로 대검을 들어 올리고, 칼날에 그 피를 바르자 선명한 진동이 발생했다. 레이븐은 재앙보다도 더욱 섬뜩할 정도로 검게 빛났다.

 

 “기다려 엘리...”

 

 인지가능한 건 거기까지였다. 이내 주변이 폭발하며 머리위로 불타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가공할만한 힘이 방출됐고, 본능에 따른 발악을 펼친 인간들은 섬광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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