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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4.나는 알지 못하다.
작성일 : 19-09-23 00:00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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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에서 나와 은호는 학교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고는 처음 보인 병원이라는 글자를 힐끔 쳐다만 보고 지나쳐갔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난 병원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쳐갔다. 은호는 결국 병원을 가지 않았다.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처음 보인 병원 앞에서 살짝 갈등하던 은호가 그 후로 너무도 당당하게 병원을 지나가는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났다.

 

 은호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졌다. 어떻게 이 아이에 대해 이렇게도 모를까 싶었지만, 내가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의 일은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나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이것 또한 장담할 순 없는데, 그랬던 것 같다.

 

 다시 은호의 옆에서 걸었다. 걸음의 폭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늦게 걷기 위해 신경 써서 걸어야 했다.

 

 은호는 한참을 걷다가 살짝 더워졌는지 목도리를 풀었다. 하얗고 조그만 얼굴이 드러났다. 감기 때문인지, 걷다가 생긴 열기 때문인지 볼은 붉었다. 이 조그마한 아이는 무엇 때문에 아까 그렇게 눈물을 흘렸을까. 그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래도 아까보다 훨씬 나아진 표정에 마음이 놓였다.

 

 은호와 같이 걷다보니 공원 입구였다. 은호는 공원 입구를 한번 보더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한 표정에 나는 순간 긴장했다. ‘은호의 의지’라면 가능한 빠르게 고민해봐야 했다.

 

 은호는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그리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자판기 앞이었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너무 비장해보였다고 할까. 동전을 넣고 은호는 버튼을 눌렀다.

 ‘밀크커피’

 

 내가 보기엔 아직 어린 은호였기에 커피를 누르자 나도 모르게 뒤에서 은호를 살짝 흘겨보았다. 갑자기 은호가 뒤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아니, 나만 마주쳤다. 은호는 어색한 표정을 짓고 다시 자판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많이 당황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뭔가를 들킨 것처럼 가슴이 철렁했다고 할까. 나는 잠시 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서 있었다. 은호는 다시 동전을 넣고 자판기 버튼을 눌렀다.

 ‘코코아’

 

 나는 은호가 두 잔을 뽑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누구를 만나기로 했나 싶어 궁금했다. 은호는 종이컵 두 잔을 들고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나무의자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뽑은 두 잔을 옆에 놓았다. 은호의 시선은 앞을 향했다.

 

 앞이 탁 트인 파란하늘이 끝까지 보이는 곳이었다.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던 은호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러다가 금세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다시 바뀌었다.

 

 옆에 놓인 밀크커피와 코코아를 바라보았다. 밀크커피에 먼저 손을 댔다. 살짝 망설이더니 내려놓고 코코아를 들었다. 그리고는 홀짝이며 마셨다. 갑자기 밀크커피도 들더니 두 잔을 서로 부딪히게 했다.

 “짠”

 

 옆에서 나는 보고만 있을 뿐이다. 알 수 없는 은호의 오묘한 표정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은호는 자신의 행동이 웃겼는지 아님 혼자서 하기에는 민망했던지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리고 시선을 다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로 돌렸다. 내가 본 게 틀리지 않았다면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은호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눈이 시리다?’

 내가 어디서 들어봤을까. 잘 모르는 느낌인데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황당해 하며 파란하늘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그 느낌을 모르지만 눈이 시리진 않는 것 같았다.

 

 은호는 양손에 종이컵 두 잔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더니 한 번씩 번갈아가며 마셨다.

 ‘특이한 취향이네.’

 

 나는 은호가 마시는 방식으로는 어떤 것도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 특이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은호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두 잔을 다 마신 은호는 손등을 입에 가져다 댔다. 코코아가 손등에 찍혔다. 얼마간 손등을 바라보던 은호는 다른 손으로 손등을 닦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본의 아니게 다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모습에 잔소리가 나올 뻔 했다.

 ‘티슈는 없니?’

 

 나는 은호가 나를 볼 수 없고, 내 말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내 입에서 잔소리가 나가면 은호는 나를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거다. 그래도 은호를 위해 그 잔소리는 해주고 싶었다.

 ‘은호야, 제발 안 되겠니?’

 

 은호는 갑자기 기지개를 켰다. 분명 아침에 볼 때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어둡고 그래서 가지고 있는 표정은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는 얼굴뿐인 것 같았는데, 순간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은호의 얼굴에 지나갔다. 다른 사람 같았다. 어느 모습이 진짜 은호인지 궁금했다. 찰나의 이 표정이 은호에게 더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은호는 곧 다시 아무 감정을 나태내지 않는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은호는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얼굴을 그 목도리 속에 숨겼다. 그리고는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나무 의자에서 일어나 한 발씩 쿵쿵거리며 신발을 털어내 듯 땅을 밟았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은호는 표정 없이 울리는 전화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옆에서 은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순 없었지만, 그리고 어떠한 감정도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은호의 벨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은호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은호야, 너 감기라며.”

 목소리에 살짝 떨림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다 나았어요.”

 목소리가 콧소리였는데, 은호는 바로 들킬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별일 아닌 듯 한 말투로, 미간에 어색한 주름을 잡으며, 무언가를 참는 듯했다. 아니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병원 갔어? 엄마가 갈까?”

 

 ‘엄마였구나. 그런데 왜 저렇게 전화를 받을까?’

 

  나는 은호의 전화 내용을 들으면서 은호를 바라봤다. 은호는 귀에서 휴대폰을 떼어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못 올 거면서”

 

 “은호야? 김은호?”

 은호는 다시 귀에 휴대폰을 갖다 댔다.

 

 “저는 걱정 안하셔도 되요.”

 은호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엄마가 정민이 엄마한테 말해 놓을게. 병원가고 밥 잘 챙겨먹어.”

 은호는 들릴 듯 말 듯 한 대답을 하고 얼른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은호야, 은호야”

 은호가 그럴 걸 예상했는지 은호의 엄마라는 사람은 다급하게 은호를 불렀다.

 

 “엄마가 멀리 있어서 미안해.”

 은호는 “아니에요” 라는 짧은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은호의 표정으로 어떤 것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화가 난건지, 슬픈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은호의 엄마가 멀리 있구나. 그래서 저렇게 표정이 좋지 않나...’

 나는 은호의 모습으로 추측 밖에 할 수 없었다.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호의 모든 감정을 따라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순간 궁금해졌다. 나도 은호 나이에 저랬는지, 나도 저 나이가 있었는지. 지금 내 모습을 보니까 나도 그렇게 부모님에게 잘하는 아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오늘은 집에 가면 부모님께 좀 더 친절한 아들이 되어야겠다고 반성을 잠깐 하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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