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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플래닛 오브 투 레이스
작가 : 허피스
작품등록일 : 2019.9.22

아득한 우주 어딘가의 이름 모를 행성.

야수적인 힘을 가진 프리모.
높은 수준의 기술을 지닌 나셴티아.

플라마라는 질병과 두 종족간의 전쟁의 화마가 대지를 달리는 이 행성의 운명은 프리모의 혼혈인 모다쿠스, 그리고 나셴티아의 최연소 연구원 제시 두 남녀의 어께에 달려 있다.

 
2-성인식
작성일 : 19-09-22 22:44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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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성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두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우선 간단히 룰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올해 성인이 된 참가자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게 되고 4강에 진출한 참가자들은 각자 원하는 한 사람에게 도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들의 용기와 기량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이므로 모두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모다쿠스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의 뒤에는 그의 아버지 이그노스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통로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다쿠스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그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그 말에 모다쿠스는 다시 한 번 긴장한 몸의 근육을 이완시켰다. 그리고 통로를 나섰다. 그러자 단단한 금속 벽으로 둘러싸인 경기장이 나왔다.

 “첫 경기는 모다쿠스 대 인비디아가 되겠습니다.”

 모다쿠스는 이제 올해를 기준으로 18살이 되었다. 성인식을 치를 나이가 된 것이다. 이제 그는 여기서 나온 성적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적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물론 혼혈아로서 이미 그의 사회적 평가는 바닥에 가까웠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금속으로 된 벽 위의 관중석에서의 시선은 따가웠다. 그러나 모다쿠스는 그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눈동자 색 때문에 많이 받아본 눈초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방에게 더 집중을 해야 한다.

 “인비디아.”

 모다쿠스는 그렇게 말하며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들어 눈과 눈 사이로 들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바른 도전의 의미이다. 그러나 인비디아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모다쿠스는 여전히 개의치 않았다. 지금까지 18년을 함께 지내고 훈련을 받아오면서도 자신을 사람 취급 안하던 그녀였다. 모다쿠스는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왼손을 등 뒤로 가져가고 오른손을 왼쪽 등으로 가져가 2자루의 스턴블래이드를 뽑아들었을 뿐이다. 모다쿠스는 이렇게 거꾸로 잡은 중간 길이의 스턴블래이드인 ‘무니멘’을 방어에, 오른손의 똑바로 잡은 보통 길이의 스턴블래이드인 ‘임페스’를 공격에 쓴다. 인비디아는 기다란 창 모양의 스턴블래이드를 양손으로 쥐었다.

 “양 선수는 경기를 시작하십시오.”

 그 말과 함께 온몸을 울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인비디아는 자신의 창을 고속으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모다쿠스는 왼손의 무니멘을 들어 충격에 대비했다.

 “간다.”

 인비디아는 짧게 말하고 스턴블래이드를 앞으로 뻗어냈다. 그러자 창의 가속이 더해진 강력한 충격파가 모다쿠스의 전면을 향해 쏟아졌다.

 ‘그래도 말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 구만.’

 스턴블래이드는 프리모의 병기이다. 나셴티아는 스턴건을 무기로 사용한다. 스턴건의 장점은 훈련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충분한 수준의 충격파를 쏘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턴블래이드는 들고 있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서, 휘두르는 속도에 따라서 위력이 천차만별이다. 나셴티아의 몸은 약해서 스턴건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없지만 프리모는 달랐다. 충분한 훈련만 거치면 스턴블래이드를 이용해 작은 건물도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모다쿠스는 ‘상당히’ 훈련을 한 편에 속했다. 모다쿠스는 무니멘을 휘둘러 인비디아의 충격파를 상쇄해냈다.

 ‘훈련소 2위의 성적을 무시하지 말라고.’

 모다쿠스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의 칼을 교대로 휘둘러 다섯 번의 충격파를 쏘아냈고 인비디아는 네 번의 충격파를 막아낸 뒤 다섯 번째 충격파에 쓰러졌다.

 ---

 모다쿠스는 자신의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이그노스가 서 있었다.

 “4강 내에는 들 수 있겠어?”

 이그노스의 말에 모다쿠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모다쿠스는 그렇게 대답하며 그녀를 떠올렸다.

 ‘레기나.’

 모다쿠스는 18년간 훈련을 하면서 단 하루도 그녀를 넘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성인식을 치르게 된 지금도 모다쿠스는 레기나를 넘을 자신이 없었다.

 ---

 “8강전의 첫 경기는 모다쿠스 대 레기나.”

 모다쿠스는 그 말을 듣고 온몸의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젠장.’

 모다쿠스는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렸다. 성적 1위와 2위. 적은 차이인 것 같지만 아니었다. 레기나의 실력은 모다쿠스를 훨씬 상회했다.

 ‘나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 이렇게 실력을 키웠지만...... 레기나는......’

 모다쿠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두 자루의 스턴블래이드를 뽑아들었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스턴블래이드는 연습용 스턴블래이드였다. 일반적으로 프리모들이 전투용으로 쓰는 스턴 블레이드와는 출력량이 3배정도 차이가 났다. 훈련 중에 서로를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한 조취였다. 하지만 모다쿠스는 레기나가 이 연습용 스턴블래이드로 전투용 스턴블래이드에 버금가는 위력의 충격파를 쏘아내는 것을 보았다.

 ‘죽지는 않겠지?’

 그러나 솔직히 모다쿠스는 별로 자신이 없었다. 레기나는 모다쿠스를 엄청나게 싫어했기 때문이다. 모다쿠스는 고개를 저으며 경기장으로 나섰다. 그러자 엄청난 환호성이 모다쿠스와 레기나를 둘러쌌다. 모다쿠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까와는 반응이 다르군.’

 이 환호성은 모다쿠스 때문이 아니었다.

 “어서 와, 겁쟁이 나셴티아.”

 환호성의 주인공인 레기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스턴블래이드는 기다란 장대 끝에 한쪽은 도끼, 다른 쪽은 갈고리, 끄트머리는 창이 달린 독특한 형태였다. 그리고 이 무지막지한 스턴블래이드는 이미 오래도록 함께해온 주인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우리가 무기를 고르는 건 우리가 어렸을 때, 어렸을 때는 들기조차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저런 형태의 스턴블래이드를 골랐지?’

 모다쿠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왼손을 들었다. 그녀가 인비디아가 보여주었던 그 회전 동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다쿠스는 온몸을 긴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레기나가 전력을 다해 몸의 체중을 실어 창끝으로 모다쿠스를 가리키자 엄청난 충격파가 모다쿠스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모다쿠스는 깜짝 놀라 인비디아를 상대했을 때와 같은 다섯 번의 충격파를 쏘아내어 레기나의 충격파를 상쇄해냈다. 경기 초반부터 발생한 엄청난 충돌에 경기장이 신음했다. 그러나 모다쿠스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레기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말이야......”

 모다쿠스는 레기나를 바라보고는 하얗게 질렸다.

 “......도움닫기라고 들어봤어?”

 레기나가 전보다 빠른 속도로 창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에 모다쿠스가 전력을 다해서 막은 것이 겨우 도움닫기에 불과했다면 진짜 일격은 얼마나 강할지 모다쿠스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미친......”

 모다쿠스는 빠르게 중얼거리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속을 한 모다쿠스는 다시 다섯 번의 충격파를 쏘아낸 후 왼손의 무니멘을 뒤집어 잡고 이제는 바르게 잡게 된 양 손의 스턴블래이드를 교차시켜 일시에 내리쳤다. 힘보다는 스피드를 중시하던 모다쿠스였지만 레기나의 어마 무시한 힘을 보고 노력한 끝에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레기나의 창끝이 다시 모다쿠스를 가리키자 그녀의 창끝에서 발생된 충격파는 모다쿠스의 여섯 번의 충격파를 모두 상쇄해내고도 힘이 남아 모다쿠스를 뒤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모다쿠스가 가까스로 일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이마 위에 레기나의 도끼날이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연습용이기에 날은 없어 모다쿠스가 맞서 싸운다고 해도 죽거나 다치지는 않겠지만 성인식의 규칙은 다르다.

 “레기나 승.”

 심판의 말 한마디에 경기장이 떠나갈듯 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레기나는 이제 자격을 얻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심판의 설명이 시작되자 모다쿠스는 몸을 돌려 경기장을 나섰다. 그러자 실망한 듯한 이그노스의 얼굴이 모다쿠스의 눈에 들어왔다. 모다쿠스 역시 상당히 실망한 상태였다.

 ‘레기나만 만나지 않았다면......’

 모다쿠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모다쿠스는 눈을 들어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저는......”

 모다쿠스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4강 내에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만 고민하느라 너무나도 독보적이고 강력한 우승 후보인 레기나가 4강에 들었을 때 누구를 고를 것인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제 아버지에게 도전하겠습니다.”

 그러자 화기애애했던 경기장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건 모다쿠스와 이그노스도 마찬가지였다. 레기나의 아버지는 그들 씨족의 지도자인 마르스였다. 씨족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존경받는 인물. 여기서 문제는 ‘강하고’이다. 마치 모다쿠스와 레기나가 그러했듯이 레기나의 아버지는 모다쿠스의 씨족의 2인자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 ‘충분한’ 훈련을 거쳐 작은 건물도 날릴 수 있게 됨으로서 ‘아레스’의 칭호를 얻었다.

 “나는......”

 ‘그러니까...... 한 20년하고도 몇 년 전쯤에?’

 그렇게나 훌륭한 능력을 가진 아길라의 딸, 레기나의 경기였기에 모다쿠스는 경기장에 입장할 때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그러자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산산이 부서지고 다시 환호성이 경기장을 감쌌다.

 “그럼...... 마르스 아길라에 대한 레기나의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성인식의 ‘도전’이 시작되자 아길라를 위한 연습용 스턴블래이드가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길라는 관중석의 끄트머리로 걸어오더니 그대로 경기장으로 뛰어내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그노스는 아길라의 등장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 아길라는 경기장으로 들어온 연습용 스턴블래이드를 집어 들었다. 성인식의 특성상 경험 많은 어른과 갓 성인이 된 당사자들의 대결에서 형평성을 위해서 일반 전투용 스턴블래이드의 4분의 1로 출력이 조절되어 있고 형태도 검으로 정해져 있어 도전을 받은 당사자는 자신의 주 무기가 아닌 그것도 상대방보다 약한 무기로 싸워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시작한다.

 “이제 도전자는 도전을 시작하십시오.”

 심판의 그 말에 다시 경기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자 레기나는 지체하지 않고 다시 창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하게 한번 충격파를 날린 후 세 번 연속으로 모다쿠스를 날려버린 것과 비슷한 수준의 충격파를 날렸다. 그리고 그걸 본 모다쿠스는 레기나가 날린 충격파에 정통으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스피드를 중시하는 자신보다는 느린 속도일지라도 연속으로 충격파를 쏘아내는 것은 엄청난 난이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레스 아길라의 반응은 더욱더 놀라웠다. 단 한 번의 충격파로 레기나의 모든 충격파를 상쇄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레기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승부가 났음에도 경기장에는 함성이 울려 퍼지지 않았다.

 “레기나의 도전은...... 실패입니다.”

 심판의 말에도 경기장은 여전히 조용했다. 모두들 방금 레기나의 실력과 아길라의 실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

 성인식은 끝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성인식의 승리자는 레기나가 되었다. 아길라를 상대할 때 보여주었던 그 무지막지한 공격을 하지 않아도 레기나는 간단히 승리를 쟁취했고 이제는 씨족의 수장인 마르스의 연설만이 남은 상태였기에 모다쿠스는 자신의 동기들과 같이 줄을 섰다. 그리고 그들의 앞의 단상에는 아레스 아길라가 섰다.

 “이렇게 우리의 씨족에 당당한 전사로 거듭나게 된 37명의 아이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 자리에서 발표할 것이 있다.”

 아레스 아길라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모두들 그가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오늘밤...... 우리는 습격을 나갈 것이다!”

 그러자 모두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

 모다쿠스는 숲속을 걷고 있었다. 그 숲은 나셴티아와 프리모의 땅의 경계에 위치한 숲이었고 모다쿠스는 지금 성인식이 끝나고 받게 된 스턴블래이드의 위력을 시험해 보는 중이었다.

 ‘깔끔하다.’

 이것이 모다쿠스의 평이었다. 연습용 스턴블래이드를 가지고서는 열매나 떨어뜨리면 다행이었지만 지금은 모다쿠스가 두 손으로 껴안을 수 있을 정도의 나무도 단 한 번의 충격파로도 부술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스턴블래이드를 시험해보던 모다쿠스는 자신의 뒤에서 무언가 빠르게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오른손의 스턴블래이드를 빠르게 휘둘렀다. 그러자 두발로 걸어오던 무언가가가 그대로 피투성이가 된 채 뒤로 튕겨나갔다.

 ‘베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군.’

 베다는 그 숲에서는 흔한 짐승이었다. 그러나 그 고기를 먹으면 적어도 5시간은 배탈로 고생해야했다. 그리고 너무 많이 먹을 경우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던 모다쿠스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챘다.

 ‘이 베다는 거친 숨소리를 흘리며 나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어. 하지만 베다는 이 숲의 최상위 포식자. 고기는 먹을 수도 없고 베다를 쫓을 만한 사람은......’

 “나셴티아.”

 모다투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셴티아는 프리모와 신체 구조가 달라 베다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젠장!”

 누군가의 목소리, 그것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다. 모다쿠스는 재빨리 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역시 그의 씨족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도망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턴건, 사냥꾼인가?’

 그 다음 순간 모다쿠스는 그 사냥꾼들을 쫓는 게 누군지를 알 수 있었다.

 “인비디아?”

 인비디아는 그녀의 어마어마한 창날을 가볍게 휘두르며 충격파를 사냥꾼들을 살짝 스치게 하며 그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인비디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창을 낮게 휘둘러 나셴티아 사냥꾼 셋 모두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들 주변의 땅에 흙먼지가 피어오를 정도의 충격파를 날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모다쿠스는 욕지기를 느끼며 그녀의 앞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인비디아의 얼굴은 단번에 구겨졌다.

 “뭐야? 지금 스턴블래이드 성능 시험 중인 거 안 보여?”

 그러나 모다쿠스는 물러나지 않았다.

 “사람은 스턴블래이드 성능 시험 대상이 될 수 없어.”

 그러자 인비디아의 얼굴이 이상하다는 듯이 변했다.

 “사람? 너 방금 나셴티아를 사람으로 본 거야?”

 그러자 모다쿠스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나셴티아를 죽이는 것을 반대하는 것과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다르다. 나셴티아를 죽이는 걸 반대했던 프리모들은 동물보호 정도의 느낌으로 반대를 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인비디아의 얼굴에 이번에는 경멸이 어렸다.

 “설마...... 눈 색깔이 같다고 두둔하는 거야?”

 모다쿠스는 무의식적으로 칼집에 넣었던 무니멘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인비디아의 경멸이 짙어졌다.

 “그래, 확실히 ‘동족’을 지키고 싶겠지.”

 “그.만.”

 모다쿠스는 발음을 끊어서 인비디아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인비디아는 멈추지 않았다.

 “왜 그래? 네 몸 속의 피의 절반은 나셴티아잖아?”

 그 말에 결국 모다쿠스는 무니멘을 뽑아들어 오른손으로 바꾸어 쥐었다. 그러자 인비디아도 창을 바로 잡았다. 모다쿠스는 바로 달려들었다. 인비디아 역시 이번에는 충격파를 사용하지 않고 창날을 이용해 모다쿠스를 위협했다. 그러나 단 세 번의 부딪힘 이후 모다쿠스는 스턴블래이드의 검면으로 인비디아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인비디아는 그대로 눈이 뒤집히며 쓰러졌다. 모다쿠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셴티아 사냥꾼은 이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가세요.”

 모다쿠스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 사냥꾼은 넋이 나가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모다쿠스는 다시 소리쳤다.

 “가시라고요!”

 그제야 사냥꾼은 동료들 두 명을 끌고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모다쿠스는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모다쿠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는 인비디아를 내려다보았다.

 “......어디에 속하는 거지?”

 모다쿠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

 마을은 한창 전투 준비에 바빴다. 주택의 이곳저곳 마당마다 검은 날의 스턴블래이드들이 날을 빛내고 있었고 쇼크 아머를 입은 사람들도 간간히 보였다.

 “모다쿠스!”

 모다쿠스는 익숙한 목소리에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았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 이그노스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러세요?”

 모다쿠스의 물음에 이그노스는 고갯짓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쪽을 본 모다쿠스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레기나가 쇼크 아머까지 입고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모다쿠스와 같이 성인식을 치른 모두가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누가 결정한 거죠?”

 모다쿠스는 물었다. 성인식을 치른 지 1년이 안 된 사람은 습격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내 결정이다. 문제 있나?”

 모다쿠스는 아레스 아길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제 이그노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레스 이그노스. 준비는 다 됐나?”

 그러자 이그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씨족의 단 둘뿐인 아레스였던 것이다. 아길라에 밀린 2인자.

 ‘그러고 보면 2대째 레기나에게 밀리는 거군.’

 모다쿠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애들은 뒤로 빼고 되도록 전투에 참여하지 않도록 해. 그리고 전사의 절반을 끌고 오른쪽을 맡았으면 한다.”

 그 말에 이그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길라 또한 뒤를 돌아 사라졌다.

 “아길라는 왜 갑자기 저러는 거죠?”

 모다쿠스는 이그노스에게 물었다.

 “모다쿠스. 입조심해라. 그는 마르스다.”

 이그노스는 그렇게 모다쿠스에게 주의를 주고 모다쿠스의 어께를 잡았다.

 “아길라는 지금 이 기회에 레기나를 씨족 전체에 어필할 생각이다.”

 그 말에 모다쿠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 ‘애들을 뒤에 배치하라’고 했는데요?”

 모다쿠스에 말에 이그노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직 모자라구나. 만약 정말로 레기나를 전선의 뒤로 뺄 생각이었다면 쇼크 아머를 입히지 않았겠지.”

 이그노스는 그렇게 말하고 모다쿠스에게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럼 너도 똑같이 해줘라.”

 이그노스의 그 말에 모다쿠스의 몸이 살짝 굳었다.

 “쇼크 아머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모다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라. 넌 레기나보다 공격 속도가 빠르니 다수와 싸울 때는 네가 더 유리할거다.”

 이그노스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소집령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그노스는 벌떡 일어났다.

 “가야겠다. 너는 조금 뒤처지더라도 쇼크 아머를 입고 와라.”

 이그노스가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 달려가려고 하자 모다쿠스는 이그노스의 어께를 재빨리 붙잡았다.

 “왜? 왜 그렇게 나셴티아를 하찮게 여기는 거죠? 숱한 프리모를 놔두고 제 어머니를 택했으면서 말이에요?”

 그러나 이그노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보던 모다쿠스는 그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도 고요한 분노이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이그노스의 몸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모다쿠스는 섬뜩함에 침을 삼켰다.

 “이건...... 복수다...... 그녀에 대한......”

 모다쿠스의 손은 어느새 이그노스의 어께에서 내려가 있었고 이그노스는 마지막으로 모다쿠스를 흘겨보고 소집 장소로 달려갔다. 그런 그를 보던 모다쿠스는 뒤를 돌아 그의 집 쪽으로 달렸다.

 ---

 이제 모다쿠스는 검은 갑옷을 입고 숲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모다쿠스는 스스로가 몇 분정도 뒤처진 것을 알고 있었다. 모다쿠스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복수라고?’

 모다쿠스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했다. 모다쿠스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없었다. 그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잃었었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듣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 달리던 모다쿠스는 자신의 앞의 수풀을 헤치며 날아오는 충격파에 무니멘과 임페스를 꺼내 교차시켰다.

 “젠장!”

 모다쿠스는 손을 타고 올라오는 충격량에 이것이 가벼운 장난이 아님을 느꼈다. 모다쿠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와!”

 모다쿠스는 무니멘을 방어자세로 고쳐 잡으며 그렇게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나가려고.”

 모다쿠스는 그 목소리에 무니멘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런 모다쿠스의 앞에 레기나가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것이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모다쿠스는 그와 같이 성인식을 치른 8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건 무슨 의미지?”

 모다쿠스의 목소리에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인사해. 내 나이트들이야.”

 레기나의 말에 모다쿠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벌써부터 마르스가 되겠다는 거냐?”

 나이트는 마르스가 정하는 7명의 심복들이다. 그제야 모다쿠스는 그들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3위권부터 10위권이었다.

 “여기서 나만 없으면 1인자와 2인자의 격차가 더 벌어져 네 지위가 더욱 확고해진다는 계획이군.”

 그 말을 들은 레기나는 입에 냉소를 머금었다.

 “뭔 소리야? 난 네가 있든 없던 우리 세대의 마르스 후보라고.”

 모다쿠스는 그녀의 직설적인 말에 기분이 상했다. 그녀는 아직 모다쿠스의 비장의 기술을 보지 못했다. 모다쿠스도 실전에서 써본 적은 없었고 말이다. 성인식 때는 레기나가 너무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쓰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모다쿠스는 후회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럼 이건 무슨 의미지?”

 모다쿠스가 그렇게 소리치자 레기나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표정이 되었다.

 “배신자 처단.”

 레기나의 입에서 나오는 의외의 말에 모다쿠스는 입을 딱 벌렸다.

 “뭐라고?”

 그런 모다쿠스의 반응에 레기나는 재미있다는 표정이 되었다.

 “네가 우리가 나셴티아를 직접 공격하러 진형의 뒤쪽을 이탈했을 때 우리를 뒤에서 기습했잖아? 몇 년 전에는 나셴티아 몇 죽이는 모습을 보고도 기겁해서 달아났잖아? 이번에는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방해를 한거지.”

 레기나는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오므려 휘파람을 한번 불었다. 그러자 모다쿠스의 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인비디아가 걸어 나왔다.

 “이렇게 부상자도 나왔고 말이다.”

 모다쿠스는 모리를 잠시 굴렸다.

 “누명인가?”

 레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레기나의 모습에 모다쿠스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미친년.”

 그러자 레기나의 눈썹이 올라갔다.

 “뭐야. 왜 그런 반응인데?”

 “내가 정말로 너희를 기습했으면 인비디아의 머리통은 더 이상 목에 붙어 있지 않았겠지. 그런 허접한 누명을 누가 믿을 것 같아?”

 그 말에 모다쿠스의 뒤에서 레기나의 ‘나이트’ 뒤에 숨어 있던 인비디아는 살짝 몸을 떨었다. 그러나 모다쿠스는 그렇게 소리쳤음에도 무언가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다쿠스의 불안한 느낌의 중심에는 레기나의 가시지 않은 미소가 있었다.

 “정말 모르겠어? 내가 이런 허접한 누명을 씌워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

 레기나의 말에 마침내 모다쿠스는 레기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그러자 모다쿠스는 스턴블래이드를 잡은 손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다쿠스는 떨리는 입술을 열어 말을 꺼냈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레기나의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미소도 절정에 달했다.

 “......중요치 않겠군......”

 레기나가 모다쿠스의 말을 끝마쳤다.

 “......아무도 널 변호하지 않을 테니까.”

 그랬다. 그는 프리모 사이의 이단아. 별종이었으니까 말이다. 레기나는 몸을 돌렸다.

 “너희들에게 맡겨보겠다. 녀석을 죽여.”

 모다쿠스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네가 죽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나는 참여해야 할 습격이 있어서 이만.”

 그녀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7명의 충격파가 모다쿠스를 향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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