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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정오마을 살인사건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7

25년 전 한 사건으로 인해 여자아이, 연이가 죽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쉬쉬 거리며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여겼다. 그리고 25년 후, 마을에 새로운 손님. 그의 정체는 신부이다. 그가 나타난 후, 살인이 시작된다. 범인은 그 신부인가? 왜 연이는 25년 전에 죽었을까?

 
11. 두 번째 살인-4
작성일 : 19-09-22 13:18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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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두 번째 살인-4

 

 

 “이제 나도 가면을 벗을 때가 왔나보다. 나름 괜찮아 보였던 가면을 말이다.”

 

 “아저씨.”

 

 “사람은 말이다. 그럴싸한 가면을 너무 오래 완벽하게 쓰다보면 곧 그 가면이 진짜 나 인줄 착각한단다.”

 

 “...”

 

 “그런데 그건 가짜란다. 결국은 벗어야 하는 거지. 너무 오래 걸렸구나. 이 가면을 벗기까지.”

 

 

 이복규는 다시 병실 창문에 비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정말 많이 늙었다. 이복규는 이렇게라도 살아온 그의 인생이 가련하게 느껴졌다.

 

 

 “그래.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지어야지. 우리 모두 과거의 굴레에서 제발 벗어나도록...”

 

 

 이복규의 시선은 긴 복도의 끝을 향했다. 이제 이곳에 올 일은 없어졌다. 그는 왠지 익숙한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3

 

 

 

 양이삭은 바닥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핸드폰의 폴더 뚜껑을 열었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바탕화면의 불이 켜졌다가 다시 꺼지는 의미 없는 동작이 여러 번 반복됐다.

 

 

 “때로는 내 인생이 참 불쌍하다. 미안하고. 너도 좀 더 나은 주인을 원할지도 모르겠다. 휴.”

 

 

 그는 캐리어로 시선을 돌리더니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분위기 탓인가. 괜히 센치해지네. 더 늦기 전에 짐이나 풀자.”

 

 

 양이삭은 꾸역꾸역 일어났다. 그는 책상 옆에 세워 놓았던 캐리어를 잡아당겼다. 그의 손이 지퍼를 열었다.

 

 속옷과 양말은 잘 개어서 서랍에 넣고 겉옷은 벽에 박힌 못에 대충 걸었다. 마지막으로 캐리어 바닥에 깔려있던 책들과 노트들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책들의 제목은 대체로 ‘샤머니즘’이나 ‘무당’, ‘굿’, ‘고대 종교’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딱 봐도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주제였다.

 

 양이삭은 따로 지고 왔던 배낭을 풀었다. 노트북이 배낭 밖으로 얼굴을 삐쭉 내밀었다. 그는 책상 위에 노트북을 세팅하는 것으로 모든 일을 마무리 지었다.

 

 

 똑.

 똑.

 똑.

 

 

 정갈하고 딱 떨어지는 두드림이었다.

 

 

 “최선생님이세요?”

 

 “네.”

 

 

 문을 열면, 최여강이 짐을 들고 문턱에 서 있었다.

 

 

 “짐 다 푸셨어요?”

 

 

 양이삭의 시선이 최여강이 옆에 세워둔 캐리어에 머물렀다.

 

 

 “그 짐은?”

 

 “이제 가려고요.”

 

 “벌써요?”

 

 “곧 차 시간이라. 신부님 있어서 마음 완전히 놓고 떠납니다. 여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

 

 “걱정 마세요. 제가 2주간 잘 돌보고 있겠습니다. 돌아와서 놀라지 마시고요. 하하하.”

 

 “하하하. 감사해요.”

 

 “제가 배웅해 드리게요. 같이 가시죠?”

 

 “안 그래도 되는데...”

 

 “친구잖아요. 오늘부터 1일입니다. 하하하.”

 

 

 양이삭은 딱 봐도 애써 크게 웃는 모습이었다. 양이삭은 최여강을 따라 방을 나섰다. 샛길을 걸어 마을을 빠져나갈 무렵,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양이삭은 버스에 올라타는 최여강에게 손을 흔들었다.

 

 

 부릉.

 부릉.

 

 

 버스의 엔진 소리로 인해 양이삭이 인사하는 말은 아쉽게도 최여강에게 닿지 않았다. 버스는 잔뜩 먼지를 뿌리며 떠났다.

 

 양이삭은 손을 홰홰 저으며 먼지를 털어내었다. 그는 떠나는 버스에서 노을 지는 수평선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동자는 붉게 반짝였다.

 

 

 “이제 시작인가?”

 

 

 양이삭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새겨졌다.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하나하나 정리했다.

 

 어느새 그의 발걸음은 터덜터덜 거리며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노을이 지자, 마을길은 한순간에 어둑해졌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은 생각보다 더 어두웠다.

 

 양이삭이 허름한 방앗간을 지나갈 즈음에 방앗간 간판 불이 꺼졌다. 불이 꺼지자 양이삭의 시야는 더욱 어두워졌다.

 

 낮에는 서둘러 지나가다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길이 생각났다. 양이삭의 시선은 어둠 사이를 헤집었다. 저 어둠 어딘가에 언덕길이 있다.

 

 시야는 차츰 어둠 속에 적응해 갔다. 그러자 어스름했던 시야는 언덕길의 윤곽을 귀신같이 잡아내었다. 그 언덕길과 근거리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산길도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출입금지...?”

 

 

 양이삭은 빤히 출입금지 구역을 쳐다보았다. 윤곽이 명확해지나 싶더니 곧 현기증이 났다. 너무 집중한 모양이었다. 뇌로 전달되는 산소가 부족했는지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정오 슈퍼 주변은 더 어두웠다. 평상 앞에만 작은 전등이 켜져 있어 되레 그 주변은 칠흑 같았다.

 

 평상 위에서 박복순은 홀로 소주를 마셨다. 그녀가 태우는 담배 연기는 전등의 빛과 어두운 길의 경계선에서 주저하더니 이내 선택을 마친 듯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박복순은 혼자 청승맞게 소주잔을 기울였다.

 

 

 “캬.”

 

 

 공허한 그녀의 눈빛은 어두운 하늘 어느 지점을 허우적거렸다.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가느다란 한숨이 하아, 거리며 길게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다시 담배를 태우며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는 역시나 빛과 어둠의 길 중 어느 길을 갈지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이내 또 다른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후.”

 

 

 박복순이 세 번째 담배 연기를 뿜을 때였다.

 

 

 “혼자 웬 청승이에요?”

 

 

 짙은 어둠 속에서 먼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이어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양이삭이었다. 그는 박복순의 옆에 주저앉았다.

 

 

 “청승이라. 호호호. 내가 그랬나?”

 

 

 두 사람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처럼 대했다. 아마도 두 사람의 능청때문이리라.

 

 

 “왜 혼술해요?”

 

 “인생이란 게 맨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이런 거라도 있어야 살지. 이 지긋지긋한 마을에서...”

 

 “인생이라, 무거운 주제네요. 언제 꺼내 들어도. 그런 주제는 사람 주눅들게 만들어요.”

 

 “그러니깐요.”

 

 “때론 내 인생이 불쌍하기도 하고 그런데 제대로 살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박복순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양이삭은 잠시 인생이란 단어의 깊이를 음미했다.

 

 

 “나 같은 년은 이렇게 술이라도 퍼 마셔야 버텨요. 오늘도 이 미친 세상 견뎌낸 내 인생한테 위로하는 위로주라고나 할까? 아님 절친?”

 

 

 박복순의 볼이 일순 팽팽해졌다가 다시 헤실헤실 풀어졌다.

 

 

 “인생을 위한 위로주라.”

 

 “내가 살아가는 건지 시간이 억지로 날 끌고 가는 건지. 이젠 정말 모르겠어. 하긴... 아무렴 어때? 살아가든... 끌려가든.”

 

 “시간이 억지로 날 끌고 간다? 정말 지금 인생이 그런 거라면 너무 슬프네요.”

 

 “내가 진짜 살고 있는 건지 이젠 나도 모르겠어요. 원.”

 

 “그렇게 억지로 살려고 노력하느라 정말로 살 시간이 사라지는지도 몰라요. 주변 눈치보고, 시간에 눈치보고, 그리고 나 스스로를 눈치 보느라. 원래부터 인생이 끌려다니진 않았을 거예요.”

 

 ‘억지로 살려고 노력하느라 진짜 살 시간이 사라진다, 라...’

 

 

 박복순은 소주잔을 기울였다.

 

 

 “내가 나에게 눈치를 본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이삭씨 말 잘한다.”

 

 “인생이란 게 ‘좋다’라는 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모진 풍파 다 받아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고 그러다보면 그 가운데 조화로웠던 적도 있고, 나만 생각한 적도 있게 마련이니까. 그런 게 다 인생이니까... 인생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보는 건 어때요?”

 

 “음...”

 

 “우리는 오늘 하루 동안에 ‘좋다’라는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쁘다’라는 괴로운 자책을 발견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은 그런 거니까. 인생은 어제보다 나을 수도 있고 어제보다 못할 수도 있고. 혹은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런 게 인생이니까. 이 모든 게 다 있어야 인생 아닐까요? 그래서 인생이 불쌍하기도 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양이삭은 허무한 헛웃음을 지었다.

 

 

 “불쌍하고 미안한 마음은 당연하다? 정말 그럴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복순씨처럼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인생을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왕이면 몸에 좋은 방식으로요. 하하하”

 

 “호호호. 유식한 양반이라 하는 말도 근하사네. 어머. 매력적이야. 호호호.”

 

 

 박복순은 입가에 소주잔을 갖다 대었다.

 

 

 “카아. 그래도 아직은 이 위로가 최고니까. 오늘은 나에게 한 잔을.”

 

 

 그녀는 목 넘김이 꽤나 썼는지 인상을 구겼다. 그녀는 소주잔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래도 내 인생에는 행복만 있어야 해요. 그래야 하는데.”

 

 

 박복순은 그 다음 입을 꾹 다물었다.

 

 

 “다음엔 저라도 부르세요. 혼자 청승떨지 말고요.”

 

 “어머. 그럴까요? 그럼 오늘이라도 같이? 2차 3차 4차 다 되는데. 호호호.”

 

 “오늘은 피곤해요. 봐주세요. 대신 담부터 무조건 동석입니다.”

 

 “처음 보는데 맘에 드는 양반이야. 호호호. 왜 진즉에 이 마을에 안 왔어요? 호호호.”

 

 “근데...”

 

 “네?”

 

 

 양이삭은 어두워진 마을길로 시선을 던졌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부터 이상한 게 있었어요. 아직 마을을 다 본 건 아니지만...”

 

 “뭐가요?”

 “이 마을엔 아이가 안 보여요.”

 

 

 박복순은 눈을 치떴다. 그것은 경계의 눈빛이었다.

 

 그렇다.

 정오 마을에는 아이들이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바로 박복순이었으니까.

 

 박복순은 소주잔을 입술로 가져가지 못했다. 그녀는 소주잔을 허공에서 뱅뱅 돌렸다. 소주잔 안에서 작은 회오리가 쳤다.

 

 

 “인생에서 가장 슬픈 게 뭔지 알아요?”

 

 “뭔데요?”

 

 “새 생명이 없는 거. 그래서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남지 않은 거. 정오마을은 슬픈 마을이에요. 그것도 가장 슬픈 마을. 이제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남지 않은 마을. 키키키.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쉬세요.”

 

 

 박복순은 회오리치던 소주잔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다가 순간 비틀거렸다.

 

 양이삭은 박복순의 팔을 잡았다. 박복순은 지그시 양이삭을 바라봤다. 그녀는 팔을 잡고 있던 양이삭의 손을 몇 차례 토닥였다. 그리고 양이삭의 손을 빼냈다.

 

 

 “어서 들어가요. 피곤할 텐데.”

 

 “복순씨?”

 

 

 박복순은 슈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이거 복순씨 핸드폰이죠?”

 

 “아. 내 꺼. 없으면 안 되는 내 싸구려 핸드폰.”

 

 

 양이삭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잘 자요.”

 

 

 박복순은 배시시 웃었다. 그녀가 서 있는 발 끝자락에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누워있었다. 여전히 붉은 불씨가 가시지 않은 채. 박복순은 소주병을 챙겨 슈퍼로 들어갔다.

 

 양이삭도 주섬주섬 일어나 샛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사라진 평상 위로 전등이 꺼졌다. 마을은 이제 암흑 속에 갇힌 제물이 되었다.

 

 

 

 4

 

 

 

 이진만과 부인은 한창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정오마을은 바람이 거센 날이면 마을을 둘러싼 숲이 요란해졌다.

 

 오늘 밤도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간혹 가다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창틀이 덜컹덜컹 울렸다. 이런 날이면 이상하게도 이진만은 깊은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덜컹덜컹.

 

 드르륵.

 

 ‘응?’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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