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꽃을 담은 소녀
작가 : 심연고래
작품등록일 : 2019.9.3

특별한 힘을 가진 소심한 소녀의 이야기

 
02. 달콤한 일상 (3)
작성일 : 19-09-22 13:1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99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닐드, 여기야!”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젬마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거의 자신의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한 쪽에 세워져있었다. 다른 두 친구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준비는 잘 했어?”

  “응! 당연하지. 아주 그냥 딱 필요한 것들만 싹싹 긁어모아서 집어넣었징!”

  젬마는 신난 얼굴이었다.

  “그럼 오늘은 이동만 하는 거야?”

  “아~니! 저녁에 야식 겸 맛있는 거 사서 신전 앞마당에서 먹기로 했어!”

  “신전이라면 만타리 신전?”

  “맞아! 거기 앞에 잔디밭을 아주 제대로 깔아놨더라구! 물론 캠핑도 되는 곳이고.”

  “오... 재미있겠네.”

  “그치? 거기 땅콩버터 치킨이 유명한 가게가 있어서 포장해서 먹으려구! 히잉... 너두 같이 가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아... 뭐... 지금은 좀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도 낄게.”

  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진짜지? 꼭 다 같이 가는 거다?”

  젬마는 몇 번이고 재차 다짐을 받으려 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 젬마. 네가 웬일로 제시간에 나와있냐?”

  익숙한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세라와 아냐가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긴 여행에 필요한 커다란 짐을 한 개씩 끌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무거운데, 아냐는 작은 에코백까지 어깨에 걸쳐매고 있었다.

  “어이구. 내가 빼라고 했는데, 기어코 다 싸 들고 온 거야?”

  “왜애! 꼭 다 필요한 거라구.”

  젬마의 잔소리에 아냐는 입을 삐죽였다. 가끔 보면 아냐와 쥬뮈는 나이가 바뀐 것 같다. 두 사람은 무거운 짐을 벽 쪽에 세워두고 자리에 앉았다.

  “후아. 무거웠다. 아냐 너 진짜 괜찮겠어?”

  “난 괜찮거든? 네가 체력이 떨어진 거야.”

 라고 말하지만.... 아냐의 얼굴은 이미 가게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이구~ 세라보고 체력이 나쁘다는 사람은 우리 동네 통틀어서 너밖에 없을 거다. 쟤 시합 나간 거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니?”

  젬마가 혀를 쯧쯧 찼다.

  “아~ 암튼! 내가 잘 들고 다닐 거니까 잔소리는 그만해요. 이 아줌마야. 하여간 우리 엄마랑 똑같다니까? 우리 엄마한테 잃어버린 쌍둥이 여동생이 있는 거 아닌가 싶다니까.”

  “야. 나이가 안 맞잖아.”

  “뭐 어디 시공간에 빨려 들어갔다가 왔을지 누가 알아?”

  “네에네에~ 알았습니다아. 이미 뺄 수도 없는 거 잘 챙겨서 다니세요.”

  두 사람은 평소처럼 툭탁거리더니 갑자기 빵 터져서 꺄르륵 웃었다.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던 세라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저걸 10박 11일 동안이나 봐야 한다니.... 저 소녀들을 어떻게 다 감당하란 말인가...”

  “힘내. 친구.”

  난 세라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그러자 두 사람이 발끈 소리 질렀다.

  “야! 우리가 뭐 어때서!”

  하지만 세라는 들 그렇듯 무시하며 들으라는 의미의 혼잣말을 다시 중얼거렸다.

  “어휴~ 지금까지는 마닐드가 있어서 그나마 위로라도 됐는데. 앞으로 열흘 동안 난 누구에게 위로를 받으며 사나아~.”

  세라의 곡소리에 나는 조금 뜨끔했다. 괜히 잘못 한 것도 없이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시끄러 이년아. 이제 네 편은 없으니 잘 지내보자구우~.”

  아냐는 사악한 마법사처럼 켈켈거리며 세라를 놀렸다. 세라는 또다시 과장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자자~ 그만들 하시고! 이제 주문 좀 하자. 우리 세 시간 남았어.”

  젬마가 두 사람에게 메뉴판을 하나씩 쥐여주었다. 나도 메뉴판 한 개를 골라 들고, 쭉 훑었다. 자주 왔던 곳이라 다 아는 메뉴들이었지만, 늘 고르기가 어려웠다. 흐음. 이것도 맛있기는 한데.... 이것도 좋고....

  “근데 우리 도착하자마자 저녁 먹지?”

  “응. 치킨.”

  “어... 그러면 여기서 2시간 걸리니까, 5시간이면 제대로 먹는 게 나을까?”

  “근데 기차에서 너희 뭐 안 먹을 거야? 과자 같은 거.”

  “어. 그러네.... 그럼 간단하게 먹을까?”

  “좋아. 난 브런치 세트!”

  브런치 세트라..... 작은 모닝빵 두 개에 베이컨 세 장에 샐러드가 조금 나오는 메뉴라 확실히 가볍다. 오후 일도 도와야 하고, 이것만 먹으면 중간에 분명히 배가 고플 텐데.... 나는 뭘 먹지....

  내가 메뉴를 고심하는 사이 세 사람의 의견은 브런치 세트로 통일되었다.

  “마닐드는 뭐 먹을 거야?”

  “어? 나는...”

  난 잠깐 대답을 미루고 메뉴판으로 고개를 떨궜다. 딱히 한눈에 들어오는 메뉴가 없었다. 그냥 나도 브런치나 먹을까? 근데 분명히 배고플 텐데. 케이크가 집에 남아 있으려나?

  “어... 나는 버섯 파스타로 할게. 셋 다 브런치 세트지?”

  “오~우. 버섯 파스타 맛있지. 우린 가는 동안 또 엄청 사 먹을게 뻔해서 가볍게 먹으려고.”

  세라가 입맛을 다셨다.

  “맞아. 아냐가 기차에서 아무것도 안 살 애가 아니잖아?”

  “야! 나만 먹냐?”

  셋은 또다시 티격태격했다. 그동안 나는 재빨리 가방에서 지갑을 챙겨 일어났다.

  “브런치 셋에 버섯 파스타 하나. 주문하고 올게.”

  “응! 잠깐만 나 카드 좀 꺼내구.”

  “아니야. 내가 살게. 어머니께서 맛있는 거 먹으라고 용돈도 주셨어. 너네는 여행 가서 써야 하잖아.”

  “어머, 진짜?”

  “헤헤. 선물 이쁜 걸로 사 올게!”

  “마닐드 짱!”

  나는 세 사람에게 웃어 보이고, 계산대로 향했다.

 

 ***

  맛있게 점심을 먹은 우린 곧바로 정류장으로 향했다. 점심시간도 지나고, 마을 밖으로 나가는 버스만 오는 정류장이라 기다리는 손님들 모두 커다란 짐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방학하니까 많이 나가는구나... 그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이 또 찔렸다.

  “후아... 마닐드 고마웡.”

  아냐는 의자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잠깐 들어준 에코 백이 이 정도 무게이면 저 가방은 얼마나 무거운 거야?

  “흠.... 너 진짜 이거 다 들고 갈 수 있겠어?”

  “어.... 그.... 그러니까....”

  내 질문에 아냐는 자신만만했던 아까와는 달리 대답을 미뤘다. 그러자 젬마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핀잔을 주었다.

  “야. 내가 무겁다고 했지? 어떡할 거야. 이제 곧 버스 올 텐데. 집 갔다 오면 다음 꺼 타고.”

  “어.... 그....러면 안 늦을까?”

  “으이그....”

  세라가 혀를 찼다.

  “그럼, 여기서 좀 빼서 이 가방에 넣어주면 내가 너네 집에 가져다 놓을게.”

  내 말에 아냐의 눈에서 빛이 번쩍했다. ....좀 무섭다.

  “정말? 저엉말 그래도 돼애?”

  “어.... 어, 응. 멀지도 않잖아, 너네 집이랑 우리 집이랑.... 나 가게 갈 거거든.”

  “진짜? 정말? 진짜루?”

  “응.....”

  “끼야!! 마닐드 진짜, 진짜 고마워! 내가 이쁘고 비싼 선물로다가 사 올게! 정말 고마웡.”

  아냐는 감동에 찬 얼굴로 길바닥에 가방을 눕혔다. 잠금쇠를 풀고 뚜껑을 여는 순간. 가방 안은 정말이지 어마 무시했다.

  “하아.... 뭘 빼지? 이거랑, 이거랑.... 아, 이건 필요할 텐데... 그럼 이거.”

  아냐는 가방 안을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물건을 하나씩 뺐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세라가 대단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야.... 너 진짜 이거 어떻게 들고 가려고 했냐....”

  “아니야. 난 애초에 저게 다 들어가 있다는 게 더 놀랍다....”

  젬마도 잔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기가 찬 모양이었다. 작은 빈틈도 없이 돌담마냥 차곡차곡 채워 넣은 정성이 대단했다.

  아냐가 짐을 대충 정리하고, 빠진 게 맞는지 조금 의심이 가는 가방을 도로 닫았을 때 딱 맞춰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요란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셋을 태운 버스는 출발했고, 난 바로 마을 안으로 돌아왔다. 넷이서 수다를 떨다가 혼자가 되니 조금은 썰렁했다.

  “에휴.”

  여행은 정말, 정말로 가고 싶지 않은데, 누군가가 떠날 때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훌쩍 떠나는 사람들이 조금은 부럽고, 그들의 설렘이 신기했다. 난 어딘가로 간다고 생각만 해도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무서운데.... 물론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 탓만 하기에는 몰려오는 두려움이 너무나 무거웠다.

  “휴....”

  변함없는 마을의 풍경처럼 나도 저렇게 잔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평화로운 풍경. 내 일상도 저 안에 있는데, 왜 가끔씩 힘든 걸까? 정작 아무 일도 없는데 말이야...

  “저기...”

  “악, 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뒤에는 언제 다가온 건지 처음 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동그랗게 커다래진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뭐야. 내가 너무 놀라서 자기도 놀란 건가? 짧은 침묵이 흘렀다.

  “어... 그... 너무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먼저 입을 연 건 그 여자였다.

  “아, 아니에요. 딴생각하느라..... 근데 왜....”

  “아. 그게 길을 잃어버려서요.”

  여자는 생긋 웃었다. 길? 처음 보는 얼굴이니까 마을 사람이 아닌 건 맞는데, 누가 이사 왔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어디 가시는데요?”

  “아, 잠시만요.”

  여자는 어깨에 멘 가방 안을 부스럭부스럭 뒤지더니 기다란 종이 하나를 꺼냈다.

  “으음.... 어디 보자....”

  종이에는 뭔가가 많이 쓰여있는지 몇 줄을 읽어내려간 후에야 여자는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 여기 있네요. 53번지에 베커 부부 댁. 어떻게 가나요?”

  여자의 입에서 우리 집 주소가 나오는 순간 수십 개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뭐야. 우리 집이잖아. 이 여자는 누구지? 뭔가 주문한 건가? 넬리 언니가 사고를 쳤나? 어머니는 가게에 있으려나? 저 손에 든 종이는 뭐지? 무슨 일인 거지? 내가 그 집 딸이라는 거 말해야 하나? 짧은 고민 끝에 나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이 길 따라서 쭉 가시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있을 거예요. 1층은 빵집이구요, 이 시간에는 아마 가게 안에 계실 거예요."

  “아하. 감사합니다.”

  여자는 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내가 알려준 방향으로 가버렸다. 나는 여자의 연둣빛 뒤통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문뜩 깨달았다.

  잠깐만. 저 옷. 왕실제복이잖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07. 불꽃 2019 / 11 / 2 248 0 4991   
14 06. 우연, 필연, 운명 (2) 2019 / 11 / 1 246 0 7270   
13 06. 우연, 필연, 운명 (1) 2019 / 10 / 31 236 0 4987   
12 05. 성문을 향해 (3) 2019 / 10 / 31 242 0 7107   
11 05. 성문을 향해 (2) 2019 / 10 / 30 241 0 5534   
10 05. 성문을 향해 (1) 2019 / 10 / 23 237 0 5151   
9 04. 작별 2019 / 10 / 1 237 0 4651   
8 03. 변화는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3) 2019 / 9 / 26 231 0 5222   
7 03. 변화는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2) 2019 / 9 / 25 250 0 4480   
6 03. 변화는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1) 2019 / 9 / 24 243 0 7984   
5 02. 달콤한 일상 (3) 2019 / 9 / 22 257 0 4991   
4 02. 달콤한 일상 (2) 2019 / 9 / 21 276 0 4673   
3 02. 달콤한 일상 (1) 2019 / 9 / 20 228 0 4461   
2 01. 산골 마을의 소녀 2019 / 9 / 6 249 0 5172   
1 00. 프롤로그 2019 / 9 / 3 402 0 37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